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칼끝 향한 유병언 어디 숨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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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칼끝 향한 유병언 어디 숨었나
  • 이지원 기자
  • 승인 2014.06.03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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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식 지분관계, 유 씨 일가 계열사 주목

검찰의 칼끝이 청해진해운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에 향하면서 ‘관계사’들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유 전 회장 일가는 거미줄식 지분 관계를 통해 수십 개의 계열사를 지니고 있으며 유 전 회장 일가의 자산 가치를 조사한 결과 5,600억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병언 회장이 과거 운영했던 세모그룹은 한강유람선, 세모 스쿠알렌 등으로 1980~1990년대 승승장구 했다. 그러나 1987년 유 전 회장이 ‘오대양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면서 경영난을 겪어 오다 1997년 최종 부도 처리됐다.
세월호의 선사인 청해진해운은 세모그룹이 최종 부도난 후 1999년 2월 개인주주들을 모아 자본금 34억 원으로 설립됐다. 청해진해운은 한강유람선으로 유명했던 세모그룹에서 1997년 분사된 세모해운의 선박과 사무실 등 유형 자산을 120억 원에 사들이며 사업을 시작했으며 이후 청해진해운의 주주 구성은 개인주주에서 천해지, 아이원아이홀딩스 등으로 점차 넘어갔다. 현재 청해진해운의 대주주인 아이원아이홀딩스는 유 전 회장의 아들인 유대균, 유혁기 씨 등이 2007년 설립한 회사다.
유 전 회장 일가는 거미줄식 지분 관계를 통해 수십 개의 계열사를 지니고 있으며 유 전 회장 일가의 자산 가치를 조사한 결과 5,600억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를 제외하면 유 전 회장 일가족이 보유한 실제 자산은 2,400억 원 규모로 추정되며 은닉 재산도 상당할 것으로 추측된다.

이름부터 심상찮은 계열사들
‘종교가 곧 사업’이라는 유 전 회장의 주장은 기업 작명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모세를 거꾸로 읽은 것으로 추측되는 ‘세모그룹’을 시작으로 하늘과 바다, 땅을 뜻하는 ‘천해지’ 등은 기독교의 성부, 성자, 성령의 삼위일체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다. 고대 그리스어로 삼각을 의미하는 트라이곤에서 따온 ‘트라이곤코리아’와 ‘123팜’, ‘하나둘셋 영농조합’도 이러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어 뚜렷한 종교적 색체가 묻어난다.

◇ 천해지(天海地)
하늘과 바다, 땅을 의미하는 천해지는 1985년 (주)세모조선사업부로 조선 사업자 등록을 한 후 1990년 고성군 당항포에 조선소를 세웠다. 컨테이너선과 유조선, 벌크선 등에 들어가는 부품을 비롯해 초쾌속 여객선과 행정선, 해상 크레인 등을 생산해 왔다. 이후 지난 2005년 (주)천해지로 법인을 변경했다.
◇ 다판다
지난 2000년 설립돼 전국 57개 지점 133개 대리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유 전 회장의 장남 유대균(44)씨가 최대주주다. 화장품, 건강식품, 위생제품과 건강매트 등 이름 그대로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방문판매와 인터넷 쇼핑몰 온라인 판매로 영업하고 있다. ‘가정용 대장 세척기’와 같은 1개당 1,000만 원에 달하는 고가의 물건도 취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노른자쇼핑
친환경 유기농 식품과 농수산물을 판매하는 업체로 1990년에 설립됐다. 최대주주는 유 전 회장의 장남 유대균 씨며 탤런트 전양자 씨가 대표이사다. 유명 연예인과 전직 운동선수들이 자주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 아이원아이홀딩스
2007년 설립된 경영컨설팅 업체다. 유 전 회장의 장남인 유대균 씨와 차남 유혁기 씨가 공동최대주주로, 이들은 각각 아이원아이홀딩스 지분 19.44%를 가지고 있다. 아이원아이홀딩스는 천해지 지분 42.81%와 아해 지분 44.82%, 온나라 지분 31.25%를 보유하며 최대주주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업체는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지만 간판과 사무실도 제대로 없는 유령회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 아해(AHAE)
지난 1990년에 설립됐으며 방수·바닥재와 페인트 등의 도료를 제조해 판매하는 업체다. 유 전 회장의 ‘사진작가’ 활동 이름으로도 알려진 ‘아해’는 ‘아이’의 옛 말이다. 하나님을 뜻하는 ‘야훼’에서 비롯됐다는 추측도 있으며 구원파 신도들은 그를 ‘아해님’이라고 불렀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업체는 지난 2003년 9월 당시 장애인 고용촉진 국무총리 표창장을 받은 것을 비롯해 전북도지사 표창장과 산업자원부장관 표창장 등을 받았으며 30건 이상의 특허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온나라
친환경 유기농 식품 제조업체로 1998년 설립됐으며 종교 관계자 등에 따르면 신이 다스린다는 뜻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초밭영농조합 법인과 관련 있으며 ‘청초밭 우유’와 '‘로빈우유’, ‘액상원두커피’ 등을 제조해 판매한다.
