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제주도로, 사람은 서울로 보낸다’는 말이 옛말이 되고 있다. 제주도의 인구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의 인구는 줄어들고 있는 반면 제주도는 30~50대의 젊은 인구가 유입되고 있어 더욱 고무적이다.
지난해 9월 가수 이상순과 결혼한 이효리가 제주도에서의 신혼생활을 자신의 블로그에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제주도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제주시 애월읍에 신접살림을 차린 이효리는 그동안 보여준 화려한 연예인의 모습이 아닌, 손수 채소를 가꾸고 취미생활을 즐기는 등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공개해 네티즌의 관심을 받았다.
이렇게 제주도에 둥지를 튼 연예인은 이효리뿐만이 아니다. 배우 김희애, 방송인 허수경, 작가 김수현, 가수 JYJ 김준수 등도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닌 제주도에 세컨드하우스를 마련했다.
8년째 제주도와 서울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는 허수경은 <왜 사느냐면, 제주도에>라는 에세이집을 출간해 자신의 제주생활을 소개했으며, 방송을 통해 “제주도에서의 삶을 통해 진정한 행복을 찾게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희애와 김수현은 제주도의 비버리힐스로 불리는 서귀포시 안덕면에 위치한 별장단지 비오토피아에 세컨드하우스를 마련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올레길의 인기와 세계자연문화유산 등재 등으로 제주도가 힐링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여행객뿐 아니라 제주도에 리조트를 분양받거나 집을 지어 거주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듯 제주도의 인구 증가 추이가 올해도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3월 인구추이를 분석한 결과 제주도 인구는 지난해 8월 60만 명을 돌파한 이래 올해 2월 기준 60만 7,006명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보다 2,336명 증가한 것으로 이러한 추세라면 올해 평균 증가율이 2.3%를 상회 할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올해 2월까지 증가한 2,336명은 타 지역에서 순유입된 인구 1,693명, 외국인 229명으로, 외부로부터 유입된 인구가 전체의 82.3%를 차지했다. 이 같은 추세대로라면 오는 2018년에는 제주도의 인구가 70만 명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편 올해 상반기 제주 유입 인구 10명 중 7명이 수도권에 거주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의 ‘인구이동통계’자료에 따르면 2010년 2분기 이후 4년 동안 제주에 유입된 1만 8,333명 중 경기 지역에서 7,063명, 서울 5,603명, 인천 1,281명이 유입됐다. 도시에서 변방의 섬으로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인데,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귀농·귀촌의 증가, 관광지로서의 메리트가 높아진 제주도의 경제적 기회요인 증가, 제주특별자치도의 각종 개발 정책이 인구 순유입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순유입인구가 최근 3년간 연평균 82% 증가했고 전체 인구 증가율도 2% 이상의 신장률을 보이고 있어 2018년에는 인구 70만 명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한 제주도가 세종시 다음으로 전국에서 두 번째 높은 인구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원인을 이주 정착주민 및 외국인 증가로 분석했다. 이에 제주도는 타시도에 거주하던 귀농·귀촌인,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는 베이비부머세대 은퇴자, 영어교육도시 내 국제학교 및 투자진흥지구 개발사업과 관련한 유입 인구 증가에 대응하고 제주가 국제 자유도시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주여건을 개선시킨다는 계획이다.
그렇다면 현재 제주도에 거주하는 이들의 만족도는 어떨까. 지난 2월 중앙선데이와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서베이조사연구센터가 전국 광역단체와 기초단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제주도는 5점 만점을 기준으로 경제 상태 만족도 3.39점으로 다른 시도보다 월등히 높은 점수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울산 3.27점, 3위 경남 3.21점, 4위 서울 3.20점 등이었다. 현재 살고 있는 주거 상태 만족도에서도 제주도가 3.72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광주 3.65점, 3위 울산 3.65점, 4위 경기 3.64점 순이었다. 이 조사는 한국 갤럽이 전국 16개 시도와 230개 기초단체를 대상으로 만 19세 이상 주민 2만 1,05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휴양지 제주도에 내 집을 마련하려면 1억 원 가량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전용면적 84㎡를 기준으로 1억 원이하에 매입 가능한 건물이 전체 5,972가구 중 1,209가구로 확인됐다. 제주도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현재까지 가격 흔들림이 타 지역보다 적었으며 꾸준한 매매가 상승흐름을 나타내 왔다. 더욱이 제주도 구도심 매매 가격은 여러 지방 대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으로 2008년 이후 장기적인 상승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2010년 이후에는 관광산업의 활성화와 국제학교 조성 등에 따라 인구 유입이 크게 늘고 있어 매매가격의 하방경직성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제주도가 세계 유네스코가 주관하는 3대 환경보호제도인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에 모두 등록되고 2011년 세계 7대 자연경관지로 선정되면서 세계적인 관광지로 부상해 외국인 관관객의 증가세를 이끌고 있다. 그러나 제주도는 100가구 미만의 나홀로 아파트 단지가 대부분이고 도시지역과 달리 업무 시설이 근접한 직주근접형 생활이 어려워 관광산업 외에 ‘먹고 사는’ 문제에 있어서 미흡하다. 따라서 바다와 근접한 이점을 바탕으로 휴양이나 별장개념과 자산 배분, 자녀교육이라는 제한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제주도는 내륙지역에 위치한 도시지역 대비 상대적으로 매매가격이 저렴하고 금융위기 등의 부동산 침체기에도 가격 하락 영향을 덜 받는 장점이 있어 자산 배분 차원에서 접근이 용이하다”고 조언한다.
