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시장 ‘한글 디자인’으로 승부 건다
9월 초, 프랑스 파리에서는 한글을 모티브로 한 패션쇼가 국내외 언론의 화제를 이끌었다. 패션 박람회 '후즈 넥스트'(Who's Next)에서 국내 디자이너 이상봉과 전시회 주최 측이 함께 기획한 '한글 패션 전시회'가 열린 것. 한글의 독창성과 개성이 이제는 패션쪽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더불어 디자이너들의 한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해외에서도 한글이 패션의 아이템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1994년부터 파리에서 개최되어 온 후즈 넥스트는 전 세계 40여 개국, 1천여 개의 브랜드와 디자이너가 참여하는 패션 전시회로 올해는 한불 수교 1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한글 패션 전시회를 특별전으로 마련했다. 이상봉은 2월 파리 프레타 포르테 컬렉션 패션쇼에서 한글을 모티브로 한 의상을 선보여 현지 언론과 바이어들의 호평을 받은 디자이너.
이씨는 작년 11월 후즈 넥스트 마케팅 이사 파트리시아 르라(Patricia Lerat)로부터 "한글은 한국 최고의 문화유산으로 다른 어떤 동양 문화보다 독창적"이라는 말을 듣고 한글을 옷에 새겨 넣기로 한 결심을 확고히 했다고 한다.
이 전시회에서는 이 씨와 프랑스 디자이너들의 공동 작업으로 탄생한 한글 의상들이 전시되었다. 이씨가 서예가 국당 조성주 씨의 한글 서체를 활용해 원단을 디자인했으며 이씨와 함께 프랑스 디자이너 43명이 이 원단으로 디자인한 의상과 액세서리들을 선보였다.
원단에는 천상병 시인의 '귀천'과 1998년 경북 안동의 한 무덤에서 발견된 450년 전 '원이 엄마의 편지' 속 글귀가 새겨졌다. '원이 엄마의 편지'는 서른 한 살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남편을 그리는 절절한 아내의 마음이 담겨 있는 편지로서 이를 모티브로 국악가요, 소설, 연극, 무용 등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상봉 측은 "이 전시회를 통해 한국과 한글, 프랑스 패션 디자이너가 만나 국적과 시대를 초월한 한글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고 설명했다.
“한글은 우수한 문자” 극찬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 지 올해로 560돌이 된다. 요즘 해외에서는 한글에 대한 평가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독일의 언어학자 베르너 사세는 지난해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 559돌 한글날 기념 ‘한글 문화정보화 포럼’에서 “서양이 20세기에야 이룩한 음운이론을 세종은 5세기나 앞서 체계화하였으며 한글은 전통철학과 과학이론이 결합한 세계 최고의 글자”라고 극찬했다.
유네스코는 1989년 세종대왕상을 만들었다. 이 상은 세계 각국에서 문맹퇴치 사업에 가장 많은 공을 세운 개인이나 단체에 주어진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어 문맹을 퇴치한 업적을 국제사회가 인정한 것이다. 1997년에는 유네스코가 훈민정음을 세계기록 문화유산으로 지정하였다. 소설 ‘대지’의 작가인 펄벅은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단순하면서 훌륭한 글자”라고 극찬했다.
최근 들어서는 한류 열풍으로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부산대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공부 중인 재일동포 이우희(20)씨는 “한국어를 같이 배우는 외국인 친구 중에 한류 열풍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늘어 한국어를 배우러 온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연예인에게 편지 한 통을 보내기 위해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사람도 많고 한국에 와서 공부하는 것이 희망인 외국인도 적지 않다.
