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으로 성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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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으로 성장하다
  • 최진희 기자
  • 승인 2014.06.30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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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메신저의 달라진 위상과 합병에 따른 기대 효과

올해 초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Mobile World Congress) 2014에서는 이전과 다른 광경이 펼쳐졌다. 세계 최대 규모의 이동통신산업 전시회인 MWC는 이동통신업체나 통신 장비 제조사 CEO가 기조 연설자로 초청되어 왔지만 올해는 왓츠앱, 카카오톡의 CEO가 초청되었다.

모바일 메신저는 빠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우리 생활에 가장 밀착된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주요 모바일 메신저 사용자 수를 합한 규모로 따지면 이미 페이스북 사용자를 능가할 정도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주요 인터넷 서비스 기업들은 모바일 메신저를 M&A하며 합종연횡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해 2월 말 페이스북이 190억 달러(약 20조 원)에 왓츠앱을 M&A한 것을 시작으로 전자 상거래 기업인 라쿠텐과 알리바바도 모바일 메신저를 인수했다. 다른 글로벌 인터넷 서비스 기업도 꾸준히 모바일 SNS 역량 강화의 기회를 탐색하고 있어 추가 M&A 발생 가능성도 있다.

위챗, 왓츠앱, 라인은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모바일 메신저다.
위챗은 중국을 중심으로 누적 사용자가 전세계 6억 명을 넘었고 작년에 사용한 해외 마케팅 비용만 2억 달러(약2,200억 원)을 투자해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GlobalWebIndex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위챗은 작년 4분기에 2분기에 대비해 379%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왓츠앱은 같은 기간 35%가 성장해 월간 사용자가 5억 명을 넘어서 작년 초 대비 2.6배가 증가한 수치다. 무엇보다도 미국에서 왓츠앱을 사용하는 사람은 전년 동월 대비 146% 증가했고 서비스 체류 시간도 26% 늘었다.
라인은 국내는 물론 동남아와 스페인을 시작으로 유럽시장과 미국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마케팅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최근 방영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와 주말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에서 라인의 간접광고(PPL: Product Placement)가 노출되면서 시청자의 주목을 끌어 국내 사용자수가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중국과 동남아 지역에 방영되면서 해외에서의 인지도도 상승했다. 중국내 앱 다운로드 순위를 분석하는 업체 앱애니(App Annie)에 따르면 라인은 ‘별에서 온 그대’가 방영되던 시기에 일시적이지만 앱 다운로드 순위에서 소셜 부문 1위, 전체 7위를 기록했고 미국에서도 3월 초 189위에서 4월 중순 19위로 상승해 17위인 왓츠앱과 동등한 수준까지 성장했다. 라인은 서비스 제공을 시작한 지 2년 10개월 만에 누적 사용자 4억 명을 넘어서 일일 메시지 수가 100억 건에 달해 이용자 수가 1,000만 명이 넘는 글로벌 서비스로 성장했다.
모바일 메신저는 게임 중개를 시작하면서 수익 모델을 갖추었다. 카카오톡이 2012년부터 게임을 오픈한 이후 라인, 위챗이 소셜 게임을 중개하면서 메신저는 게임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짧지만 빈번하게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모바일 메신저의 특징과 유사한 콘텐츠 중 하나가 게임이다. 소셜 게임은 별도의 비용 지불 없이 이용할 수 있고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은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특성과 잘 부합한다. 지인과 순위 경쟁을 하고 유료 아이템 구매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게임 아이템 판매 수수료는 주요 수익원이 됐다.
