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 천태만상, 정치 안하고 딴 짓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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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들 천태만상, 정치 안하고 딴 짓만…
  • 신현희 부장
  • 승인 2014.08.04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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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은 의원, 비서 임금 착취, 인건비 기업 대납 등 끊임없는 구설수

박상은 의원은 인천 강화가 고향인 ‘인천토박이’다. 그는 대한전선에 입사해 대한제당의 대표이사를 지냈고, 인천 상공회의소 부회장·경인방송 사장을 지내는 등 인천 거물급 인사로 자리매김했다. 그가 정치와 인연이 닿은 것은 지난 2000년 인천 정무부시장에 발탁되면서부터다. 정무부시장으로 활동하면서 박상은 의원은 ‘경제 전문가’라는 타이틀로 지역사회에 명성을 얻었다. 그러다 새천년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 전신)으로 인천시장 선거에 나갔지만 당시 한나라당 안상수 후보에게 패했다. 이후 2008년 한나라당으로 간판을 바꿔 지난 18대와 19대 인천 중구, 동구, 옹진군에서 내리 당선됐다. 국회에서 박 의원은 ‘바다와 경제포럼’이라는 모임을 주선하며 정관계 인사와 해운업계 관계자들을 잇는 역할을 자처했다. 특히 박 의원의 지역구는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을 비롯해 각종 해운조합, 협회 등의 사무실이 밀집해 있는 관계로 관련 업계에서는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말부터 인천지역 정가에 흉흉한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인천에 지역구를 둔 한 국회의원이 비서의 임금을 착취하고 특별보좌관의 인건비를 기업에서 대납하도록 했다는 것. 정치권에서는 박상은 의원의 이름이 거론됐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6.4지방선거 이후 검찰이 박상은 의원의 수사에 착수할 것이라는 소문도 나돌고 있었다. 뉴시스 모 기자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박상은 의원의 비서 장관훈(43) 씨를 만났다. 자신의 폭로는 정치인인 그에게 ‘내부고발’이라는 꼬리표를 줄 것이고, 막강한 힘을 갖고 있는 재선 국회의원과의 피할 수 없는 진검승부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더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기를, 또 보다 나은 정치 풍토를 만들기 위해 언론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했다. 과연 장 씨에게는 어떤 일들이 벌어진 것일까. 그의 주장은 소문보다 구체적이었고, 충격적이었다. 그가 박상은 의원 비서로 채용된 시점은 지난 2012년 총선 직후인 9월이다. 지난 2012년 총선 당시 모 지역구에 출마한 의원을 당선시키는데 많은 역할을 했다는 이유로 박상은 의원 측으로부터 비서직을 권유 받았다. 박 의원은 당시 장 씨에게 비서직을 권유하며 급여 일부를 자신의 후원계좌로 송금할 것을 요구했다. 장 씨는 새누리당이 잘 돼야 한다는 막연한 이유로 이런 제안을 거절하지 못했다. 정치인을 꿈꾸던 장 씨는 불이익을 우려한 것도 사실이다. 장 씨는 채용된 직후인 2012년 9~12월과 지난 2013년 1~4월 급여 중 매달 적게는 130에서 많게는 150만 원까지 연간 500만 원 가량을 후원금으로 냈다. 국회의원에 대한 개인후원금 한도액이 연간 500만 원으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정한 연간 후원금이 도달하자, 박 의원은 월급을 현금으로 줄 것으로 종용하기 시작했다. 장 씨는 생계가 막막했지만 박 의원의 요구에 따르지 않을 경우 지방선거에서 공천 등 불이익을 우려해 그대로 따랐다. 장 씨는 2013년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매달 자신의 급여를 사무실과 차량, 식당 등지에서 직접 전달했다고 한다. 이렇게 그가 박 의원에게 준 현금은 2,400만 원에 달한다. 장 씨는 충격적인 주장과 함께 취재진에 서류를 내밀었다. 그가 내민 서류는 ‘통장거래내역’과 ‘후원회 수입부 내역’ 등이 담긴 서류였다. 통장거래내역에는 지난해 6월5일 박상은 의원 후원계좌로 270만 원이 이체된 기록과 함께 박 의원실에서 발급한 후원회의 수입부 내역에는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420만 원을 납부한 것 등이 적혀 있었다. 장 씨는 이 자리에서 인천의 호텔에서 지방선거 출마자들과의 수상한 면담자리를 가졌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의원과 지방의원에 공천을 희망하는 정치인과의 은밀하고도 수상한 면담 자리가 마련됐다는 것이 주장의 핵심이다. 