한글은 패션과 디자인의 좋은 소재로도 각광 받고 있다. 지난 9월 1일 프랑스 파리에서 한글을 주제로 한 패션 전시회가 바로 그것. 행사 기획자인 패트리시아 르하는 “한글 디자인은 섬세하고 낭만적”이라고 말했다. 또한 인터넷에서 한글이 적힌 의상을 입은 외국인의 사진이 자주 화제를 모으고 있으며 올해 6월에는 한샘닷컴이 주최하는 ‘한글티셔츠 디자인 공모전’에서 참가자들이 한글의 미적 우수성을 한껏 과시했다. 바야흐로 한글 디자인의 우수성이 세계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한글은 정보화 시대에도 적합한 언어다. 한글은 소리 나는 대로 적을 수 있어 배우기도 쉽고 발음기관 및 발음작용을 본떠서 만든 글자로 과학적이다. 대한민국이 세계 최저 수준의 문맹률을 기록하는 것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한글은 음소문자(음소 단위의 음을 표기하는 문자)여서 낱소리글자(음소, 영어의 알파벳과 한글의 자모)의 조합으로 말을 표현하기 때문에 경제적이다. 한글의 경우 자음 10개, 모음 14개이다. 된소리, 이중모음을 합쳐도 40개로 수천 개의 말을 표현할 수 있다.
반면 일본어와 중국어는 음절문자로 언어의 최소 단위가 하나의 뜻을 가진다. 일본어는 40개의 문자로 200여개의 음절밖에 만들어내지 못하며 중국어의 경우는 5만자 이상의 문자를 가지고 있지만 표현할 수 있는 음절은 상당히 제약돼 있다.
중국이 외국 문화가 들어오면서 ‘카드 카()’ 등 글자를 새롭게 만들어 내는 것도 이와 같은 연유에서다. 국립국어원 이현주 연구사는 “정보화 시대에 한글이 중국어, 일본어보다 경쟁력을 가진다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영어가 현재 국제어로서 위상을 떨치고 있는 이유도 음소문자라는 점이다. 영어는 26개의 알파벳으로 모든 단어가 구성된다.
하지만 한글은 영어와 달리 소리 나는 대로 글자를 쓸 수 있다. 한글은 일음일자(一音一字)의 원칙을 지켜서 만들었기 때문에 한 글자가 한 가지 발음으로 읽혀진다. 한 국문학과 교수는 “한글은 인공지능과 같은 미래형 지식처리에서 단순한 음소문자보다 유리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한글, 패션과 디자인의 좋은 소재
한편, 세계적인 찬사를 이끌어냈던 해외 한글 패션쇼의 전 과정이 방송을 통해 공개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 방송국은 한글날 특집 다큐멘터리 ‘한글 달빛 위를 걷다’에서 한글 미학의 우수성을 전했다.
방송은 지난 2월 파리 프레타 포르테 컬렉션에서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디자이너 이상봉과 유럽 디자이너 45명이 9월 프레미에르 클라쓰(세계 최대 패션 액션서리 전시회)에서 ‘한글 특별전’을 준비하는 6개월간의 과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를 통해 과학적이고 창의적인 창제원리와 조형미를 가진 한글의 아름다움을 여과 없이 전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해외 디자이너들이 한글의 원형에 집착했다는 점. 프로그램을 연출한 정회욱 PD는 “애초 한국에서 가져간 원단은 흘림체였는데 유럽 디자이너들은 오히려 훈민정음체에서 나오는 원형적인 디자인을 선호했다”며 “한글 원형에 대해 세련되고 심플하다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전했다.
방송에선 한글 서체가 일본에서 역수입됐다는 충격적인 사실도 전한다. 정 PD에 따르면 한글 서체 중 명조체와 고딕체는 일본의 유명한 폰트 제작사 모리자와사에 의해 개발됐다. 당시 만든 서체는 국내 전문가들로부터 찬사를 받을 정도로 뛰어났다는 것.
정 PD는 “모리자와사가 한국인을 데려다 50년대 최초로 고딕, 명조 같은 한글 서체를 개발했고 70년대 국내로 역수출됐다”며 “당시 서체가 국내 신문, 잡지, 교과서까지 사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행히 최근 우수한 디자이너들이 한글 서체 개발에 앞 다퉈 나서고 있다. 최근 10년 간 개발된 디지털 서체는 무려 1,000여종에 이른다.
한편, 지난 10월 9일 한글날을 맞아 우리말로 디자인된 다양한 의상을 만나볼 수 있는 이색적인 자리가 마련되었다. 한글문화연대와 디자인 대학 한글꼴 연구 동아리 연합회 한울은 560돌 한글날을 맞아 '한글무늬 옷 나눔 마당' 행사를 마련했다. 10월 9일과 14일에 걸쳐 개최되는 이번 '옷 나눔 마당' 행사는 14년 만에 국경일로 지정된 뜻 깊은 올해 한글날을 맞아 한글무늬가 디자인된 의상들을 통해 경제적, 디자인적 가치가 있는 상품으로서의 한글을 개발하고 실용성과 아름다움을 널리 알린다는 취지로 마련되었다.
