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따라 등급 오르고 안전소홀에 등급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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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따라 등급 오르고 안전소홀에 등급 하락
  • 김미란 기자
  • 승인 2014.08.05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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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결과에 따라 성과급 제한, 해당기관 반발 예상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경영평가단을 구성해 공공기관의 2013년도 경영실적을 평가했다. 그 결과 상위등급은 크게 줄고 하위등급은 늘어나는 등 2012년보다 크게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2년 E등급을 받았던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는 1년 만에 3단계 상승해 B등급으로 올라선 반면 A등급이었던 선박안전기술공단과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은 최하위 등급인 E등급으로 내려앉는 등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는 교수, 회계사 등 156명의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경영평가단을 구성해 3월부터 6월까지 117개 공공기관(공기업 30, 준정부기관 87)에 대한 평가를 실시했다. 특히 이번 평가에선 공정성과 전문성을 위해 3년 이상 연임하거나 최근 6년 중 4년 중임한 평가단, 공공기관으로부터 과도한 연구용역 수주, 강의, 비상임이사 경력자를 제외하는 등 작년 평가단의 78%를 교체했다.
평가단이 매긴 결과는 그야말로 참담했다. 공공기관의 경영실적은 전년도 발표 때보다 크게 악화돼 상위인 A등급은 16개에서 2개로 줄었으며 B등급도 40개에서 39개로 줄었다. 반면 C등급은 39개에서 46개, D등급은 9개에서 19개, 최하위등급인 E등급도 7개에서 11개로 늘었다. 이 같은 결과에 기재부 이석준 제2차관은 브리핑을 통해 “평가등급이 전반적으로 하락한 것은 부채과다 및 방만경영기관의 성과 부진과 안전 관련기관의 집중 점검에 기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와중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은 전년도 평가에 이어 이번에도 A등급을 받았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전년대비 매출액 및 당기순이익이 증가해 경영효율 범주 계량지표에서 매우 높은 득점률(99.5%)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불합리한 노사관행 개선 등 노사관리 부문의 실적이 준수하며, 협업과제 우수기관으로도 선정돼 가산점을 얻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도 지방이전에 따른 관리업무비 최소화 노력을 인정받고 주요사업 강화를 위한 인력조정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런가하면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와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석유공사는 2단계 이상 상승했다. 특히 E등급이었다가 B로 훌쩍 뛰어오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의 경우에는 영어교육도시 분양사업의 매출 및 순이익이 대폭 증가해 주요사업 지표와 경영효율 부문에서 높은 성과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인천항만공사, 한국철도공사를 비롯한 9개 기관은 2단계 이상 하락했다. 인천항만공사는 중장기적 대책 마련이 미흡하고 안전관리 역량 제고에 대한 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한국철도공사는 합리적 노사관계 구축에 실패해 최장기 철도파업이 발생하는 등 경영효율 부문에서 낮은 점수를 얻었다. 등급에서 E등급으로 곤두박질친 기관도 있다. 선박안전기술공단과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은 각각 A등급에서 E등급으로 떨어졌는데 선박안전기술공단은 세월호,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은 ‘바다숲 조성사업’이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결과를 살펴보면 중점관리대상 30개 기관 중 20개 기관이 지난해보다 등급이 하락했다. 성과급을 받을 수 있는 C등급 이상 기관도 지난해 25개 기관에서 17개 기관으로 줄어들었다. 2012년 경영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던 예금보험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남동발전, 남부발전이 각각 C등급을 받았으며, B등급을 받았던 농수산물유통공사, 마사회, 한전, 철도시설공단도 C등급을 받았다. 주택보증, 동서발전, 서부발전, 지역난방공사는 2단계 하락해 D등급에 해당됐다. 그런가하면 지난해 D등급을 받았던 한국거래소와 한국수력원자력은 E등급, 전년도에 E등급을 받았던 대한석탄공사도 같은 등급을 기록했다.
기재부는 이번 평가에서 특히 국민안전에 위해 요인을 발생시킨 기관에 대해 해당 사실을 평가에 엄격하게 반영하고 해양안전 등 재난 안전관리 관련기관에 대해서도 점검을 강화해 사고 예방노력과 대응체계를 중점 평가했다. 그 결과 원전에 불량설비를 납품한 기관들과 해양안전 등 재난안전관리에 문제가 있는 기관이 E등급을 받게 된 것이다. 2012년 경영평가에서 A를 받았던 남동발전, 남부발전과 B를 받았던 한전이 이번에 C등급을 받게 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동서발전과 서부발전 역시 D로 추락했다. D로 떨어진 중부발전도 마찬가지다. 또한 세월호 사고와 관련이 깊은 선박안전기술공단도 이 기준에 따라 지난해 C등급에서 2단계나 하락한 E등급을 받았다.

평가 결과 경영실적이 악화된 일부 기관에 대해 기재부는 성과급을 감면하거나 기관장 해임을 건의했다. 이에 따라 해당기관의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기재부는 이번 평가에서 C등급 이상을 받은 87개 기관에 대해서는 등급에 상응하는 성과급을 지급하고 기준(편람)에 따라 경영평가급 지급률을 결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전년도 기본연봉을 기준으로 S등급은 성과급 100%, A(80%), B(60%), C(40%) 순으로 적용이 되지만 D와 E등급은 한 푼도 받지 못한다. 성과급 지급대상인 C등급 이상은 87개로 전년(95개) 보다 8개나 줄었다.
