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 갈수록 낮아져, 겨울 대책 필요
기상이변으로 10월까지도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지만 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추운 기운이 돌고 있다. 그러나 그 따뜻한 날씨 속에서도 추위에 떨면서 고생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은 사람들의 관심 밖인 게 사실이다. 올해 수해로 인해 큰 피해를 입고 아직까지 컨테이너 생활을 하는 수해이재민들이나 매년 겨울 거리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노숙자들은 벌써부터 다가오는 겨울로 인해 두려움에 떨어야만 한다.
지난 7월 강원도 인제와 평창을 초토화시킨 집중호우로 집을 잃고 3남매와 컨테이너에서 생활하는 김모(35)씨는 올 추석이 그냥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세 자녀를 둔 화목한 가정이 하루아침에 가장을 잃고 살아갈 날을 걱정해야 하는 힘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불편한 컨테이너 생활도 마음을 아프게 하지만 더욱 가슴을 쓰리게 하는 것은 수해 때 실종된 사랑하는 남편의 생사를 눈으로 확인하지 못한 것. 김씨의 남편 이모(45)씨는 수마에 휩쓸려 떠내려간 뒤 아직까지 시신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추석전 오전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덕산리. 수출입 항구도 아닌 가리산 자락에 컨테이너 밀집촌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에서는 지난 7월 집중호우로 집을 잃은 수재민들이 두 달 넘게 고달픈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수마가 집중적으로 할퀴고 간 인제군과 평창군에는 300여동의 컨테이너가 설치돼 있다.
컨테이너 밀집촌에는 추석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아침, 저녁으로 한계령 줄기에서 불어오는 찬 바람만큼이나 분위기가 착 가라앉아 있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추석을 앞둔 풍요롭고 들뜬 명절 분위기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서울에서 시집와 자식 셋 낳고 살던 평범한 시골 주부였던 김씨는 지난 여름 남편을 수마에 빼앗겨 버렸다. 실종된 남편을 찾기 위해 집 앞 하천 등지를 실성한 사람처럼 뒤지고 다녔지만 허사였다.
김씨는 두 달이 지난 추석 전 남편의 유품을 모아 뒤늦은 장례를 치렀다. 이씨의 시신을 찾으면 편안하게 잠들게 하기 위해 가묘도 만들어 놓았다. 아이들이 아빠를 보고 싶다고 하면 가끔 남편의 묘를 찾는다.
이씨는 “추석명절이 반갑지는 않지만 시신도 찾지 못한 애 아빠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이틀 전에 제수용품을 사두었다”며 “추석날 아침 아이들과 함께 따뜻한 밥과 물 한 그릇 떠놓고 차례를 지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씨뿐 아니라 덕산리 이재민들은 추석을 지낼 생각을 하면 그저 가슴이 답답하다. 오곡백과가 풍성한 시기이지만 농경지가 흙과 자갈에 파묻힌 데다 송편을 빚을 쌀이 없어 읍내 시장에 나가 제수용품을 모두 사와야 할 형편이다.
컨테이너서 추석 보낸 이재민들
외지에 나가 있는 가족이 찾아오는 것도 예전처럼 반갑지 않다. 5평 남짓한 컨테이너에서 많은 식구들이 추석 연휴를 보내기란 애당초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차례를 자녀집에서 지내기로 한 이재민이 많다. 컨테이너 안에서 차례를 지낼 수 없어 아예 산소를 찾아 차례를 지내겠다는 이재민들도 있다. 이들에게는 추석도 추석이지만 다가올 겨울이 더 걱정이다. 곧 서리가 내리므로 더운 물이 나오지 않는 세면장을 이용하는 아이들과 노인들에게는 너무나 가혹하다.
한 이재민은 “정부의 이재민 대책은 꼭 한발 늦다”며 “아마 얼음이 얼기 시작해야 더운 물에 세수를 할 수 있을 거야”라고 꼬집었다.
강원 인제군 수재민들은 이번 추석맞이는 고사하고 올 겨울나기 걱정이 태산이다. 지난 7월 집중호우로 인해 인제지역에서는 주택 557채의 완파와 반파, 침수 등 피해를 입어 현재 200여 가구가 각 마을단위로 임시 거처 콘테이너 생활을 하고 있다.
벌써 한밤에 스며드는 한기에 수재민들은 겨울 이불을 챙기고 있다. 특히 집단이주지역인 덕산리, 가리산리, 한계2, 3리 등 4곳은 이제 대부분 집단이주 부지가 선정됨에 따라 군은 공사용역발주에 곧 들어갈 예정이어서 빠르면 오는 12월께 기반시설 조성에 들어간다.
본격적인 공사는 동절기가 지나야 가능할 것으로 예상돼 실제 입주 대상자들은 주택건축 등에 따른 입주여건 마련이 내년 여름 이후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한계2리 이재민들은 현재 콘테이너가 있는 부지가 이주지역으로 돼 있어 기반조성을 위해서는 또 한번 다른 곳에 임시 부지를 확보, 콘테이너를 옮겨야 된다.
