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 부실 위험, 산업 구조 전환 위한 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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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 부실 위험, 산업 구조 전환 위한 진통
  • 최진희 기자
  • 승인 2014.08.05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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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감수해야하는 부실기업 부도

중국의 경기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기업의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원 및 철강 산업 기반들의 경영성과가 크게 악화됐고 부동산 업체들도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는 중국의 산업 구조 전환을 위한 진통의 과정으로도 볼 수 있다.

 

중국의 기업 부실이 심화되고 있다. 5세대 지도부가 ‘시장 논리에 따라 경제를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기업의 실적 약화는 은행의 부실채권에 대한 우려를 낳으면서 경기 부진을 장기화 시키고 있다. 한국 경제는 중국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를 간과할 수 없다.
부문별로 보면 석탄, 희토류, 철강 등 생산능력 과잉 산업, 무리한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버블이 우려됐던 부동산 산업, 사양 산업 등 큰 기업과 정부의 보호를 받으며 안정적으로 성장해왔던 국유기업 조차 불경기로 인한 어려움을 피해가지는 못하고 있다. 2012년 이후 상장폐지 제도가 도입된 후 처음으로 상장 폐지된 국유 기업이 나타났을 정도다.
중국과 홍콩 증시에 상장된 기업 중 재무 데이터 확보가 가능한 2,741개 비(非)금융기업을 대상으로 2010년 이후 재무성과 흐름을 파악한 결과 상장기업은 최근 4년간 악화 추세를 보였고 부도 위기로 내몰리는 한계기업도 나타났다.
중국 상장기업은 외형적으로는 계속해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3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10.3% 증가했지만 2010년 이후 상장기업의 연평균 매출 성장률(CAGR)이 12.3%인 것과 비교해보면 성장세가 둔화됐다.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은 2010년 9.6%에서 2013년 5.3%로 4.3%p 하락했다. 영업이익을 금융비용으로 나누어 기업이 이자 등 금융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이자보상배율은 2010년 9.1에서 2013에는 3.5로 크게 하락했다. 이자보상배율이 1.0 이하라는 것은 한 해 동안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를 갚을 수 없는 상황을 의미하는데, 중국 상장기업 중 이자보상배율이 1.0 이하인 기업의 비중은 2010년 20.4%에서 2013년 35.9%로 증가했다.
중국의 은행들은 기업의 자금 수요나 수익성, 성장성이 아닌 정부의 정책에 따라 대출규모를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 대형기업과 국유기업에는 저금리로 대출을 하고 중소형 및 민영기업에는 고금리로 대출하는 것이 만연하다. 정부가 경기 부양 정책을 펼칠 때는 중소기업들이 대출접근성이 높아지지만 부양책이 종료되면 추가 대출이 어려워지기도 한다. 최근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여전히 ‘온건한 통화정책’ 기조 하에 사실상 긴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때문에 기업들이 고금리의 고리대금업자에게 대출을 하는 등 금융비용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자원, 철강 기업 성과 악화는 2000년대 후반부터 뚜렷하게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2013년 매출 성장률이 각각 -3.0%, -1.0%로 각각 역 성장했다. 영업이익률도 각각 5.0%, 0.4%로 2010년 대비 7.8%p, 1.4%p가 하락했다. 자원 기업 중에는 석탄, 석유, 희토류 기업이 주를 이루지만 석탄기업의 매출이 역 성장하면서 자원 업종의 실적악화도 계속되고 있다.
석탄은 채굴량의 51%가 발전에 이용되는 등 에너지 공급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산업이지만 과잉 생산과 대기오염 방지를 위해 정부가 감축 목표를 세우고 설비 도태를 추진했다. 지난 5월 ‘에너지 업계 대기오염 예방 강화 공작방안’에서 2015년까지 석탄 사용비중을 현재 65.7%에서 65% 이하로 줄이는 목표를 설정해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 발생한 스모그로 중국 정부가 대기오염 방지를 위한 대책 수위를 향상하면서 경제 성장을 둔화시켰다. 지난해 10월에는 ‘베이징 시 엄중 대기오염 응급대책’을 전면 수정해 대기오염 정도에 따라 휴교, 휴업, 생산 중단 및 차량 홀짝제 등을 실시했고, 허베이 성은 중앙 정부의 산업 구조 정책에 적극 협조하기 위해 8,000여 개 기업을 폐쇄하면서 경제성장률이 1%p 이상 하락했다.