라인의 경우에는 지난해 유로 게임 아이템 판매 수수료로 2,031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12년과 비교하면 수익이 9배 증가했고 전체 순매출의 45%를 차지하는 수치이다. ㈜카카오는 작년 한 해 동안 게임, 커머스 등을 중개한 매출이 1,777억 원을 기록해 2012년보다 5배가량 늘었으며 이는 전체 매출의 84%를 차지한다. 위챗은 게임 중개 매출이 전체의 약 8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매체 환경 변화가 모바일 주도로 형성되면서 모바일 메신저의 사용자 수와 서비스 체류 시간 증가세는 기존 서비스보다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 메신저 사용자수의 증가는 페이스북을 비롯한 기존 인터넷 서비스 기업에게 위협 요인이 되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페이스북을 비롯한 라쿠텐, 알리바바 등 세 업체가 모바일 메신저를 M&A 또는 지분을 투자한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페이스북과 알리바바는 자체 모바일 메신저가 있지만 성과는 미진했다.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페이스북은 자체 메신저 서비스 다운로드 수는 크지만 실제 사용량이 적어 기존 서비스와의 시너지 확보가 미미했다. 페이스북이 왓츠앱을 인수한지 2개월이 지난 후 두 서비스 간 시너지는 사용자 수와 체류시간의 증가로 나타났다. comScore 자료에 따르면, 3월 미국 모바일 사용자 증가율이 14%, 왓츠앱이 24% 증가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알리바바와 라쿠텐도 모바일 메신저 인수로 전자 상거래 서비스 범위를 PC 기반에서 모바일로 단기간에 확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전자 상거래 시 모바일 메신저를 구매자와 판매자간 소통 채널로 활용해 빠른 고객 응대도 가능하게 됐다.

이들 기업들이 또 기존 경쟁사와 잠재적 경쟁자를 방어하기 위해 모바일 메신저를 인수 혹은 지분 투자했다. 먼저 경쟁사를 견제하는 측면에서 보면 구글이 왓츠앱을 인수해 모바일 SNS 역량을 갖추게 될 경우 페이스북으로서는 모바일 SNS 영역에서도 위협 받을 수 있는 상황이된다. 한편 모바일 SNS 기반이 부족한 알리바바는 위챗을 활용한 텐센트와 중국 내 모바일 전자 상거래 영역에서 치열한 경쟁을 염두에 두고 탱고에 지분을 투자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잠재적인 경쟁자로 급부상할 수 있는 모바일 메신저를 내재화해 조기에 경쟁요인을 제거하기도 했다. 페이스북의 잠재적 경쟁자였던 모바일 메신저의 선두주자 왓츠앱을 자기편으로 만든 것이다. 알리바바와 라쿠텐 또한 잠재적 경쟁자로 등장하게 될 모바일 메신저를 내재화해 향후 모바일 전자 상거래에서의 경쟁 주도권을 선점한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은 전세계 월간 사용자수가 13억 명에 이르지만 중국내 모바일 사용자가 500만 명정도로 소수에 불과하다. 2009년 7월 ‘신장 위구르 자치구 유혈 사태’ 이후 중국 정부가 국제 여론을 통제하고자 중국 내 페이스북 서버를 차단한 것이다. 반면 왓츠앱은 중국 내에서 약 3,750만 명 정도로 추정되는데 이는 위챗 다음으로 많다. 최근 페이스북이 중국어에 능통한 언어 전문가를 뽑는다는 채용 공고를 낸 것 또한 왓츠앱 인수를 계기로 중국 시장 재진입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또 중국 내 기반을 둔 알리바바와 일본에 기반을 둔 라쿠텐도 이번 북미 시장 기반의 바이버와 탱고의 인수 및 지분 투자를 계기로 북미 시장을 시작으로 글로벌 서비스로 도약하는데 모바일 메신저를 교두보로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페이스북의 경우 주요 고객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10대 사용자들의 이탈 또한 왓츠앱 신수를 부추겼을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 10대(16~19세)의 페이스북 사용자 비중이 1분기 76%에서 3분기에는 56%까지 하락했다. 이는 10대 사용자들이 부모님, 선생님을 비롯한 어른들로부터 자신만의 소통 영역을 확보하고자 모바일 메신저로 이동한 것으로 예측된다.
