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도 쯤이야’ 생각이 사고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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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도 쯤이야’ 생각이 사고 키운다
  • 김미란 기자
  • 승인 2014.06.16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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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연한 안전불감증, 철저한 관리·감독 시스템 필요

인재(人災)로 여겨도 무방할 사고들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채 수습되기도 전에 이번에는 도심 한 가운데서 지하철이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더욱이 사고 전부터 신호기에 이상이 감지됐음에도 며칠 동안 방치했다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신호기 이상 방치, 최악의 열차 추돌 사고
5월3일 오후 3시 32분,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열차끼리 추돌 사고가 발생했다. 승강장에 정차해 승객을 승하차시키고 출발하려던 2258호 열차와 뒤따라오던 2260호 열차가 추돌한 것이다.
사고의 충격으로 앞 열차의 각 칸을 연결하는 차량연결기 7개가 파손됐으며 뒤따르던 열차는 탈선했다. 두 열차에 탑승해 있던 1,000여 명의 승객 중 240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 사고 후 59명은 치료를 위해 입원했고 181명은 간단한 치료 후 집으로 돌아갔다. 특히 사고가 발생한 시각이 낮 시간대였던 탓에 노약자와 학생들의 피해가 컸다.
당시 열차에 타고 있던 승객들은 사고 직후 사고 관련 안내 방송이 없었다고 전했다. 조명이 꺼지고 넘어진 사람들이 뒤엉킨 상황에서 승객들은 좌석 아래 수동 개폐 장치를 조작해 문을 열고 선로를 통해 대피했다. 하지만 서울메트로 장정우 사장은 현장 브리핑을 통해 “앞차의 경우 사고 직후 출입문을 열고 승강장으로 대피시킨 후 대피방송을 했다”며 “뒤에 있던 열차는 ‘차내에서 대기하라’고 방송했다”고 밝혔다. 반대 선로에서 차량이 진입할 경우 승객들이 대피하다 2차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일단 열차운행을 통제한 후 승객들에게 대피 방송을 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일부 승객들은 여전히 사고에 대한 안내 없이 ‘앞차 때문에 출발이 지연됐으니 기다리라’고만 알렸다고 전했다.
이번 추돌 사고는 안전거리유지 장치가 고장 나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는 3일 “전날 오후 발생한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열차 추돌사고는 뒤따라오던 열차가 역내에 선행 열차가 있다는 신호를 감지하지 못해 발생한 것”이라고 잠정 결론지었다.
이날 오후 서울시는 브리핑을 갖고 사고 당시 상왕십리역 승강장 진입 직전에 설치된 신호기 중 2개가 데이터 오류로 신호를 잘못 표시해 열차 자동정지 장치(ATS)가 작동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4월29일 을지로입구역 내선 선로전환기 잠금 조건 변경을 위해 연동장치 데이터 수정작업을 벌인 후 사고 당일 오전 3시 10분부터 해당 신호운영 기록 장치에서 오류가 발생했다”고 확인했다.
한편 서울경찰청 열차사고수사본부는 전동차 추돌 사고 당시 선행 열차 기관사가 지연 출발 사실을 종합관제센터(관제소)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사고 열차 기관사와 차장 등 4명에 대한 과실유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확인됐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선행 열차인 2258호 기관사 박 모 씨는 사고 직전 문이 정상적으로 닫히지 않아 스크린 도어를 3차례 개폐하다가 1분 30초 지연 출발했지만 관제소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또 “상왕십리역 방향으로 열차를 몰던 뒷열차 기관사 엄모 씨가 정지 신호가 표시된 것을 발견하고 비상 급제동을 했으나 추돌했다”며 “엄 씨는 상왕십리역에 진입하기 직전 122m 앞(곡선구간)에서 정지 신호를 식별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지하철 1∼9호선 전 노선에 대한 특별·합동점검에 나섰다. 합동점검반은 7월까지 약 90일에 걸쳐 ▲변전소 전력공급 장치의 이상 유무 ▲전차선 마모 및 높이·편위 상태 ▲차량제동 및 열차보안 장치 ▲열차무선 주장치 및 정거장 무선기지국 ▲신호 열차제어 시스템 등을 점검한다.

안전성 논란, 제2롯데월드 개장 시기 ‘글쎄…’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제2롯데월드 공사현장에서 또 다시 공사 중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4월8일 경찰과 롯데건설 측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20분 서울 송파구 잠실동 제2롯데월드 엔터테인먼트동 12층 공사장에서 노무자 황 모 씨가 배관 공사를 하던 중 철제 배관에 맞아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황 씨는 서울아산병원으로 옮기던 중 숨졌다.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경찰은 “공사를 하던 황 씨가 막혀있던 배관 이음새 마개를 열자 직경 25㎝ 상당의 배관 안에 압축돼 있던 공기가 터져 나와 철제 배관 마개에 맞아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롯데건설은 사고 발생 후 소방서에 즉시 연락을 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 같은 의혹에 롯데건설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오전 8시 20분 사고가 발생한 즉시 소방서에 연락해 구조 조치를 했다”고 밝혔으나 소방당국에 사고가 접수된 시간은 오전 8시 38분이었다. 이에 롯데건설 관계자는 “사실 관계를 정확히 확인 중”이라고 해명했다.
