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발목 부상과 이영표 ‘3경기 연속 결장’… 설기현은 ‘데뷔골’
지난 9월 한 달은 한국 운동선수들에게 있어선 최대의 시련의 달이었다. 박지성은 왼발목 인대 수술을 받고 퇴원을 하고 이영표는 3경기 연속 결장이라는 시련을 겪었다. 국내 스포츠 선수들의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여자 타이거 우즈라 불리며 천재 골퍼라는 칭호를 받은 미셸위는 지금은 “LPGA 대회에 꾸준히 참가해서 경험을 쌓을 때”라며 美언론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반면, 프리미어리그로 진출한 설기현은 5경기 만에 화려한 ‘데뷔골’로 주위의 감탄을 자아냈다.
벤치신세로 돌아간 이영표, 왜?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에 입성한 이후 주전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았던 이영표가 2006-2007시즌 초반부터 ‘위기’를 맞고 있다.
이영표는 지난 9일 벌어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와 14일 치러진 슬라비아 프라하(체코)와의 유럽축구연맹(UEFA)컵 1라운드 경기에 이어 토튼햄이 치른 최근 3경기에 연속으로 결장했다. 지난 9월 초, AS로마로의 이적이 성사 직전에서 결렬된 뒤 이란-대만과의 아시안컵 예선 경기를 치르고 런던으로 복귀한 이영표는 지금까지 치러진 3차례의 경기에서 모두 벤치를 지키며 주전 경쟁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영표는 체력 안배 차원으로 여겨졌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 결장 이후 슬라비아 프라하와의 UEFA컵 경기에 이어 풀럼과의 리그 5차전 경기에서 마저 그라운드에 등장하지 못해 주전 경쟁에서 밀린 것이 확실하다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온 셈. 일각에서는 토트넘이 지난 8월 프랑스의 떠오르는 신예 아수-에코토를 영입할 당시부터 이미 이영표의 앞에는 적신호가 켜졌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토트넘이 지난 시즌 위건에 검증받은 오른쪽 수비수 파스칼 심봉다를 이적시장 마지막 날 영입하면서 더 확실해진 것이다. 이영표는 올시즌 토트넘에 남게 되면 ‘고난’이 예고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팀 잔류를 택했다. 그를 원하고, 선발이 거의 보장된 AS로마행이 99% 성사됐지만 결국 이를 고사하고 토트넘에 남았다.
이영표는 18일 오전(한국시간) 홈구장인 영국 런던의 화이트하트레인에서 벌어진 2006-2007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5라운드 풀럼전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AS로마 이적 불발로 인해 출전하지 않느냐는 것에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로마를 안 간 것과는 별개의 문제이며, 개인적인 문제로 인해 로마행을 거절했다. 이적을 하지 않은 것과 경기 출장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이영표는 욜 감독을 비롯해 토트넘 팬들로부터도 잔류에 대해 큰 환영을 받았다. 당분간 이영표의 결장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토트넘은 특별한 이유 없이 에코토를 빼고 이영표에게 기회가 주어지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한편, 프리미어리그 5경기 만에 데뷔골을 맛본 ‘스나이퍼’ 설기현(27ㆍ레딩)의 상승세는 주위의 감탄을 자아내고 있어 주목된다. 설기현은 지난 9월 16일(현지시간) 셰필드 유나이티드와의 원정경기에서 ‘데뷔 축포’를 쏘아 올려 최근 5경기 연속 선발출장에 1골2도움을 기록, 오른쪽 공격 날개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특히 설기현이 공격포인트를 기록한 최근 3경기에서 맞대결을 벌였던 상대팀의 왼쪽 풀백을 모두 중도 교체시킨 것도 의미심장하다.
박지성, 수술 마쳐, 3개월간 치료
세계 최고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 중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이 왼쪽발목 인대파열로 14일(현지시간) 수술을 받으며 3개월간 결장하게 되었다.
지난 9월 14일(이하 한국시간) 왼발목 인대 수술을 받고 회복중인 박지성은 인터뷰를 통해 “갑작스럽게 안 좋은 소식을 전하게 돼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며 “하지만 더 나은 활약을 펼치기 위해 구단과 상의해 수술을 결정했고 이제 좋은 환경에 재활하게 됐다. 능력 있는 분들이 도와줄 것이다. 더 나은 모습으로 그라운드에 복귀 하겠다”라고 말했다. 또 지난 9월 15일 “좋지 못한 소식을 전해 팬들에게 죄송할 뿐이다”면서 “특히 아시안컵 예선에 뛰지 못하는 게 너무 아쉽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이달 초 벌어진 아시안컵 예선 이란전과 대만전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게 마음에 걸렸던지 그는 “다음엔 잘 하려고 했지만 (출전이) 어렵게 됐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는 “나 말고도 좋은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잘 해낼 것으로 믿는다”며 동료들에게 강한 신뢰를 보냈다.
