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 회원제 운영으로 유통업계 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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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트코, 회원제 운영으로 유통업계 장악
  • 김미란 기자
  • 승인 2014.07.01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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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마음 사로잡고, 고객에게는 충성심 유도

최근 미국의 구직정보업체인 글래스도어가 미국 내 가장 일하기 좋은 직장을 선정했다. 30만 개 기업 회원 2,300만 명이 참가한 조사에서 연봉과 복지혜택이 가장 우수한 기업으로 모두의 예상대로 구글(Google)이 1위를 차지했다.
5점 만점에 평점 4.4점으로 1위에 오른 구글은 높은 연봉과 남다른 복지혜택이 직원들을 사로잡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임 평균 연봉이 12만 8,000달러(1억 3,000여만 원)으로 애플(13만 2,000달러)보다는 낮지만 직원들에 대한 각종 스톡옵션이 다른 회사에 비해 월등이 많았다.
구글에서 가장 눈에 띄는 혜택은 사망한 직원의 배우자에게는 그 직원이 받았던 월급의 50%를 10년 간 지급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 자녀들에게는 19세가 될 때까지 월 1,000달러씩 장학금을 지급한다. 정규대학에 입학하면 이 혜택은 23세까지 연장된다. 이외에도 구글은 세계 각국의 음식을 하루 세끼 무료로 제공하는 것은 물론 사내 병원, 체육관 등도 운영하고 있다. 금연 프로그램, 요리강좌 혜택이 제공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구글에 이어 2위를 차지한 기업은 어디일까. 애플(Apple)?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아니면 신흥강자 페이스북(Facebook)? 아니다. 그 주인공은 의외로 대형 유통업체 코스트코홀세일(Costco Wholesale/이하 코스트코)이다. 놀라운 것은 평점에서도 구글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미국 내 패스트푸드점 직원들이 시간당 임금이 7, 8달러다. 그에 비해 코스트코 계산대 초임 직원의 시간당 임금은 12달러, 선임 직원은 16달러일 정도로 꽤 높은 편이다. 게다가 직원의 88%에게 의료보험 혜택이 주어진다. 월마트가 직원의 절반 정도에게만 의료보험 혜택을 제공하는 것에 비하면 이 역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이밖에도 코스트코는 유급휴가, 질병수당 등도 시간제 근로자와 정규직에게 동일하게 제공한다. 이러한 점들이 바로 코스트코가 구글에 이어 2위의 자리에 오른 이유다.

코스트코가 꿈의 직장으로 올라선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창업주인 짐 시네갈의 경영 철학에서 엿볼 수 있다.
시네갈은 ‘직원의 행복이 곧 회사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고 믿었다. 이에 제품 가격은 낮추고 직원들의 임금은 높였다. 대부분의 유통업계들이 가격을 낮추려고 임금을 깎는 일반적인 논리와 대치되는 것이다. 극심한 경기 침체를 앓던 2009년에도 코스트코는 시급을 1.5달러 올렸다. 당시 그는 한 인터뷰에서 “마이크로소프트, 보잉 등 기업들이 직원들을 줄이고 있다. 하지만 나는 직원에게 해고 없이 난관을 헤쳐 나갈 방안을 생각해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직원을 해고하지 않기 위해 2008년과 2009년에만 전 세계에 28개의 매장을 내고 신규 점포에 직원들을 배치했다.
그러나 정작 본인 연봉은 낮췄다. 2011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당시 그의 연봉은 32만 5,000달러로 경쟁사 최고경영자들의 4분의 1 수준이었다.
직원들의 임금은 꾸준히 인상한 반면 다른 비용과 마진율은 최소화해 제품 가격을 낮췄다. 광고비를 아꼈고, 마진율 14∼15%를 넘기지 않도록 했다. 시네갈은 “마진을 15% 이상을 남기면 고객들이 떠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된 유명한 일화도 있다. 지난 2009년에 코스트코가 한 달 간 코카콜라 제품을 판매하지 않은 사건이다. 당시 코스트코는 웹사이트를 통해 “코스트코는 언제나 고객들에게 최적의 가격을 갖춘 최고의 제품을 공급하려 하고 있으나 코카콜라는 경쟁력 있는 가격에 제품을 공급하지 않고 있다”며 “코카콜라가 관련 제품 가격을 낮추지 않을 경우 매장에서 코카콜라 제품을 더 이상 판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캘빈 클라인에서 청바지를 코스트코에 납품하면서 7달러를 할인해 주었는데 시네갈이 이를 회사의 이득으로 챙기지 않고 그대로 소비자가격에 반영해 가격을 낮춰 판매한 일도 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친구인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에게도 “커피 가격을 내리지 않으면 스타벅스 커피를 진열대에서 내릴 수밖에 없다”라고 말한 뒤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린 적도 있다.
“내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우리가 원칙을 포기하고 몇 센트, 몇 달러, 몇 백 달러를 더 비싸게 받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상황이다.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얻는 것 또한 없다.”
시네갈의 이러한 저가정책 덕분(?)에 코스트코 영업이익률은 2~3%선에서 맴돈다. 그러나 코스트코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이 덕에 대부분 자영업자들로 구성된 법인고객 수는 매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시네갈이 은퇴하면서 코스트코의 새로운 수장이 된 크레이그 젤리넥 역시 “비즈니스의 목적 중 하나는 직원들의 행복한 삶을 유지해주는 것”이라며 그의 경영철학을 계승하고 있다.