터전을 제주도로 옮기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제주도의 꾸준한 국내기업유치활동으로 기업들의 사옥 신축 및 준공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주)다음커뮤니케이션이 제주기업으로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IT기업들의 눈이 제주로 쏠리고 있다. 다음은 본사를 제주시 영동읍 첨단과학기술단지로 이전해 현재 자회사를 포함한 900여 명의 직원들이 제주도에서 생활하고 있다. 다음은 이전에 따른 비용 470억 원을 투자했고 향후 첨단과학기술단지 내 본사 증축 및 근로환경개선시설 신축 등에 23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다음에 이어 NXC, 모뉴엘, S&C, 이스트소프트, 온코퍼레이션 등 중견기업을 포함해 50여 개의 기업이 제주로 이전했으며 최근에는 게임 던전앤파이터의 개발사 네오플도 본사를 제주도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앞서 이전한 기업들의 업무 만족도가 높고, 제주도가 창의성을 필요로 하는 IT기업들의 업무 환경에 적합하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어 이러한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는 2000년대 초부터 ‘국제자유도시’를 추진해 2006년에 특별자치도로 승격, 사람과 자본, 상품의 이동이 자유로운 도시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가 미미하자 제주도는 해외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2010년부터 부동산 투자이민제를 시행했다. 투자이민제는 일정한 금액 이상을 일정 기간 동안 투자한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부여하는 제도로, 정부가 정해놓은 투자금액 기준은 5억 원이다.
외국인이 5억 원 이상의 부동산을 매입할 경우 F1(거주비자)을 발급해 주고 5년 후에는 투자자와 배우자, 자녀에게 F2(영주권)을 주는 제도로, 투자 대상은 휴양을 목적으로 하는 별장, 콘도, 펜션 등으로 제한된다.
제주도는 투자이민제를 시행한 이후 중국인 투자자들이 몰려들어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와 외국인 관광 특수를 누리고 있다. 시행 4년 만에 제주도는 800여 건에 대한 5,300억여 원의 투자가 발생했으며 중국인 400여 명이 F1(거주비자)을 받았다. 이들은 오는 2018년 우리나라 영주권을 획득하게 된다.
특히 지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50억 원 이상의 외국인 투자 15개 중 12개 사업이 중국 기업의 투자였고 일본, 홍콩, 호주 기업이 1곳씩이었다. 이들의 총 FDI 신고금액은 1조 2,063억 원이었으며 투자 예상 사업비는 3조 원에 이른다.
제주도 내 중국인의 토지 소유도 증가하고 있다. 2010년 4만 9,000㎡, 2011년 143만 6,000㎡, 2012년 192만 9,000㎡, 2013년 245만 5,000㎡로 3년 새 60배 이상 증가했다.
중국인 관광객도 급증해 지난 2009년 26만 명이던 것이 2013년에는 180만 명으로 7배가량 증가했다. 제주도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10명 중 6명이 중국인인 셈이다.
이른바 ‘차이나 머니’라 불리는 중국인들의 투자가 급증하다 보니 지역민들의 거부감이 커지고 ‘중국 자본이 제주도 토지를 잠식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투자이민제로 제주도의 0.28%에 해당하는 면적에 콘도가 생겨났으며 이 같은 속도라면 제주도가 콘도로 가득찰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제주도는 지난해 말 투자이민제를 재정비하기로 했다. 1인당 투자금액을 5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상향조정하고 영주권 투자자 수를 제주 인구 60만 명의 1%인 6,000명 수준으로 제한하는 ‘영주권 총량제’ 도입을 법무부에 건의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그러나 7월 취임하는 원희룡 제주도지사 인수위가 지난 6월19일 외국인 부동산 투자자의 영주권 취득 요건을 크게 강화하겠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인수위는 “현재 투자 기준인 5억 원에서 5억 원을 더한 공채를 매입하는 외국인에 대해서만 영주권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투자이민제를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부동산 투자이민제가 외국인 투자 유치 확대 등에 많은 기여를 했지만 부동산 투자만으로 영주권을 부여한다는 데 도민 사회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며 “개선안을 통해 채권투자 방식의 선순환 투자 유치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