장 씨는 “돈에 있어 박 의원은 자유롭지 못하다. 이런 정치인을 도와줄 명분을 찾기 어려웠다. 아이들에게도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어 언론에 알리게 됐다”고 폭로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당시 박 의원은 “말도 되지 않는 일이다. 본인은 비서관이나 보좌관에게 후원금을 받지 않는다. 지방선거 공천 탈락자가 악의적으로 퍼뜨린 내용일 뿐”이라고 해명했으나, 파문이 확산되자 “자발적 후원금”이라고 말을 바꿨다. 검찰은 이런 내용을 파악하고 현재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장관훈 씨의 폭로가 나오자 박상은 의원의 잇단 의혹들이 잇달아 터지기 시작했다. 박 의원의 전 경제특별보좌관을 맡았다는 한 사람도 뉴시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각종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임금 대납 의혹’과 지역 내 기업들의 불법정치자금에 대해 상세히 폭로했다고 한다. A씨는 지난 2009년 1월부터 2012년 9월까지 28개월간 박 의원실에서 경제특보로 근무하며 기업들로부터 정치 후원금 모금 업무를 맡아왔다. 그는 채용 당시 박 의원과 월 급여 300만 원을 받기로 구두 계약했다. 하지만 의원실 정식 직원이 아니어서 급여가 아예 지급되지 않거나 계약에 미치지 못하는 푼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화가 난 A씨는 박 의원에게 “일을 그만두겠다”며 따졌고 박 의원은 “계양구의 B건설회사에 넣어주겠다. 거기서 급여를 받아라”고 말했다. 실제로 A씨는 지난 2009년 9월부터 2010년 2월까지 6개월간 월 평균 약 211만 원(약 1,270만 원) 정도의 급여를 이 회사로부터 받았다고 한다.
뉴시스 측에서 입수한 A씨의 국민연금납부서 현황 결과, B건설은 실제로 A씨의 국민연금을 14개월간 납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가 월급을 받은 기간은 총 6개월이지만, 어찌된 일인지 회사가 국민연금을 납부한 기간은 총 14개월에 달한다. A씨는 8개월 치 급여를 박상은 의원이 가져간 것 같다고 주장했다.이와 관련 박상은 의원은 당시 뉴시스와 인터뷰를 통해 “A씨는 사기꾼이다. 그의 말을 믿으면 안 된다. 이런 내용으로는 인터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인천시선관위는 이런 내용을 확인하고 검찰에 고발 조치했으며, 검찰은 현재 해당 업체를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박 의원 운전기사의 일격은 가히 치명적이었다. 박상은 의원의 비서는 지난 6월12일 검찰을 직접 찾아 박상은 의원의 가방을 통째로 넘겼다. 이 가방에는 서류 뭉치와 현금 3,000만 원이 들어 있었다. 비서는 검찰에서 이 돈에 대해 ‘불법정치자금’이라고 알렸고 검찰은 곧바로 불법정치자금 관련 수사에 착수했다. 문제는 박상은 의원이 가방에 돈이 얼마나 담겨있었는지 몰랐다는 점에 있다. 박 의원은 당초 분실된 서류가방에 2,000만 원이 담겨 있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해명에서도 2,000만 원은 변호사 비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자신의 집에 있던 현금을 담은 것이라고 밝혔지만, 운전기사가 검찰에 넘긴 돈의 액수가 3,000만 원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박 의원 본인도 가방에 얼마가 담긴지 모르는 ‘출처불명’의 돈이라는 주장에 설득력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도 이 돈이 변호사 비용보다는 공천헌금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렇듯 비서 임금 착취와 경제특별보좌관 임금대납 의혹에서 비롯된 새누리당 박상은 국회의원이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놓였다. 홍역을 앓았던 박 의원은 경제특별보좌관의 임금 대납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검찰의 전방위 수사로 박 의원은 정치인생 최대 위기를 맞았다. 새누리당은 당 윤리위원회에 박상은 의원에 대한 자체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인천시당은 박근혜 대통령과 당의 이미지를 고려해 당초 내정됐던 시당위원장 추인을 부결했다. 야권은 새누리당의 ‘제명’을 촉구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고 시민단체는 대가성 입법 활동을 한 혐의로 박 의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지역 정가에서는 박상은 의원이 스스로 발목을 잡은 형국이라며 박 의원 처신을 비난하고 있다. 박 의원 측근들의 잇단 폭로를 접한 지역 정가는 박 의원 스스로 자기 발목을 잡은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자신과 함께 동고동락을 한 측근들에게도 조차 반감을 산 것은 박 의원의 처신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지역정가의 공통된 반응이다. 