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원 15초 만에 KO승, 그 기적의 원동력은?

5월31일 원주치악체육관에서 케이블TV 채널 ‘슈퍼액션’이 생중계한 가운데 펼쳐진 ‘로드FC 015’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에서도 많은 화제와 명장면을 남겼지만, 로드FC의 마스코트로 불리는 서두원 선수의 활약이 특히 빛났다는 평가다.
서 선수는 요아킴한센 선수와의 리매치에서 단 15초 만에 KO승을 거뒀다. 이를 두고 팬들과 언론은 ‘15초의 기적’이라 부르며 열광했다.
그는 경기가 끝난 다음날 로드FC 오피셜과의 인터뷰를 통해 “매우 기분이 좋다”면서 “감독님을 비롯해 경기기술을 지도해 주셨던 분들 덕분”이라며 짤막한 소감과 함께 ‘기적’의 원동력을 밝힌 바 있다. 그런데 그 ‘기적’에는 전혀 다른 사연이 숨어 있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서 선수는 경기 직후 한 학생을 무대 위로 불러내 오랜 포옹을 나눈 장면을 보여줬다. 당시 현장에서는 별다른 설명이 없어 관객들은 물론 TV를 통해 이를 지켜보던 팬들의 궁금증을 높였다. 그 학생은 격투기 선수의 꿈을 키워오다 최근 발생한 세월호 침몰사고로 희생된 故 박홍래 군의 형인 형래 군이었다.
실제 서 선수는 대회 개최 한 달 전에 홍래 군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고 그가 잠든 추모공원에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다. 홍래 군은 생전에 서두원 선수를 영웅이라 부르며, 그와 같은 격투기 선수가 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는 게 주위 사람들의 증언이다.
이에 지난 대회 전 서 선수는 “서두원이 아닌 박홍래 선수가 되어 요아킴한센과 싸우겠다”는 각오를 다졌다는 후문이다. 결국 그의 다짐이 15초 만의 KO승이라는 ‘기적’으로 이어졌던 셈이다.
그렇다면 경기 직후 포옹을 하면서 두 사람은 어떤 대화를 나눴을까. 서 선수는 “믿어줘서 고맙다”고 말했고, 이에 형래 군은 “홍래도 많이 기뻐할 것”이라며 “그를 잊지 말아 달라”고 울먹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서 선수는 “경기에서 입었던 선수복을 형래 군에게 선물하려고 한다”며 “이는 나를 잘 알지 못하면서 무한히 믿어준 두 형제에 대한 보답이며, 그 사랑에 대한 빚을 갚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이 알려진 후 서두원 선수의 휴대폰과 SNS에는 격려의 글이 쇄도했다. 그는 메시지 하나하나에 모두 답글을 달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감사하다”는 말을 여러 번 반복하기도 했다.