유통업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코스트코의 역사는 198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레드마트를 운영하던 프라이스 밑에서 24년간 일하던 시네갈이 그해 시애틀에서 유통업을 하던 제프리 브로트먼을 만나면서 코스트코가 시작됐다.
두 사람은 회원제 창고형 할인점 사업을 하기 위해 회사를 설립했다. 시애틀 커클랜드에 첫 매장을 열었고 급성장해 6년 만에 매출 30억 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기업 역사상 가장 짧은 시기에 30억 달러를 기록한 것이다. 1993년에는 프라이스클럽과 합병해 프라이스코스트코(PriceCostco)가 됐다. 프라이스클럽과 코스트코 브랜드를 그대로 쓰면서 영업을 하던 회사는 4년 후 프라이스엔터프라이즈가 분리되면서 매장을 모두 코스트코로 리뉴얼했다. 코스트코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서막이었다. 그리고 1999년 8월30일 지금의 이름으로 변경됐다.
미국 최대의 회원제 창고형 할인매장인 코스트코는 미국을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수백 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다. 유명브랜드 재고나 생산이 중단된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전략으로 경쟁업체인 월마트와 차별화를 둬 성공했다.
이처럼 코스트코의 핵심 전략은 비용을 낮추고 그 이익을 고객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이에 고객들은 유명브랜드를 일반 도소매점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식료품, 과자를 비롯해 가전제품, TV, 자동차 용품, 타이어, 완구, 하드웨어, 스포츠용품, 시계, 카메라, 서적, 가정용품, 의류, 건강 및 미용용품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들을 구입할 수 있다. 이외에도 디지털 사진 현상소, 온라인 사진 서비스, 베이커리, 정육, 타이어 센터, 보청기센터와 갓 구운 피자, 코스트코 핫도그, 시원한 음료를 즐길 수 있는 푸드 코트도 있다. 보석 코너도 있다. 이곳에서는 반지, 목걸이, 팔찌, 다이아몬드, 진주 등, 다양한 디자인의 보석류를 판매하는데, 이 보석들은 엄격한 기준에 맞춰 선별된다.
또한 코스트코는 ‘커클랜드 시그니처(Kirkland Signature/이하 커클랜드)’라는 자체 브랜드도 갖고 있다. 코스트코 1호점을 세운 워싱턴주 커클랜드에서 이름을 따온 이 PB제품은 브라질, 멕시코 등에서 생산돼 전 세계 코스트코 매장에서 판매된다. 때문에 제조업체 브랜드보다 경쟁력 있는 품질의 PB상품을 만날 수 있다. 주스, 쿠키, 커피, 견과류, 가정용품, 여행용 가방, 가정용 기기, 의류, 세제 등 전 품목에 쓰이는 커클랜드의 브랜드 가치가 무려 7조 3,000억 원에 이른다.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휴지인데 이는 전세계에서 약 5,450억 원 어치를 판매했다.
전문가들은 커클랜드가 가격과 품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고 평가한다. 전형적인 PB처럼 일반 브랜드보다 제품 가격이 10~20% 저렴한 데다 품질도 뒤지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코스트코의 모든 매장은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각국의 코스트코 매장에서는 현금과 수표 외에 신용카드로는 코스트코와 계약을 맺은 한 회사의 카드만 사용 가능한 1국가 1카드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만 사용이 가능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카드만 가능하다. 코스트코는 이것이 가맹점 수수료율 부담을 줄여 제품가격을 낮추기 위한 정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여느 대형 매장들이 수많은 상품들을 구비하고 있는 것에 비해 코스트코는 상품군도 상대적으로 적다. 월마트에 14만개 상품이 있다면 코스트코에서는 4,000개만 판다. 품목별로 가장 품질이 좋고, 값이 싸며, 큰 사이즈 하나만 제공하는 식이다. 최고 브랜드를 엄선해 집중적으로 대량 판매하는 전략 때문이다. 이는 제조업체로부터 저렴하게 상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런 방식으로 코스트코는 1년에 재고가 13차례 소진된다.
코스트코의 상품구성은 크게 기본상품, 시즌상품, 유행상품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각각 1/3씩 운영하며 기본상품을 제외한 시즌상품은 시즌 종료시점의 과다재고와 가격인하에 따른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경쟁사보다 먼저 입점 시키고 시즌 시작 전후로 철수시킨다. 봄에는 아웃도어 제품, 가을에는 크리스마스 제품을 구비하는 방식이다. 그런가하면 유행상품은 최소량만 구매한 후 매출이 25% 상승하는 시점에 대량구매를 하고 매출이 5% 하락하는 시점에 철수를 시작한다.
시즌상품과 유행상품을 주경쟁사보다 빠르게 교체하는 것은 고객에게 ‘지금 사지 않으면 다음에는 없을지도 모른다’라는 심리적인 압박을 심어주기 위한 것인 동시에 재고비용과 가격인하에 따른 매출이익 손실을 방지해 고객에게 최저가로 제공한다는 원칙을 지켜나가기 위한 코스트코의 노력이다. 이 같은 노력이 코스트코를 만들었고 또 치열한 유통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게 했다.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뿐 아니라 내부고객인 직원들까지 만족시키는 코스트의 성공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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