소속팀 맨유에 대한 걱정도 잊지 않았다. 주전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였던 라이언 긱스까지 다쳐 순식간에 전력에 구멍이 생긴 사실에 박지성은 “그저 미안할 뿐”이라며 “빠른 시일 안에 몸을 만들어 다시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부상을 재충전의 기회로 삼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맨유 의무스태프는 간판 골잡이 웨인 루니가 독일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발등을 다치자 산소 텐트를 동원하는 등 독특한 재활 프로그램을 통해 그를 7주만에 그라운드에 복귀시켰다. 맨유측은 박지성의 조기 복귀를 위해 이번에도 구단 의무스태프를 총동원하겠다는 계획이다.
미셀 위, “PGA 출전 중단하라”
‘여자 타이거 우즈’라 불리던 한국의 천재 골퍼 미셸 위가 美언론의 도마위에 올랐다. 미셀 위의 재능에 대해 극찬을 해오던 미국 언론들이 이제 미셀 위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8월 6일(한국시간) 미국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골프전문사이트 ‘월드골프닷컴’은 “여자골프는 점점 지루해지며 인기도 하락하고 있다”며 미셸 위의 부진이 인기하락의 원인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미셸 위에 대한 언론과 대중의 주목도 역시 많이 추락했다”고 지적하며 프로 데뷔 후 첫 승을 아직 신고조차 못했다고 덧붙였다. PGA 출전을 그만두고 LPGA에 전념하라는 얘기다.
미셸 위는 지난 9월 8일(한국시간) 스위스 크랑몬타나 크랑쉬시에르 골프장(파71·6857야드)에서 열린 유럽프로골프(EPGA) 오메가 유러피언 마스터스 2라운드에서 8오버파 79타를 쳐 합계 15오버파 157타로 컷오프 됐다.
미국은 지난 9월 9일(한국시간) 스포츠 전무가 초청 좌담회에서 미셸 위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제시하며 “아직 경력이 일천한 그가 남자 프로들과 경쟁을 벌인다는 자체가 무리”라면서 “지금은 LPGA 대회에 꾸준히 참가해서 경험을 쌓을 때”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각종 스폰서 계약으로 인해 PGA 출전을 강행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당분간 남자 대회 참가를 자제할 경우 스폰서들이 떠나가겠지만 프로 경험을 쌓은 뒤 다시 남자 대회에 도전하더라도 늦지 않다. 스폰서들은 언제든지 다시 그를 찾을 것”이라며 과도한 상업주의를 경계했다.
그간 여러 골프 전문가들은 미셸 위가 PGA에 꾸준히 출전하는 행태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볼거리’는 될지언정 성공하지 못할 경우 아직 어린 그에게 엄청난 심적 부담이 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그러나 미셸 위는 이런 주위의 반응에도 아랑곳없이 틈만 나면 남자 대회 참가를 강행했다.
한 전문가는 “우리가 잠시 잊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미셸 위는 이제 17살에 불과하다. 2∼3년 뒤면 엄청난 선수가 될 것이라는 점은 틀림없다”면서 “당분간 여자 대회에 전념하면서 경력을 쌓으면 그의 잠재력이 만개할 것이다. PGA 도전은 그때 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존폐의 위기 앞에 놓은 민속씨름
1983년 문을 열어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민속씨름이 붕괴 위기를 맞고 있다. 선수는 떠나고, 협회는 갈등을 겪고 있다. 최근 이만기 씨름연맹 영구제명을 통해 더욱 불거진 씨름의 위기가 본격적으로 드러났다.
지난 1983년 4월 출범한 민속씨름대회, 민속 씨름은 단연 국민 스포츠였다. 천하장사를 열 차례나 차지했던 영원한 장사 이만기, 씨름판 신사 이준희, 인간 기중기 이봉걸, 그리고 골리앗 최홍만과 황태자 이태현까지 모래판의 승자는 국민적 스타였다. 그러나 24년이 지난 지금, 관중석은 빈 채 선수들은 샅바 싸움을 벌이고 있다. 기업들은 야구와 농구 같은 인기 프로구단만 유지하고 씨름팀을 속속 해체했다. 이제 프로씨름팀 하나 밖에 남지 않았다. 이렇게 되다보니 제대로 시합조차 이루어지기 어려워졌다.
또 현재 위기를 타개해야 할 씨름연맹은 내분에 빠졌다.
이렇다 보니 몇몇 스타급 선수들은 씨름판을 떠나고 이종격투기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최홍만은 K-1진출 기자회견 당시 “이제 비참하게 운동하기도 싫고 너무 노력도 많이 했는데 관심도 안가져주고... 그 때 나도 모르게 그 쪽으로 기울게 됐다. 다시 돌아오더라도 씨름은 안 할 것이다”고 못 박았다. 소년장사로 유명했던 백승일 선수는 트로트 가수로 전직했다.
이대로 가면 무너진 민속 씨름은 스스로 고사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이만기 인제대학교수는 “씨름의 인기는 몇 년째 내리막길이다. 2004년 이후 LG투자증권, 신창건설 씨름단이 해체됐다. 최홍만, 이태현은 씨름판을 떠났다. 이런 상황에서 씨름을 살리려는 충정에서 쓴소리를 했지만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승호 국민대 스포츠산업대학원 교수는 “경쟁사회에서 스포츠도 예외일 수 없다. 전투적인 측면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씨름은 다른 스포츠에 비해 경쟁적인 우위를 차지할 수 없고, 영원히 도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