◇ 온지구
자동차용 플라스틱제품을 만드는 업체로 온나라와 마찬가지로 신이 다스린다는 뜻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86년 설립됐으며 스포일러와 범퍼 가드, 선루프 등을 주로 생산한다. 생산된 제품은 주로 현대기아차에 납품되며, 일부는 삼성과 닛산에도 납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주주는 트라이곤코리아로 전체의 13.87%를 보유하고 있다. 온지구의 지분 7.11%는 유혁기 씨가 보유하고 있으며 아이원아이홀딩스가 가진 지분은 6.98%다. 자산 396억 원, 부채 342억 원이다.
◇ 소쿠리상사
커피 원두를 수입해 가공하고 커피 원액을 공급하는 커피 제조업체로 자체적으로 카페도 운영하고 있다. 세모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붉은머리오목눈이
유병언 회장의 소유로 2012년 설립된 해외법인 페이퍼컴퍼니다. 이곳을 통해 자금세탁과 조세회피 등의 불법거래가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매년 아이원아이홀딩스에서 지급 수수료 1억 2,000만 원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 문진미디어
유혁기 씨가 대표로 있는 곳으로 1980년 문진당으로 설립돼 1993년 현재의 상호로 변경했다. 교육용 영어교재와 아동용 영어 그림책 등을 출판하며 연매출 180억 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어전문서점 Kim & Johnson(강남·부산점)도 유 씨 일가의 소유로 이곳에서는 문진미디어의 책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아해 프레스 프랑스
유혁기 씨가 유 전 회장의 사진 활동을 보조하고 전시·출판 등을 진행하기 위한 명목으로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해가 출자했으며 사실상 유령회사로 추정된다.
◇ 늘징글벨랜드
경기도 안성에 있는 어린이 유원지로 눈썰매와 수영장, 방갈로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유대균 씨는 지난 2003년 이곳을 매입했으며 이후 주거지역으로 용도 변경되면서 시세가 3배, 총 300~400억 원 가량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거미줄식 복잡한 지분관계
유 전 회장 일가의 ‘세모왕국’과 관련된 계열사 및 관계자들은 그 수가 많을 뿐 아니라 기업의 형태도 일반법인, 해외법인, 영농조합, 페이퍼컴퍼니 등 다양하다. 이들 계열사들은 복잡하게 얽힌 지분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유 전 회장 일가는 복잡한 순환 출자의 중심에서 국내외 수십 개 법인을 거느리고 수천억 원대의 자산을 불려왔다.
유 전 회장은 자녀나 측근들을 내세워 ‘그림자 경영’으로 계열사를 지배, 운영해 왔으며 상표권료나 컨설팅비, 사진구입비 등의 명목으로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계열사의 자금을 횡령해 국내외에 재산을 은닉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농조합을 통한 부동산 차명보유, 구원파와 신협을 통한 계열사의 부당 지원 및 자금 추적 등의 의혹도 구체화되고 있다.
실제로 유 전 회장은 청해진해운에 공식적인 직함을 갖고 있지 않음에도 매달 1,000만 원씩의 월급을 받고 별도로 2011년과 2012년에는 4,000여 만 원의 성과급을 지급받은 정황이 드러났다. 또 유 전 회장의 형 유병일 씨도 고문료 명목으로 매달 청해진해운으로부터 250~300만 원을 받아왔으며 차남 유혁기 씨도 천해지 등의 계열사로부터 자문료 명목으로 10억여 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유 전 회장을 ‘회장’으로 표시한 청해진해운의 ‘인원현황’과 ‘비상연락망’ 등 내부문건을 확보했다. 이 문건에는 유 전 회장이 1999년 설립된 청해진해운의 첫 번째 임직원이라는 의미의 ‘A99001’이라는 사번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림자 경영’ 도운 ‘높낮이회’
청해진해운의 최대주주는 ‘천해지’로 39.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 천해지는 지분 42.81%를 확보한 아이원아이홀딩스의 지배를 받는 구조인데, 아이원아이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유 전 회장의 두 아들 유혁기(19.44%), 유대균(19.44%) 씨다.
천해지의 경우 대주주인 아이원아이홀딩스뿐만 아니라 다판다(18.21%), 문진미디어(11.01%), 온지구(5.23%), 아해(4.05%), 세모(4.22%) 등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천해지는 다시 아해프레스파이낸스(20.37%), 청해진해운(39.37%), 21세기(42%) 등에 출자했다.