부채관리 자구노력 평가결과 등에 따라 성과급을 제한키로 한 10개 기관 중 성과급 지급 대상(C등급 이상)인 6개 기관에 대해서는 특히 해당 성과급의 50%를 삭감해 지급한다. 이에 기관장 기본연봉이 1억 3,000만 원, 상임이사 연봉 1억 원, 차장 월봉이 400만 원인 공기업의 경우, C등급을 받으면 기관장의 성과급은 6,200만 원에서 3,100만 원, 상임이사는 4,000만 원에서 2,000만 원, 차장은 480만 원에서 240만 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특히 D와 E등급을 받은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가스공사, 철도시설공단, 대한석탄공사는 성과급을 한 푼도 못 받게 돼 적잖은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E등급을 받은 울산항만공사와 2년 연속 D등급인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의 기관장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울산항만공사는 신규 평가대상 기관으로 안전관리 노력과 재무관리 시스템 체계화가 미흡하고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은 전반적인 경영실적 하락 및 사업 구조조정이 미흡하다는 게 기재부 평가였다. 이 밖의 D와 E등급을 받은 14개 기관이 원칙적으로는 해임건의 대상이지만 이 중 12개 기관의 기관장 임명기간이 6개월 미만이라 해임 건의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가스공사, 석탄공사, 한수원, 원자력안전기술원, 철도공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수산자원관리공단, 기상산업진흥원장 등이 그 대상이다. 대신 기관장 임명기간이 6개월 이상이면서 D등급을 받은 6개 기관장에 대해서는 경고 조치했다.
우수·미흡 기관에 대한 예산상 조치도 취해진다. A등급 이상 2개 기관에 대해서는 차년도 경상경비예산 편성시 재무상태 등 기관별 여건을 고려해 1% 이내에서 증액하고, D등급 이하 30개 기관에 대해서는 차년도 경상경비예산 편성시 1% 이내에서 감액한다. 기재부는 “정부는 평가 결과에 대해 규정에 따라 조치했다”며 “성과가 매우 부진한 기관은 해임 건의와 경고 조치를 내리고, 성과가 좋은 기관에 대해서는 적절한 성과급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표를 받아든 해당 공공기관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비계량 평가 비중이 높아 그동안의 노력들이 제대로 반응되지 않았다며 평가 방식에도 불만을 토로했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전에 없던 성과급 제한제도가 오히려 직원들의 의욕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했으며, 다른 공기업 관계자는 “노조와 합의를 하는 등 진전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발표는 찬물을 끼얹는 일”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특히, 해임 건의 대상에 올랐던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은 “정부의 이번 평가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행정소송과 감사원 감사청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은 “기재부가 정원 확대를 허용해주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비정규직을 늘렸다”면서 “지난해 경영평가 결과에 이의를 제기해 비계량 평가에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평가의 문제가 아니라 해당기관의 문제라고 못 박았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이 비계량 평가에서는 강소형 기관의 평균인 C를 받았다”며 “해당 기관의 경우 리더십·책임경영 부문과 경영효율 부문에서 실적이 저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평가단을 교체했는데도 2년 연속 D로 평가된 것은 해당기관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한 기재부는 “독립성이 엄격하게 보장되는 평가단에서 모든 기관이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반응은 비단 공공기관만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여야도 공공기관의 체질 개선에는 동의했지만 일각에서는 평가 제도에 문제를 제기했다.
새누리당 함진규 대변인은 결과 발표 당일 “하위등급인 D, E등급을 받은 기관이 1년 전에서 2배 증가했다. 무척 실망스러운 결과”라면서 “낙제점을 받은 30곳의 공공기관은 환골탈태의 각오로 기관 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여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새정치민주엽합의 전정희 의원 역시 “무리한 사업 투자나 방만 경영이 공기업 부채의 주범으로 지적돼왔다”며 “공기업의 신규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를 의무화하고 사업의 효율성 제고 및 재무건전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전 의원은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신규투자사업과 자본출자를 대상으로 예비타당성조사를 실시하는 내용의 공공기관 운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이번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사실상 경영실적이 아닌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계획 수행 여부 평가의 척도였다는 의견도 일부 제기됐다.
통합진보당 김재연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2012년 16개 기관에 주어지던 A등급이 이번 평가에서는 2개 기관에만 부여될 만큼 평가 성적들이 급전직하했다”면서 “문제는 평가자인 정부에 있다. 경영평가지표에 2014년부터 적용되는 ‘정상화 대책’ 관련 지표가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대국민 서비스라는 본연의 업무는 평가에서 뒷전으로 밀린 채 박근혜정부의 ‘정상화 대책’을 잘 이행했는지에 집중돼 있다는 게 김 대변인의 주장이다. 이어 김 대변인은 “국민의 자산을 얼마나 많이 매각했는지, 노사관계에서 얼마나 박근혜정부의 뜻을 관철했는지만이 기준이 됐다”며 “이번 경영평가는 박근혜정부의 가짜 정상화 대책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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