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행성 게임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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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행성 게임중독
  • 글/ 최병재 기자
  • 승인 2006.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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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역전 노리며 인생올인 한 게임중독 실태
온라인게임, 카지노, 도박 등 사회 전반에 중독성 게임 열풍
최근 바다이야기로 사행성 게임에 대한 심각성이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사행성 게임이 사회전반에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그 여파로 영등포 일대의 성인오락장이 밀집된 지역도 업소 3곳 중 1곳은 내부 수리 중이라며 문이 닫힌 상태이다. 하지만 대형업체들은 여전히 문을 열고 있고 상품권 환전소를 드나드는 이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왜 도박 게임에서 헤어나질 못하는 걸까?

“취미로 잠깐 즐겼을 뿐이다. 1,000만 원 가량 잃었는데, 이건 많은 금액 아니다. 상어 같은 거 잡으면 잘 나올 땐 몇 백만 원도 나온다. 오늘은 21만원 정도였다” “심심하고 호기심에서 해보는 거다. 24시간 자기 마음대로 하면 하룻밤에 수백만 원 잃는 건 예사다”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승률조작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는데, 게임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일까?
과거 ‘중독’이란 단어는 주로 술이나 담배, 마약과 같은 물질 중독에 국한되어 사용되었던 용어였지만 사회가 발전하고 다양성을 가지게 됨에 따라 중독의 대상도 많이 넓어졌다.
특히 인터넷 중독, 도박 중독, 일중독, 쇼핑 중독 등 물질 중독이 아닌 어떠한 행위의 중독들이 많아지게 되었고, 이러한 행위에 몰입하면서 개인에서부터 가정, 사회에 이르기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사행성 게임 중독은 병적 도박이 사행성 게임을 매개로 해서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성인인구 6%가 게임중독
최근 사행성 게임에 대한 심각성이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도박 중독자가 선진국에 비해 더 많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되어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서 펴낸 ‘2006 갬블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도박중독율은 18세 이상 성인 인구의 6.5%~6.6%(SOGS) 수준에 이른다. 연구소 서천범 소장은 “문화관광부가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에 의뢰해 조사한 ‘사행산업의 이용실태 조사’ 결과 18세 이상 국민 3,721만 명 중 246만 명 정도가 도박중독자로 드러났다”며 “다 선진국 평균 4~5%에 비해 다소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선카지노나 경마 경륜 등을 한 번이라도 이용해 본 사람들 중에 도박중독자는 전체의 73.2%로 나타나 중독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행성 산업의 비중도 매우 높다. 갬블백서에 따르면 카지노 경마 경륜 등 정부에서 합법적으로 운영하는 사행성 산업인 갬블 시장 규모는 2005년 13조 8,898억원 규모로 전체 레저시장 29조 4,700억 원 중에서 47.1%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다 성인오락실 등 불법 사행성게임 12조원을 합치면 전체 레저산업에서 사행성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87.7%로 높아진다. 파친코 등이 발달한 일본의 경우 레저산업에서 갬블비중은 20.6%에 불과하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 관계자는 “도박중독율도 합법적인 갬블산업을 기준으로 한 것”이라며 “성인오락실 등 불법 사행성게임을 합치면 이 비율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갬블백서는 도박을 하는 목적도 다른 선진국은 ‘좋은 시간을 즐기기 위해서’(81%)가 가장 높지만 우리 국민은 ‘돈을 벌기 위해 한다’는 비율이 가장 높다고 밝혔다.

도박중독은 정신질환
도박 중독은 정신과에서는 병적 도박(pathologic gambling)이라는 질환으로 분류되어 있는 충동조절장애의 하나이다. 충동, 즉 하고 싶은 욕구의 조절이 불가능한 질환인 것이다.
돈을 잃고 “에이~ 다시는 하지 말아야지” 해도 다시 하게 되고 “요것 까지만 해야지” 해도 끝장을 보아야 하는 등 충동조절에 장애가 온 것이다.
현재 사회의 온 관심이 사행성 게임의 인허가 과정 등의 비리에 몰려 있어 이러한 사행성 게임중독이라는 병적 도박으로 인해 각 개인, 가정, 사회가 겪는 고통이 간과되는 것 같은 현실은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게임 중독도 다른 중독과 마찬가지로 게임을 해서 얻는 보상이 대뇌에 있는 ‘대뇌 보상회로’에서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활성을 증진시켜 다시 그 행위에 몰입하게 되는 질환으로 보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중독에 빠지는 사람들의 성격적 특성에 대한 이론도 있는데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자 하는 충동적인 측면과 현실 적응력이 떨어지고 우울, 불안이 높아 사회적인 위축을 보이는 측면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하루 종일 눈앞에 게임기가 어른거리고, 어제 잃은 돈을 생각하고, 어떻게 딸 수 있을까 궁리하고, 원했던 쾌감을 얻기 위해 거는 돈이 점점 늘고, 게임장에 가지 못하게 되었을 때 짜증이 나고 안절부절 못하고, 마음이 괴롭거나 갈등이 있을 때 게임장에 가는 것으로 문제를 회피하려 한다.
