전세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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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란
  • 글_박상목 부장
  • 승인 2006.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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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두려운 전셋값, 4분기 물량으로 막나
강북권 입주 물량 부족으로 전세난 가중 예상
추석 이후 전셋값 상승세가 주춤하면서 ‘전세난’도 끝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낙관은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계절적인 요인은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수급불균형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세난이 해소됐다고 보기에는 이르다.

지난 10월 16일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추석 이후 전세 가격은 다소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으나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강북의 일부지역은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강북구 미아동 SK공인 관계자는 “매도 호가가 계속 뛰는데도 매수 문의가 이어져 점심도 못 먹을 지경”이라며 “높은 가격에도 거래가 성사되고 있어 이 지역 전셋값 상승세는 연말까지 계속될 분위기”라고 전했다.
용산구 이촌동 한국공인 관계자도 “최근까지도 나오는 물건은 적은데 반해 찾는 사람들은 많아 전셋값이 오르는 추세”라고 밝혔다. 이 지역 한가람 25평형 전셋값은 추석연휴를 지나며 다시 1,000만원 올라 2억1,000만원선이며, 33평형은 2,500만원 오른 3억~3억3,000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강남 재건축 단지의 전세도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개포동 주공1단지는 추석 이후 각 평형별로 1,000만-2,000만원 가량 올랐다. 스피드뱅크의 조사결과에서도 강북구는 0.83%, 강서구는 0.55%로 각각 크게 올랐으며 구로구(0.49%)와 동작구(0.47%) 및 도봉구(0.43%), 마포구(0.37%) 등의 상승률도 여전했다.
수도권 지역에서도 양주시 1.29%, 의정부시 0.80%, 김포시 0.77%, 부천시 0.53% 등 상승폭이 컸으며, 부천 중동 등 신도시지역도 전셋값 상승 분위기를 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셋값 상승, 매매가에 영향
전셋값 상승폭이 줄어든 곳에서는 매매가가 오르고 있다. 노원구 상계동 주공1단지 24평형의 전셋값은 지난달 1,000만원 가량 올라 8,500만~1억원 선에 그쳐 있으나 매매가는 최근 1,000만원 가량 오른 1억3,000만원선을 보이고 있다. 같은 단지 20평형도 전셋값은 7500만원 선에서 상승세가 멈췄지만 매매가는 1억1,500만원 수준으로 2주새 500만원 가량 올랐다.
노원구 상계동 W공인 관계자는 “전셋값이 더 올라가는 상황은 아니지만 사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매매가가 뛰고 있다”며 “아예 매매로 돌아선 게 아니고 언제라도 전세가 있으면 계약하겠다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서초구 잠원동 D공인 관계자도 “문의가 조금 줄긴 했어도 전셋값이 떨어지진 않고 오른 가격으로 시세가 굳어졌다”며 “매매가도 오를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성동구의 경우 전셋값 상승률은 지난주 0.22%로 2주전 0.51%의 절반 수준이었지만, 매매가 상승률은 0.33%에서 0.43%로 상승했다. 매매로의 수요 전환이 많았던 마포구의 경우 전셋값 상승폭은 다소 줄었지만 매매가 상승률은 0.46%를 기록하며 2주전 0.27%의 2배 수준으로 뛰었다.
전세시장이 다소 주춤하지만 여전히 불안한 것은 ‘쌍춘년 수요, 가을 이사철’ 등 전세난을 가중시켰던 일시적 요인은 해소된 반면 구조적 요인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
한 부동산 관계자는 “학군 수요가 움직이는 12월 중순에는 전세시장이 더 크게 요동칠 우려가 있다”며 “그 때는 강북이 아닌 강남권 및 목동 인근에서 전셋값 오름세가 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른 전문가 역시 “재정비촉진지구 발표 등으로 이주 수요가 늘어날 경우 인근지역 전셋값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정부가 전셋값 상승 등에 대해 보완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북 4분기 전세난 더 심할듯
그런 가운데 강북지역의 4분기 전세난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서울지역 올 4분기 입주예정 아파트는 1만68가구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4분기(1만5,653가구)와 비교하면 무려 35.7%가 감소한 물량이다.
특히 한강 이북에서는 전년보다 45.8% 급감, 강북권을 중심으로 입주 물량 부족에 따른 전세난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한 부동산업체의 조사에 따르면 올 4분기 서울지역 입주예정 아파트는 한강 이남(6305가구)과 이북(3,763가구)을 합해 총 1만68가구인 것으로 집계됐다.
한강 이남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를 비롯 강동·강서·관악·구로·금천·동작·양천·영등포구 등 11개 구이며 한강 이북은 강북·광진·노원·도봉·동대문·마포·서대문·성동·성북·용산·은평·종로·중·중랑구 등 14개구다. 강북권에 입주할 아파트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대란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우려될 정도로 신규 입주 아파트를 찾아보기 힘들다.
한강 이북 지역 가운데 노원·도봉·서대문·용산·은평구에서는 새로 입주할 수 있는 아파트가 단 한 곳도 없다. 한 개 단지만 새로 집들이를 하는 곳도 상당수다.
종로구에서는 11월 인의동 주상복합아파트인 효성주얼리시티(298가구)만이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중랑구에도 같은 달 면목동 경남아너스빌(386가구)만이 집들이를 한다.
신규 입주할 수 있는 대단지도 적다. 한강 이북에서는 11월에 입주하는 성북구 길음동 래미안길음3차(977가구) 외에 500가구를 넘는 단지는 두 곳에 불과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입주 예정 아파트가 적어 올 4분기에도 서민들의 전세 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오피스텔이나 연립주택 등이 전세수요를 흡수하기에는 한계가 있는데다 아파트 입주물량 감소는 시장 수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4분기에는 수요자들이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만큼 입주 예정아파트가 적다"며 "이럴 경우 전셋값은 물론 집값도 자극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내년에도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새 아파트 주요 공급원인 재건축 재개발이 '꽁꽁' 묶여 있기 때문이다. 또한 뉴타운이나 재정비 촉진지구 사업도 신규 아파트를 내놓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것도 한 이유다.


