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주택자에 대한 전세 임대소득 과세안을 철회하기로 하면서 침체된 부동산시장이 활력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7월17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2주택 보유자의 전세 임대소득 과세 방침을 철회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2월26일 정부가 발표한 전세 임대주택 과세하기로 한 정부 방침을 두고 부동산시장에 오히려 찬물을 끼얹은 정책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전문가들은 전세 임대소득 과세안이 사실상 철회됨에 따라 부동산 매매심리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주택 보유자의 전세임대소득(간주임대료) 과세안은 주택임대차 선진화 방안 보완 대책으로 2주택 이하로 연간 임대소득이 2,000만 원 이하인 소규모 임대사업자에 대한 과세방식을 소득세와 분리해 단일세율(14%)로 부과하는 등 내용을 담고 있다. 월세 임대소득자와 과세 형평성을 고려해 2016년부터 2,000만 원 이하 소득자는 분리과세, 이상은 종합과세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월세로 놓아 생활하는 은퇴자 등 생계형 임대사업자로서는 소득내역이 드러나고 세율이 종전 6%에서 14%로 높아져 시장반응이 급랭했다.
그러자 정부는 3월5일 보완대책을 내놓았고 2주택 보유자로 주택임대소득이 연 2,000만 원 이하인 집주인에게는 과세 시점을 2016년부터로 2년 유예하고 영세 임대자의 과거분 소득과 앞으로 2년분에 대해서는 납세 여부를 따지지 않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발이 끊이질 않자 지난 6월13일 2차 보완대책을 냈다. 정부는 당초 분리과세·비과세 적용 대상을 2주택 보유자이면서 연간 임대소득 2,000만 원 이하로 정했으나 과세 형평을 감안, 당정협의를 통해 이날 주택 수 관계없이 연간 2,000만 원이하 기준으로만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기준시가 9억 원을 초과하는 고가 주택의 경우도 임대 소득만 기준으로 해 연간 2,000만 원 이하인 경우 분리과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또 소규모 임대소득자(연 2,000만 원)에 대해 비과세하는 기간을 2년(2014~2015년)에서 3년(2014~2016년)으로 연장하기로 하고, 2주택 보유자의 전세보증금에 대한 임대소득 과세도 1년 연기해 2017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이들은 이와 관련, 소규모 주택임대소득자(연 임대소득 2,000만 원 이하)로 건강보험 피부양자에 해당하는 경우,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하도록 조치하고 지역가입자인 경우 건강보험료 부담 경감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2014년 말까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방안을 구체화해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시 정부와 새누리당은 합의한 내용을 조속한 시일 내 의원 입법으로 제출해 지난 6월 국회 처리를 추진한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하지만 당시 일부 여당 의원들은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전세 과세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제시하면서 논의가 표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은 전세 과세 부분만을 제외한 법 개정안을 이르면 7월 안에 의원 입법으로 제출할 것으로 전해졌다. 6월 임시국회가 7월로 종료되는 만큼 해당 법안은 이르면 8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예정이다.
정부의 이 같은 정책을 두고 논란의 여지는 계속 됐다. 세금을 물게 되는 경우는 적을 것이라는 기획재정부 설명에도 회복 기미를 보이던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준다는 지적을 불렀다. 실제 국토교통부 주택 매매거래 동향을 보면 부동산 활성화 대책의 여파로 4월까지 전년 동월 대비 증가세를 유지했으나 5월 들어 감소세로 전환됐다.
5월 주택거래량은 7만 7,754건으로 13.7%, 6월 주택거래량은 7만 3,108건으로 43.7% 줄었고 특히 6월은 지역별로 수도권은 41.9%, 지방은 45.0% 감소했다. 이렇게 거래가 줄어들자 2주택자 전세 과세를 철회 주장이 여당을 중심으로 나왔지만 기재부 반대로 6월 재보완 대책에는 담기지 않았다. 기재부가 과세 형평성을 들어 반대하면서 추후 합의하기로 결정을 뒤로 미룬 것이다.
