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원조성지구내용도지역 등의 변경 유지 VS 서울시, 전면 공원녹지화 주장
정부와 서울시가 용산미군기지 이전 후 들어설 공원, 녹지를 조성하는 방법을 놓고 서로 다른 주장을 내놓으며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24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용산기지 공원화 선포식’에 불참하며 정부의 계획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정면대립을 불사안고서라도 용산미군기지의 공원녹지화를 실현하겠다는 서울시와 공원조성지구내용도지역 등의 변경을 유지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이 팽배히 맞서고 있는 지금, 과연 87만여 평의 용산의 반환부지가 온전하게 국민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광복 100주년을 맞는 2045년 완공 예정인 용산공원은 우리 민족의 얼이 서려 있는 역사의 땅이다. 서울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는 용산미군기지는 고려 말 몽골군에서 임진왜란 때 왜군이, 임오군란 땐 청나라 군대가, 청일전쟁 이후엔 다시 일본군이 강점하고 해방 후에는 지금까지 미군이 주둔해 오는 등 외국 군대의 병참기지나 주둔지로 고통의 세월을 지내온 지 120여년 만에 국민의 품으로 들어오는 역사적 지역이다. 그런데 이 용산공원의 건립 방향을 두고 정부와 서울시가 정면대립을 하고 있어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정부가 용산미군기지 반환부지를 놓고 미군기지 이전비용 충당과 반환부지 공원조성비용 마련을 위해 공원부지 일부를 주상복합아파트 등 주거시설과 상업시설 등으로 용도변경, 매각, 개발할 수 있는 여지를 두는 조항이 포함된 특별법 제정을 강행하려하자 서울시가 용산기지 전면 공원화를 주장하며 반대에 나선 것이다.
정부 VS 서울시, 갈등 시작
정부와 서울시가 대립을 하게 된 데에는 건설교통부(이하 건교부)가 지난 8월 23일 “‘용산공원특별법안’을 확정하고 정기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힌 게 정부와 서울시의 갈등의 발단이 되었다. 건교부가 특별법안을 내놓자 표면화 된 것.
정부가 내놓은 법안을 보면, 1조2,000억 원으로 추산되는 용산공원 조성비용 부담자를 당초 ‘국가’에서 ‘국가와 서울시’로 바꿨다. 서울시는 “용산공원특별법 제정에 정부가 용산기지를 개발해 미군기지 이전비용을 조달하려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또 용산 미군기지 가운데 메인포스트(24만 평)와 사우스포스트(57만 평) 81만 평을 모두 공원으로 조성하되 캠프킴기지와 유엔사 수송부 등 6만평은 복합용도로 개발키로 한 것이다.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은 “도로와 철도 등으로 일부 공원부지의 용도변경이 불가피한 것”이라고 말하면서 문제가 됐던 조항 ‘공원조성지구내용도지역 등의 변경(제 14조)’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이 계획에 따르면 용산기지에 고층의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며 “그렇게 되면 공원을 병풍처럼 둘러싸게 돼 용산기지는 고소득층의 한정된 시민이 독점하는 ‘부자들의 안마당’이 될 것이다”고 반박했다. 건교부가 입법예고한 ‘용산 민족, 역사공원 조성 특별법안’ 가운데 제 14조를 문제 삼고 있는 것이다.
정부, “서울시 과민반응 보인다”
건교부는 “메인포스트와 사우스포스트 모두를 공원화 하겠다”고 밝히면서도 법 조문화엔 난색을 표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지난 8월 24일 공원선포식축사에서 81만평에 대해 전부 공원화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이에 서울시는 “건교부 장관이 용도지역을 변경할 경우 용산공원 조성지구 안까지 상업시설 등으로 개발돼 용산공원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한 고위 간부는 “정부는 5~6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미군기지 이전비용을 부지개발로 뽑으려고 하고 있다”며 “특별법이 원안대로 국회를 통과할 경우 주변지역 난개발은 물론, 공원부지 상당수도 상업용도로 개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건교부는 과민반응이라며 서울시의 주장을 일축했다. 서울시가 우려하는 것처럼 국가공원화 사업을 그렇게 엉터리로 하지는 않는 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노 대통령은 “이 사업은 그 뜻에 있어 국가적 의미가 크고 결과도 국가적인 것”이라며 정부 추진 필요성을 역설했다. 노 대통령은 또 국립중앙박물관 광장에서 열린 용산기지 공원화 선포식에서 축사를 통해 “서울시민 중에는 용산기지 공원화 사업을 서울시가 시민의 뜻에 맞게 추진하기를 원하는 분이 많을 것”이라고 하면서도 국가주도에 힘을 실었다.