기존 문자 기반 서비스 외에 음성 통화까지 활성화 될 경우 모바일 메신저는 통합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으로서의 입지가 더 강해질 것이다. 최근 구글이 자체 모바일 메신저인 행아웃(Hangouts)을 업데이트해 음성, 영상 등 매개체 구분 없이 플랫폼을 구축했다. 현재 모바일 메신저에서 데이터 기반의 음성 통화 기능이 제공되지만 많이 사용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안정적인 음성 통화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아 불편하다는 것인데 향후 안정적인 광대역 인터넷 망 확보가 가능하다면 사용 빈도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모바일 메신저는 다양한 방식의 소통으로 쉽게 네트워크 형성이 가능해 향후 모바일 트래픽의 상당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네트워크 효과는 상호 간에 연결될 수 있는 경우의 수에 따라 늘어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사용자수의 제곱으로 증가할 수 있다. 등록된 친구의 수가 많을수록 서비스 충성도가 증가하고 체류시간이 늘어날 확률도 높아지게 된다. 이러한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사용자의 수와 송수신되는 메시지 건수가 증가세를 유지하게 된다. 작년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송수신된 메시지는 10조 3천억 건으로 추정되며 2018년에는 평균 63조건의 메시지가 송수신되어 전체 트래픽의 7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모바일 메신저가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고 사용자 간 관계 정보를 갖고 있다는 점은 모바일 광고와 전자상거래가 급부상하는 환경 속에서 게임 플랫폼에 이어 향후 주요 마케팅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현재 모바일 광고 시장은 구글이 주도하는 가운데 페이스북이 소셜 기반으로 비중의 격차를 줄여가고 있는 상황이다. 모바일 메신저는 온/오프라인 공존이 가능해 현장에서 제품을 직접 확인한 후 바로 온라인에 접속하여 구매를 결정할 수 있다. 다른 모바일 SNS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지인간의 관계정보를 기반으로 더 타깃팅(Targeting)된 광고를 할 수 있다. 모바일 메신저의 마케팅 채널로서의 잠재력은 몇 가지 사례를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작년 11월에 샤오미는 중국 내에서 위챗과 제휴해 입소문 효과에 힘입어 9분 55초 만에 Mi-3 초기 물량 15만 대를 판매했고 로레알은 태국에서 라인과 e-커머스 업체 에이커머스(aCommerce)와 협력해 라인사용자들에게 기간 한정으로 반짝 세일을 진행한 결과 5분 만에 초기 물량인 500개의 제품이 매진됐다.
광고, 전자 상거래, 온라인 결제는 사업의 특성 상 연계되어 진행된다. 모바일 메신저가 마케팅 채널로 부각될 수 있다면 모바일 결제 시장 진입 또한 자연스럽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모바일 메신저는 최근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인 모바일 서비스다. 주요 모바일 메신저의 사용자를 합한 규모는 이미 페이스북 사용자를 능가할 정도다. 현재 상태만으로도 ICT 업계 최대 M&A를 유발할 정도로 위상이 커졌다. 모바일 메신저는 다른 SNS에 비해 덜 개방적이고 폐쇄성이 강한 반면 지인과의 관계는 오프라인 상의 실질적인 관계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더 강한 유대관계를 기반으로 한다. 또 중독성이나 흡수력이 강한 게임 혹은 이와 유사한 서비스의 독점 제공 등을 계기로 해당 모바일 메신저의 글로벌 수요층이 급격하게 확대되는 일도 일어날 수 있다. 왓츠앱이 페이스북과의 시너지를 발판으로 약진하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만약 어떤 경로든 하나의 메신저가 글로벌 절대 강자로 부상한다면 그 위상은 페이스북 못지않을 수 도 있다. 모바일 메신저의 잠재력으로 본다면 글로벌 절대 강자로서의 모바일 메신저의 위상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많은 사용자의 관계 정보를 갖고 있다는 것은 모바일 메신저의 잠재력이자 서비스 성장의 출발점이다. 모바일 메신저는 사용자의 확대와 이에 따른 사용자간 네트워크 효과, 음성통화 사용의 확대 등으로 향후 차세대 통합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해갈 것으로 보인다. 이미 게임 플랫폼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는 모바일 메신저는 모바일 광고와 상거래가 급부상하는 환경 속에서 모바일 마케팅 플랫폼으로서의 위상도 확대해나가고 있으며 금융 서비스 진출도 활발해 질 것으로 보인다. 로컬 거점이 고착화되고 글로벌로 볼 때 몇 개의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가 경쟁하는 상태가 지속된다 하더라고 통합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마케팅과 게임 플랫폼, 소액 금융결제 수단으로의 강점을 중심으로 그 영향력은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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