연말까지 전국서 8만, 가구 입주
한편, 10월부터 연말까지 올해 4분기동안 전국적으로 아파트 8만 3,711가구가 입주한다. 전년 동기 입주 물량(10만 9,623)의 80%에도 미치지 않는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4분기에 서울 1만 217가구, 경기 2만 7,446가구, 인천 1,641가구 등 수도권 지역에서 모두 3만 9,304가구가 입주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5만 3,770가구가 입주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물량은 3,712가구다. 지난해 같은 기간(4,451가구)의 83% 수준이다. 오는 12월 송파구 잠실동에서 잠실주공 4단지를 재건축한 레이크팰리스(26∼50평형) 2,678가구가 대거 입주하는 것을 제외하면 100가구 미만의 소규모 단지가 많다. 레이크팰리스 34평형 전세는 3억 2,000만∼3억 7,000만원선이다.
강남구에서는 11월과 12월에 입주하는 대치동의 롯데캐슬리베와 삼성동의 채널리저브가 각각 144가구와 141가구로 100가구를 넘는다. 이밖에 논현동 한화 꿈에그린(11월·46가구), 대치동 삼환sogood(10월·37가구) 등 대부분 50가구 미만인 소형 단지다.
서초구 입주 단지들도 반포SK뷰(12월·63가구), 방배동 디오슈페리움Ⅰ(12월·80가구), 양재동 한솔로이젠트(12월·68가구) 등을 제외하면 모두 50가구 미만의 소규모 단지다.
전셋값이 많이 오른 성북구(1,236가구), 양천구(857가구), 마포구(831가구)에 입주 물량이 비교적 많다. 성북구 길음동에서는 길음 6구역 재개발로 지은 삼성래미안 977가구가 11월 입주한다. 지하철 4호선 길음역이 걸어서 5분 거리다. 23평형 전세는 1억 5,000만원, 31평형은 2억원(저층은 1억 8,000만원)선에서 시세가 형성되어 있다. 매매는 23평형은 3억 3,000만원, 31평형은 5억 3,000만원 정도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입주 3년차인 인근 래미안 1차 31평형 전세는 연초 1억 3000만원에서 최근 1억 8,000만원까지 올랐다.”면서 “전셋값이 오르는 가운데 새 아파트 효과까지 더해져 래미안 6차 전세는 입주할 때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천구에서는 다음달 목동 하이페리온Ⅱ 576가구가 입주한다. 전세는 37평형은 4억∼4억 5,000만원,43평형은 5억원이다. 인근 목동아파트 전세 35평형은 평균 3억∼3억 5,000만원선이다. 지하철 5호선 오목교역이 걸어서 5분 거리다.
마포구에는 이달 24일 입주하는 상암 4단지가 761가구로 대규모다.33평형은 2억 2,000만∼2억 5,000만원선이다.
경기 지역에서는 남양주시 와부읍 동부센트레빌(12월·1220가구)과 성남시 금광동 래미안금광(12월·1,098가구)이 매머드급 대단지로 꼽힌다.
화성에서는 모두 3,660가구가 입주한다. 화성 동탄 아이파크 748가구, 더 동탄 514가구, 다숲 캐슬 429가구는 12월 입주예정이다. 김포 고촌지구에서는 동부센트레빌 294가구(12월), 동일하이빌 220가구(10월)가 입주한다. 담합 아파트가 유독 많이 적발된 부천에서는 4분기에 모두 1,881가구가 입주한다.
지방에서는 5대 광역시 1만 7,380가구, 기타 지방 2만 7,027가구 등이 올해 4분기에 입주를 끝낼 예정이다.


내년 서민 전세자금 지원 2조 7,400억원
내년 국민주택기금의 서민 전세자금 지원이 대폭 확대된다. 건설교통부가 국회에 제출한 ‘2007년 국민주택기금 운용계 획’에 따르면 내년 서민 전세자금은 2조7,400억원으로 올해 1조6 100억원보다 1조1,300억원(70%)늘어난다. 보증금 5,000만원 이하의 무주택 가구주에게 최대 3500만원까지 지원하는 영세민 전세자 금을 6,000억원에서 8,400억원으로, 연소득 3,000만원 이하의 무주택 가구주에게 보증금의 70% 이내에서 최대 6,000만원까지 빌려주는 근로자·서민 전세자금을 1조원에서 1조9,000억원으로 각각 확대한다.
이 같은 전세자금 대출 확대는 최근 전셋값이 크게 오르면서 자금 수요가 늘어난데 따른 것이다. 대신 서민 주택구입자금 대출규모는 1년 시한으로 재도입된 생애 최초주택구입자금대출이 종료됨에 따라 올해 5조5,000억 원에서 1조7,000억원으로 감액됐다.
건교부 관계자는 “그러나 생애최초주택대출의 중단으로 2조원 가량의 자금 여유가 생길 것으로 보여 내달중 서민주택구입 수요, 대출조건 등을 검토, 서민 주택자금의 추가 지원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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