롯데건설에 이전에도 몇 차례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월16일에는 신축 공사장 47층에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불이나 25분여 만에 진화됐으며, 지난해 6월25일에는 공사장 43층에서 콘크리트 타설을 위한 거푸집 장비(ACS)가 21층으로 떨어져 노무자 김 모 씨가 숨지고 나 모 씨 등 5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기둥 거푸집 해체 작업 중 쇠 파이프가 떨어져 행인이 다쳤다. 이처럼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자 제2롯데월드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사실 제2롯데월드의 안정성 논란은 추진 초기부터 제기돼 왔다. 김영삼 정부 때부터 추진된 이 사업은 인근 서울공항 군용기와 충돌 가능성을 이유로 군이 반대하면서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그러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11월 서울공항 활주로 방향 변경 비용 등을 기부채납하는 조건으로 건축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충돌 위험이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많았고, 지난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 헬기 충돌사고 직후에는 롯데월드타워의 층수를 낮춰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해에는 서울시의회 도시안전위원회가 건설현장을 방문해 건설현황과 소방시설, 피난시설 등을 살펴본 후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꼭대기층에서 지상까지 특별피난계단을 이용해 이동할 경우, 2시간에 가까운 시간이 소요된다”면서 “실제 긴급한 재난이 발생하면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져 보다 많은 소요시간이 필요할 것이므로 피난시간 단축방안을 추가로 마련해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시안전위원회는 또 “서울공항과 제2롯데월드의 거리는 5∼6㎞ 정도에 불과해 전투기의 속도로 1분이면 도달할 수 있는 거리”라며 “전투기가 이착륙을 시도할 때 충돌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특히 전시상황에서는 빠른 이착륙을 해야 하기 때문에 충돌 위험성은 더욱 높아지므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2롯데월드타워는 롯데그룹이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에 건축 중인 국내 최고층(123층, 555m) 건축물로 2016년 12월 완공예정이다. 그러나 사고가 잇따르자 서울시는 “개장시기가 늦춰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총체적 부실에서 온 경주 미우나 리조트 참사
올 초 200여 명의 사상자를 낸 경주 마우나오션 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 역시 인허가와 설계, 시공, 감리, 유지관리 등 전반에 걸친 총체적 부실에서 온 참사였다.
2월17일 오후 9시께 경북 경주시 양남면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이 붕괴돼 이곳에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하던 부산외대 학생 등 10명이 숨지고 204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최종 수사결과 브리핑에서 경찰은 “이번 사고는 당시 경주와 울산 지역에 내린 눈으로 체육관 지붕이 1㎡당 114㎏의 적설 중량을 받은 것이 일차적인 원인이 됐다”며 “부실자재 사용과 부실시공, 제설작업 미실시 등이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B건축사 대표 이 씨는 체육관 설계 과정에서 건축기술사의 협력을 받아야 함에도 임의로 설계도면을 변경해 주기둥의 하단부 규격을 당초 468㎜에서 450㎜로, 앵커볼트 모양을 L자형에서 I자형으로, 보조기둥 베이스플레이트 볼트를 4개에서 2개로 축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붕 글래스울(유리섬유) 패널과 퍼린(중도리)의 스크류볼트 결합 간격 등을 설계도면에 기재하지 않았고 감리 과정에서 강구조물 자재 검수를 하지 않아 부실자재가 사용되는 것을 방치하고 몰타르 시공 등 주요공정에 대한 확인을 하지 않는 등 제대로 된 감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체육관 시공을 맡은 S종합건설 대표 박 씨는 체육관 공사비의 5%(2,200만 원)를 받는 조건으로 현장소장인 서 씨에게 면허를 대여했고 서 씨는 체육관 건물을 시공하면서 하청업체인 E강재가 강도가 떨어지는 부실자재를 사용하는 등 부실시공에 대한 감독 업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S종합건설로부터 패널공사를 하청 받은 G개발 대표 박 씨는 지붕 패널 접합 부위를 부실하게 시공했고, E강재 회장 겸 실질적인 경영자인 임씨는 건축구조기술사 장 씨에게 월 250만 원을 지불하는 조건으로 명의를 빌려 구조계산서와 구조안전확인서를 임의로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체육간 인허가 과정에서의 불법 행위, 리조트 측의 안전관리 소홀도 드러났다. 리조트 사업개발팀장 오 모 씨는 지난 2009년 5월 체육관 건축 허가 신청 과정에서 경북도지사의 사전 승인을 받지 못해 다시 승인을 받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N엔지니어링 대표 박 모 씨에게 건축허가 관련서류를 변조하도록 지시했으며, 이후 박 씨는 경주시청에 보관 중인 '양남관광지 조성계획 시설지구별 결정 조서'를 무단으로 반출 받아 체육관 연면적을 기재한 새로운 문서를 끼워 넣는 수법으로 공문서를 변조해 리조트 측이 체육관 건축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리조트 측도 당시 계열사 직원 280명을 지원받아 진입도로와 골프장에 대해서만 제설작업을 하고 체육관 지붕에 쌓인 눈은 치우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경북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27일 리조트 사업본부장과 시설팀장, S종합건설 현장소장, E강재 회장과 현장소장, B건축사 대표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리조트 총지배인과 G개발 대표, E강재 시공반장, Q엔지니어링 소장 등 4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리조트 전 사업본부장과 건축기술자, 경주시 문화관광과 직원 등 12명을 건축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사고는 주로 건설, 철도, 항공 등에서 나타난다. 이는 다시 말해 걷잡을 수 없는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나 하나쯤이야’, ‘이 정도쯤이야’라는 안일한 생각이 어마어마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교훈을 우리는 그동안 너무도 많이 겪어왔다. 그렇다면 이제는 실천해야 할 때다. 머리로만 인식하지 말고 똑같은 아픔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철저한 관리·감독 시스템을 마련해놓고 스스로의 양심을 속이지 말아야 안전하고 또 안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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