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매거진 247호=박희윤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3일부터 21일까지 7박 9일의 일정으로 프랑스, 이탈리아, 교황청, 벨기에, 덴마크를 방문했다. 문 대통령의 유럽 순방 성과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범진보 정당들은 지난달 20일 문재인 대통령의 유럽순방 결과와 관련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국제공조를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 야당은 문 대통령이 북한을 대변해 대북제재 완화를 각 정상에 촉구할 것이 아니라 확고한 국제공조 속에서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야 모두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요청 수락을 문재인 대통령의 유럽순방 최대 성과로 꼽았다.
프랑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이하 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오를리 국제공항에 도착하여, 프랑스 국빈 방문을 포함한 7박 9일간의 유럽 순방 일정을 시작했다.
15일 문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과 엘리제궁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미래지향적 실질 협력, 한반도 정세, 글로벌 현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및 UN 제재조치와 관련 마크롱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줄 경우 핵과 미사일 실험중단과 생산 시설의 폐기뿐만 아니라 현재 보유 중인 핵무기와 핵물질 모두를 폐기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며 “적어도 북한의 비핵화가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왔다는 판단이 선다면 UN 제재의 완화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더욱 촉진해야 하며 마크롱 대통령께서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이 같은 역할을 해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의 철강 232조 조치의 여파로 EU가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해 세이프가드 잠정조치를 발표한 데 대해 “EU로 수출되는 한국산 철강제품은 대부분 자동차 가전 등 EU 내 한국 기업이 투자한 공장에 공급되어 현지 생산 증대와 고용에 기여하고 있다”며 “세이프가드 최종조치 채택이 불가피하더라도 조치대상에서 한국산 철강을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에 대해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끊임없이 취해 나갔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표명했으며 “현재 문 대통령께서 추진 중인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성공할 수 있도록 프랑스는 끝까지 지원하고 동반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양 정상은 2004년 수립된 ‘한-불 21세기 포괄적 동반자관계’를 바탕으로, 상호 교역과 투자를 보다 균형적으로 확대하고, 과학기술, 신산업,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 등 분야의 협력을 확대함으로써, 4차산업혁명 대응을 위한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
이탈리아

문 대통령은 17일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과 면담에 이어, 쥬세페 콘테(Giuseppe Conte)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의 발전방안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다.
콘테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데 합의하고 △정무・국방 협력, △4차 산업혁명 공동 대응을 위한 교역・투자・과학기술 발전, △문화・인적 교류를 통한 상호 이해 제고 등 실질 협력에 대해 상세히 논의했다.
두 정상은 이번 공식 방문에서 체결한 한-이탈리아 국방협력협정과 한-이탈리아 항공협정이 양국 실질 협력 발전의 제도적 기반이 되었다고 평가하고, 차관급 ‘전략대화’와 ‘산업에너지협력전략회의’를 신설하여 내년에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두 정상은 이탈리아를 찾는 한국관광객의 수가 올해 1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로마 라 사피엔차 대학교에 한국자료실(Window on Korea)이 개설되는 등 문화・교육・관광 분야에서 양국간 교류와 협력이 확대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특히 한국의 전통 한지에 대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결과 등 최근 한반도 정세에 대해 설명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에 대한 이탈리아 정부의 지속적인 협조와 지지를 당부했다. 콘테 총리는 최근 한반도에서의 긍정적인 상황 변화를 이끌어 낸 우리 정부의 주도적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표명했다.
교황청