이날 '옷 나눔 마당' 행사에서는 톡톡 튀는 디자인의 다양한 한글무늬 옷이 전시되는 것은 물론, 즉석에서 도안을 나눠주며 시민들이 직접 티셔츠에 무늬를 찍어 보는 시간도 마련되어 온 가족이 참여할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 되었다는 평가.
이로써 이번 '옷 나눔 마당' 행사는 영문 티셔츠가 판을 치는 요즘, 아름다운 우리말이 새겨진 옷을 통해 한글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는 뜻 깊은 기회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글디자인을 넘어서 국내 섬유·패션 제조 기업이 한류를 등에 업고 일본과 중국시장 공략에 본격 나선다.
KOTRA(사장 홍기화)는 10월 16일부터 20일까지 나흘간 서울과 대구시, 경북도 등의 후원으로 일본 오사카와 중국 청두(成都)에서 '한류 섬유·패션 아시아 로드쇼'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는 동대문 패션클러스터 입주기업 11개사와 대구·경북지역 원단기업 12개사가 참여하며 수출상담회와 패션쇼, 시장설명회도 함께 열렸다.
10월 17일 일본 오사카에서 개최되는 행사에는 일본 대형 여성복 전문회사인 타끼사다사와 섬유소재 아웃소싱 전문기업인 마루베니 등 약 100여 개사 바이어가 참석, 상담을 가질 예정이다. 중국 청두에서는 중국 내 명품 의류 브랜드로 자리 잡은 ‘사천기달실업유한책임공사(四川琪達實業有限責任公)’ 등 150개사가 우리 기업들과 심도 있는 협상으로 국산 섬유패션의 진출기반을 다졌다.
KOTRA는 전시상담회 뿐 아니라 갖가지 다채로운 부대행사도 계획하고 있다. 일본 오사카지역의 대표 섬유·의류기업 및 관련 기관 인사와 국내업체간의 ‘네트워킹 리셉션’, ‘청두 의류시장 및 진출전략 설명회’, ‘Floor Fashion Show' 등이 부대행사로 개최된다.
KOTRA 생활소비재산업 관계자는 “이번 행사는 일본과 중국의 대형 섬유패션 구매선을 공략하는데 있으며, 문화영역에 치중해 있는 한류 바람을 패션이라는 고부가가치 소비재 영역에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아시아 로드쇼 이외에도 파리, 밀라노, 뉴욕, LA 등 패션 선진지역을 섬유패션벨트로 묶어서 집중 공략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대구, 패션관광 명소로 각광
대구시가 내놓은 테마관광상품인 ‘대구패션뷰티투어’가 첫 결실을 맺었다. 대구시와 대경대학은 “지난 9월 국내 인바운드(외국 관광객 유치) 여행 업체를 대상으로 홍보설명회를 개최한 이후, 인도네시아 관광객 450여명이 대구를 찾기로 예약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상류층들로 구성된 패션뷰티투어 관광객들은 22일 25명, 26일 67명, 12월쯤에 358여명이 대구를 찾을 예정이다. 이들은 1박2일 일정으로 대경대학에서 메이크업 체험, 최신 유행의 컬러링, 헤어케어와 트리트먼트 체험, 모델워킹, 포토포즈 강습, 패션쇼장에서의 패션모델 워킹 체험 등을 하게 된다. 이와 함께 체험의 모든 과정을 동영상 및 사진으로 제작해 참가자가 원할 경우 옵션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또 동화사 등 대구의 명소를 구경하고 동구 미대동 구암마을에서 농촌체험, 동성로에서 쇼핑 등도 하게 된다.
