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잇단 경영난 ‘파산 도미노’ 이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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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잇단 경영난 ‘파산 도미노’ 이어지나
  • 이지원 기자
  • 승인 2014.08.05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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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경기 침체·실적부진 악순환 되풀이

건설경기 침체로 중견 건설사들이 백척간두에 몰리고 있다. 새 주인 찾기에 실패한 벽산건설은 사실상 파산했고, 아파트 브랜드 ‘쌍떼빌’로 유명해진 성원건설이 파산 절차를 밟고 있다.

잠잠했던 중견·중소 건설사 위기설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진행 중인 건설사들이 지속된 부동산 경기침체와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위태로운 지경에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77년 태우종합개발로 출발해 2000년대 아파트 브랜드 ‘쌍떼빌’로 전성기를 구가하고, 한때 시공순위 58위까지 오른 탄탄한 건설사였던 성원건설이 지난 6월13일 수원지방법원에 회생절차 폐지(파산)를 신청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채권단 협의 등 의결을 받은 후 이의신청이 없을 경우 파산선고를 내릴 전망이다.
성원건설은 지난 2000년대 후반 불어 닥친 부동산 경기침체와 해외건설 미수금 문제 등이 겹치면서 2010년 수원지방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바 있다. 이후 2012년 수차례에 걸쳐 인수합병(M&A)을 추진했으나 유찰과 채권단 인수가격이 낮다는 이유 등으로 협상이 무산되면서 파산 위기에 몰렸다.
성원건설 관계자는 “그동안 인수합병 실패로 회생기일 연기가 이어지다 보니 지난해부터 법정관리 폐지 신청을 하라는 요구가 있었다”며 “현재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법원의 파산 선고 이후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4월에는 주인찾기에 실패한 벽산건설이 사실상 파산했으며 해외 건설 명가로 꼽혔던 쌍용건설도 자본 잠식으로 상장폐지를 앞두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파산6부(수석부장판사 윤준)는 지난 4월 벽산건설에 대한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내렸다. 회생절차 폐지 결정이 확정된 경우 반드시 파산선고를 하도록 정한 법률에 따라 법원은 4월16일 벽산걸설에 대한 파산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벽산건설은 회생계획이 실시된 이후에도 건설경기 침체와 신용도 하락이 계속돼 매출액이 급감하고 영업이익도 계속 적자를 내고 있다. 이에 회생계획상으로 변제기가 다가온 회생채권을 전혀 변제하지 못했다”라고 밝히며 “회생계획 당시 250억 원이었던 공익채권이 720억 원으로 급격히 증가하는 등 회생계획을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벽산건설은 건설경기 침체로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되자 2010년 워크아웃을 시작했지만 약정을 이행하지 못하고 2012년 7월 회생절차에 돌입했다. 지난해 12월31일 기준 총 자산은 약 2,628억 원, 총 부채는 약 4,010억 원으로 부채가 자산을 1,382억 원 가량 초과한 상황이었다. 3차례 인수합병 시도를 통해 위기 극복을 시도했지만 인수자의 자금조달 등이 불발되면서 모두 실패, 1958년 창업 이래 56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파산선고가 내려짐에 따라 파산관재인은 모든 관리처분권을 행사해 벽산건설이 보유한 재산을 처분해 현금화한 후 이를 채권자들에게 분배하는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벽산건설이 진행하고 있는 각 공사현장의 경우 파산관재인이 공사의 계속 여부를 판단해 결정할 예정이며, 단기간 내에 이익이 나올 것으로 기대되는 일부현장은 파산선고 이후에도 법원의 허가를 얻어 공사를 계속할 수 있다.
한편 벽산건설은 상장폐지도 앞두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벽산건설은 시공능력 35위 기업으로, 시공능력 50위권 내 기업이 파산으로 증시에서 퇴출되는 것은 지난 2001년 동아건설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해외건설의 명가로 불렸던 쌍용건설도 자본 잠식으로 상장폐지를 앞두고 있다. 쌍용건설은 2년 연속 1,000억 원대 영업 손실과 6,000억 원대 당기순손실을 냈으며 2013년 감사보고서 ‘거절’ 의견을 받기도 했다.
벽산건설과 쌍용건설 외에 현재 법정관리 중인 10여 개 중견건설사도 인수합병 등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시공능력평사순위 100위 내 건설사 중 금호산업을 포함해 경남기업, 고려개발, 진흥기업, 삼호, 동문건설, 신동아건설, 동일 토건 등 8곳이 워크아웃 중이며, 파산 절차를 밟게 된 벽산건선을 비롯해 쌍용건설, 극동건설, 남광토건, 동양건설산업, 한일건설, LIG건설, 우림건설, STX건설, 남양건설 등 10곳이 법정관리에 놓여있다.
하지만 이들 건설사 중 올해 워크아웃 졸업이 확실시되는 금호산업과 대림산업 계열의 고려개발, 삼호를 제외하고 경영여건이 개선되고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주식거래가 정지된 동양건설산업은 50억 원을 마련하지 못해 상장폐지가 불가한 상태로, 동양건설산업은 자금을 마련, 상장폐지는 막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LIG건설도 지난해 5월부터 매각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두 차례 모두 자금 조달 계획 불투명 등을 이유로 유찰됐다.
상반기 분양시장의 호조세로 잠시나마 활기를 되찾았던 건설업계에 잇따른 파산신청으로 또 다시 위기감이 돌고 있다. 벽산건설과 성원건설 뿐 아니라 양재동 복합물류단지를 짓는 시행사 파이시티가 파산절차를 밟고 있으며 남광토건은 인수합병 본 입찰을 실시했지만 입찰가가 나오지 않아 6번째 유찰을 기록했다. LIG건설과 동양건설도 매물로 나왔지만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같이 중소·중견 건설업체가 주인찾기에 실패하는 것은 건설업계의 영업환경 악화와 실적 부진이 이어진데다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건설업계의 특성상 기업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사업 수주가 더욱 어려워져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기 때문이다. 대형건설사들의 상황도 만만찮다. 롯데건설, 대우건설, KCC건설, 동부건설의 계열 건설사들의 신용등급이 떨어졌다. 최근에는 두산건설의 장기·단기 신용등급이 모두 떨어졌다.
이에 건설업계가 다시 ‘파산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128개 상장건설기업의 이자보상비율은 78.4%로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일 경우 이자 지급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수익성과 현금 흐름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가운데 하반기 건설경기가 부진할 경우 건설업계에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건설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건설업계를 인수했던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섯불리 인수합병을 시도하려는 기업은 적을 것”이라며 “중견기업은 하루하루 생존의 고비를 넘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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