인천의 한 초선 국회의원실 관계자는 “과거 공천헌금 등 각종 비리 사례를 보더라도 운전기사의 폭로로 시작된 수사가 적지 않다. 그래서 일거수일투족을 다 알고 있는 수행비서에게는 반감을 갖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상은 의원의 경우에는 박 의원에게 반감을 갖고 있는 직원이 한 명이 아닌 3명이며 여의도 정가에서는 현재 직원들조차 박 의원에게 불만을 갖고 있다는 설이 돌고 있다. 이는 분명 박 의원이 되돌아봐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재선 의원 측 관계자도 “박상은 의원의 전횡에 대한 소문은 여의도 정가에서 어느 정도 알려진 상황이었다”며 “다만 측근들이 이런 내용을 폭로할 줄은 몰랐다. 아마도 박 의원도 이 정도까지의 파문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특히 “박 의원이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면 이런 폭로는 적어도 내부에서 나오지 않았을 텐데 박 의원 처신을 이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박상은 의원 측근의 폭로와 박 의원 비리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새누리당 인천시당위원장직도 함께 물 건너갔다. 새누리당 인천시당은 6월19일 오후 3시 2014년도 제12차 운영위원회를 열고 박 의원에 대한 ‘시당위원장 선출 건’을 만장일치로 부결시켰다.인천시당 관계자는 부결 이유로 새누리당의 외부 이미지와 대통령 지지도 등을 꼽았다. 실제로 이날 회의에서는 운영위원들의 찬반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운영위원은 “이미 당협위원장 회의에서 박상은 의원을 차기 시당위원장으로 추대했다. 운영위가 이를 부결하면 박 의원의 의혹을 자인하는 꼴”이라며 “그 여파는 고스란히 당이 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운영위원은 “인천은 유정복 당선인으로 시장이 바뀌고 새롭게 시작할 준비를 하는 곳”이라며 “비리 의혹으로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는 사람을 시당위원장으로 선출하는 것은 당과 인천의 오명”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위원도 “중앙당과 청와대도 국무총리 등 인선문제로 위기를 겪고 있다. 집권 여당이 이런 모습을 계속 보이면 안 된다”며 “운영위에서 반드시 만장일치로 부결시켜 당의 변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잇단 비리 연루 의혹으로 벼랑 끝에 몰린 박상은 의원의 거짓 해명도 도마에 올랐다. 박상은 의원은 돈 가방 의혹이 제기된 직후인 6월16일 오후 4시 인천 중구 사동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에서 비서 A씨가 2,000만 원과 각종 서류 등이 든 가방을 검찰에 넘긴 것에 대해 ‘단순 절도’라고 해명했다.
박 의원은 이 자리에서 “최근 제기된 의혹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인 선임 목적으로 6월11일 집에 있던 현금 중 일부인 2,000만 원을 가방에 챙겼다”며 “이날 국회에서 오전 일정을 마치고 돌아와 보니 가방이 없어졌다. 서울 사무실에도 없는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0만 원은 전액 현금이었고 원래 가지고 있던 돈의 일부다. 변호사 수임료로 쓸 목적이었다”며 “가방에는 정책관련 자료와 개인 신상 자료, 여권 등이 들어 있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나는 아버지가 목사이고 5대째 기독교 집안이다. 깨끗하게 정치하라는 아버지 말씀이 머릿속에 남아 있다”며 “나는 돈에 대해서만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지방선거 공천이나 선거 기간에 누구의 돈도 받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박상은 의원의 가방에 들어있던 돈의 액수가 2,000만 원이 아닌 3,000만 원인 사실이 확인되면서 박 의원의 거짓해명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박 의원의 아들 집에서 발견된 6억 원의 출처에 대해서 “2003년과 2007년 두 차례에 걸쳐 설원봉 전 대한제당 회장에게서 받은 격려금”이라고 검찰에 해명, 검찰 수사에 혼선을 주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지금은 현금의 흐름을 파악해야 하고 직접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박 의원의 혐의를 밝히는데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소환은 아직 미정인 상태”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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