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 위기가 진정 국면에 접어든 듯하다. 동부그룹은 지난 달 초순 만기가 도래한 회사채 대부분을 상환해 급한 불은 껐다. 지난 7월1일 동부제철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 합의를 시작으로 동부CNI는 만기 회사채 상환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동부팜한농 주식 처분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는 동부그룹 사태는 일단락 됐다. 동부그룹은 올해 안에 3,044억 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를 맞지만 동부발전당진 매각, 보유 주식처분, 사업부문 매각 등을 통해 문제없이 상환하거나 차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동부그룹의 유동성 위기는 지난 6월24일 포스코가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당진발전 등 이른바 ‘동부패키지’ 인수 검토를 중단키로 하면서 부터다. 그 직후 동부제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자율협약 추진 계획을 발표하면서 떠올랐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24일 “동부패지지 인수는 포스크에게 부정적인 일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면서 “동부 패키지의 가치가 어느 정도 인지 검토한 결과 포스코의 재무 부담이 (동부패키지를) 매수했을 때 얻어지는 미래수익성보다 큰 것으로 평가됐다. 시너지를 만드는 것보다 외형 경쟁적인 요소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반영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부제철 인천공장의 대표적인 제품인 컬러강판, 석도강판, 강관, 형강 등이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가치는 상당한 것으로 인정된다”면서도 “다만 최근 철강산업의 성장 둔화 등을 감안할 때 미래 사업성이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룹 제조부문 지주회사인 동부CNI가 코앞에 다가온 만기 회사채 상환자금 마련이 어려워지면서 동부그룹의 위기는 고비에 처했다. 당시 채권단은 동부그룹이 해법을 찾지 못할 경우 동부CNI의 법정관리도 불사한다는 입장을 내세웠었다. 다행히 동부팜한농 주식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회사채를 상환하면서 자금 흐름에 숨통을 틔웠다.
지난 7월1일 산업은행 등 11개 채권단은 서울 여의도 산은 본사에서 실무자 회의를 열고 동부제철의 자율협약을 찬성하기로 뜻을 모았다. 또 차환발행심사위원회를 통해 동부제철의 만기 도래한 회사채를 갚기 위해 추가 차환을 발행하는 것은 승인했다. 이날 채권단의 결정은 그동안 동부제철의 자율협약 체결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신용보증기금이 한 발짝 물러선 것을 의미한다.
신보는 그동안 동부제철 회사채 차환발행의 전제조건으로 우선변제권을 요구해왔다. 신보가 우선변제권을 철회하면서 자율협약 체결 논의는 급물살을 탔고 채권단은 이날 동부제철의 자율협약 체결에 대해 원칙적으로 찬성했다. 자율협약 체결의 전제조건인 전 채권단의 합의가 이루어지고 이후 7일 정책금융공사, 수출입은행, 농협, 신한·우리·하나·외환 등 10개 채권 금융기관이 동부제철의 자율협약 체결 동의서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측에 제출하면서 동부제철은 자율협약 체제에 돌입했다. 채권단은 3~4개월 내 동부제철에 대한 실사를 마치고, 오는 9월말께 경영정상화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방향을 결정하면 채권단은 다시 모여 최종 합의해 결과를 도출한 뒤 경영권행사관련 내용이 담긴 이행약정을 동부제철 측에 전달한다.
자율협약 개시로 동부제철은 회사채 만기 도래분 700억 원에 대한 차환 발행을 받을 수 있게 돼 ‘동부 패키지(동부인천공장·동부발전당진)’ 매각 불발이후 발을 동동 구르던 동부그룹은 일단 한고비를 넘겼다.
채권단 관계자는 “경영권을 넘겨받았다고 해서 쉽게 경영진을 교체할 수는 없다”며 “우선 실사를 마친 뒤 상황을 지켜봐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동부제철의 경영 관련 주요 결정사항은 사실상 채권단으로 넘어가게 됐다.
일각에서는 경영실패에 따른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차등감자를 주장하고 있지만 동부제철은 인천공장의 매각에 자신감을 표시하고 있다. 차등감자는 대주주 소유 주식과 일반주주 소유 주식의 감자 비율을 다르게 적용하는 것으로, 비율에 따라 대주주의 경영권 상실 가능성도 있다. 현재 동부제철 주식은 김 회장이 4.79%, 장남 남호 씨 8.77%, 장녀 주원 씨 1.48%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동부제철 채권단 관계자는 7월7일 “대주주가 부실 경영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에 차등감자는 당연한 것”이라면서 “현재로서는 차등감자, 출자 전환, 인천 공장 매각 등 경영 정상화 방안은 다양하지만 앞으로 3~4개월간 실사가 진행돼 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천공장은 국내 최대 규모”라며 “매수 능력을 갖춘 곳이 많지 않을 뿐 인기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인천공장은 장부가액만 6,700억 원이다. 매출은 1조 원, 영업이익은 700억 원 이상에 달한다. 특히 동부제철 인천공장에서 생산되는 컬러강판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22%로 유니온 스틸(25%)에 이어 국내 2위 수준이다.