7월26일 ROAD FC 016,
흥미만점 메인 3카드 포함된 대진표 확정
로드FC 대회가 회를 거듭할수록 국내종합격투기 팬층이 한층 두터워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에 주최측인 로드FC는 더욱 성실하고 흥미진진한 대회로 보답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로드FC 016’은 오는 7월26일 구미의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다. 이번 대회의 대진표는 더욱 기대감을 높인다. 이미 직전 대회에서 팔각케이지를 활용해 윤동식, 후쿠다리키, 송민종, 조남진 선수의 대진을 예고했던 상황이기도 하다. 이에 시선을 더욱 집중시키는 이른바 ‘메인 3카드’가 포함됐다는 점이다.
이를 하나씩 살펴보면, 우선 1경기에서는 ‘주먹이 운다’의 근자감 파이터 박형근 선수와 ‘시민영웅’ 김형수 선수가 격돌한다. 두 선수는 이미 ‘주먹이 운다-영웅의 탄생’ 편을 통해 팽팽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 왔다. 팬들 입장에서는 그만큼 낯설지 않은 매치라는 의미다.
두 선수는 대회를 한 달 이상 남겨둔 시점인데도,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내고 있다. 박 선수가 먼저 “형수는 레스링을 조금 할 줄 아는 타격바보”라고 도발적 발언을 내놓은 데 이어 김 선수는 “형근이 형의 펀치는 솜 같은 망치주먹을 가졌다”고 맞받아쳐 주위를 싸늘하게 했다.
2경기는 ‘블링블링’ 송효경 선수와 일본격투기 차세대 주자로 불리는 기무라 하즈키 선수가 맞붙는다. 송 선수는 2012년 격투기계에 입문한 선수로, 지난 2년 동안 일본에서만 6전 6패의 전적을 쌓았다. 송 선수 입장에서는 뼈아픈 이력인 셈이다. 그로서는 이번 대회가 국내 데뷔전이어서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에 송 선수는 대회에 앞서 자신의 패배원인을 집중 분석해 기필코 승리를 거머쥐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밝히기도 했다. 그가 도출해낸 자신의 단점은 ‘주짓수’였다. 복싱과 태권도로 타격을 강화해 이를 보완해낸다는 게 그의 복안이다. 송 선수의 단련과정을 지켜본 주위 관계자는 “격투기에 한창 물이 오른 상태”라고 전했다.

상대 기무라 하즈키 선수는 19살의 신예 파이터로 일본에서는 킥복싱 강자로 이미 이름을 떨쳤다. 킥복싱 전적만 11전 8승 3패를 기록했다. 종합격투기 전적 역시 5전 4승 1무로 화려한 경기를 펼쳐온 바 있다. 이로써 ‘격투기에 물이 오른 한국 파이터’와 ‘일본격투기 차세대 주자’가 정면승부를 펼치는 빅매치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3경기는 ‘크레이지 광’ 이광희 선수와 ‘브라질 라이트급 신성’ 브루노 미란다 선수가 꾸민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거친 타격가로 알려진 이광희 선수에게는 이번 대회가 복귀전이다. 브루노 미란다 선수는 지난 4월 김원기 선수에게 펀치 TKO 승리를 따낸 바 있고, 최근 중국 킥복싱대회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이광희 선수가 전력에 밀리는 형편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 선수는 전성기 시절 국내무대에서 승승장구하며 실력을 검증받은 바 있기 때문이다. 또한 두 선수 모두 스탠딩 타격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만큼 승리의 향방을 떠나 화끈하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될 것으로 예상돼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4경기는 ‘암바왕’ 윤동식 선수와 ‘아시아 최강 미들급’ 후쿠다리키 선수가 펼친다.
윤 선수는 유도 국가대표 출신으로 2005년 일본 프라이드에 진출해 파이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는 이후에 아시아 종합격투기가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 흥행을 이끄는 중심선수로 성장했다. 이에 맞서는 후쿠다리키 선수 역시 일본은 물론 아시아 최강의 미들급 선수로 정평이 나 있는 터라 대회결과에 더욱 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5경기에서는 ‘런닝맨’ 송민종 선수와 ‘드렁큰 몽키’ 조남진 선수가 나선다. 지난해 6월 펼쳐진 이길수 선수와의 밴텀급 챔피언 결정전에서 아쉽게 패배한 바 있는 송민종 선수가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체급을 한 단계 낮춰 ‘초대 플라이급 챔피언’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이 경기 역시 흥미를 높이고 있다.
전력분석 결과 우열을 가릴 수 없고, 두 선수 모두 최고의 기량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승부를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는 게 종합격투기계 관계자들의 예상이다. 따라서 이번 경기는 ‘누가 더 챔피언에 대한 갈망이 절박한가’가 승부를 가르는 핵심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91년생 동갑내기인 두 선수는 대회를 거칠 때마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또한 경기마다 ‘거의 완벽에 가까운 기술’을 구사하는 실력파라는 점에서도 공통점이 있다. 과연 승리의 여신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귀추가 모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