평창군은 지난 7월 집단 이재민이 발생했던 진부면 하진부리 지역 수재민들을 위해 주택공사와 협의해 임대주택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공 강원지역본부는 우선 하진부리에 건립되다가 중단된 파라밸리 아파트를 인수해 25평형 이하의 장기임대 아파트를 완공,이르면 내년 겨울 이전에 입주를 마칠 계획이다.
파라밸리 아파트 매입의 경우 시공사와의 가격 협상과 함께 수년 동안 방치된 데 따른 구조물 안전진단 등이 필요하지만 이미 60% 가량 공정이 진행된 상태여서 임대아파트를 새로 짓는 것보다 1년이상 공급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건물 매입이 성사돼 장기임대 아파트로 공급할 경우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10만원으로 수재민들의 부담을 크게 낮춰주기로 했다. 또 인수 협상이 결렬되면 차선책으로 평창군과 협의해 200가구 규모로 택지를 조성, 수재민들을 집단 이주시키기로 했다. 이와 함께 용평면 속사리와 진부면 호명리, 영월군 남면 연당지역의 수해주민 집단이주사업도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인제군은 수재민 집단 이주와 관련, 단순한 집단이주보다 관광객들이 다시 찾을 수 있는 생계형 주거지역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군은 최근 수해마을 대표자와 간담회를 열고 집단이주는 농촌특성을 살린 테마형 택지를 조성키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주민들의 입장은 다소 다르다. 한계2리이장은 “이곳과 같은 바로 옆 하천부지에 이주지역을 조성, 농촌 실정에 맞는 주택단지를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의 부지조성(2,900여평)으로는 주거공간 이외에 앞으로 민박, 식당 등 꾸릴 수 있는 최소한의 가외적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이씨는 또 “일괄적인 이주 집단촌과 같은 형태로 묶여져서는 안되며 여기 실정에 맞는 여유로운 공간 속에 풍광 또한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계2리 이주대상자는 당초 24여가구중 14가구로 축소됐다. 한계3리도 20여가구중 10여 가구로 축소, 덕산리 20여 가구중 12가구 축소, 가리산리 20여 가구중 10여 가구 축소 등 총 84여가구중 40여 가구로 축소돼 이주하게 된다.
이같은 실정은 수재민 대부분이 이주에 따른 경제적 부담과 함께 농촌 현실성을 무시한 1가구 2주택에 묶여있어 이나마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주민들은 주장한다.
한 할머니는 “분가해 어렵게 목공예를 하고 있는 아들이 있지만 나홀로 살아 온지가 한평생인데 1가구 2주택이 무엇이냐”고 반문하며 갈 데도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다른 주민도 "이장도 주택 40여 평과 민박 2동 30여 평 등 총 70여 평이 유실돼 1억 5,000여만 원의 재산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이것도 1가구 2주택에 해당돼 정부의 입장은 보조 900만원과 위로금 500만원 정도"라고 한다. 이렇듯 수재민들은 이런 저런 걱정에 올 겨울 나기가 태산 같다.
열악한 쉼터, 노숙자 "차라리 거리로"
져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봄인 3월 14일에도 꽃샘추위에 공원 벤치에서 잠을 자던 노숙자가 동사 한 일이 있어 노숙자들의 관리에 대한 심각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거리를 배회하는 일명 ‘거리 노숙인’이 늘어나고 있다.
전국실직노숙인대책종교시민단체협의회(이하 전실노협)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추운겨울임에도 불구하고 거리 노숙인은 1,266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노숙인 쉼터에서 생활하는 노숙인은 3,334명으로 나타났다.
거리 노숙인은 2000년부터 2003년까지에는 동절기 기간에는 추운날씨를 피해 쉼터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거리로 나오는 인원이 줄어들었지만 2004년부터는 동절기 기간에도 쉼터를 벗어나 거리로 나오는 인원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전실노협 관계자는 “거리 노숙인은 일반적으로 4/4분기에는 줄어드는 추세이나 최근 몇 년간 오히려 4/4분기에 거리 노숙인이 많아지고 있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올 1월 기준으로 거리 노숙인은 1,031명이며 쉼터에서 생활하는 노숙인은 3,549명으로 나타났다.
쉼터에서 생활한 적이 있는 A 노숙인에게 쉼터란 밥을 주고 재워주는 곳일 뿐이다. 하지만 밥을 먹여 주고 잠을 잘 수 있게 해준다고 해서 이것저것 시키는 것이 많아 불편하기도 하고 갑갑한 곳에 갇혀서 있을 필요성을 못 느껴 거리로 다시 나왔다. 즉 자유가 없고 귀찮게 한다는 것.