대구시와 대경대학 측은 “이번 인도네시아 단체관광객을 성공적으로 유치하고 다음달 중순쯤 에는 일본 언론인 및 여행사 초청 홍보설명회를, 12월에는 직접 일본의 주요 도시에서 순회 홍보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9월 초, 프랑스 파리에서는 한글을 모티브로 한 패션쇼가 국내외 언론의 화제를 이끌었다. 패션 박람회 '후즈 넥스트'(Who's Next)에서 국내 디자이너 이상봉과 전시회 주최 측이 함께 기획한 '한글 패션 전시회'가 열린 것. 한글의 독창성과 개성이 이제는 패션쪽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더불어 디자이너들의 한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해외에서도 한글이 패션의 아이템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1994년부터 파리에서 개최되어 온 후즈 넥스트는 전 세계 40여 개국, 1천여 개의 브랜드와 디자이너가 참여하는 패션 전시회로 올해는 한불 수교 1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한글 패션 전시회를 특별전으로 마련했다. 이상봉은 2월 파리 프레타 포르테 컬렉션 패션쇼에서 한글을 모티브로 한 의상을 선보여 현지 언론과 바이어들의 호평을 받은 디자이너.
이씨는 작년 11월 후즈 넥스트 마케팅 이사 파트리시아 르라(Patricia Lerat)로부터 "한글은 한국 최고의 문화유산으로 다른 어떤 동양 문화보다 독창적"이라는 말을 듣고 한글을 옷에 새겨 넣기로 한 결심을 확고히 했다고 한다.
이 전시회에서는 이 씨와 프랑스 디자이너들의 공동 작업으로 탄생한 한글 의상들이 전시되었다. 이씨가 서예가 국당 조성주 씨의 한글 서체를 활용해 원단을 디자인했으며 이씨와 함께 프랑스 디자이너 43명이 이 원단으로 디자인한 의상과 액세서리들을 선보였다.
원단에는 천상병 시인의 '귀천'과 1998년 경북 안동의 한 무덤에서 발견된 450년 전 '원이 엄마의 편지' 속 글귀가 새겨졌다. '원이 엄마의 편지'는 서른 한 살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남편을 그리는 절절한 아내의 마음이 담겨 있는 편지로서 이를 모티브로 국악가요, 소설, 연극, 무용 등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상봉 측은 "이 전시회를 통해 한국과 한글, 프랑스 패션 디자이너가 만나 국적과 시대를 초월한 한글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고 설명했다.
“한글은 우수한 문자” 극찬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 지 올해로 560돌이 된다. 요즘 해외에서는 한글에 대한 평가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독일의 언어학자 베르너 사세는 지난해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 559돌 한글날 기념 ‘한글 문화정보화 포럼’에서 “서양이 20세기에야 이룩한 음운이론을 세종은 5세기나 앞서 체계화하였으며 한글은 전통철학과 과학이론이 결합한 세계 최고의 글자”라고 극찬했다.
유네스코는 1989년 세종대왕상을 만들었다. 이 상은 세계 각국에서 문맹퇴치 사업에 가장 많은 공을 세운 개인이나 단체에 주어진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어 문맹을 퇴치한 업적을 국제사회가 인정한 것이다. 1997년에는 유네스코가 훈민정음을 세계기록 문화유산으로 지정하였다. 소설 ‘대지’의 작가인 펄벅은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단순하면서 훌륭한 글자”라고 극찬했다.
최근 들어서는 한류 열풍으로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부산대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공부 중인 재일동포 이우희(20)씨는 “한국어를 같이 배우는 외국인 친구 중에 한류 열풍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늘어 한국어를 배우러 온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연예인에게 편지 한 통을 보내기 위해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사람도 많고 한국에 와서 공부하는 것이 희망인 외국인도 적지 않다.
