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are what you eat’이라는 외국 속담이 있다. 우리가 오늘 습관처럼 먹는 것들이 건강을 좌우하고 삶의 질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못 먹고 못 사는 세상은 아니지만 여전히 먹는 일은 중요하다. 넘쳐나는 먹거리 중에 내 몸에 좋은 음식을 골라 먹는 지혜가 필요하다.

전남 보성군 벌교읍 마동리에 위치한 우리원은 일찍이 친환경 농업에 앞장서 왔다. 먹거리의 양을 늘리는 증산(增産)이 농업의 국가적 미션이었던 1970년대부터 화학비료와 농약을 쓰지 않는 유기농 농사를 시작한 우리원은 1986년 풀무원공동체로부터 유기농 인증을 받았고 1995년에는 국내 최초로 정부로부터 유기농 품질 인증을 받아 친환경 농업의 초석을 다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우리원 전양순 대표의 남편인 故 강대인 친환경농업회장은 ‘하늘을 사랑하고 땅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라는 이념으로 믿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를 생산하고자 노력해 왔다. 세계 전역을 돌아다니며 선진 농법을 배우고 전국 각지의 토종 종자 살리기 운동에 적극 나섰던 그는 유기농 농업뿐 아니라 토양에 맞는 종자 개발, 농법 연구, 수백여 종의 종자 수집 연구 및 개량을 통해 친환경 농가들의 소득 증대에 기여했다.
‘벼 박사’로 널리 이름을 알린 강 회장이 오랜 연구 끝에 개발한, 맛과 영양이 뛰어난 종자 3종이 품종 등록을 출원했으며 쌀겨농법과 우렁이농법이 보급돼 농가에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쌀겨농법은 다양한 농법 중 가장 이상적인 방법으로, 생산비의 1/3을 절감하고 수확량을 증대시켜 일반 관행 농법보다 훨씬 많은 수확을 내고 있다.
여성 농업인들의 롤모델

“정농회에서 공부하며 ‘유기농은 초기 작황이 어려워 3대를 알거지, 무지랭이로 키울 각오를 해야 한다’는 말을 익히 들었기에 각오는 했지만 생각보다 더 힘들었죠. 제초제와 농약을 쓰지 않아 논은 잡초로 엉망이었고 병충해가 심해 수확을 포기해야 할 때도 많았습니다.”
더욱이 유기농 인증은 유기농법을 시작한 지 3년이 지나야 신청할 수 있으며 우리원이 풀무원공동체에 유기농 쌀을 납품하던 초기에는 정부인증도 없었다. 알아주는 이는 없었지만 묵묵하게 한 길을 걸어왔기에 오늘에 이를 수 있었다.
“남편이 벼 종자 개량과 같은 연구에 몰두하다 보니 집안 형편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공품 개발과 직거래를 통한 판로 개척에 눈을 돌렸습니다.”
지금에야 홈쇼핑과 인터넷쇼핑이 발달해 생산자와 소비자 간 직거래가 손쉽게 이뤄지지만 택배 물류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1980년대에 직거래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전 대표는 낮에는 농사를 짓고 밤에는 전화로 주문 받은 상품을 포장해 틈틈이 벌교역에서 소비자에게 부쳤다. 1989년부터는 백화점에서 당근, 오이 등 각종 야채를 직접 판매했고, 남는 야채를 모아 가공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농사에 전념하지 않는다는 남편의 타박도 있었지만 사업 감각을 타고난 전 대표가 개발한 상품들이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었다.
“물 맑고 숲 깊은 청정지역에 살다보니 몸에 좋고 귀한 재료들을 쉽게 얻을 수 있었습니다. 팔고 남은 야채와 산과 들에서 나는 약초, 수산물을 섞어 만든 발효 효소액을 만들어 팔았죠. 그러던 중 남편이 농작물의 병충해 예방력을 높이고 농작물에 좋은 영양소를 주기 위해 수십 가지 재료를 섞어 만든 효소액을 음료 대용으로 팔 수 있을 것 같아 개발에 들어갔습니다. 100여 가지 재료가 들어간 효소액은 아토피, 장기능 개선 등에 효과가 있다고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백초액’이라는 이름의 인기 상품이 됐습니다.”
소비자들이 찾는 상품들이 하나 둘 늘어가자 전 대표는 1996년 ‘우리원식품’을 설립하고 직접 지은 농산물을 가공해 발효식품, 유기농 전통 장류 및 전국 최초로 생산한 흑향미, 적미, 녹미 등 유기농 쌀 8종을 직거래 했다. 초기 24종의 상품으로 직거래를 시작했던 것이 유기농매장, 이유식 회사, 학교급식 납품으로 이어졌고 최근에는 인터넷, 홈쇼핑 판매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우리원의 상품을 만나볼 수 있다.
끊임없는 상품 개발과 가치 창출로 농가의 활로를 개척한 전 대표는 여성 농업인들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그녀는 최근 디자인 포장용기 개발, 공장증축 등 매년 투자를 이어가며 친환경 농산물 유통망을 확대해 우리원을 키워가고 있다.
바른 먹거리로 몸과 마음에 힐링을…

바쁜 농장 일을 도우며 그간 부친이 이뤄 놓은 업적을 계승하기로 결심한 강 대표는 2007년 한국벤처농업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성균관경영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으며 부모님의 뒤를 이어 전문적인 농업경영인의 길을 걷고 있다. 또한 작목반 운영, 가공식품 사업교육관 운영 등을 도맡아 하며 우리원을 기업형 농가로 성장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히 유기농법 실천 교육원을 개방해 매년 5,000여 명이 넘는 방문객이 다녀가고 있다. 농업인들에게는 선진지 탐방을, 소비자들에게는 생산지 견학을, 공무원들에게는 친환경 농업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론뿐 아니라 보고 듣고 느끼는 체험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교육원을 이끌고 있는 강 대표는 부모님의 유기농 전파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유기농 식품을 통해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힐링센터’로 사업을 확장해갈 계획이다. 그녀는 “친구들에게 고향으로 내려가 농사를 짓는다니까 모두들 웃으며 놀리더군요. 농업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벤처산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할 것입니다”라며 포부를 밝혔다.
FTA로 인한 농산물 수입 개방으로 한국 농업의 위기가 대두되는 가운데, 우리원을 지키는 두 모녀의 모습은 농업인들에게 많은 점을 시사한다. “정부의 지원에 대한 기대보다는 스스로 활로를 찾아 개척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전 대표. 그녀의 끝없는 도전이 한국 농업에 한 줄기 빛이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