현재 전국에는 101개의 쉼터가 마련돼 있다. 전실노협이 최근 노숙인 쉼터 74개소를 실태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쉼터는 다른 사회복지시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기준으로 쉼터는 무상임대가 36.5%, 자가가 23% 반면에, 전세(18.9%), 보증부 월세(18.9%), 무보증 월세(2.7%) 등 건물을 임대해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쉼터가 총 40.5%인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건물을 임대해 쉼터로 사용하는 쉼터의 경우는 51%가 보증금과 월 임대료를 운영기관 자체적으로 부담하고 있으며 정부의 전액지원이 31%, 일부지원이 17.2%였다.
이처럼 건물을 임대해 사용할 경우 임대차계약이 완료되면 새로운 장소를 찾아야 하는 등 점유의 안정성이 흔들리며 특히 쉼터운영이 관리위주로 운영되다 보니 입소자의 만족도가 떨어지고 관리가 어려운 노숙인을 퇴출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실노협 관계자는 “쉼터 운영자의 경우 사회복지사의 70%수준의 급여를 받고 있으며 입소자들에 비해 근무자의 인원이 소수에 불과하는 등 열악한 환경에서 많은 일들을 해야 하기 때문에 관리가 안 되는 사람을 퇴출시키는 곳도 더러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방의 20명 정원의 모 쉼터에서는 상담원 1명, 취사원 1명 등 총 2명으로 운영되고 있어 상담원의 경우 같이 노숙인과 생활하면서 일일이 취업문제, 개인문제, 현재상태 고민 등을 일일이 대처하기에는 불가능 하다는 것.
전실노협에 따르면 쉼터 시설장이 상근으로 종사하는 곳 56개소 중 정규적인 급여를 받는 곳은 20개소에 불과하며 상주하는 종사자 상당수가 24시간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즉 업무에 비해 미흡한 인력지원과 낮은 처우 그리고 과중한 업무로 쉼터에서 노숙인에게 체계적이며 질 좋은 서비스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오히려 노숙자들의 시설이 일반 사회복지시설과 비교시 형편없는 수준”이라고 개탄하기도 했다. 이처럼 노숙인들은 자신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신들을 관리만 하는 쉼터의 생활을 별로 달갑게 여기지 않는 것이다.
쉼터는 현재 포화상태
전국의 노숙인 쉼터 전체 평균 정원은 48명이나 평균적으로 42명이 입소해 있다. 정부에서 말하는 공실률 즉 더 입소할 수 있는 정원의 비율은 15~20%로 나타난다.
이와 관련해 쉼터 관계자들은 공간이나 설비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대충 눈짐작으로 이 정도의 시설은 몇 명까지 입소가 가능하다는 식으로 정원이 책정돼 있다며 현재 쉼터의 정원은 포화 상태라고 말한다. 즉 20명 정원인 시설에 실제로는 15명 정도가 생활하여야 불편함이 없고 잠잘 공간도 좁지 않다는 것.
이처럼 포화상태에 있는 노숙인 쉼터를 효율적으로 활용해 거리로 노숙인들을 내몰지 않으려면 정부차원의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먼저 쉼터 운영인력의 확보 및 복지를 개선해 실질적으로 노숙인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줘야 하며 노숙인의 특성별에 맞게 쉼터가 구분돼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즉 알콜중독증 노숙인 등 요양이 필요한 자, 치료가 필요한 자, 재활이 필요한 자, 자활이 필요한 자 등 4가지 특성별로 나눠 노숙인들을 관리해야 하는 쉼터의 전문화 및 특성화가 필요하다는 것.
덧붙여 열악한 쉼터시설에 대한 정부의 과감한 지원도 요구되고 있다.
특히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쉼터 퇴소 이후에 지원체계가 없어 자활 프로그램을 통해 1~2개월 일을 하다가도 다시 노숙인으로 되돌아오게 되는 악순환이 지속된다는 것이다.
노숙인들에게 정부가 마련해준 쉴 곳이 있지만 자신들 스스로가 거리로 나와 배회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처럼 열악한 환경을 조성해 놓고 그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꽤나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올겨울 이상기후 엘니뇨 온다"
기상청은 올 겨울 엘니뇨 현상이 발생해 전세계적으로 겨울철 기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상청은 "지난 5월 이후 적도 중태평양 지역의 해수면 온도가 0.5∼1.5도 높은 고수온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고수온 상태는 이번 겨울철 엘니뇨로 발달해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특히 엘니뇨의 영향으로 우리나라는 겨울철의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되며 기온의 변동 폭이 커지면서 이상기상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엘니뇨가 발생했던 1997∼1998년 겨울에는 전 세계적으로 인명, 재산피해가 속출해 유럽과 미국에서는 대설과 한파로 100여명이 숨졌고 인도에서는 폭염과 한파로 2천430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베트남에서 뎅기 열병으로 380여 명이 숨지고 약 24만 명이 감염됐으며 우리나라도 겨울철에 대설 등 이상기상으로 751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막대한 재산 피해가 났다고 기상청은 전했다.
기상청은 "엘니뇨현상은 우리나라의 겨울철 기상에 영향을 미치며 기상재해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므로 올 겨울철에는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