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IT서비스 계열사인 삼성SDS가 글로벌 ICT(정보통신기술) 서비스 기업으로 도약을 선포했다. 지난 5월8일 서울 역삼동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삼성SDS는 글로벌 ICT 서비스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유가증권 상장을 추진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SDS가 연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계기로 몸집을 빠르게 불려갈 것으로 보인다. 확고한 오너일가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는 데다 상장을 계기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장점들이 시장에 공개됨으로써 목표로 세운 글로벌 ICT 서비스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이번 상장은 삼성SDS가 국내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해외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해 글로벌 ICT서비스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차원이다. 삼성SDS 글로벌 ICT 솔루션·서비스 시장에서 선도기업으로 자리매김, 또 하나의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삼성SDS는 지난해 국내 공공시장과 대외 금융IT시장 철수를 선언한 이후 해외물류 IT, 모바일 등 글로벌 사업 확대에 역량을 집중해 왔다.
삼성SDS 글로벌 CT기업 과감한 혁신 선택
글로벌 ICT 솔루션·서비스 시장은 시장규모가 1조 9,000억 달러로 반도체 등 IT 소재부품 시장 대비 4.1배, 스마트기기, 서버 등 IT 세트 시장 대비 1.8배에 달하며 부가가치와 성장성도 매우 높다. 하지만 국내 ICT서비스 시장은 국내 공공시장 참여 제한으로 대기업계열 시스템 통합 서비스업체들의 참여가 막히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렇게 국내 성장이 위협받고 있는 시점에서 빅데이터, IoT(사물인터넷) 등 신기술 출현, IBM, 액센츄어와 같은 기존 글로벌 사업자의 영향력 강화 등을 고려하면 과감한 혁신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삼성SDS는 글로벌 사업구조로의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해 신성장 영역에서 글로벌 기술과 인력을 확보하고, 최첨단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를 확충하며 국내·외 인수합병(M&A) 및 사업 제휴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시점으로 판단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페이스북 및 트위터, 중국의 웨이보 등 IT 기업들도 기술 개발 및 인프라 구축을 위한 자금 확보 및 자본조달의 유연성 확보 차원에서 상장을 추진한 바 있다.
향후 삼성SDS는 글로벌 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기 위한 자본 확충, 글로벌 사업 제휴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상장을 통해 이러한 체질 혁신이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상장 이후 삼성SDS는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설치 등을 통해 경영의 투명성을 한층 더 강화하고, 적극적인 IR 활동으로 대외 신인도를 높일 계획이다.
전동수 사장은 “삼성SDS는 이번 상장을 계기로 글로벌 ICT서비스 선도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한다”며 “특히 클라우드, 빅데이터, IoT 등 신성장 기술을 확보해 통신, 헬스케어, 리테일 및 호스피탈리티 등 분야의 솔루션 및 서비스를 중심으로 해외사업을 적극 전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SDS의 소액주주들은 그 동안 지속적으로 상장을 요구해왔는데, 이번 상장을 통해 적정한 시장가치로 평가받고 투자금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내 상장되면 몸집 빠르게 불려갈 듯
5월8일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SDS의 시가총액은 IPO(기업공개)에 따른 신주 규모를 빼고도 11조 5,639억 원(총 발행 주식 7,735만주, 7일 장외시장 종가 14만 9,500원)에 달한다. 삼성SDS가 코스피 시장에 상장될 경우 장외가격만 유지해도 시가총액 순위는 그룹 계열사 삼성물산(10조 2,791억 원)보다 높은 18위다. 삼성SDS는 상장이 차질 없이 추진되면 확고한 오너일가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시장의 신뢰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삼성SDS에 따르면 최대주주 삼성전자(22.58%)를 비롯해 삼성물산(17.08%), 삼성전기(7.88%), 이건희 회장(0.01%), 이재용 부회장(11.25%),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3.9%),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3.9%) 등 특수 관계인 지분을 합하면 최대주주 그룹의 지분율은 66.6%에 달한다.