한글은 패션과 디자인의 좋은 소재로도 각광 받고 있다. 지난 9월 1일 프랑스 파리에서 한글을 주제로 한 패션 전시회가 바로 그것. 행사 기획자인 패트리시아 르하는 “한글 디자인은 섬세하고 낭만적”이라고 말했다. 또한 인터넷에서 한글이 적힌 의상을 입은 외국인의 사진이 자주 화제를 모으고 있으며 올해 6월에는 한샘닷컴이 주최하는 ‘한글티셔츠 디자인 공모전’에서 참가자들이 한글의 미적 우수성을 한껏 과시했다. 바야흐로 한글 디자인의 우수성이 세계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한글은 정보화 시대에도 적합한 언어다. 한글은 소리 나는 대로 적을 수 있어 배우기도 쉽고 발음기관 및 발음작용을 본떠서 만든 글자로 과학적이다. 대한민국이 세계 최저 수준의 문맹률을 기록하는 것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한글은 음소문자(음소 단위의 음을 표기하는 문자)여서 낱소리글자(음소, 영어의 알파벳과 한글의 자모)의 조합으로 말을 표현하기 때문에 경제적이다. 한글의 경우 자음 10개, 모음 14개이다. 된소리, 이중모음을 합쳐도 40개로 수천 개의 말을 표현할 수 있다.
반면 일본어와 중국어는 음절문자로 언어의 최소 단위가 하나의 뜻을 가진다. 일본어는 40개의 문자로 200여개의 음절밖에 만들어내지 못하며 중국어의 경우는 5만자 이상의 문자를 가지고 있지만 표현할 수 있는 음절은 상당히 제약돼 있다.
중국이 외국 문화가 들어오면서 ‘카드 카()’ 등 글자를 새롭게 만들어 내는 것도 이와 같은 연유에서다. 국립국어원 이현주 연구사는 “정보화 시대에 한글이 중국어, 일본어보다 경쟁력을 가진다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영어가 현재 국제어로서 위상을 떨치고 있는 이유도 음소문자라는 점이다. 영어는 26개의 알파벳으로 모든 단어가 구성된다.
하지만 한글은 영어와 달리 소리 나는 대로 글자를 쓸 수 있다. 한글은 일음일자(一音一字)의 원칙을 지켜서 만들었기 때문에 한 글자가 한 가지 발음으로 읽혀진다. 한 국문학과 교수는 “한글은 인공지능과 같은 미래형 지식처리에서 단순한 음소문자보다 유리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한글, 패션과 디자인의 좋은 소재
한편, 세계적인 찬사를 이끌어냈던 해외 한글 패션쇼의 전 과정이 방송을 통해 공개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 방송국은 한글날 특집 다큐멘터리 ‘한글 달빛 위를 걷다’에서 한글 미학의 우수성을 전했다.
방송은 지난 2월 파리 프레타 포르테 컬렉션에서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디자이너 이상봉과 유럽 디자이너 45명이 9월 프레미에르 클라쓰(세계 최대 패션 액션서리 전시회)에서 ‘한글 특별전’을 준비하는 6개월간의 과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를 통해 과학적이고 창의적인 창제원리와 조형미를 가진 한글의 아름다움을 여과 없이 전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해외 디자이너들이 한글의 원형에 집착했다는 점. 프로그램을 연출한 정회욱 PD는 “애초 한국에서 가져간 원단은 흘림체였는데 유럽 디자이너들은 오히려 훈민정음체에서 나오는 원형적인 디자인을 선호했다”며 “한글 원형에 대해 세련되고 심플하다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전했다.
방송에선 한글 서체가 일본에서 역수입됐다는 충격적인 사실도 전한다. 정 PD에 따르면 한글 서체 중 명조체와 고딕체는 일본의 유명한 폰트 제작사 모리자와사에 의해 개발됐다. 당시 만든 서체는 국내 전문가들로부터 찬사를 받을 정도로 뛰어났다는 것.
정 PD는 “모리자와사가 한국인을 데려다 50년대 최초로 고딕, 명조 같은 한글 서체를 개발했고 70년대 국내로 역수출됐다”며 “당시 서체가 국내 신문, 잡지, 교과서까지 사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행히 최근 우수한 디자이너들이 한글 서체 개발에 앞 다퉈 나서고 있다. 최근 10년 간 개발된 디지털 서체는 무려 1,000여종에 이른다.
한편, 지난 10월 9일 한글날을 맞아 우리말로 디자인된 다양한 의상을 만나볼 수 있는 이색적인 자리가 마련되었다. 한글문화연대와 디자인 대학 한글꼴 연구 동아리 연합회 한울은 560돌 한글날을 맞아 '한글무늬 옷 나눔 마당' 행사를 마련했다. 10월 9일과 14일에 걸쳐 개최되는 이번 '옷 나눔 마당' 행사는 14년 만에 국경일로 지정된 뜻 깊은 올해 한글날을 맞아 한글무늬가 디자인된 의상들을 통해 경제적, 디자인적 가치가 있는 상품으로서의 한글을 개발하고 실용성과 아름다움을 널리 알린다는 취지로 마련되었다.
