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월24일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자진사퇴 직후 제2기 내각 후보자 8명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한 가운데, 정부조직 개편안 통과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초기 단계부터 야당의 반발이 거세 난항이 예상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5월22일 국가안전처 신설 등 대국민담화에서 밝힌 정부조직법 개정에 대해 초당적으로 협력해 줄 것을 국회에 당부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후속 작업이 원활하게 진행되려면 다수의 법률 재개정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정부조직법과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등에 대해서도 협력해 주시길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정부조직법은 국가안전시스템의 대전환을 위해 시급하게 진행되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재 제1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 박 대통령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사실상 반대하고 있어 정부조직법의 국회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국가안전처 신설을 골자로 하는 안전 관련 정부 기능의 재편이 예고됐지만, 차제에 교육·사회·문화 분야 총괄 부총리직 신설 방침까지 밝히면서 조직 개편의 폭이 커졌다. 안대희 총리 후보 지명으로 ‘책임총리’ 부활론이 거론되는 가운데 경제 부총리와 더불어 비(非)경제분야를 총괄 조정하는 부총리제가 새로 도입되면서 ‘총리-양 부총리’가 내각을 이끌어가는 제체로의 변화가 골자다. 책임행정을 구현하겠다는 의지를 이번 정부조직 개편을 통해 드러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정부는 기존 17부 3처 18청이었던 정부조직을 17부 5처 16청으로 개편하는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지방교부세법,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지난 5월29일 입법예고했다. 이번 개편은 ‘세월호 침몰사고’로 인해 드러난 재난안전관리 시스템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국무총리 소속의 ‘국가안전처’ 신설을 추진하는 것이 가장 주요한 맥락인지도 모르겠다.
이로써 분산된 재난관리 기능을 국가안전처로 통합하여 강력한 재난안전 콘트롤타워를 구축하고, 재난 현장의 대응성과 전문성을 강화할 예정이다. 국가안전처는 안전행정부의 재난안전 총괄·조정 기능, 소방방재청의 전체 기능, 해양경찰청의 해양 경비·안전·오염방제 기능, 해양수산부의 해양교통관제(VTS) 기능을 통합하여 신설되며, 해경청의 수사·정보 기능은 경찰청에 이관된다.
또한 민관유착 등 공직사회의 적폐를 개혁하기 위해, 안행부의 공무원 인사·윤리·복무 기능을 이관하여 국무총리 소속으로 인사혁신처를 설치할 예정이다. 이는 전문성과 공정성이 중요한 인사기능을 특화한 전담조직을 만들고, 부처를 통할하는 국무총리 소속에 둠으로써 공직개혁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추진하고 공무원의 역량을 높여, 깨끗하고 유능한 정부를 만들겠다는 취지이다. 이에 따라 안전행정부는 행정자치부로 변경되어, 정부의 조직과 정원, 전자정부, 정부혁신, 지방자치제도 및 재정·세제, 정부 의전·서무 기능 등 행정자치 업무에 전념하게 된다.
한편, 교육·사회·문화 분야를 총괄하는 부총리를 신설하여 정책결정에 효율성과 책임성을 높일 예정이다. 교육·사회·문화부총리는 교육부장관이 겸임하며 총리는 법질서와 공직사회 개혁, 사회안전, 비정상의 정상화 국정 어젠다를 전담하고, 경제부총리는 경제 분야를, 교육·사회·문화부총리는 그 외의 분야를 책임지는 체제를 갖춘다는 방침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6월23일 세월호 참사의 후속 대책인 정부조직법 개편안과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참사를 고리로 청와대와 새누리당에 파상공세를 펼쳤다. 새정치연합이 7.30 재보선을 앞두고 쌍끌이 공세에 나선 것은 6월 임시국회·초반 기선 제압을 통해 정국주도권 확보에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의 인사 참사에 직격탄을 맞은 새누리당과 대대적인 대여공세를 펼치고 있는 새정치연합의 대결이 본격화될 전망이다.먼저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가 후속 대책으로 제시한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졸속 법안’으로 규정지으며 공세의 고삐를 당겼다. 김한길 공동대표는 새정치연합 정부조직개편 특위 주최로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조직 졸속개편,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국회 차원의 수정 의지를 재확인했다. 김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겨냥,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가) 해양경찰청 해체와 국가안전처 신설 방안을 내놨다”면서 “하지만 국가안전처가 아닌 국민안전처가 맞는 것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그는 “이렇게 즉흥적으로 정부조직 몇 군데 손을 본다고 해서 (국가안전이) 실현되지 않는다”라며 “세월호 사고의 무게를 제대로 알아가기 위해 정말 서두르지 말고 야무지게 짚어보면서 답을 구해야 한다”고 사회적 합의를 위한 공론화를 주장했다.
더불어 김 대표는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가 물질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변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는 정부조직을 바꾼다고 금방 시정되는 것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향후 정부조직법 개편과 관련해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와 같은 일원화된 콘트롤타워 구축 △국가안전처의 ‘부’ 격상을 통한 독자성 확보 등을 청와대와 새누리당에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새정치연합은 이날 박근혜 정부 2기 내각을 정조준하며 박 대통령의 인사 트라우마 논란에 불을 지폈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박 대통령을 향해 “결자해지하시라. 이번 인사는 정말 국민을 실망시켰다”며 “국민 다수가 아니라 하면 한발 물러서야 한다”고 전면적인 인적 쇄신을 촉구했다. 안 대표는 “대통령의 권력은 무한하지 않다. 국민의 위임을 받은 것이고, 대통령을 지지한 국민과 지지하지 않은 국민까지 모두 존중해야 마땅하다”며 “그것이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의 정신”이라고 날을 세웠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인사 참사 논란을 홍명보 월드컵 축구팀 감독의 용병술에 빗대며 “익숙한 선택을 떠나 시대에 부응하는 인사를 해야 한다”며 “문 후보 문제를 빨리 마무리 짓고 국가정보원장과 교육부 장관 등도 재검토하라”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부조직법 개정에 협조해 줄 것을 국회에 당부했지만, 시작부터 가시밭길이다. 총리 인사도 마찬가지다. 박근혜정부 총리 후보자인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 안대희 전 대법관이 여론의 뭇매를 맞아 인사청문회 문턱도 밟아보지 못하고 중도에 자진사퇴했으며, 말 많았던 세 번째 총리 후보자인 문창극 중앙일보 전 주필 역시 자진사퇴했다. 그리고 짐 쌌던 정홍원 국무총리가 다시 짐을 푸는 웃지못할 헤프닝이 벌어졌다.
우리나라에서 선진정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여야가 더이상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국가와 국민을 최우선으로 하는 논의가 절실한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