유 전 회장 일가는 아이원아이홀딩스와 천해지의 지분을 이용해 청해진해운을 소유했으며 청해진해운 역시 국제영상, 온지구, 헤마토센트릭라이프연구소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아이원아이홀딩스는 다판다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으며 ‘억만장자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유 전 회장의 작품 활동과 관련된 ‘아해’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이렇게 복잡한 지부 구조를 바탕으로 유 전 회장의 그림자 경영이 가능했던 데는 사장단 모임인 ‘높낮이회’와 회계법인들의 조력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에 따르면 유 전 회장은 계열사 대표 등 측근들과 ‘높낮이 모임’을 열고 경영 전반에 깊숙이 개입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높낮이회의 대표는 유 전 회장의 계열사 문진미디어 김필배(76) 전 대표가 맡았으며 이사는 기독교복음침례회 전현직 총회장이 역임했다. 회계법인들의 역할이 컸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특히 계열사 중 한 곳의 회계감사를 맡았던 세광공인회계사 감사반의 회계사 A씨가 유 전 회장의 그림자 경영의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5년부터 3년간 청해진해운의 최대주주인 천해지의 감사로 일했던 A씨는 비자금 조성 통로로 의심받고 있으며 유 전 회장이 세모그룹 조선사업부를 되찾는데 개입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빚으로 세운 ‘세모왕국’
‘세모왕국’이라 불릴 만큼 막대한 재산을 축적한 유 전 회장 일가의 배경에는 막대한 금융권 대출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청해진해운 관계사 50여 곳 중 30여 곳이 금융권에 2,500억 원의 자금을 빌렸으며 여기에 구원파 교회 대출까지 합하면 빚이 3,000억 원에 달한다. 금융감독 당국은 이 같은 막대한 금융권 차입을 두고 부당대출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유 전 회장 일가의 계열사들은 일부 은행으로부터 1~2%대의 파격적인 저금리 대출을 받았으며 유 전 회장 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아해’의 경우 국민은행으로부터 시설자금 명목으로 1.5%의 저금리 대출을 통해 2009년 3억 7,500만 원을 대출받았다. 산업은행도 지난 2011년 아해에 2% 금리로 2억 4,500만 원을 빌려줬으며 지난해 말 현재까지도 산업은행 자금을 계속 사용 중이다.
이 같은 저금리 자금 명목은 대부분 ‘에너지 합리화자금’과 같이 정부가 중소중견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풀었던 정책자금이다.
문제는 유 전 회장 일가 계열사들의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 계열사의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액은 5,588억여 원이었으며 이중 3,294억 원이 부채였다. 부채 중 2,153억 원이 금융권의 장단기 차입금, 외화대출 등이었고 이에 따른 이자비용만 연간 117억 원에 달했다.
일반적으로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서면 위험 신호로 간주하는데, 부채비율 500%대의 노른자쇼핑은 농협·대구은행 등에서 7억 원을 빌렸고 부채비율 400%대의 청해진해운은 산업은행·국민은행·하나은행·신한은행 등에서 25억 원을 빌렸다.
특히 청해진해운은 지난해 7억 8,540만 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노른자쇼핑의 경우 4억 원대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이자비용 등으로 1억 4,100만 원대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전형적인 한계 기업의 모습이다.
비교적 낮은 부채 비율을 보인 다른 계열사들도 이자비용이나 지분법손실 등을 이유로 순손실을 기록해 대출의 적정성 여부가 의심된다. 아이원아이홀딩스의 부채비율은 22%로 매우 낮았지만 지난해 지분법손실 등의 이유로 40억 5,682만 원의 순손실을 냈다. 세모 역시 부채비율은 111%이지만 이자비용 등으로 14억 3,671만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보통 은행권은 담보와 함께 영업 이익 등 미래상환능력을 보고 대출 의사를 결정하는데, 영업 이익이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유 전 회장 일가의 계열사에 대출에 계속 이뤄진 것은 의문스러운 대목이다. 금융당국은 2,000억 원대의 대출을 제공한 금융사 20여 곳에 대한 긴급 점검에 착수했다. 해당 은행들은 ‘정상적인 대출이므로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가 전례 없는 국민적 공분을 산 데다 세모그룹의 부도덕한 경영 실태가 속속 드러나고 있어 검찰 조사가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 전 회장, 형사처벌 가능성
검찰이 전방위 수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유 전 회장에게 어떤 방식으로 법적 책임을 물을지도 관심이다. 인천지검은 유 전 회장의 계열사와 관련된 경영상 비리를 샅샅이 조사하고 있고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침몰한 세월호 사고의 궁극적인 책임을 유 전 회장에게 묻기 위해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국세청, 금감원, 금융정보분석원 등 유관기관과의 공조를 통해 계열사 자금 거래 내역과 유 전 회장 일가의 수상한 자금거래 정황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해 상당 부분의 범죄혐의를 발견했고 핵심측근들로부터 관련 진술도 확보했다. 그러나 유 전 회장 일가의 비협조적인 태도를 고려하면 유 전 회장이 종교단체를 앞세워 검찰 소환에 불응하거나 신병확보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사법 처리 시점이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한편 유 전 회장이 청해진해운의 경영에 직접 개입하면서 세월호 증개축에 관여했거나 복원성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형사처벌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계열사 임직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유 전 회장이 경영 전반에 개입했다는 진술을 다수 확보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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