뿐만 아니다. 삼성SDS는 상장을 계기로 회사의 투명성과 인지도를 높여 해외시장 수주 물량 증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기존 SI(시스템통합)업체에서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글로벌 ICT 서비스 업체로 중심축을 빠르게 옮겨갈 수 있는 것이다. 향후 유상증자 등이 원활하게 이뤄지면 외국 자본이 참여할 수 있는 길도 열려 주목도를 높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동종업계인 SK C&C가 지난 2009년 11월 상장된 지 4년 만에 시총이 2배 이상 늘어난 것도 추후 삼성SDS의 기업가치를 밝히고 있다. SK C&C와 삼성SDS는 매출규모와 영업이익은 다르지만 매년 매출액 대비 9~10% 가량의 영업이익률을 올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SDS가 지난해 삼성SNS 합병 시 수익가치가 기존보다 늘어난 9만 1,438원으로 산정됐다”면서 “IPO 이후 삼성SDS의 수익가치가 더욱 증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IPO 시장 크게 활성화 기대감도
삼성SDS가 연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키로 결정함에 따라 기업공개(IPO) 시장이 활기를 찾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장외 주식중개업체 피스탁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장외시장에서 삼성SDS의 지난 7일 종가는 14만 9,500원이다. 주당순이익(EPS)은 4,213원, 주당순자산가치(BPS)는 5만 187원이다. 감사보고서를 기준으로 삼성SDS의 유통주식 수는 약 7,700만주, 자사주가 2만 7,000주다.
전문가들은 “삼성SDS의 공모가 등을 예상하기에는 시기적으로 이르다”면서도 “상장 프리미엄 등을 고려했을 때 삼성SDS의 시가총액이 10조 원 안팎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진투자증권의 서보익 연구원은 “삼성SDS의 장외가격을 단순 적용하기에는 시기상 어려움이 있지만 2013년 삼성SNS 합병시 삼성 SDS의 수익가치가 주당 9만 1,438원으로 산정된 바 있다”며 “합병 및 IPO 이후 삼성SDS의 수익가치가 더욱 증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증권 전용기 연구원은 “삼성SDS가 올해 하반기 기업공개 되고 2014년 6,500억 원에 이르는 순이익 달성이 가능하다면, 시가총액은 10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코스닥 쏠림 현상’이 심화된 IPO 시장에 균형을 맞춰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한 기업은 유가증권시장 3개사, 코스닥시장 12개사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준비했던 동부생명이 대내외 여건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IPO를 철회하자 시장 분위기도 크게 가라앉았다. 하지만 최근 편의점 ‘CU’를 보유한 비지에프리테일을 비롯해 화인베스틸, 쿠쿠전자 등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앞두고 있어 IPO 시장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게다가 대어(大魚)로 꼽히는 삼성SDI까지 연내 상장이 이뤄진다면 시장이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최근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 삼성SDS의 상장 추진 계획은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대기 자금들이 공모시장에 몰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동수 사장 체제…글로벌 시대 본격 준비
삼성SDS가 글로벌 시대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는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메모리사업부장이었던 전동수 사장이 삼성 SDS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부터다.
전동수 사장은 삼성전자 디지털AV사업부장, 메모리사업부장 등 삼성 내에서도 드물게 완제품과 부품 사업을 두루 경험한 인물로, 마케팅 경험도 있어 차기 부회장감으로까지 거론되는 인물 중 하나다. 특히 화성 불산 누출 사건이 터졌을 때도 이재용 부회장과 함께 중국 출장을 다녀올 정도로 이 부회장의 신임도 높다.
