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대선 후보 선출과 관련해 “100% 완전 국민경선제를 실시하겠다”며 10월 초의 정국 분위기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2007년 대선을 1년 앞둔 지금, 오픈 프라이머리가 쟁점이 되는 것도 상당히 정치적이다.
언론과 논자들은 대부분 열린우리당의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의 정치적 이유를 1. 열린우리당의 지지율 하락세 속에서 대선 흥행을 위한 선택 2. 열린우리당을 대표하는 인물, 당선 가능한 대선 후보의 부재로 이야기한다. 보수 논객인 강화식 자유네티즌협의회 회장은 한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자체적인 후보를 내기도 어렵고, 후보 영입도 여의치 않은 열린우리당이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것이 오픈 프라이머리”라며 “그것으로 지난 2002년 때처럼 흥행을 올려볼까 생각해낸 일종의 꼼수”라고 악평했다.
어쨌든 열린우리당이 그 ‘흥행 몰이’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고, 일정 부분 기대치가 실현되고 있기도 하다. 고건 전 총리를 비롯해 열린우리당 안에는 없는 유력한 대선 주자들이 열린우리당의 오픈 프라이머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열린우리당이 오픈 프라이머리를 통해 지지율 10% 이하의 수세를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하고 조심스럽게 기대하는 시선도 생겼다.
100% 완전국민경선제?
오픈 프라이머리의 흥행 효과는 “100% 국민경선”이라는 말에서 비롯된다. 모든 국민들이 개방형 국민경선에 참여할 수 있기에 보다 민주적이고 선진화된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대한민국 법이 정하는 전체 유권자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 한 ‘100%’도 ‘국민’도 흥행을 위한 수사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무엇보다 열린우리당에게는 대한민국 모든 유권자를 자기 당의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권력도 권리도 가지고 있지 않다.
열린우리당이 붙인 100% 완전국민경선제라는 말에서는 ‘열린우리당 후보=대통령 당선자’라는 열린우리당의 욕망이 엿보인다. 100% 국민(유권자)이 투표를 해서 다수결로 당의 후보를 세웠다면, 본선인 대통령 선거는 거치나마나한 과정이 되는 게 이치에 맞다. 결국 ‘100% 완전국민경선’이란 현실 가능한 일이 아니며, 현실화된다고 하더라도 대권에서 다른 후보를 찍을 가능성이 있는 유권자의 정체성을 혼돈에 빠트리는 대형 사고일 뿐이다.
한국과 같은 현실에서 오픈 프라이머리는 정치적으로 이용돼 그 신뢰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는 “정당은 이념과 정책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결사체이고, 정당은 그들이 내세운 후보로서 선거에서 심판받는 것이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그런 점에서 정당의 고유한 기능을 저해하는 측면이 있다. 또한 미국의 몇몇 경우에는 보는 바와 같이 자기가 싫어하는 정당이 예비선거에 참여해서 약체후보에 투표하는 부작용도 있다”고 경고했다.
오픈 프라이머리의 적법성 논란
오픈 프라이머리를 먼저 도입한 미국에서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는 현재 위헌 소송에 걸려있다. 1996년에 캘리포니아주가 도입한 ‘블랭킷 프라이머리(Blanket Primary. 유권자가 여러 정당의 예비선거에 동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극단적인 개방형 예비선거)’가 2000년에 미 연방대법원에 의해 위헌 판결을 받으면서, ‘오픈 프라이머리’에 대한 위헌 소송도 제기돼 진행 중이다. 미 연방대법원은 ‘블랭킷 프라이머리’가 “정당에 보장된 헌법상 결사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한다”고 판결했다.
열린우리당의 오픈 프라이머리를 두고 선거법 57조 3의 1항 “당원과 당원이 아닌 자가 당내 경선에 참여할 수 있다”를 위반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열린우리당이 오픈 프라이머리를 ‘완전 국민경선제’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 과정에서 ‘당원’이라는 개념을 완전히 소멸시켰기 때문이다. 즉 열린우리당은 이번 대선 후보 선출 과정에서 당원이 참여하는지, 하지 않는지에 아무런 관심을 가지지 않는 말 그대로 무차별, 무작위 오픈 프라이머리를 실시한다. 당 스스로 당원으로서의 정체성도, 여하한의 기득권도 인정하지 않는 파격적인 방식이다.
선거법 57조 3의 1항의 ‘당원과’라는 부분을 위반한 게 아니냐는 시비가 일고 있고, 열린우리당은 선관위에 이와 관련한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위반이 확인되면 법 개정을 해서라도 오픈 프라이머리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상돈 교수는 이에 대해 “오픈 프라이머리를 택하면 본 선거에는 그 정당에 투표하지 않을 사람이 예비선거에 참가하는 모순점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정당은 어디까지나 당원의 모임이기 때문에 오픈 프라이머리를 하라고 법으로 규정하면 그것이 헌법에 보장하는 정치적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측면이 있어 위헌 논의가 일 수 있다”고 조심스레 경고했다.
그러나 위헌 시비, 혹은 선거법 위반 시비가 일어날 수 있는 경우는 어디까지나 한나라당이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를 도입하지 않았을 때 가능한 수다. 현재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권 후보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과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입장을 내비쳤고, 남경필, 원희룡 의원을 중심으로 한 당 소장파에서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모두가 오픈 프라이머리에 찬성할 경우, 법 또한 정치적 선택에 따라 해석되고 결정되기 마련이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크게 잃는 방법?
