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노인수발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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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먼 노인수발보험
  • 글/신혜영 기자
  • 승인 2006.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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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앞둔 노인수발보험, 여전히 제자리 걸음
10명 중 7명은 “모른다”, 시설과 인력 인프라 부족하다는 지적도…

치매나 중풍 등 노령으로 인한 질병으로 일상생활을 혼자서 할 수 없는 노인들을 건강보험 가입자인 전 국민이 보험료를 내 보살핀다는 노인수발보험. 또는 노인요양보험이라고도 하는 이 제도는 오는 2008년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05년 7월부터 전국 8개 시.군.구 지역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돈을 내야 할 국민 대다수는 이러한 제도가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으며, 제도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인프라도 턱없이 부족한 상태여서 노인수발보험제도의 시행을 앞두고 여전히 여론의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는 출산율이 급격히 감소하는 반면 평균수명은 계속 증가하고 있어 고령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2000년을 기점으로 노인이 전체 인구의 7.2%를 넘어서 본격적인 고령화사회에 진입했고, 2018년에는 14%를 넘어 고령사회가 될 전망이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지금까지 가장 빨랐던 일본의 24년에 비해 훨씬 빠르다.
이러한 고령인구의 증가는 치매, 중풍, 기타 노화현상으로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거동할 수 없는 노인인구의 증가를 초래한다. 특히 지난 1월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50년에는 15~64세의 경제활동인구 1.4명이 65세 이상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
저출산율로 인한 젊은 인구의 감소 및 핵가족화, 맞벌이 가구의 증가 등으로 가족이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돌보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뿐만 아니라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요양시설 등에 입소시킬 경우는 월간 약 70만원에서 250만원이 소요되고 있어 가계의 부담도 큰 상황이다.

전국 8개 시?군?구 시범사업 시작
이러한 고령화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정부는 지난 2000년 ‘노인장기요양보호정책기획단’을 설치한지 6년만인 2006년 2월 16일 기대와 우려 속에서 논의 됐던 노인수발보험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제5사회보장제도라고 일컬어지는 이 법(안)에 따르면 노인수발보험의 관리주체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하고 대상자는 65세 이상 중증질환자 및 64세 이하의 노인성질환자로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전국 6개 시.군.구에서 노인수발보험(www.longtermcare.or.kr)제도를 1차로 시범 시행한데 이어 올해 7월부터 8군데로 확대해 2차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노인수발보험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지역은 수원, 강릉, 광주 남구, 안동, 부여, 제주도 북제주군, 부산 북구, 전남 완도 등 8개 시, 군, 구이다.
이 제도는 지난 2002년 대통령 공약사항으로 내놓은 것이기 때문에 실시 시기가 대통령 임기 내인 내년 7월이었으나, 시설과 인력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탓에 실시시기를 2008년 7월로 1년 미뤄졌다. 다만, 노인수발보험료 산정, 수발인정의 신청, 수발기관의 지정 등은 2007년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노인수발보험 어떻게 혜택 받나
3년 전부터 하반신 마비 증세로 거동이 불편한 김 할머니는 매일 간병사로부터 수발을 받는다. 간병사는 하루 두 시간씩 다리 마사지는 물론 빨래와 청소 등 집안일까지 해준다. 지난해부터 시범실시 되고 있는 노인수발보험 서비스다.
3년 전 중풍에 걸린 강씨. 강씨의 아내는 병시중 때문에 지병인 당뇨가 더욱 심해졌다. 그는 유료 요양시설을 알아보고 있으나 입소를 망설이고 있다. 있을 만한 곳은 비용이 월 120만~160만원 정도나 되기 때문이다. 두 자녀가 매달 주는 용돈 80만원으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는 강씨 부부에게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운영하는 무료 시설이 있지만 기초생활수급자만 갈 수 있어 신청조차 할 수 없다.
노인수발보험은 김 할머니처럼 재가수발을 받거나 강씨처럼 요양시설을 필요로 하는 시설수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로 치매나 중풍 등 노령으로 인한 질병 때문에 일상생활을 혼자서 할 수 없는 노인들을 건강보험 가입자인 전 국민이 보험료를 내면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원칙적으로는 65세 이상의 노인이어야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64세 이하라도 치매, 중풍 등 노인성 질병을 가진 사람은 신청할 수 있다. 신청자는 건강보험공단의 심사를 거친 후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건강보험공단은 신청자를 직접 방문해 질병상태를 조사하고, 의사 소견서를 받아 수발대상자를 선정한다. 심사 결과 ‘6개월 이상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할 수 없다’는 판정을 받아야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수발대상자는 상황에 따라 시설수발, 재가(在家)수발, 특별현금급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시설수발은 중증 질환의 노인을 노인의료복지시설(노인요양병원 제외)에 장기간 입소시키는 것이다. 유료 복지시설의 경우 현재 월비용의 70만~250만원 정도 되지만 수발보험을 적용하면 식비를 포함해 월 30만~40만원 정도로 낮아진다.
재가수발은 노인들의 가정에 수발요인을 파견해 일상생활과 가사활동 보조, 목욕수발, 간호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수발대상자는 재가수발 서비스 비용으로 월 12만~16만원 정도를 부담하면 된다.
특별현금급여는 가족수발비, 특례수발비, 요양병원 수발비로 나눠 가족수발비의 경우 수급 대상 노인을 돌보는 가족에게 지급되며 특례수발비는 수급자가 수발기관이 아닌 노인요양시설에서 수발 받을 때 비용 일부를 지원한다. 요양병원 수발비는 요양병원에 입원할 경우 수발비용의 일부를 지급하며 노인수발보험료는 건강보험료와 통합해 걷는다.
국민건강보험은 치매, 중풍 등 질환의 진단, 입원 및 외래 치료, 재활치료 등을 목적으로 주로 병, 의원 및 약국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급여대상으로 하는 반면, 노인수발보험은 치매, 중풍의 노화 및 노인성 질환 등으로 인하여 혼자 힘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대상자에게 요양시설이나 재가수발기관을 통해 신체활동 또는 가사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다.