문 대통령은 18일 프란치스코(Francesco) 교황을 예방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만나 뵙게 돼서 반갑다”고 인사를 건네자 문 대통령도 “만나 뵙게 돼서 반갑다. 저는 대통령으로서 교황청을 방문했지만 ‘티모테오’라는 세례명을 가진 가톨릭 신자이기도 하다”면서 “어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를 하게 해 주셔서 배려에 감사드린다”며, “교황께서 ‘세계 주교 대의원회의’ 등 바쁜 일정 가운데서도 따뜻하게 맞아 주시고, 한반도의 평화와 화합, 공동번영을 위해 늘 기도하며 한반도 정세의 주요 계기마다 축복과 지지의 메시지를 보내 주신데 대해 감사”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 위원장에게 교황께서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관심이 많다며 교황을 만나뵐 것을 제안했고 김 위원장은 바로 그 자리에서 교황님이 평양을 방문하시면 열렬히 환영하겠다는 적극적 환대 의사를 밝혔다”며 김 위원장의 초청 의사를 교황께 전달했다. 또 김 위원장이 “그동안 교황께서 평창올림픽과 정상회담 때마다 남북평화를 위해 축원해 주신데 대해 감사하다고 인사했다”고 전하자 교황은 “오히려 내가 깊이 감사하다”고 말했다.

교황은 “김 위원장이 초청장을 보내도 좋겠는냐”는 문 대통령의 질문에 “문 대통령께서 전한 말씀으로도 충분하나 공식 초청장을 보내주면 좋겠다”며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한반도에서 평화프로세스를 추진 중인 한국정부의 노력을 강력히 지지한다”며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했다.
교황은 마지막 인사로 “대통령님과 평화를 위해 저도 기도하겠다”고 말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교황님은 가톨릭의 스승일 뿐 아니라 인류의 스승이다”라고 작별 인사를 나눴다.
제12차 ASEM 정상회의(한-영국, 한-독일, 한-태국 양자 회담)

문 대통령은 19일 오전 테레사 메이(Theresa May)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 독일 총리, 쁘라윳 찬오차태국 총리와 잇따라 양자 회담을 갖고, 한반도에서 진행 중인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한반도 프로세스 및 양국 간의 경제, 무역, 문화 교류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문 대통령은 먼저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영국의 테레사 메이 총리와 이어진 독일 메르켈 총리와의 회담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양국 정상의 일관된 지원과 지지에 대해 사의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북한은 지난해 11월 이후 핵과 미사일 실험을 중단했고,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 및 발사대 폐기 약속에 이어 미국의 상응 조치 시 플루토늄 재처리 및 우라늄 농축 핵물질을 만들 수 있는 영변 핵시설 폐기 용의까지 밝혔다”며 “북한이 계속 비핵화 조치를 추진하도록 국제사회가 UN 안보리를 중심으로 견인책에 대한 지혜를 모아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메이 총리는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대통령께서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진전시키는데 핵심적 역할을 하셨다”며 “대통령의 노력으로 한반도에 이전과는 다른 환경과 기회가 조성될 수 있어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도 “문 대통령께서 보여준 용기와 결단에 대해 감사드리며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으로 한반도의 비핵화 문제가 진전되고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메이, 메르켈 총리는 문 대통령이 언급한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를 더욱 촉진시키기 위한 구체적 방안이 필요하다는데 공감을 표시했으며 북한도 CVID를 위한 좀 더 확실한 행동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쁘라윳 태국 총리에게 다음 달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내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담’ 서울 개최 계획이 공식 발표될 수 있도록 지지를 당부했다. 쁘라윳 총리는 “아셈회의 참석 직전 주태국 주재 북한 대사를 통해 문 대통령님과 김정은 위원장간 생산적 대화가 이뤄지고 있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 진전되고 있다는 얘길 들었다”며 “두 지도자의 노력을 전폭 지지한다”고 말했다.
EU 정상회담

