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는 자와 말리는 자! 아직도 그들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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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는 자와 말리는 자! 아직도 그들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 강창호 기자
  • 승인 2018.11.09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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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 SNS시대! 공공장소에서 핸드폰 관리가 절실하다!!
(사진=KBS교향악단 제공)

(시사매거진247호=강창호 기자) 클래식 전문공연장이다. 그래서 정숙함과 행동이 특별히 조심스러운 공간이다. 현장은 아직 공연 시작 전이라 여기저기 관객들이 입장을 한참 서두르고 있다. 무대 위에 배치된 신기한 악기들의 모습에 호기심이 발동했는지 관객들 서넛이 여기저기 스마트 폰을 꺼내어 인증 샷들을 터뜨린다. 티켓을 들고 프로그램 북을 들고 무대를 배경 삼아 자신이 공연장에 왔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여기저기 찰칵찰칵 번쩍번쩍. 그때마다 여지없이 쏜살같이 나타나는 누군가가 있다.

하우스매니저 혹은 하우스 어셔들이다. 검정 정장 또는 흰 블라우스와 스커트의 투피스를 입고 깔끔한 외모 그리고 매우 정중하면서 차가운 어조로 차근차근히 사진 촬영을 금하는 말과 제스처를 보이며 촬영 불가를 강조한다. 여기에서 서로 간에 소소한 감정 소모가 일어난다. 제재당하는 측도 그렇고 이를 제재하는 측도 쉬워 보이진 않는다. 잠시의 신경전이 주변에도 영향을 미쳐 불쾌한 기류가 흐른다.

바이올리니스트의 검게 멍든 턱과 깊게 파인 손끝은? 관악기 연주자의 부풀어 오른 입술은? 이밖에 무대 조명을 받지 않는 곳에선 더 많은 스태프가 새벽부터 공연 현장을 지키고 있다. 지금 우리가 보는 모든 공연은 이렇게 만들어지고 있다. (사진=익명의 바이올리니스트)

힘겹게 공연을 준비하는 이들...

공연을 하면서 제일 중요한 역할은 바로 아티스트다. 공연의 성격이 대관 공연이든 기획공연이든 공연을 펼치는 주체가 바로 아티스트이기에 그렇다. 기획사나 관련 스태프들은 공연이 잘 흘러가도록 돕는 헬퍼의 성격을 가졌다.

그러기에 해당 기획사와 스태프는 그저 공연이 무사히 잘 끝나기만을 바랄 뿐이다. 기본적으로 아티스트는 공연을 위해 거의 식음을 전폐하듯 연습에 열중한다. 오로지 최고를 들려주기 위한 피나는 자기와의 전쟁 속에서 밥이 제대로 넘어가지 않는다. 보통 피아노 소나타 한 곡을 무대에 올리기까지 거의 6개월가량을 연습에 매달리며 그 6개월 동안 아티스트는 오로지 공연 생각밖에 없다. 매일매일 8~10시간가량의 사투(성악은 약 2~3시간)를 벌이며 길고 긴 자신만의 싸움에서 이겨야 비로소 무대에 오를 수 있다. 그러기에 현장은 날 선 검 위를 스쳐가듯 예민한 긴장 선상에서 “오늘도 무사히”를 마음속으로 외칠 뿐이다. 모든 공연이 바로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힘겹게 보이지 않는 수고와 땀 그리고 노력의 결과로 만들어지고 있다. 발레리나의 발을 본 적이 있는가? 아니면 바이올리니스트의 검게 멍든 턱과 깊게 파인 손끝은? 관악기 연주자의 부풀어 오른 입술은? 이밖에 무대 조명을 받지 않는 곳에선 더 많은 스태프가 새벽부터 공연 현장을 지키고 있다. 지금 우리가 보는 모든 공연은 이렇게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발레리나의 발을 본 적이 있는가? 발레보다 발이 더 유명해진 강수진의 발,  모든 공연이 바로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힘겹게 보이지 않는 수고와 땀 그리고 노력의 결과로 만들어지고 있다. (사진=국립발레단)

클래식의 대중화? 여기서 더 대중화되면??

하우스매니저(하우스 어셔)가 막아도 어떻게든 폰을 몰래 숨겨서 촬영하는 얌체족, 졸음에 덜거덕 폰을 떨어뜨리는 소음, 갑자기 플래시 번쩍, SNS 확인하는 환한 불빛, 신발 덜거덕 소리, 사탕봉지 부스럭 등등 전혀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한 기색이 없다. 또한, 조용한 엔딩 순간에 정적을 깨는 카톡, 벨소리 또한 전염의 기류를 타며 계속 콜록대는 기침들, 그리고 그 유명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의 ‘벚꽃엔딩’ 대참사까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이 난감하고 창피한 상황들은 끝도 없이 여기저기 발생한다. 이쯤 되면 법이고 질서고 다 소용없는 상황에 소리에 예민한 아티스트, 관객 그리고 하우스매니저(하우스 어셔) 모두 유별난 관객들로 인해 피로가 쓰나미처럼 몰려온다.