열린우리당의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은 평소에 기간당원제를 주장해왔던 열린우리당의 모습과도 배치된다. 기간당원제를 평소에 당의 근간 체제로 두고 특정한 선거 국면에 개방형 예비선거를 치루는 게 형식상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명목상 당원 늘리기에만 혈안이 됐던 각 당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당원으로서의 책임감을 강화하자는 취지의 기간당원제 도입 주장이 오픈 프라이머리와 함께 서있는 게 어색한 건 분명하다.
기간당원제 도입을 정치개혁의 과제로 적극적으로 주장했던 열린우리당 내 개혁세력인 참정연까지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에 찬성하고 나선 배경그림이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친노직계인 참정연까지 대선후보경선에서의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에 찬성하면서 법적인 제한이 없는 한 열린우리당의 오픈 프라이머리는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오픈 프라이머리 바람이 지난 5.31 지방선거 이후 형성된 열린우리당 몰락 대세론을 넘어서길 바라는 게 열린우리당의 간절한 바람이겠지만, 그 효과가 2002년 대선과 같을지도 미지수다.
어쨌든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을 보면서 열린우리당의 절박한 상황을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다. “이대로는 안된다”라는 건 대선을 앞둔 열린우리당을 지켜보는 안팎의 이견 없는 분석이다. 하지만 “모든 기득권을 버리겠다”는 선언 속에서 당원들의 권리마저 포기했고, 당의 정체성마저 포기하는 오픈 프라이머리를 위기 돌파용으로 도입하는 게 좋은 결과로만 다가올지가 미지수다.
정체성 파괴의 효과는 결코 일시적이지 않다는 건, 이미 2002년 대선 전 민주당의 예비선거를 통해서 확인했다. 민주당은 예비선거로 붐을 일으켜 이회창 바람을 무찌르고 역전승의 주역인 노무현 대통령을 만들어냈지만, 민주당은 그 여파로 2004년 총선 직전 내분 분위기에 휩싸이다가 총선 직후 소수 정당으로 몰락했다. 정체성의 위기가 수년 후 각각의 정체성 차이로 인한 당의 분열로 현실화됐던 것이다.
한나라당은 뒤숭숭
열린우리당이 차기 대통령 선거 후보 선출 방식을 일반 국민들이 참여하는 ‘완전국민경선제’로 확정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국민을 현혹시키고 있다”며 평가절하하면서도 완전 국민경선제 도입여부를 놓고 내부 갈등을 겪고 있다.
여당이 확정한 경선방식은 당내외 후보자들을 상대로 전국을 순회하며 일반 국민들이 전자 투표를 통해 직접 경선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내년 4월 중순쯤 한달 정도의 기간에 후보 경선을 실시하면 적어도 200만명 이상의 당원과 국민들이 참여할 것으로 여당은 내다봤다.
다만 여론조사 결과와 지역별 인구 편차에 따른 가중치 적용 문제 등은 실무팀 논의를 거쳐 이번달 말까지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선 비용과 관련해 정치자금법 개정은 논의하지 않고, 당원 배제와 옥외 선거 문제 등을 놓고 선거법 개정이 논의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경선제를 놓고 내부 논란이 일었던 한나라당의 반응은 싸늘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지금은 민생국회에 전념해야 할 때라며 여당을 깎아내렸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여당이 벌써부터 오픈프라이머리를 하겠다며 국민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판을 흔들어서 재미를 본 수법들이 재등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는 완전 국민경선제 논란이 당내에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내부 단속에 무게를 둔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오픈프라이머리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강재섭 대표와 도입을 주장하는 소장파 의원들 간 갈등에 이어 대선 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한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 시장 사이에서도 후보 선출 방식을 놓고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어 국민경선제를 둘러싼 내부 논란은 다시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학력사항 날조한 의원 무더기 ‘당선무효형’
지난 5·31 지방선거에서 학력사항을 속였다가 적발된 현직 의원들에게 ‘당선무효형’이 잇따라 선고됐다. 대전지법 제4형사부(재판장 박광근 부장판사)는 지방선거에 출마해 유권자들에게 허위학력이 기재된 명함을 돌린 혐의로 기소된 충남 금산군의회 A의원(50)에 대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A씨는 초등학교 졸업의 학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정규대학원까지 수료한 것처럼 명함에 학력사항을 허위기재해 유권자들에게 배포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특히 A씨의 부인도 선거법위반으로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점을 감안할 때 한 순간의 실수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앞서 9월 29일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강일원 부장판사)는 공천서류에 허위학력을 기재한 혐의로 기소돼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충남 논산시의회 B의원(67·여)과 유권자들에게 허위학력을 기재한 명함을 돌린 대전 중구의회 C의원(45)에 대한 항소심 공판에서 원심대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B의원은 대학교 1학년을 마치고 학업을 중단했는데도 공천서류에 대학을 졸업한 것처럼 허위 기재하고 동명이인의 졸업증명서를 발급받아 제출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더구나 B의원의 경우 허위학력이 기재된 선거공보물 5만5,000부를 유권자들에게 배포, 허위사실을 선거에 이용하려 한 점을 볼 때 상당부분 고의성이 인정된다”고 선고이유를 밝혔다.
대전지법 관계자는 “학력사항은 유권자들이 출마자들의 자질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라며 “특히 허위학력을 기재하는 행위는 높은 자질과 능력을 가진 다른 출마자들의 당선을 방해, 궁극적으로 국민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인 만큼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