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맛을 내는 자연 숙성 양념, 즉석시래기된장국 개발
어릴 적, 집에 손님이 오면 어머니는 뚝딱 한 상을 차려 냈다. 어머니는 산간지역에서는 흔하지 않던 젓갈류와 장아찌도 곧잘 담갔다. 제철 식재료도 오래 먹을 수 있도록 숙성간장으로 맛을 냈다. 어린 마음에도 솜씨 좋은 어머니가 참 신기했다. 그리고 어머니의 손맛은 그녀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했다. 그것을 그대로 물려받은 고광자 대표가 고결한 손맛으로 우리의 전통음식을 이어가고 있다.

고광자 대표는 2009년부터 지리산 자락에서 살고 싶다는 꿈을 품었다. 그 산자락에서 어머니의 손맛을 살려 맛깔스러운 음식을 만들어내고 싶었다. 그리고 그녀는 차근차근 그 꿈을 이뤄가고 있다.
“40대를 넘기며 나이가 들어서도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해봤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은 ‘음식’ 하나였다. 그래서 ‘고광자의 하늘모퉁이(이하 하늘모퉁이)’를 창립하게 됐다.”
하늘모퉁이는 우리의 전통음식을 복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현대화, 퓨전화, 테마화, 글로벌화 시켜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건강한 먹거리와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하는 한식문화기업’이 바로 고 대표가 정의하는 하늘모퉁이다.
“손길 가지 않으면 氣가 전해지지 않는다”

하늘모퉁이는 전통식품인 숙성된장, 숙성고추장, 숙성간장, ‘생생’ 멸치액과 산야초발효액, 즉석시래기된장국 ‘생생’ 등을 만들고 있다. 이 제품들은 모두 자연의 기운을 받으며 얻어진 재료로 만든다.
“자연 숙성 양념은 음식에 깊은 맛을 낸다. 그래서 제철음식은 몸의 기운을 북돋게 해 보약이 된다. 숙성간장은 음식 재료들 사이에서 균형과 조화를 이루고 햇볕, 흙, 습도, 물, 바람, 공기에서 얻어진 양분으로 만든 숙성된장 역시 마찬가지다. 고기양념으로 사용하는 산야초발효액과 ‘생생’ 멸치액젓은 지풍골 골짜기 소나무 숲에서 숙성한 천연양념이다.”
제품들은 모두 2년 이상 숙성 발효시킨다. 모든 제품이 수작업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많이 만들 수도 없다. 게다가 고 대표가 직접 농사를 짓는 것이 아니라 동네 어르신들이 짓는 콩과 고추로 고추장, 된장국을 만들다보니 양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녀가 번거로운 수작업을 고집하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주인의 손길이 가지 못한 제품들은 주인의 기(氣)가 전해지지 않는다는 아주 단순한 신념 때문이다. 그렇지 못한 음식은 좋은 식품이 될 수 없다는 게 그녀 생각이다.
“좋은 음식이란 자연에서 얻어진 재료로 정성껏 만들고 만든 이의 마음이 깃든 음식이다. 기분이 좋지 않은 날에는 음식을 만들지 말라는 말도 있지 않는가. 좋은 음식은 식재료에서 나오지만 손끝은 좋은 기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고 대표는 고객이 제품을 주문하면 먼저 적은 양의 샘플을 보내준다. 되도록 직접 와서 맛보는 것을 권유하는 편이지만 맛을 본 후에 고객에게 다시 한 번 결정권을 주는 셈이다. 한 번은 직접 구매하러 온 고객을 돌려보낸 적도 있다. 맛을 보기도 전에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알아챘기 때문이다. “죄송하지만 그분께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라며 정중히 거절했다”는 고 대표는 “음식은 소비자와 생산자 간의 믿음이 필수다. 믿지 못할 음식은 절대로 약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우리 농촌 살리는 상생 프로젝트

“시래기는 손질하기 힘든 것과 달리 가격이 저렴하다. 그래서 시래기를 이용한 제품을 만들면 이에 대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4년 동안 연구한 끝에 올 2월에 전주대학교 창업사관학교와 함께 시제품을 출시했다. 아마 끓는 물을 부어서 먹는 즉석시래기 제품으로는 처음일 것이다.”
즉석시래기 제품은 특히 고 대표가 해외 교포, 학생들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뜨거운 물이든 차가운 물이든 상관없이 3분이면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식사는 물론 캠핑, 기내식으로도 손색이 없다.
사실 고 대표는 가공식품을 만들면서 농촌이 어렵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인건비 상승, 자금 부족, 판매 부진, 세금, 가공식품에 대한 법적 제도 등 5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그래서 자신과 같은 여성농업인 상생 프로젝트에 적극 앞장서고 있다.
“이미 1차 농업은 포화 상태이기 때문에 여성농업인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2차 가공식품이다. 그러나 2014년 현재 양파, 감자, 매실, 마늘 등 농산물 가격의 폭락으로 전국 농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계절변화 탓에 지역적 특성을 살릴 수 있는 농산물 품목이 사라져 이로 인해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똑같은 품목의 농산물들이 생산·출하되고 있다.”
고 대표가 제시하는 대안은 6차 산업(1차×2차×3차)이다. 단 1차, 2차 농산업에 충실해야만 6차 산업으로 안전하게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강소농이다.
“일본에서는 서너 평 되는 공간에서도 홍콩의 백화점에 납품하는 잼을 만든다. 우리에게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규모와 상관없이 대기업과 똑같은 법적인 규제를 받고 있다. 농가에게는 너무 벅찬 일이다.”
요즘 고 대표는 농촌문화를 살리는 일들이 무엇일까 많이 고민한다.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건 제철에 나는 농산물로 소비자들에게 시골밥상을 선보이는 것이더라. 제철마다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장아찌문화도 소중한 농촌 살리기 문화인 것이다”라는 그녀는 또 하늘모퉁이가 도시와 농촌 간 소통의 공간이길 바라고 있다. 이곳이 도시와 농촌 간의 소통과 참여를 위한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돼 컬처믹스(Culture Mix; 문화융합) 장소가 됐으면 하는 것. 이것이 하늘을 지붕 삼아 지리산 자락에서 전통음식을 만드는 고 대표의 작지만 큰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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