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카카오’, PC와 모바일 두 마리 토끼 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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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카카오’, PC와 모바일 두 마리 토끼 잡을까
  • 신혜영 기자
  • 승인 2014.06.30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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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총액 3조 원대 공룡 IT 기업 탄생…네이버 지고 다음 뜨나

국내 인터넷 포털 2위 다음커뮤니케이션(이하 다음)과 국내 1위 모바일 메신저업체 카카오가 지난 5월23일 ‘다음카카오’로 전격 합병하면서 과거 IT 기업 간의 합병 사례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IT 기업들은 경쟁사를 견제하거나 새로운 사업을 시도하기 위해, 또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다양한 인수합병을 시도했다. 이 중에는 인수합병을 통해 성장동력을 찾아 기업이 성장하는 토대가 된 사례가 있는 반면, 오히려 무리한 인수합병 추진으로 회사의 사운이 기운 경우도 있다.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 과연 이들이 선택한 수가 ‘위기 탈출’의 전환점이 될지 궁금하다.

이번 합병으로 그동안 모바일 사업과 글로벌 진출에 주춤했던 다음이 해외 시장 진출에 적극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세훈 다음 대표와 이석우 카카오 대표는 “양사의 핵심 역량을 통합해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정보-생활 플랫폼을 구축,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 환경에서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합병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합병은 기준 주가에 따라 산출된 약 1:1.556의 비율로 피합병법인인 카카오의 주식을 합병법인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의 발행신주와 교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양사가 합병할 경우 시가 총액 3조 원대 공룡 IT 기업이 탄생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음과 카카오는 오는 8월 주주총회 승인을 얻어 연내에 절차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모바일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다음과 국내 시장 한계로 해외 시장에 진출해야하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카카오가 서로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손을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석우 카카오 대표는 “국내증시에 상장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급변하는 시장에서 내년 중순까지 기다리기보다 다음과 빨리 합병해 시너지를 내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카카오톡은 더 이상 가입자 수를 늘리는 게 목표가 아니다”라며 “장기적인 목표는 지난해 발표했던 100만 파트너 만들기와 연간 매출 10조 원을 달성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세계 모든 이용자들에게 보다 가치 있는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현금도 중요하지만 다음이 가지고 있는 자원이 많다”면서 “가지고 있는 콘텐츠도 그렇고 검색 서비스도 있어 시너지가 날 수 있는 자산을 합치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가능성이 열릴 것으로 본다”고 답변했다.
1995년 설립한 다음은 인터넷의 시작과 함께 한메일, 카페, 미디어다음, 검색 등 국내 인터넷 트렌드를 열어 왔다. 하지만 PC 중심의 포털 이외에 모바일에서는 비즈런치, 마이피플 등 서비스를 내놨지만 기대만큼의 호응을 얻진 못했다. 경쟁사인 네이버가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성공시키며 3억 명이 넘는 가입자를 모을 때도 다음은 옆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결국 다음은 올해 1분기 실적에서 매출 1,270억 원, 영업이익 151억 원을 달성하는데 그치며 매출 6,380억 원, 영업이익 1,898억 원을 기록한 네이버에 완패했다.
하지만 이번 합병으로 다음카카오는 카카오가 보유한 뛰어난 모바일 플랫폼, 다음이 보유한 국내 1위 모바일 광고 플랫폼과 검색광고 네트워크 등 우수한 마케팅 플랫폼을 기반으로 향후 모바일 사업에 강력한 추진력과 발판을 확보하게 됐다.