이런 상황에서 전 사장을 삼성 SDS의 수장 자리에 앉힌 것은 반도체 분야에서 닦은 기술과 마케팅 등의 경험을 서비스와 컨설팅 중심의 IT서비스 시장에서 발휘하라는 주문으로 해석된다. 무엇보다 전동수 사장의 선임 배경은 삼성 SDS가 글로벌 시장에서의 역량을 강화하고 해외 수출 등을 통한 실적 향상에 방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삼성SDS는 ‘일감 몰아주기’ 등의 이슈로 금융 IT와 공공정보화 사업부문을 축소해 사실상 국내 대외 시스템통합(SI) 사업을 철수했다. 국내 공공시장 진출 포기로 인한 공백을 메우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야하기 위해서는 해외 시장 공략이 절실하다. 전 사장은 본격적인 해외 공략을 통해 내년부터는 매출 8조 원 이상의 거대 IT서비스 기업으로 성장을 이뤄나가는 데 역량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더불어 2015년 매출 9조 원, 영업이익 1조 원을 달성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전 사장은 네트워크 사업을 영위해온 삼성SNS와 SDS의 합병 시너지 효과에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당시 전 사장 부임과 함께 삼성SDS의 행보를 두고 상장설이 관심을 끌었었지만 삼성에서는 이를 부인했었다.
삼성그룹 후계구도 밑그림 주목
삼성SDS가 연내 상장 추진을 결정함에 따라 순차적으로 영향이 미칠 삼성그룹의 후계구도도 주목되고 있다.
“국내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해외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해 글로벌 ICT서비스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것이 이번 상장의 표면적인 이유다. 하지만 이번 상장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주축으로 한 삼성그룹의 후계구도 밑그림이 한층 명확해진 것 아니냐는 평가가 더 불거졌다. 삼성SDS의 상장 여부는 그동안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개편의 ‘열쇠’로 여겨져 왔다.
‘포스트 이건희시대’에 맞춰 그룹 경영권을 이양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데 이를 조달해줄 ‘황금거위’가 바로 삼성SDS라는 추측이 무성했다. 비상장기업인 삼성SDS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을 하게 되면 주식가치가 급등하게 되면서 수조원대에 이르는 상속세를 위한 자금 확보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재계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주식 자산에 따른 상속세만 5조 원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삼성SDS 상장의 핵심은 ‘장자 몰아주기’로 해석할 수 있다”며 “삼성 오너일가가 공동으로 지분을 보유한 삼성 계열사는 에버랜드와 함께 삼성SDS가 유일하고, 삼성SDS가 순환출자구조의 중요한 고리가 아님에도 그간 몸집을 키워온 것은 승계작업을 위한 ‘실탄’ 마련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삼성SDS는 앞서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SNS를 흡수 합병하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SDS 보유 지분을 늘리기도 했다”며 “반면, 이부진·이서현 사장의 삼성SDS 지분율은 각각 4.18%에서 3.90%로 내려갔다”고 덧붙였다.
삼성SDS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이 이재용 부회장의 핵심 계열사 지분 늘리기에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이 부회장의 지분은 지난해 삼성SNS와의 합병을 거치면서 다시 늘어났다.
삼성그룹은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이루고 있으며, 이재용 부회장은 정점에 서있는 에버랜드의 최대주주다. 이재용 부회장이 그룹 전체를 장악하기 위해서는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지분을 늘리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 부회장은 향후 삼성SDS 상장을 통해 1조 원대에 달하는 상장차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환의 핵심은 삼성에버랜드가 지주회사가 돼 실질적인 지분율로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을 안정적으로 지배하는 것으로, 결국에는 자녀들끼리 계열분리를 정착화 하는 것”이라며 “이 과정 삼성SDS 가치를 상승시켜 현물출자 용도로 사용하면서 지배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배구조 변환과정에서는 3세 경영의 신뢰성이 뒷받침 돼야 하므로 신수종 사업에서는 2차 전지를 담당하고 있는 삼성SDI 성장성에 주목해야 한다”며 “또 현재 3세들이 실질적인 대표이사로 있는 삼성전자, 호텔신라, 삼성물산, 제일기획 등의 기업가치 상승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하지만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번 상장은 삼성SDS의 해외 진출 위한 투자 자금을 마련하려는 조치다. 경영승계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