또 돈을 잃고 난 후 다시 만회하러 가고, 감추려고 거짓말하고, 돈을 마련하기 위해 불법행위를 하기도 하고, 빚을 지고 가족에게 외면당하고, 신용을 잃고 재정적 파탄에 이르는 것 등이 이 질병의 주요 증상이다.
한 질환에 대한 가장 적극적인 치료는 예방이다. 사행성 게임 중독도 물론 예외는 아니다.
예방이 가장 적극적이고 최선의 치료이다. 중독의 치료에서는 ‘접근성’ 이라는 개념이 중요한데, 이는 얼마만큼 쉽게 그 물질 혹은 행위에 다가갈 수 있나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사행성게임은 물리적 접근성이 아주 용이하다. 무조건적인 물리적 규제가 도박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문제를 야기 시킬 수 있는 환경에 대한 개선 노력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게임중독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사행성 게임 중독을 정신 질환의 하나로 인식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행성 게임 중독에 대한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고 사회적, 정책적인 현실적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또 중독자에 대한 조기 발견에 주력하여 너무 많이 악화된 후에 병원이나 전문가의 도움을 청하는 우를 계속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논란의 ‘바다이야기’ 어떤 게임?
검찰이 제조사 대표들을 전격 구속기소한 사행성 게임인 ‘바다이야기’와 ‘황금성’, ‘인어이야기’는 성인게임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제품들이다.
이 게임들은 이른바 ‘4-9-2 룰(rule)’을 지키는 게임기로 분류돼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의 심의를 통과했지만 사실상 전국의 상당수 업장에서 불법 개ㆍ변조돼 수백배의 돈이 왔다갔다 하는 도박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 게임들은 이른바 ‘메모리 연타’ 및 ‘예시’ 기능을 통해 카지노 슬로머신의 ‘잭팟’(횡재)을 가능케 함으로써 한번 게임에 빠지면 쉽게 헤어 나오기 힘들 정도로 중독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게임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예시 및 연타 기능이 있어 법정 경품 한도액인 2만원보다 훨씬 많은 액수가 당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한 게임에 300만~400만원까지 잭팟이 터질 수 있게 만드는 것으로 잭팟이 터진 사실을 게임기 메모리에 저장해 2만원씩 따는 것을 20여 차례 반복해서 할 수 있다.
바다이야기의 경우 고래, 상어, 인어와 같은 특정한 상징물을 내보이는 예시기능을 통해 그 다음 게임부터는 연속으로 2만원씩 받을 수 있게 한다. 재수가 좋아 잭팟을 계속 터뜨리면 한 시간에 최대 300만원까지 상품권을 딸 수 있다고들 한다.
잃을 땐 적은 금액을 잃지만 딸 때 한꺼번에 대박을 터뜨릴 수 있게 해서 사용자들이 한번 빠지면 쉽게 빠져나올 수 없도록 만든다. 이 상품권은 대체로 10%의 수수료를 떼면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다.
예컨대 상품권 10만원어치를 오락실 인근 등의 환전소에서 환전하면 10%를 뺀 9만원을 현금으로 준다. 따라서 게임업소에서는 손님의 승률이 설령 100% 이상 되면 손해 보는 장사를 할 것 같지만 10% 수수료 제외'때문에 거액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업소들은 승률을 높여 대박이 잘 터지는 곳으로 소문이 나면 손님이 많이 몰리고 그럴수록 상품권 환전 수수료를 더 챙길 수 있어 절대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얘기도 있다.

게임기 조작으로 승률 조작
바다이야기 등은 표면적으로는 모두 4-9-2룰을 지키는 게임기로 분류돼 할 영등위의 심의를 통과할 수 있었다. 4-9-2룰은 4초 안에 승부가 나고 1시간에 9만 원 이하의 게임 비용이 지출되며 한 게임에 상품권으로 지급되는 경품의 최대액수가 2만원을 넘지 않으면 ‘사행성 게임기로 보지 않는다’는 영등위 자체 기준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나 이 룰은 이들 기계가 기계식이 아닌 전자식이어서 손쉽게 조작이 가능해 사실상 이 룰을 제대로 지키는 업체는 거의 없는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드러나고 있다.
사행성 게임중 대표적인 게임으로 ‘바다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2004년 12월 처음 등장해 작년 중반 이후 대히트의 기록을 세우며 전국적인 붐을 일으킨 게임기다. 슬롯머신과 같이 돌아가는 그림을 맞추면 점수를 얻는 릴 게임(reel game)의 일종으로 4개의 원판에 나타나는 그림에 따라 당첨 여부가 결정된다.
1만 원권 지폐를 투입기에 넣고 시작 버튼을 누르면 100점(100원)점씩 소진되며 베팅을 세계 할수록 점수가 빨리 소진되고, 상품권으로 바꿀 수 있는 점수도 비례해서 커진다.
조개ㆍ문어 등 바다 생물 그림이 회전하다 멈추는데 이 때 일직선 또는 대각선 등의 배열에 따라 점수를 얻고 무늬가 일치하면 상품권을 경품으로 받는다.