다음은 현재 코스닥 시장에서 시가총액이 1조 590억 원, 비상장사인 카카오는 장외거래 가격으로 알려진 주당 9만 원으로 환산할 경우 시가총액이 2조 원을 넘는다. 통합 법인의 직원 수는 다음 약 2,600명과 카카오 약 600명이 합쳐져 약 3,200명이 될 전망이다.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을 한 이유는 모바일과 PC라는 서로 다른 영역에서에 대한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인 위챗은 텐센트, 왓츠앱은 페이스북, 라인은 네이버가 뒤에서 지원 사격을 하며 공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상황에서 카카오 역시 다양한 서비스를 위해 포털 기업인 다음의 서비스와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음은 카카오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모바일을 통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시장에서 성장의 한계를 겪고 있는 다음은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해외 시장 진출과 더불어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는 이번 합병을 통해 IPO(기업공개)를 통한 상장이라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상장할 수 있다는 효과를 거뒀다. 카카오 역시 국내 시장에서는 이미 가입자 유치에 한계를 보이고 있고 게임 매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해외 시장 진출이 절실한 상황이다.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아직 실질적인 수익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으며 전자결제 도입 등을 시도하고 있지만 더 큰 성장을 위해서는 든든한 지원군이 필요한 상황이다.
라인은 국내 최대 포털 기업인 네이버가, 위챗은 중국의 국민 메신저 ‘QQ’를 보유한 텐센트가, 왓츠업은 페이스북이 지원 사격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카카오 역시 다음의 도움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의 힘을 얻으려는 전략이다. 아마존 정글과 같은 상황 아래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IT시장에서 카카오톡은 하루빨리 세계시장을 공략해야한다는 위기감이 있는 상태다. 빠른 시간 내에 새로운 솔루션을 준비하고 인력을 충원하지 않으면 경쟁사에게 밀릴 수밖에 없다. 이에 직상장을 통해 기업을 키우고 인력을 충원하기보다는 곧장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고 바로 필요한 리소스를 투입하기 위해 상장을 포기하고 다음과의 합병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석우 대표도 지난 5월26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내증시에 상장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급변하는 시장에서 내년 중순까지 기다리기보다 다음과 빨리 합병해 시너지를 내는 게 맞다고 본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카카오는 우회상장 효과로 마케팅을 위한 ‘총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카카오 입장에서도 다음의 모바일 광고 플랫폼과 뉴스·카페·웹툰 등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최세훈 대표는 “다음카카오가 막강한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자신감을 내비쳤다. 직원들의 화학적 결합에 대해서는 양사 대표 모두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최 대표는 “양사의 조직 문화가 비슷하다”면서 “다음과 카카오는 문화 자체가 창의적이고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수평적으로 함께 일하는 것이 닮았다”고 덧붙였다.
업게에선 카카오의 강력한 모바일 플랫폼 경쟁력과, 다음이 보유한 우수한 콘텐츠, 서비스-비즈니스 노하우, 전문기술이 결합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참여와 개방, 소통, 혁신, 수평적 커뮤니케이션 문화 등 주요한 가치를 공유하고 있어 통합 이후 시너지 창출이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양사간 합병으로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의 경우 그동안 주춤했던 모바일사업 및 해외 진출에 탄력을 받고, 카카오는 전략적인 신사업 추진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최세훈 다음 대표는 “카카오의 강력한 모바일 플랫폼 경쟁력과 다음이 보유한 우수한 콘텐츠 및 서비스·비즈니스 노하우 그리고 전문기술이 결합하면 최상의 시너지 효과를 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석우 카카오 대표는 “양사의 핵심 경쟁력을 통합해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강력한 추진력을 확보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황승택 연구원은 “카카오는 다음의 인프라를 사고, 다음은 성장 동인을 확보할 수 있다”며 “카카오는 게임 이외의 신규 비즈니스에서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 다음의 인프라가 겹치면서 광고 영업을 확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키움증권 안재민 연구원은 “다음의 인터넷 포털로서의 가치, 검색·디스플레이광고, 게임 사업과 카카오의 모바일 메신저, 모바일서비가 서로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며 “지난 10여 년간 지속되던 네이버의 국내포털 시장 영향력을 상당 부분 잠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음의 인터넷 포털 시장에서의 성장 둔화와 모바일 시장을 상당히 장악한 카카오가 전반적인 인터넷 서비스 시장으로 활로를 넓히고 싶은 이해관계가 적절히 맞아 떨어졌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최세훈 다음 대표도 5월26일 기자간담회에서 “카카오의 플랫폼과 다음이 보유한 비즈니스 노하우를 결합하면 최상의 시너지 낼 것이다”라고 말한바 있다.
