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고위직까지 연루된 유병언 관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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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고위직까지 연루된 유병언 관계사
  • 편집국
  • 승인 2014.06.03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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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 유대균이 설립한 ‘티알지리츠’, 자본금 6개월 만에 20배

세월호 참사의 최종 배후로 지목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에 대한 고강도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금융감독원 증권담당 부원장보 출신인 정태철 씨가 관계된 것으로 포착됐다. 정 씨는 2006년 선진국형 금융기관 감독시스템인 위험관리 중심 감독제도 도입을 위한 금감원 태스크포스(TF)팀 반장을 맡았으며 퇴임 후에는 하나은행 감사로 영입돼 ‘낙하산 영입’ 논란에 불을 붙인 바 있다. 정 씨는 지난해 5월까지 키움증권 사외이사도 지냈다.

정태철 3년 째 티알지리츠 임원
정 씨의 현재 직함은 티알지개발전문자기관리부동산투자회사(이하 티알지리츠)의 사외이사다. 법인 등기부등본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티알지리츠는 유 전 회장의 장남 유대균 씨가 2010년 설립자본금 5억 원을 들여 설립한 회사다. 즉 ‘유병언 관계사’에 금감원 고위직 출신이 영입돼 수년째 재직하고 있다는 것이다.
티알지리츠는 유 전 회장의 장남 대균 씨가 대주주로 있는 트라이곤코리아가 오피스텔 분양사업을 위해 2010년 11월 자본금 6억 원을 들여 설립한 회사다. 본사는 서울 용산구의 국제영상빌딩에 자리잡고 있다.2011년 6월 국토해양부로부터 영업인가를 받았고, 같은 해 11월 사모출자를 통해 자본금을 100억 원대로 늘렸다. 이후 600억 원대 사업인 서울 광진구 화양동의 ‘광진트라이곤시티’를 개발해 분양사업을 추진 중이다. 티알지리츠에 근무 중인 경제계 유력 인사는 정 씨뿐만 아니다. 재작년 12월 취임한 서세종 대표이사는 현대건설, 지난해 7월 공동대표에 이름을 올린 김상기 대표이사는 포스코 출신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트라이곤코리아와 또 다른 ‘유병언 계열사’인 세우세건설에서 재직했거나 관계하고 있다고 조사됐다.
작년 중임이 결정된 최성환 감사는 안진회계법인, 인덕회계법인 등 유력 회계사무소 출신이며, 올 3월 취임한 김외영 이사는 부산시 공무원으로 재직했었다. 준법감시인 강승원 씨는 우리은행과 우리신용정보 등 우리금융지주에서 30년 넘게 근무한 경력이 있다.
금융 관계자는 “리츠 허가가 까다로운 만큼 허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감원 전직 고위 간부를 영입했을 수 있다”라며 “리츠의 준법 감시인은 '금융회사 10년 이상 재직자'로 제한하기 때문에 전직 은행원을 영입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협·신한캐피탈 특검 돌입
문제는 티알지리츠가 재정적으로 상당히 부실한 업체라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회사가 정 씨를 비롯한 고위 관료 및 금융권 출신 인사를 영입해 사업상 편의를 누린 게 아니냐는 의혹이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영업이익은 2억 4,058만 원, 당기순이익은 2억 6,719만 원을 기록했지만 앞선 연도에는 영업손실이 24억 5,100만 원, 당기순손실도 24억 2,200만 원에 달했다. 특히 지난해 말 기준 자본금 총합은 63억 9,265만 원인 반면 부채총계는 194억 9,277만 원으로 자본대비 빚이 3배 가까이 많다. 일반적으로 부채가 자본 대비 200% 이상이면 재정상황이 부실하다는 진단을 내린다.
자본금이 불과 6개월 만에 20배 이상 불어난 과정도 의문 중 하나다. 2011년 6월 영업인가 당시 티알지리츠의 자본금은 5억 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같은 해 11월 사모출자로 보통주 200만 5,600주를 발행해 자본금 규모를 순식간에 100억대로 뻥튀기했다. 이 과정에서 구원파 신도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했다는 설도 나왔다. 전체 발행 주식의 32.9%는 트라이곤코리아가 보유하고 있다. 이듬해 7월에는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수협)과 신한캐피탈, 현대증권을 상대로 광진구 화양동 주상복합빌딩 개발사업 프로젝트금융 약정을 체결했다.
금감원 전자공시를 보면 티알지리츠는 이들 3개 금융기관과 사업부지 매입비, 기존 차입금 상환, 공사비, 사업비 등 총 270억 원의 자금을 차입할 수 있는 한도대출계약을 맺었다. 수협과 신한캐피탈이 각 100억 원의 차입 한도를 설정했고 현대증권도 70억 원 한도의 대출계약을 맺은 상태다.
이런 가운데 수협과 신한캐피탈은 만기 일시상환 조건으로 연 7% 금리를 적용해 65억 원씩을 회사에 빌려줬고 상환일은 올해 7월20일이다. 현대증권은 대출 한도액 설정은 돼 있지만 실제 차입은 이뤄지지 않았다.
청해진해운을 비롯한 유 전 회장 관련 기업들이 대부분 개점 휴업 중인 상황에서 상환이 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검찰은 유 전 회장 일가 계열사의 자금 흐름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최근 티알지리츠를 압수 수색했다. 금감원 역시 티알지리츠에 대출을 해준 수협과 신한캐피탈에 대해 특검을 실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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