이 관계자는 “공장의 덩치가 크다보니 매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기업은 포스코와 현대제철 정도가 전부”라며 “이 공장을 인수하는 곳이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업체가 되기 때문에 인기가 없을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인천공장은 중국의 바오산 철강이나 사강그룹, 서우두 강철, 대만의 차이나 스틸 등에서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에서도 공장 매각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중국기업이 매입한다 해도 채권단 입장에서는 환영할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주식감자는 경영정상화 방안 중 하나 일 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공동관리를 하는 입장에서 경영에 실패했다고 해서 쉽게 경영진을 교체할 수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동부제철의 700억 규모의 회사채는 동부제철이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으면서 해결노선을 찾은데 이어 비금융계열의 지주회사 격인 동부CNI는 동부팜한농 주식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회사채를 상환하면서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났다.
지난 7월7일 동부CNI에 200억, 14일 300억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왔다.
당시 동부CNI는 보유 주식 처분 매각한 만큼, 이를 문제없이 막을 수 있다고 했고, 동부팜한농 주식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회사채를 상환했다.
앞서 동부CNI는 경기도 안산 공장을 담보로 250억 규모의 담보부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을 추진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구체적인 상환능력과 투자위험 등을 구체적으로 요구할 조짐을 보이자 계획 자체를 철회했다. 동부CNI는 보유하고 있는 동부팜한농 주식 2,267만 8,800주를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장녀 주원 씨와 장남 남호 씨에게 635억 원에 매각, 주원 씨와 남호 씨가 각각 335억 원, 300억 원을 매입 대금으로 지급했다.
동부CNI 측은 “주식 매각으로 확보된 자금을 회사채 상환자금 확보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활용하겠다”고 말했었다.
한편, 동부발전당진 인수전에 6개사가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부발전당진의 지분 60%를 보유하고 있는 동부건설은 매각이 성사되면 9월과 11월 각각 회사채 500억 원, 344억 원의 만기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상사, SK가스, GS EPS, 대림산업, 대우건설, 삼탄 등 6곳이 동부발전당진의 매각주관사인 KDB산업은행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매각 대상은 동부건설이 보유한 동부발전당진 지분 60%다. 동부발전당진이 매각될 경우 동부건설은 매각대금에서 1,989억 원을 제외한 금액을 받을 예정이다. 동부건설이 지난달 말 동부발전당진 지분 60%를 신탁하고, 산은으로부터 1,989억 원을 빌렸기 때문이다.
동부그룹은 동부제철과 동부CNI의 회사채를 제외하고, 올해 안에 3,044억 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를 맞지만, 동부발전당진 매각, 보유 주식 분, 사업 부문 매각 등을 통해 문제없이 상환하거나 차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채권액 비율 기준으로 채권단의 75% 동의가 있어야 자금지원이 가능하다. 채권단의 동부제철 채권 비율은 ▲산은 53% ▲정책금융공사 14.96% ▲농협 10.13% ▲수출입은행 6.57% ▲신한은행 6.25% ▲하나은행 6.03% ▲우리은행 2.14% ▲외환은행 0.87% ▲기업은행 0.05% 등이다.
산은 관계자는 “다른 채권은행에도 지원동의서를 보냈다”며 “앞으로 지원금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추가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동부CNI는 9월 2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동부CNI는 동부CNI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 처분 이외에 금융IT부문, 전자재료부문을 매각해 회사채를 상환한다는 계획이다. 동부CNI의 금융IT부문은 동부화재가 아닌 동부생명으로 매각될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팜한농은 7월8일 700억에 이어 12월 300억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지만, 자체적으로 상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동부팜한농은 캐시 플로우 창출능력이 동부제철과 동부CNI보다 낫다”며 “주식 추가 처분, 담보 대출 등 자체적으로 회사채를 상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동부메탈도 10월 300억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지만, 자체 여력으로 단기유동성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며 “그동안 보류돼 온 매각작업을 산업은행과 협의해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동부제철은 8월 400억 규모의 회사채 만기를 맞지만, 자율협약이 개시됨에 따라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동부그룹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지난 7얼15일 동부제철이 채권단에 3,500억 원의 운영자금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채권단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지원해 주겠지만 3,500억 원은 정상적인 기업에 지원하기에도 큰 금액”이라면서 1,600억 원의 운영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동부그룹은 동부CNI와 동부메탈, 동부팜한농에 돌아오는 회사채는 계열사 자체 자금으로 상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동부건설은 9월 500억, 11월 344억 규모의 회사채 만기를 맞는다. 동부그룹은 동부건설의 회사채를 동부발전당진의 자산매각을 통해 막는다는 입장이다. 포스코가 지난달 동부발전당진과 동부제철 인천공장 패키지 매각을 포기함에 따라 개별 매각 체제로 전환이 됐는데, 동부발전당진 인수를 노리는 업체들이 많아 자산매각이 어렵지 않다고 동부그룹은 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동부발전당진은 5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민간석탄발전사업자로 선정됐고, 2018년부터 상업생산이 가능한 데다 환경영향평가와 당진시와 협의를 거의 마무리해 여러 업체들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할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