혜택 대상자 적어 불신 우려
그렇다면 이러한 정부의 안대로라면 국민들이 매달 내게 되는 노인수발보험료는 얼마나 될까?
2008년 기준으로 건강보험료액의 4.6%, 2010년이 되면 7.2% 수준으로 예상된다. 한 달 건강보험료를 10만원 내면 2008년에는 4,600원 정도 수발보험료를 내며, 2010년에는 7,200원 정도 부과가 된다. 그러나 앞으로 수발이 필요한 노인 숫자가 늘거나 수발대상에 장애인이 포함될 경우에 보험료는 당연히 많이 오를 수밖에 없다. 이처럼 오는 2008년 제도가 본격 시행되면 추가 보험료로 재원을 충당해야 한다. 때문에 혜택을 받는 중증 노인은 전체 인구의 3%내외에 불과하지만 전국민이 이를 부담해야 하는데 따른 반발이 만만치 않다.
정부가 수혜대상으로 산정한 노인숫자는 오는 2008년에는 8만5천명으로 전체 노인인구의 1.7%, 2010년에는 16만6천명, 전체 노인의 3.3%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김태현 사회정책국장은 “국민들이 보험료를 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급여대상에 적용되는 인구는 전체노인의 인구의 5%도 안 되는 초중증의 급여 대상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보험료는 전 국민이 내면서도 사실상 대상자가 적어서 국민의 불신을 받을 수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004년부터 노인수발보험제도 시범사업 시설로 전액 국고지원을 받아 위탁 운영해 오고 있는 수원시의 한 종교재단, 치매와 중풍, 노인성 만성질환 등으로 고통 받는 109명의 노인들이 거주하면서 식사와 간호, 목욕 등 각종 수발서비스를 받고 있다. 그러나 시범사업 기간 1년 동안 건강보험공단에서 제시한 수가를 적용한 결과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김영기 수원시립 노인전문 요양원 원장은 “수가는 평균적으로 108만원 정도지만 실질적으로 한 달간 비용은 120~130만원 정도 들어간다”며 “운영비를 수가로 한다면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결국, 국민부담인 보험료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러한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난 7월 24일 광주를 방문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2008년도부터 사회보험을 통한 재원 충당으로 노인수발보험을 확대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인구고령화가 진행된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서는 노인수발제도를 보험료나 조세를 재원으로 사회가 공동으로 해결하는 제도로 시행하고 있다.

시설 부족현상, 어떻게 해결하나
이와 함께 제도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시설과 인력 인프라가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지난 2003년부터 시설확충을 위해 10개년 계획을 세워 진행하며 최근 3년간은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2차 시범사업이 시작된 8개 지역 가운데 부산 북구나 광주 남구 같은 대도시의 경우 이미 시설 부족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05년 12월 운영중인 요양시설은 총 505개소(31천명) 규모로써, 2008년 제도 도입시 시설수요 충족을 위해 34천병상의 추가 확대가 필요하다.
그동안 정부는 공적요양수요 충족을 위해 2003년부터 매년 100여 개소씩 요양시설을 확충해 왔으며, 2006~2008년 3개년 동안 다양한 시설 유형에 대한 집중적인 공적투자(1,042개소 36천병상)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에 2006~2008년 3년간 노인요양시설 386개소 27천 병상을 확충하고, 특히 2006년부터는 지역에서 손쉽게 설치할 수 있는 소규모시설(20~30인), 노인그룹홈(59인)을 신규로 도입할 예정이다.
이처럼 보건복지부는 시범사업 결과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보완해 노인수발보험 제도 시행에 만전을 기한다는 계획이다.