문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각)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및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정상 회담을 갖고, 한국과 EU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미래 발전 방향과 한반도를 포함한 지역 정세 및 글로벌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번 한-EU 정상회담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개최된 회담으로 정상들은 한국과 EU가 3대 핵심협정(기본협정, FTA, 위기관리참여)를 기반으로 협력을 심화, 발전시켜 나가고 있음을 평가했다. 또한 한 EU간 호혜적인 교역과 자유 다자무역 증진을 위해 공동의 노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EU 측은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환영하고, 평화를 위한 과정에서 필요한 역할과 기여를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들은 한반도의 평화뿐만 아니라 오늘날 국제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공동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기후 변화, 지속 가능한 개발, 불법어업 방지 및 난민 문제 등 정상들은 국제사회의 문제를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덴마크
문 대통령은 20일 오전 11시, 마그레테 덴마크 여왕(Margrethe Alexandrine Porhildur Ingrid)을 면담하고 두 나라의 관계발전 방안과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코펜하겐의 아말리엔보르 궁을 찾아 여왕을 접견한 문 대통령은 평화 국면에 들어선 한반도 정세를 설명하면서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마그레테 여왕의 관심과 성원을 당부했고 마그레테 여왕도 그간의 노력과 성과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라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왕국 총리가 주최한 「제1차 녹색성장과 2030 글로벌 목표를 위한 연대(P4G)」 정상회의에 참석한 후, 코펜하겐 크리스티안보르 궁에서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Lars Lokke Rasmussen 덴마크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공동 언론 발표문을 발표했다. 양국은 굳건하고 포괄적인 관계를 확인하고,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고 확대하기 위해 공동의 가치와 우선순위를 바탕으로 양국 간 긴밀한 협력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문 대통령 프랑스, 이탈리아, 바티칸, 벨기에, 덴마크 등 유럽 5개 나라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덴마크 코펜하겐 인근의 카스트럽 국제공항에서 서울공항으로 출발했다.
정치권 반응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범진보 정당들은 지난달 20일 문재인 대통령의 유럽순방 결과와 관련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국제공조를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 야당은 문 대통령이 북한을 대변해 대북제재 완화를 각 정상에 촉구할 것이 아니라 확고한 국제공조 속에서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문 대통령의 유럽순방은 한반도 평화와 한·EU 관계의 발전을 위한 것이었는데, 기대 이상의 목표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북 초청을 수락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도해준다는 것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평화의 흐름 가속화와 국제 협력 촉진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정현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유럽순방의 가장 큰 성과는 그동안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던 유럽 국가들에 북한의 현재 실상을 알리고 김정은 위원장의 개혁개방 의지를 설명해 한반도 문제에 대한 폭넓은 이해의 토대를 마련한 것”이라고 논평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프랑스와 영국 정상을 만나 북한 비핵화 추동을 위한 제재완화 논의를 공식화한 의미가 깊다”고 했다.
반면 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문 대통령이 프랑스·영국·독일 정상 등과의 만남과 아셈(ASEM)에서 대북제재 완화 필요성을 설득하고 공론화했지만, 국제사회는 오히려 더 강하게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강조하고 북한 인권 문제까지 거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수석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없이는 제재완화나 종전선언은 없다고 강력히 표명하라”며 “북한의 의중을 대변해 비핵화 진전도 없이 제재완화와 종전선언에 대해 외국 정상을 설득할 것이 아니라 확고한 국제공조 기반 위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이번 유럽순방에서 남북미 회담에 대한 지지를 얻은 점은 의미 있지만, 문재인 정부의 ‘대북제재 완화 외교’는 어쭙잖은 것이 되고 말았다”며 “어느새 국내에서 사라져버린 ‘CVID’와 ‘북한 인권’이 유럽을 통해 다시 확인되고 상기됐다”고 지적했다.
유럽순방 최대 성과는 교황 방북 수락
하지만 여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요청 수락을 문재인 대통령의 유럽순방 최대 성과로 꼽았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방북을 수락하는 의견을 나눈 점이 유럽순방의 큰 의미”라고 평가했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교황 방북은 북한 인권 문제에 있어 큰 전기가 될 것”이라며 “자유와 평화, 인권존중의 기운이 북한 사회에 가득하기를 염원한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도 “교황을 접견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북 초청을 교황이 사실상 받아들이게 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교황이 평양을 방문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축복”이라고 말했다.
정의당도 논평을 통해 “한반도 평화에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보여 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국과 쿠바 국교 정상화의 가교 역할을 했듯이 한반도에 평화의 큰 울림을 만들어주시길 고대한다”며 교황 방북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