한편, 지난 5월26일 금융튜자업계에 따르면 합병비율 합병비율(다음:카카오=1:1.556) 및 합병신주(보통주 3,294만 1,170주, 종류주 1,006만 5,674주)를 감안했을 때 통합법인 ‘다음카카오’의 시가총액은 2조 5,000억 원~3조 1,000억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5월23일 종가(7만 8,100원)를 기준으로 다음의 시총은 1조 591억 원으로 코스닥 시장에서 11위를 차지했다. 장외시장에서 카카오 시총은 약 2조 3,500억 원으로 추정된다. 만약 합병 후 시총이 3조 원 이상으로 늘어나면 다음은 코스닥 시총 순위 2~3위에 오르게 된다.
하나대투증권의 황승택 연구원은 “현재 시총만을 기준으로 해도 합병 후 최소 30% 이상의 주가상승 요인이 있다”며 “시너지를 고려할 경우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들의 시너지를 짧은 시간에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목소리도 있다.
홍종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양사 모두 해외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거나 확실한 거점을 확보한 상황이 아니다”라며 “해외 사업에서의 시너지를 단기간에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내 인터넷 전문가들은 카카오와 다음의 합병으로 국내 미디어 지형의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네이버는 언론사들의 뉴스 유료화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아 ‘뉴스캐스트’를 폐지하고 ‘뉴스스탠드’를 도입하는 등 힘 빼기에 나섰다. 이러한 상황에서 카카오가 다음의 뉴스 콘텐츠를 활용해 모바일에서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면 빠른 시간 내에 네이버를 넘어서는 미디어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5월27일 랭키닷컴에 따르면 지난 한 달 간 방문자 기준으로 PC웹 ‘포털뉴스 분야’는 네이버뉴스가 49.3%로 1위이며, 그 다음으로 미디어다음 35.3%, 네이트 뉴스 14.6%, 뉴스zum 0.7%, 코리아닷컴 뉴스 0.1%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모바일 웹에서의 포털뉴스 분야(안드로이드 단말 기본 브라우저 이용 기준) 점유율은 네이버 뉴스가 63.9%로, 미디어다음 27.6%와 네이트 뉴스 8.4%를 압도하며 PC웹 시장과 유사한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카카오가 이르면 다음 달부터 메신저와 연동하는 뉴스서비스를 론칭하면 이러한 점유율은 크게 변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최대 가입자를 보유한 카카오톡 플랫폼을 통해 다음 뉴스들이 유통되기 시작한다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전망이다.
특히 다음은 ‘미디어다음’을 통해 적극적으로 이용자들에게 뉴스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어 다음카카오가 출범하면 모바일 시장에서 뉴스 유통의 강자로 떠오를 것이고 다음카카오의 영향력도 지금보다 높아질 것으로 분석된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다음카카오가 해외 시장에서 어떤 서비스를 내놓을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한다”면서도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뉴스 서비스를 통해 미디어 영향력이 급속도로 강해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다음카카오’의 출범이 국내 포털 1위 업체인 네이버의 영향력을 위협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양사의 합병이 화학적 결합을 통해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지 않는다면 글로벌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장은 “두 회사가 시너지를 낸다고 하지만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 불투명하다”며 “다음카카오의 미래를 이끌 핵심 인력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양사 합병으로 다음의 최대주주인 이재웅 창업자는 주식지분 14.16%에서 4.1%로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하는 것도 변수다. 김범수 의장이 49%로 최대 주주로 올라서면서 기업 운영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황승택 연구원은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이 네이버에 좋을 것은 없지만 네이버가 운영하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이 성장 기반을 해외시장에 두고 있어 크게 타격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네이버의 주가는 5월26일 오전 10시18분 현재 전 거래일보다 1만 9,000원(2.45%) 내린 75만 7,000원을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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