기본적으로 공공질서에 대한 개념에 소위 ‘문화인’이라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적잖은 실망감을 느낀다. 또는 ‘클래식의 대중화’란 말에 회의감이 더해진다. “여기서 더 대중화되면 아주 큰 일이 나겠구나!”라는 생각이 더해져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주로 공연장에서 발생하는 주요 문제는 개인 SNS 용도의 사진 촬영이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 속에 제재하고 실랑이하는 하우스매니저(하우스 어셔)를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어떻게 서로 간에 좋은 방법이 없을까?

‘클래식의 대중화’란 말에 회의감이 더해진다. “여기서 더 대중화되면 아주 큰 일이 나겠구나!”라는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사진=네이버)

공연장의 꽃! 하우스매니저(하우스 어셔), 실은 그들도... 

기본적으로 그들이 없으면 공연장은 돌아가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공연장의 제일 큰 염려는 바로 ‘안전사고’이다. 과거 서울 모 공연장에서는 실제로 하우스매니저(하우스 어셔)의 발 빠른 기치로 응급환자의 생명을 구한 사례가 있다. 이들은 수시로 안전에 대한 교육을 받으며 위급상황 대처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받는다. 그래서 이들의 수고로 더욱 쾌적한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도 공연장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이런저런 상황에서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다.

주로 관객과의 접촉이 많은 이들은 현장에서 듣게 되는 컴플레인 또는 불필요한 갑질 행위에서 오는 자괴감 등등 이러한 악성 관객과 하우스매니저(하우스 어셔), 이들 관계 사이에서 오는 불편함을 어떻게 할 것인가? 주로 이러한 갈등의 대부분은 사진 촬영 제재로 인한 갈등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공연장에서의 안내 멘트 또한 휴대폰 사용 절제에 관한 내용을 강조한다. 그렇다고 이 문제가 잘 지켜지는 것도 아니다. 지금 전국에 스마트 폰 없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해결책을 위해서라도 이쯤에서 뭔가 제도적으로 다시 살펴야 한다는 생각이 절실하다. 차라리 이쯤에서 하우스매니저 직무 매뉴얼을 다시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이제는 시대적 흐름에 맞는 매뉴얼 적용이 필요하지 않을까?

공연중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예총 제공)

전 국민 인증샷 SNS시대! 공연 전후 인증샷 정도는 괜찮지 않나요?

공연장 소음에 관한 악성 관객의 경우 때로는 물리적인 억제력이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관객에 대해선 공연 중을 제외한 여러 상황에서 인증샷 정도는 허용이 필요해 보인다. 이미 공연장은 홈페이지나 여러 경로를 통해 공연장 사진이 많이 유포되어있다. 이걸 찍는다고 보안, 저작권 운운하면 현 시대적 상황에 말이 안 맞는다. 오히려 사진 찍혀 SNS상에서 간접 홍보되는 게 공연장 측이나 공연 관계자들한테는 무척 고마운 일일 수 있다. 관객 본인들이 팬심을 갖고 찍어 퍼 나르는데 이보다 더 좋은 홍보 효과가 어디 있을까?

이미 우리는 전 국민 인증샷, SNS시대에 살고 있다. 간혹 외국 수입 공연의 경우 저작권이 포함된 무대 연출 사진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우려해 계약상에서 ‘촬영금지’ 조항으로 관리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러한 특수한 경우를 제외한 나머지는 얼마든지 융통성 있게 대응함이 옳은 처사로 여겨진다. 여기에 딱딱한 매뉴얼을 적용해 제재 활동을 너무 열심히 펼치다 보면 비싼 비용 들여 공연장까지 와서 모처럼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관객들의 문화적 삶이 얼룩져버린다. 일반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의 연중행사로 아주 큰 맘먹고 공연장을 찾는다.

‘문화생활’이라는 행복감으로 티켓 값을 지불하며 자신이 공연장에 왔음을 알리고자 하는 욕구가 그 어느 때보다 매우 크다. 그러기에 그들은 대부분 금지 조항을 모르고 셔터를 누르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안 그래도 공연계의 자립이 심각한 상황에 대관으로 운영하는 공연장이 문턱을 조금 낮추어 주는 것도 서로 간에 좋은 상생의 방법이 아닐까(?) 한다. 오히려 장려하는 차원으로 인증샷 대회 또는 하우스 어셔의 촬영 도우미 참여 등 기타 여러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사진 촬영의 순기능을 잘 활용한다면 관객들의 불필요한 셔터가 줄고 공연장과 관객과의 친화력 상승은 물론 하우스매니저(하우스 어셔)의 스트레스도 줄어들 것으로 생각된다.

이제 어느덧 연말의 설렘을 느끼게 되는 요즘, 공연의 계절이다. 세계적인 클래식 아티스트들의 내한과 수많은 공연의 홍수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볼거리가 많은 이때, 문화적 삶을 누리고자 하는 관객의 니즈와 공연장의 시대적 상황에 맞는 융통성이 잘 컬래버레이션을 이루어 보다 성숙한 선진국형 공연문화가 하루빨리 자리 잡기를 희망한다.

<문화 칼럼니스트 Alex Kang>

공연중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예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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