당시 정부의 이 같은 정책을 두고 야당의 반발도 컸다.
새정처민주연합 이미경 의원은 “정부와 새누리당이 내놓은 주택임대차 시장 정상화 관련 보완대책은 국민을 우롱하는 조삼모사 대책”이라고 혹평했다.
이 의원은 “여당인 새누리당마저 강도 높게 비판해온 2·26 대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전월세 확정일자 자료를 활용한 무분별한 과세, 월세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면서 발생하는 형평성 문제, 임대인에 대한 건강보험료 납부분 상승으로 인한 전월세 가격의 폭등 우려”라며 “하지만 정부와 새누리당이 이번에 내놓은 보완정책에는 이런 핵심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문제의 본질인 확정일자를 활용한 과세를 해결하지 않고 과세시기를 1년 늦춰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오히려 거래장벽을 만들어 주택 임대차 거래를 위축 시킬 것”이라며 “임대소득에 대한 분리과세로는 단순히 임대소득을 종합소득세 산정 시 포함시키지 않을 뿐이어서, 건강보험법을 개정하지 않는 이상 건강보험료 추가 납부분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새누리당은 졸속에 이은 누더기 보완대책이 아닌 주택 임대시장의 정확한 정보 확보와 형평한 과세를 이룰 수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주택 임대차등록제를 전면 수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새누리당도 부동산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전세 과세는 시기상조라면서 정부에 과세 철회를 요구해왔다.
반발이 커지자 2기 경제팀 수장이 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통한 경기 회복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결국 철회됐다.
새누리당 나성린 정책위 부의장은 7월17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전날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쳐 전세임대주택 과세 방안을 철회키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이 경기 부양을 위해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2주택자 전세 과세안을 고집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와 여당은 의원 입법 형태로 이를 반영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빠른 시일 내에 제출키로 했다. 다만 이날 6월 임시국회가 종료된 만큼 개정안은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2주택자 전세 과세 철회가 시장 회복에 긍정적인 신호를 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세 임대주택 과세 방안이 철회되면 주택시장이 다시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의 80%가량이 2주택자인 점을 감안해 볼 때 과세방안 철회가 부동산 매매심리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권일 닥터아파트 리서치팀장은 “2주택자 전세 과세 등 임대차 선진화 방안이 문제가 돼 시장이 가라앉았다”며 “과세 방침이 철회되면서 주택 구입을 막았던 심리적 장애가 제거 되면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대표는 “금융규제에 이어 전세주택 과세 문제도 풀린 만큼 주택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분양마케팅업체 이삭디벨로퍼 김태석 대표도 “그 자체가 가진 효과 외에 시장 심리를 되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라고 평가했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2주택 보유자의 절반이 전세를 놓는데 정부가 2주택자의 전세보증금에도 과세 방침을 밝히면서 시장에서 느끼는 거부감이 컸다”며 “임대소득 과세를 아예 철회한 것은 아니지만 1주택자 가운데 집을 추가로 구입할 수 있도록 여지는 생겼다”고 평가했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2주택자 전세소득 과세 방침이 철회된다면 이사 수요가 늘어나는 가을시장에 전세 물건이 좀 더 나올 여지가 생겨서 전세가격 상승에 대한 불안감이 다소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도 “정부의 임대소득 과세 방침으로 다주택 보유자들이 주택을 팔아야 하나 고민하고, 추가 구입을 망설였던 게 사실이다. 이번 2주택 전세과세를 철회함에 따라 일부는 주택 구입에 나서지 않겠느냐”며 긍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한편, 정부의 이 같은 정책 철회는 곧바로 과세 형평성 논란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형평성 문제에 대한 별도의 보완대책도 내놓지 않고 전세소득 과세 방침을 ‘없었던 일’로 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경제학과)는 “과세 정상화의 문제로 풀어야 할 임대소득 과세안이 2기 경제팀의 부동산시장 활성화 논리에 따라 왜곡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