이날 '옷 나눔 마당' 행사에서는 톡톡 튀는 디자인의 다양한 한글무늬 옷이 전시되는 것은 물론, 즉석에서 도안을 나눠주며 시민들이 직접 티셔츠에 무늬를 찍어 보는 시간도 마련되어 온 가족이 참여할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 되었다는 평가.
이로써 이번 '옷 나눔 마당' 행사는 영문 티셔츠가 판을 치는 요즘, 아름다운 우리말이 새겨진 옷을 통해 한글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는 뜻 깊은 기회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글디자인을 넘어서 국내 섬유·패션 제조 기업이 한류를 등에 업고 일본과 중국시장 공략에 본격 나선다.
KOTRA(사장 홍기화)는 10월 16일부터 20일까지 나흘간 서울과 대구시, 경북도 등의 후원으로 일본 오사카와 중국 청두(成都)에서 '한류 섬유·패션 아시아 로드쇼'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는 동대문 패션클러스터 입주기업 11개사와 대구·경북지역 원단기업 12개사가 참여하며 수출상담회와 패션쇼, 시장설명회도 함께 열렸다.
10월 17일 일본 오사카에서 개최되는 행사에는 일본 대형 여성복 전문회사인 타끼사다사와 섬유소재 아웃소싱 전문기업인 마루베니 등 약 100여 개사 바이어가 참석, 상담을 가질 예정이다. 중국 청두에서는 중국 내 명품 의류 브랜드로 자리 잡은 ‘사천기달실업유한책임공사(四川琪達實業有限責任公)’ 등 150개사가 우리 기업들과 심도 있는 협상으로 국산 섬유패션의 진출기반을 다졌다.
KOTRA는 전시상담회 뿐 아니라 갖가지 다채로운 부대행사도 계획하고 있다. 일본 오사카지역의 대표 섬유·의류기업 및 관련 기관 인사와 국내업체간의 ‘네트워킹 리셉션’, ‘청두 의류시장 및 진출전략 설명회’, ‘Floor Fashion Show' 등이 부대행사로 개최된다.
KOTRA 생활소비재산업 관계자는 “이번 행사는 일본과 중국의 대형 섬유패션 구매선을 공략하는데 있으며, 문화영역에 치중해 있는 한류 바람을 패션이라는 고부가가치 소비재 영역에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아시아 로드쇼 이외에도 파리, 밀라노, 뉴욕, LA 등 패션 선진지역을 섬유패션벨트로 묶어서 집중 공략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대구, 패션관광 명소로 각광
대구시가 내놓은 테마관광상품인 ‘대구패션뷰티투어’가 첫 결실을 맺었다. 대구시와 대경대학은 “지난 9월 국내 인바운드(외국 관광객 유치) 여행 업체를 대상으로 홍보설명회를 개최한 이후, 인도네시아 관광객 450여명이 대구를 찾기로 예약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상류층들로 구성된 패션뷰티투어 관광객들은 22일 25명, 26일 67명, 12월쯤에 358여명이 대구를 찾을 예정이다. 이들은 1박2일 일정으로 대경대학에서 메이크업 체험, 최신 유행의 컬러링, 헤어케어와 트리트먼트 체험, 모델워킹, 포토포즈 강습, 패션쇼장에서의 패션모델 워킹 체험 등을 하게 된다. 이와 함께 체험의 모든 과정을 동영상 및 사진으로 제작해 참가자가 원할 경우 옵션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또 동화사 등 대구의 명소를 구경하고 동구 미대동 구암마을에서 농촌체험, 동성로에서 쇼핑 등도 하게 된다.
대구시와 대경대학 측은 “이번 인도네시아 단체관광객을 성공적으로 유치하고 다음달 중순쯤 에는 일본 언론인 및 여행사 초청 홍보설명회를, 12월에는 직접 일본의 주요 도시에서 순회 홍보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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