부동산 업체들도 매출액은 상승하고 있지만 영업이익률이 하락하고 있다. 성장성과 수익성은 양호하지만 현금 흐름 압박이 커졌다. 은행의 부동산 대출 리스크 관리, 정부의 그림자 금융과 신탁회사에 대한 관리 감독이 강화되면서 자산 운용사의 부동산 분야 투자가 감소했고, 부동산 업체들의 자금 조달이 힘들기 때문에 정부가 부동산 구매 제한 정책을 완화하지 않으면 부동산 수요도 빠르게 살아나기 어려워 중국 부동산 업체의 현금흐름 압박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영업현금 흐름 비율은 2012년 2.7%에서 2013년 -8.3%로 하락했다. 부동산 업체의 재고가 증가하면서 유동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 내에서는 경제 수준이 비교적 낮은 3선 이하 도시에서 시작된 부동산 거래 감소와 가격 인하 움직임이 준(準) 1선 도시인 항저우, 난징을 거쳐 상하이, 베이징까지도 옮겨가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3선 도시 내의 일부 부동산 기업들은 파산했고 대형 업체도 파산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다. 100대 부동산 업체 중 하나인 광둥성의 혜저우시 광야오는 올해 초부터 현금흐름 악화로 인한 도산 위기설이 돌았고 실제로 2014년 5월 광야오가 진행하던 일부 건설 작업이 중단돼 광야오가 발행한 신탁상품의 원금상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노동 집약적 산업의 대표이자 사양 산업으로 불리는 방직 산업과 경공업 산업도 성장세와 수익성이 악화됐다. 2013년 매출액 증가율은 각각 2011년 대비 18.8%p, 7.2%p 하락해 2.0%, 6.8%를 기록했고 영업이익률도 3.1%p, 2.9%p 하락했다. 노동 집약적 기업 중 일정 규모 이상 기업만 상장되어 있는 것을 감안하면 성장성과 수익성 악화는 과소평가되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추세로 보면 성과가 악화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전반적으로 중국 상장기업들의 수익성,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 이는 사업규모가 작거나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일수록 심하다. 중국 경기둔화를 상대적으로 더 크게 체감하는 매출액 기준 하위 10% 기업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2013년 매출액은 3.5% 증가했지만 2011년 11.7%, 2012년 2.1%로 증가세가 둔화됐다. 영업이익률도 빠르게 하락해 하위 10% 기업의 이자보상배율도 지난 4년 동안 1.0 이하를 하회했고 2011년부터는 마이너스였다. 영업현금비율도 2010년 52.6%에서 2013년에는 11.7%로 급락했다.
또 일반적으로 한계기업으로 정의 내릴 수 있는 3년 이상 이자보상배율이 1.0 이하인 기업 수는 2012년 12.8%에서 16.3%로 증가했고 매출액은 1.4% 증가, 영업이익률은 -3.8%로 마이너스 대를 유지했다. 외양은 확대되나 수익성은 악화된 중국 기업의 특징이 한계기업에서는 외양은 소폭 확대인 반면 수익성은 크게 악화되는 양상을 나타냈다. 한계기업의 산업적 특징을 보면 2013년 한계기업 수가 늘어난 산업은 과잉생산 산업인 화학공업, 방직, 유색금속산업과 전기 및 전자산업 그리고 최근 성장세가 악화된 부동산이다. 전기 및 전자 산업은 규모는 확대됐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됐고, 유통산업은 한계기업 내 비중이 30%가량으로 지난해에 비해 2배 증가했다. 이는 최근 중국내 유통 기업 간 가격전쟁으로 인해 박리다매 사업 모델이 전환된 영향으로 해석된다.
중국에서는 아직 많은 기업들이 비상장기업이다. 따라서 상장 기업으로만 중국 기업의 부침, 특히 기업의 신용 리스크를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2013년 영세기업 발전 보고서를 보면 성장성뿐만 아니라 수익성도 악화돼 비용부담이 커졌다.
항저우시의 100대 기업 중 하나였던 젠제섬유방직회사와 중신 철강구조물 생산회사를 통해 중국의 비상장 기업 및 영세기업의 재무성과를 분석할 수 있다. 젠제는 연대보증 방식으로 재무건전성이 악화됐고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대부 업체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면서 상황이 악화됐다. 중국 전체 철강구조물의 30%를 생산하는 중신 철강구조물 생산회사도 연대보증으로 파산했다.
올 1~5월 절강성 법원이 수리한 기업 파산 건수는 총 346건으로 전년 동기대비 1.5배 많으며 파산 기업이 신청한 부채 규모도 전년보다 6배 많은 1,600억 위안 규모다. 이 같이 연대 보증으로 인한 기업 부실 리스크가 최근 기업의 파산에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떠올랐다. 정부의 산업 육성정책과 은행 금리 양극화 추세에 중소기업들은 신용 대출보다 보증 및 담보대출 방식을 이용하게 됐고 오늘날 연쇄 도산의 리스크를 초래한 것이다. 인민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영세기업은 신용 대출보다는 담보, 보증 대출의 비중이 월등히 높다.

