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4분의 1 수준으로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가구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29.6%에서 2030년 32.7%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1인 가구가 크게 늘어나면서 소비 형태에도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가전, 외식업계 등은 이들을 겨냥한 소형가전에서부터 1인 메뉴 등을 앞 다퉈 출시하고 있다. 새로운 소비계층으로 떠오름에 따라 1인 가구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싱글슈머’ 새로운 소비 주체로 떠올라
최근 1인 가구 급증과 함께 이들이 소비지출의 새로운 주체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1월 LG경제연구원의 고가영 선임연구원이 발표한 ‘1인 가구 증가, 소비지형도 바꾼다’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증가가 전체 소비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소비는 2인 가구의 1인당 소비보다 8% 높기 때문에 1인 가구의 증가는 전체 소비를 늘리는 효과를 가져온다. 오는 2020년에는 1인 가구에 의한 전체 소비 증가율이 3.1%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앞서 산업연구원(KIET)이 발표한 ‘1인 가구 증가가 소비지출에 미치는 영향 분석’에서도 1인 가구 소비지출은 2010년 60조 원에서 2020년에는 120조 원으로 2배 이상 급증하고 민간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1.1%에서 15.9%로 다소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1인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 규모는 2010년 88만 원에서 2020년 100만 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렇게 1인 가구의 중요성이 소비시장에서 커짐에 따라 이들을 겨냥한 솔로 경제의 시장 규모 확대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소비시장에도 큰 변화가 오고 있다. 소형주택, 소형주방용품, 소형가전, 소형식료품, 간편 외식산업 등 이른바 싱글슈머(Single consumer)시장이 커지고 있다.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싱글슈머의 등장으로 간편한 것을 찾는 편리형 소비도 급격하게 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공식품의 소비 비중이 증가하고 편의점이 여타 판매업 대비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작게 더 작게’ 실속형 소형제품 인기
1인 가구가 많이 생김에 따라 1인 가전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밥공기 크기의 소형 밥솥부터 큭디를 일반 제품의 80% 이상 줄인 전자레인지와 세탁기, 냉장고 등의 판매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대형할인 마트 판매를 보면 1인 가구가 늘면서 2월 소형 주방가전, 생활잡화, 간편식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홈플러스는 지난 2월9일부터 22일까지 2주간 1인용 밥솥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 미니포트(0.5L) 83%, 라면포트는 367%나 매출이 증가했으며, 청소용품 15%, 세탁용품 10%, 싱글 침구 14%, 조리소품 7%, 1인용 간편식 국탕류 102%, 라면 7%, 즉석밥 9%, 통조림은 3%의 매출신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난 4월18일 시장조사업체 Gfk, 후지키메라 등에 따르면 세탁기, 냉장고, 전자레인지, 청소기, 밥솥, 헤어드라이기 등 국내 소형가전 시장규모는 지난해 3조 6,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2,400억 원 성장했다. 올해에는3조 8,000억 원, 내년 4조 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1인 가구를 타깃으로 한 소형가전이 인기를 얻으면서 가전업계 전략이 바뀌고 있다.
LG전자는 세컨드 가전 수요와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고객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맞춰 ‘프리미엄 소형가전’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LG전자는 세컨드 가전 수요와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고객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반영한 프리미엄 소형가전 패키지 ‘꼬망스 컬렉션’을 내놓는다고 지난 4월15일 밝혔다. LG전자는 지난해 꼬망스 미니세탁기를 출시한 이후 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주목해 왔다.
최상규 LG전자 한국영업본부장 부사장은 “고객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한 ‘꼬망스 컬렉션’을 통해 새로운 수요 창출은 물론 기존 소형가전 시장에서 새 바람을 일으키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도 공략에 나섰다. 2002년 첫 출시해 50만 대 이상 팔린 3kg 용량의 ‘아가사랑’세탁기 신제품을 지난해 10월 내놓은 데 이어 지난달 의류·신발 건조기능을 갖춘 ‘인버터 제습기’도 선보였다. 또 지난해 6월 출시된 프리미엄 청소기 ‘모션싱크’는 고가(최저 59만 원)인데도 인기를 얻었고, 항균기능을 가미한 20만~30만 원대 침구청소기도 지난해 4월부터 판매 중이다.
동부대우전자는 에너지 효율성과 공간활용도를 높인 소형 세탁기, 냉장고, 전자레인지를 조기 출시했다. 동부대우전자가 2012년 4월 세계 최초로 출시한 3kg 용량 벽걸이 드럼세탁기 ‘미니’는 월평균 2,000대 이상 팔려 지난해 누적판매 4만 대를 넘어섰다. 크기를 기존 15㎏ 드럼세탁기에 비해 6분의 1 수준으로 줄여 높이 550㎜, 폭 600㎜, 깊이 292㎜로 만들어 공간 효율성을 높였다. 또 지난해 7월 선보인 국내 최소형(높이 61cm, 폭 47cm, 깊이 31cm)의 2도어 150리터짜리 콤비냉장고 ‘The Classic(더 클래식)’도 월평균 1,000대 이상 팔렸다.