특히 게임 도중 해파리 타임에 상어가 나오면 대략 10만-40만원을 벌고 고래가 나오면 50만~300만원 정도 딸 수 있는 기능이 숨겨져 있어 대박을 꿈꾸게 한다. 하지만 이런 승률은 고작 10%에 불과하다는 게 게임을 해본 사람들의 공통된 얘기다. 고래도 밍크고래냐 흰수염고래냐에 따라 점수가 다르다. 큰 고래일수록 점수가 많다.
이런 대박을 터뜨리기 위해 한 손님이 서너대의 게임기를 독차지하면서 베팅 버튼을 재떨이나 라이터, 동전 등으로 고정시켜 시작버튼을 누르지 않고도 계속 돌아가도록 하는 ‘오토 베팅’을 하기도 한다. 시작버튼을 계속 누르면 팔과 손목이 저리기도 한다.
철심을 박은 지폐를 투입하거나 전자충격기를 사용해 게임기가 오인하게 하는 신종수법을 사용하다 경찰에 적발된 ‘꾼’들도 있다.
2004년 12월 1.0판이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 심의에서 ‘18세 이용가’ 판정을 받아 시장에 나왔으며 이후 작년 4월 1.1판, 8월 2.0판이 각각 같은 등급으로 심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기계식이 아닌 모니터 상에서 PC 프로그램으로 돌아가는 전자식이어서 개ㆍ변조가 용이해 실제 현장에 설치될 때는 거의 모든 기기가 불법 개ㆍ변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개ㆍ변조로 당첨금이 연속으로 배출돼 한 번에 최대 300만원까지 딸 수 있는 연타 기능, 대박 예고 그림이 나오는 예시 기능 등이 추가되면서 이용자들의 사행성을 부추겨 성인 게임장 시장을 거의 평정했다.
관련업계에서는 황금성, 바다이야기, 오션 파라다이스를 소위 성인용 게임의 ‘빅(big) 3’로 부르는데 최근에는 바다이야기를 ‘빅 원(big one)’으로 간주하는 데 이견이 없다.
황금성과 인어이야기역시 바다이야기와 게임방법이 유사한 릴 게임의 일종이다. 황금성은 성(城)과 선장, 조커 등의 그림이, 인어이야기는 인어, 고래, 조개 등의 그림이 사용되는 것이 차이점이다.
이들 게임 역시 영등위 심의를 통과할 때는 예시 기능과 연타 기능이 없는 것으로 분류됐지만 불법 개ㆍ변조로 수백만원대까지 당첨될 수 있도록 바뀐 뒤에 시중에 유통됐다.
인어이야기의 경우에는 최고 당첨 제한액수인 2만원을 200배까지 초과해 400만원까지 당첨될 수 있도록 조작된 바 있다.
이 게임들 외에도 유사한 방법으로 진행되는 10여종의 릴 게임들이 성인게임 시장을 잠식해 가고 있는 실정이다. 바다이야기 등 빅3 외의 신종 오락기를 개발한 업체들은 빅3 제품의 경우 거리 제한, 비싼 가격 등을 강조하면서 신종 제품을 구매하도록 종용하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사용법과 대박 비결 등에 대한 정보가 제공되고 있으며 게임 중독에 의한 피해사례도 상당수 올라오고 있다.

러시아 마피아 ‘바다이야기’에 눈독
러시아 마피아가 국내에서 불법 카지노 도박을 하다가 적발됨에 따라 경찰이 마피아 자금의 국내 유입 여부에 대해 수사에 나섰다. 이들은 도박뿐만 아니라 자국 내 ‘바다이야기’를 반입하기 위해 게임기 제작업체 관계자들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아파트를 빌려 불법 도박장을 개설해 억대 도박을 한 혐의로 한모(42) 씨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김모(33) 씨 등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이들과 함께 도박을 한 고려인 2세 남모(52) 씨 등 카자흐스탄인 2명과 러시아인 1명 등 외국인 3명을 붙잡아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과 역삼동 일대 아파트를 빌려 비밀도박장을 개설한 뒤 5일 판돈 1억3,000여만 원을 걸고 ‘텍사스 홀덤’이라는 카지노 도박을 하는 등 최근까지 100차례에 걸쳐 도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남씨 등 러시아 마피아 3명은 카자흐스탄에서 원정도박을 일삼던 내국인들로부터 2,000만원을 받기 위해 관광비자로 지난 1일 입국했으며 ‘바다이야기’ 게임기를 구입, 자국 내에서 게임장을 운영하기 위해 실제로 게임기 제작업체와 접촉해 구입 의사를 밝혔다고 국정원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에서 ‘바다이야기’ 게임업자들이 큰돈을 벌었다는 사실을 듣고 사업성을 검토하려고 했던 것 같다”며 “실제로 계약을 체결한 것은 아니지만 같이 도박을 하다 적발된 사람들을 통해 게임기를 가져가겠다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들의 통장 거래 내역을 추적하는 한편 러시아 마피아 조직과 국내 폭력 조직의 연계 여부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일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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