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텃밭’이라 불리는 전북과 전남 지역에 무소속 광풍이 불어 닥쳤다. 전북의 경우 김제시, 익산시, 진안군, 장수군 등 7개 지역에서 무소속 수장이 당선됐고 전남 역시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이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에게 ‘텃밭’을 내주며 심각한 후폭풍을 예고했다. 그러나 광주에서만큼은 새정치연합이 완승을 거두며 체면을 지켰다.
[전북]
전북지역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새정치연합 공천=당선’이라는 공식이 깨지며 14개 기초단체장 중 절반을 무소속 후보가 싹쓸이 했다. 이러한 무소속 광풍은 새정치연합의 몰락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공천과정에서 발생한 민심이반과 정치혐오가 표심을 통해 그대로 입증됐으며 무소속 후보의 약진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지난 5대 지방선거 때 전북지역에서 유일하게 무소속으로 당선된 기초단체장은 이건식 김제시장 당선인뿐이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이번 선거에서 전북지역 무소속 후보군들이 보여준 파괴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무소속 강세 지역으로 분류됐던 김제시뿐 아니라 익산시, 진안군, 장수군, 임실군, 완주군, 부안군 등 7개 지역 무소속 후보들의 단체장 입성은 전북 정치에 파란을 일으켰다. 새정치연합 소속 기초단체장 당선인은 ▲김승수 전주시장 ▲문동신 군산시장 ▲김생기 정읍시장 ▲이환주 남원시장 ▲황정수 무주군수 ▲황숙주 순창군수 ▲박우정 고창군수 등 7명이다.
무소속 기초단체장 당선인은 ▲박경철 익산시장 ▲이건식 김제시장 ▲박성일 완주군수 ▲이항로 진안군수 ▲최용득 장수군수 ▲심민 임실군수 ▲김종규 부안군수 등 7명이다.
전주시장 선거와 전북도지사 선거는 무소속 바람이 비켜갔다. 특히 새정치연합과 무소속 후보 간 접전이 예상됐던 전주시장 선거에서는 새정치연합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공식을 다시 한 번 증명하는 결과가 나왔다. 사전투표에서 앞설 것으로 예상했던 무소속 임정엽 후보가 사전투표에서부터 새정치연합 김승수 후보에게 크게 뒤졌다. 새정치연합이 당내 경선부터 혼란에 빠지면서 임정엽 후보가 컷오프 되자 전격적으로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고, 김승수 후보와 끝까지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그러나 기호 2번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또 새정치연합은 선거 막판 임정엽 후보가 상승세를 타는 것으로 예측되자 박영선, 박지원 등 전·현직 원내대표를 비롯해 도내 국회의원들까지 동원해 김승수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다. 결국 거대 정당의 조직력 앞에 무소속 바람이 잦아든 전주에서는 새정치연합 김승수 당선인이 마지막에 웃었다.
전북도지사에는 새정치연합 송하진 후보가 당선됐다. 송하진 당선인은 중앙정부에서 5년, 전북도에서 20년의 공직을 보낸 바 있으며 2006년부터 민선 4~5기 전주시장을 지냈다. 중앙부처와 지방에서의 행정경험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 송 당선인은 전북과 중앙을 잇는 가교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것이라는 유권자의 기대 속에 70% 이상의 득표율을 달성하며 당선됐다.
한편 새정치연합이 전북도의회 사수에 성공하면서 기대와 함께 우려의 시각도 높아지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로 전북도의회에 입성한 의원은 38명으로 새누리당(1석), 통합진보당(1석), 무소속(2석)을 제외한 34석을 새정치연합이 차지했다. 이에 광역단체장과 광역의원 일당 독주체제가 이어지면서 의회의 고유 기능인 집행부 견제와 감시에 소홀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남·광주]
전남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들이 대거 당선됐다. 새정치연합의 텃밭인 전남지역 22개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 8명이 당선되면서 당선이 유력했던 현역 단체장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이에 새정치연합은 옛 민주계와 새정치연합계의 심각한 갈등 속에서 옛 민주계의 주도로 이뤄진 공천에 대한 책임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선된 무소속 후보는 ▲박홍률 목포시장 ▲조충훈 순천시장 ▲정현복 광양시장 ▲유두석 장성군수 ▲이용부 보성군수 ▲김성 장흥군수 ▲김준성 영광군수 ▲고길호 신안군수 등 8명이다.
무소속 후보끼리 경합한 신안군을 제외하면 모두 새정치연합 후보들이 무소속 후보들에게 무릎을 꿇었다. 새정치연합 후보가 당선된 지역에서도 대부분 무소속 후보들과 근소한 차이의 치열한 접전이 벌어져 새정치민주연합의 텃밭의 아성이 크게 흔들렸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무소속 후보들의 선전은 새정치연합 공천 갈등에서부터 충분히 예견됐다. 옛 민주계와 새정치연합계의 갈등 속에 잡음이 끊이지 않았고 탈당과 무소속 출마 등으로 민심이반을 가져왔다. 이에 화학적인 결합이 이뤄지지 않은 새정치연합의 당내에서는 공천 책임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 소속 전남 자치단체장 당선인은 ▲주철현 여수시장 ▲강인규 나주시장 ▲최형식 담양군수 ▲유근기 곡성군수 ▲서기동 구례군수 ▲박병종 고흥군수 ▲구충곤 화순군수 ▲강진원 강진군수 ▲신우철 완도군수 ▲박철환 해남군수 ▲이동진 진도군수 ▲전동평 영암군수 ▲김철주 무안군수 ▲안병호 함평군수 등 14명이다.
특히 DJ의 영원한 입으로 불리는 박지원 의원의 지역구인 목포에서도 무소속 후보가 시장에 당선됐다. 그동안 한 번도 무소속 후보에게 단체장 자리를 내주지 않았던 새정치연합의 기록이 깨진 것이다. 구태를 벗지 못한 공천 관행으로 외면 받은 새정치연합에게는 뼈아픈 자책으로 받아들여지는 대목이다. 텃밭불패의 기록이 깨진 가운데, 지역정가의 정치 지형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무소속 후보의 약진이 두드러진 전남지역과 달리 광주지역은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등 6곳에서 새정치엽합이 완승을 거뒀다. 전례 없는 혈전으로 국민적 관심을 모았던 광주광역시장 선거에서 새정치연합 윤장현 당선인이 막판 역전승을 거뒀다.
전남지사에는 이낙연 새정치연합 후보가 전국 최고, 역대 최고의 득표율로 민선6기 전남지사에 당선됐다. 이 후보는 77.97%(75만 5,036표)를 획득해 통합진보당 이성수 후보, 새누리당 이중효 후보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이는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중 최고 득표율이다.
이 당선인이 최고 득표율을 기록한 것은 당내 경선에서 치열한 검증과정을 거친데다 전남의 미래 비전에 대한 정책이 유권자들에게 먹힌 것으로 풀이된다. 경선 이후 사실상 독주체제를 굳혀온 데다 전통적으로 야권이 우세한 정치지형 구도도 작용했다. 전남도의회는 의원의 56.8%가 물갈이 됐다. 이번 선거에서 전남도의원 58명(비례대표 6명 포함)이 새롭게 뽑혔다. 새정치연합 후보들의 압승 속에 무소속 후보 4명, 새누리당과 통합진보당 비례대표가 각 1명씩 당선돼 새정치연합의 독주체제가 공고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