최근 중국 상장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은 악화되고 재무구조가 취약한 산업과 규모가 작은 기업은 자금 조달 방식으로 인해 대형 부도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업들의 담보, 연쇄 보증 방식의 자금 조달이 경기 악화 등으로 기업 성장세를 둔화시키면서 상환 부담이 커졌다.
중국 정부가 이와 같은 기업에 처한 상황을 대처하지 못한다면 산업별, 지역별로 과거 ‘윈저우 사태’에 버금가는 대량 연쇄도산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윈저우를 중심으로 발생한 중소기업의 줄도산 사태인 윈저우 사채대란이다. 윈저우 지역의 사채시장 규모가 1,100억 위안에 달했고 연이율은 180%로 고금리의 사채로 인해 중소기업이 도산하게 된 경우다. 심지어 은행들의 신용 리스크에 대한 민감도도 높아져 한계 기업의 자금 조달은 특히 더 어려워졌다. 이 같은 시장의 수요로 인해 민간 대출 사업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온건한 통화정책 입장을 견지하며 시장을 관망하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중앙 정부는 기업의 자금 수요를 고려하더라도 시중의 유동성은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라 보고 있다. 문제는 유동성 배분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불건전한 부문에 머물러 있는 자금을 구조조정 방향에 맞는 부문이나 민생 관련 부문으로 유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자금 압박에 있는 한계기업 입장에서는 중국 정부 정책이 사실상 긴축과 다름없는 상황이다. 결국 한계기업의 부실 위험이 증가한다. 부실의 우려는 있지만 꼭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는 것이 중앙정부가 부실기업들의 현황과 그 기업들의 상태를 파악해 이를 구조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감수해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정부분 의도적으로 상황을 야기한 면도 있다. 더 나아가 중앙 정부가 선별적으로 잘 대응 한다면 오히려 중국 산업의 체질을 강화할 수 있는 과정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전반적인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업과 경쟁 하는 상위 기업들의 경영 성과는 개선되고 있다. 상위 10% 기업의 매출이 하위 그룹과는 달리 2013년 8.1% 상승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률도 평균 4.5%를 유지했다. 부실 위험이 증가하는 상황은 경제 위기의 측면보다는 산업구조 전환을 위한 진통의 과정으로 주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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