동부대우전자는 지난해 전체 매출 가운데 싱글족 대상 소형가전 매출비중은 21%였고, 올해 이 비율이 25%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르면 올해 말에는 소형 로봇청소기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외식 트렌드도 1인 시대 ‘알봉족’을 잡아라
1인 가구 증가로 편의점 판매상품 순위에도 지각 변동이 일고 있다.
CU는 올해 도시락 매출이 지난해 대비 55.7%, 삼각김밥 24.2%, 김밥 21.7%, 햄버거 18.8%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 중에서도 도시락의 경우 연간 4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며 1억개 이상 판매, 6,000억~7,000억 원의 시장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덮밥 등 가공식사제품 매출도 전년 대비 급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덮밥류는 43.4%, 레토르트 31.6%, 즉석면 23.5% 등이다. 1~2인용 국과 찌개 등 가정간편식도 32.5%의 매출 상승을 보였다.
미니스톱 또한 반찬류 등 1인 가구용 상품 매출이 전년 대비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오징어채볶음, 멸치볶음 등 밑반찬류의 경우 같은 기간 370%, 햄 통조림 등은 175.1%나 올랐다. 도시락 제품 또한 17.% 상승하는 등 1인 가구 소비자들이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먹거리 상품의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전했다.
대형마트에서 주로 판매되는 대용량 생수의 수요 또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2011년 43.3%를 기록했던 대용량 생수 매출 구성비는 올해 48.0%까지 상승했으며, 매출 또한 전년 대비 28.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판매 베스트 상품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GS25의 PB상품인 함박웃음맑은샘물(2ℓ)은 올해 가장 많이 판매된 상품 2위에 올랐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1~2인 가구 소비자 대부분이 맞벌이 부부 혹은 싱글족인 만큼, 직접 물을 끓여먹기 보다는 가까운 편의점에서 가정 식수용으로 대용량 생수를 구입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1인 가구를 겨냥한 소포장 제품도 인기다. 전국 세븐일레븐과 미니스톱에서는 오리온의 대표 상품인 초코파이를 개당 400원에 낱개 과자로 판매중이다.
편의점 CU(씨유)는 낱개로 포장된 계란인 ‘라면친구 계란(개당 350원)’을 출시했다. 날계란 1개만 따로 포장해 판매하는 것은 이 제품이 최초다.
이런 트렌드와 맞물려 ‘알봉족’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알봉족이란 신선식품인 과일을 새는 단위인 ‘알’과 시리얼 등 가공식품을 담는 단위인 ‘봉’에서 따온 말로, 낱개 포장된 100원 단위 식료품을 애용하는 새로운 소비층을 일컫는다.
뿐만 아니다. 1~2인 가구가 매년 급증하면서 외식업계가 1인용 샤브샤브·1인용 피자 등의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특히 앞으로 1인용 삼겹살 전문점·1인용 치킨배달 등 다양한 1인 맞춤형 외식상품과 서비스 개발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1인 가구 증가로 중소형 아파트도 인기
부동산 경기침체와 핵가족화,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주거 트렌드가 급변하면서 중소형 아파트의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분양시장에서도 전용면적 85㎡이하 중소형 아파트의 인기가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감정원의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지난해 11일 기준)에 따르면 규모별로 60㎡이하(0.10%), 60㎡초과~85㎡이하(0.09%), 85㎡초과~102㎡이하(0.07%), 102㎡초과~135㎡이하(0.04%), 135㎡초과(0.02%) 순으로 중소형이 가격 상승을 주도했다.
수요자들의 중소형 인기가 지속되면서 건설사들도 중소형 물량을 크게 늘리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 2월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연내 분양 예정 아파트 가운데 중소형(85㎡ 이하) 물량을 포함하고 있는 단지는 총 184곳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94개 단지, 지방광역시 34개 단지, 지방중소도시 56개 단지 등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분양되는 중소형 아파트의 경우에는 3bay, 4bay 혁신평면이 적용되고, 서비스면적을 최대화 하는 등 중대형 못지않은 공간 활용도를 누릴 수 있어 수요자들에게 더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구조 변화가 불가피
장기적으로 1인가구의 소비는 품목별 소비 구조 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1인 가구의 증가 등 인구구조 변화로 늘어나게 될 소비 품목은 주택 유지 및 수선, 곡물, 신선식품, 의약품, 화훼 및 애완용품 등이다. 특히 지난 2012년 대비 2020년 주택 관련 수요 증가 효과는 2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고령층은 자가를 소유하려는 경향이 높고, 노후 주택을 수리하는데 많은 금액을 지출할 것으로 예상됐다.
곡물, 신선식품, 의약품 등의 경우 1인 가구 증가 및 인구고령화 효과가 맞물리면서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교육, 출산관련 서비스, 유아용품, 고칼로리식품, 정보통신장비 등은 소비 감소가 큰 품목으로 나타났다.
LG경제연구원의 고가영 선임연구원은 “1인 가구가 크게 늘어나면서 소비구조 변화가 불가피한만큼 기업뿐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1인 가구의 증가 속도에 맞는 제도 및 인프라 개선이 이뤄지지 못한다면 사회·경제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