10명 중 7명은 제도 “모른다”
이 제도를 시행하기 앞서 가장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보다도 이 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다. 이 제도의 필요성은 인식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 제도가 2008년 시행이 되는지의 여부도 대다수의 국민들이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 방송국의 시사프로그램에서 조사한 서울 거리조사 결과 115명 가운데 ‘알고있다’가 21명, ‘모른다’가 94명으로 아는 사람이 열 명 가운데 두 명이 채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에 정부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응답자의 27.8% 정도, 열 명 가운데 세 명 가까이가 알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되어 있다. 특히 보건복지부에서 세 차례에 걸쳐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의하면, 국민이 매달 일정액의 보험료를 부담하여 거동불편 노인에게 수발을 제공하는 제도 도입에 90% 이상이 찬성하고 있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필요성은 느끼면서도 정작 이 제도의 시행 여부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다는 얘기다.
빠른 고령화사회의 속도를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는 이제 거동불편 노인의 수발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더는 방치할 수 없는 실정이다.
독일은 세계 최초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장기요양을 위한 사회보험제도를 도입한 나라다. 독일에서는 인구 고령화에 따른 수발 욕구 증가, 수발노동 담당자가 갖는 부담에 대한 사회적 인식 고조, 수발비용으로 인한 사회부조 재정 상태 악화 등으로 사회적 위험으로써 수발에 대처하는 방안이 1990년 재가수발, 1996년 시설수발 순으로 단계적으로 도입된 좋은 사례로 우리 정부도 앞으로 노인수발보장제도의 적극적인 홍보와 국민의 정확한 이해를 구해야 한다.
한편, 열린우리당 김춘진 의원은 지난 8월 ‘노인수발보험제도’의 3대 원칙을 국회에 제안했다. 노인수발법 3가지 원칙에 따르면 첫째, 최소한의 공공수발기관 확충에 대한 정부 원칙의 부재, 둘째 시설서비스 보충적 원리에 따라 재가서비스 시설의 확충 및 인력인프라의 구축 필요성, 셋째 정부의 지방분권 전략과의 부합성 등이다. 특히 김 의원은 “수발보험제도가 재정부담을 줄이면서 최적의 수발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자원봉사 등 지역사회 재원의 최대한 활용이 무엇보다도 필요하고, 건강보험공단이라는 중앙집권적인 관리운영기관은 수발보험제도에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유시민 장관 노인수발보험 운영실태 확인
“행정비용을 최소화하고 보험료 대부분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
지난 7월 24일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은 주민지원서비스 전달체계 개편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노인수발보험 시범사업 현장을 방문했다. 유 장관은 이날 오전 광주 북구 운암3동 등 동사무소 2곳을 방문해 사회복지 담당 직원과의 대화 시간을 갖은 뒤 광주 북구청에서 열린 ‘주민서비스 전달체계 개편’ 현장 간담회에 참석했다.
유 장관은 노인수발보험 시범사업 실시에 따라 집에서 간호수발과 목욕수발 등을 받고 있는 광주 남구 백운동 이모(71/여) 씨를 방문해 이씨와 관계자들을 위로하고 업무보고를 받았다. 유 장관은 노인수발보험 실시에 대해 “2세를 돌보는 일은 동물도 하는 일이지만 부모를 돌보는 것은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이라며 “시범사업을 통해 행정비용을 최소화하고 보험료 대부분이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방자치단체의 사회복지 예산 부담에 대해서도 “인구수나 면적 등으로 배분했던 지방교부세를 고령화율이나 기초생활수급자수 등 사회복지 수요를 반영해 배분하도록 정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치매 노인 비용 연간 3조원
치매노인에게 소요되는 비용이 연간 3조원에 육박하며 가족 간병비 등 치매환자 가족 부담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림의대 서국희 교수(한강성심병원 정신과)와 런던 정치경제대 마틴 냅 교수 등으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은 지난 2002년 치매와 관련해 국내에서 소요된 비용이 2조8,000억원으로 추산된 연구논문을 국제노인정신학회지에 발표했다고 지난 7월 25일 밝혔다.
연구팀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자료, 국내 역학조사자료 등을 근거로 2002년 국내 65세 이상 노인의 7.6%인 27만2,000명을 치매 환자로 설정해 장기요양여부, 전일 간병 여부, 시설 입소 비용 등을 기준으로 치매에 소요된 비용을 산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비용 중 96%는 지역사회 비용(시설에 수용한 노인을 제외한 비용)으로 집에 거주하는 치매노인의 통원치료비, 가족들의 간병비 등이었고 시설에 수용된 치매노인에게 들어간 비용은 4%였다. 특히 지역사회 비용 중 가족의 간병으로 인한 기회비용이 전체 비용의 55%인 약 1조6,000억원에 이르렀다. 또 치매노인 1인당 연간 비용은 전일 간병이 필요한 경우 5,300여만 원, 전일 간병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장기 요양이 필요한 경우 1,600여만 원, 장기요양이 필요하지 않고 집에 거주하는 경우 500여만 원으로 조사됐다.
서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근거로 “급격한 고령화 속도를 감안할 때 치매 비용이 빠르게 늘고 있어 지금은 3조원 이상의 비용이 투입되고 있을 것”이라며 “2008년 도입되는 노인수발보험제도를 시행하려면 연간 최소 2∼3조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이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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