서울시, “정부는 말로만 공원화”
오 서울시장은 지난 8월 24일 열린 ‘용산기지 공원화 선포식’에 불참하며 정부의 건립 방향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용산공원을 둘러싼 오세훈 시장의 ‘고집’이 대통령 참석 행사를 거부하면서 ‘갈등’으로 불거진 셈이다.
정부는 이를 두고 ‘서울시의 몽니’라고 전하며 “정부가 개발주체가 되는데 대해 소외감을 느끼고 일종의 몽니를 부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8월 25일에는 추병직 건교부장관이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서울시도 전체 공원화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러나 개발주체가 정부가 되는데 대해 소외감을 느끼고 일종의 몽니를 부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오 서울시장은 선포식에 대해 “정부의 용산기지공원화 선포식은 서울시민의 뜻을 무시한 개발선포식에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서울시는 이날 최항도 대변인 명의의 성명에서 ‘일방적인 용산공원화 선포식에 대한 서울시의 입장’을 밝히면서 이 같이 전했다.
아울러 “정부는 그동안 이전부지 전체를 공원화하겠다는 의사를 말로는 주장을 하면서도 공원의 본체를 훼손할 여지가 담긴 용산공원특별법 제 14조 삭제와 공원화 대상부지 전체의 면적과 경계를 특별법에 명문화하자는 시의 요구는 거부하고 있다”며 “이와 같이 정부의 겉으로 하는 말과 실제로 이루어지는 행동이 겉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추 장관은 “용산공원은 국가 소유의 땅일 뿐 아니라 민족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갖고 있어 전체 국민의 공원으로 조성돼야 한다”며 “서울시가 조성비와 땅 매입비용을 부담해 좋은 공원으로 만들겠다면 모르지만 서울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건교부의 한 관계자도 “서울시의 주장은 국가가 기껏 예산 들여 만들어 놓은 공원에 대해 이득만 취하려는 게 아니냐”며 서울시를 강하게 비난했다.
국조실, 4차례 용산공원 다각 검토
정부가 용산미군기지 반환에 따른 용산공원 조성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용역을 실시한 것에 대해 서울시는 “우려한 바가 현실로 드러났다”고 밝혀 정부와 서울시의 신경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무조정실(이하 국조실)은 지난 8월 30일 “정부는 용산미군기지 반환에 따른 공원 조성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지금까지 관계전문가 등을 통해 4차례 용역을 실시했다”며 “용산공원 재원대책을 포함한 조성방향 등을 다각도로 검토해 왔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8월 29일 총리실 국조실이 민주당 이낙연 의원에게 ‘주요 미군 반환부지 활용 및 재원 확보 방안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군기지 5만여 평을 용도 변경, 개발하는 내용으로 용산기지 중 5만여 평에 호텔과 아파트를 지어 팔면 최대 1조 8,000억 원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여기에 용산기지 외부에 산재한 캠프킴·유엔사·수송단 부지까지 개발하면 최대 4조 원을 조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용산기지 북측 미대사관 부지 인근에 무역센터, 호텔 등이 입주하는 2만 6,220만평의 국제교류업무지구가 계획됐다. 또 용산기지 남측 부지 2만 6,340만평은 주거지구로 지정, 1,800여가구의 아파트 단지를, 1만 5,940만평의 복합문화지구에는 공연장, 음악당, 전시관 등의 복합상업단지를 조성한다는 내용이다.
총리실 국조실이 주택공사 주택도시연구원에 의뢰해 작성한 이 보고서가 공개됨에 따라 서울시의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낙연 의원은 “건교부가 무리하게 특별법을 추진하는 이유는 보고서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군기지 이전비용 마련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입장에서는 용산기지 이전 비용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가 공원의 규모 못지않게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이에 건교부는 “미군기지 이전 비용을 뽑기 위한 땅장사는 않겠다”면서도 특별법에 ‘장관의 용도 지역 변경 권한’을 넣어야 한다 는 입장이어서 설득력을 잃고 있다.
당정, 민족, 역사공원 조성 추진 합의
지난 9월 14일 열린우리당과 정부는 협의회를 열러 정부가 마련한 ‘용산 민족, 역사공원 조성 특별법안’대로 미군기지 내 민족, 역사 공원 조성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당정이 정부안대로 용산공원을 짓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에 대해 서울시가 “문제의 핵심을 흐리는 처사이며 시의 의견을 무시해도 그만이라는 말이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에 따라 특별법안을 수정해 기지 내 메인포스트, 사우스포스트 공원 조성을 명문화하고 용도지역, 지구를 변경할 수 있는 권한을 건교부 장관이 갖는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서울시와 향후 법안 추진 과정에서 마찰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날 변재일 제3정조위원장은 “공원조성과정에서 서울시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추진위원회의 의결을 거치므로 일방적 조성은 없다는 설명이 합당하다”고 밝혔다.
이에 서울시 관계자는 “현행법법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계획법)에 따라서 도시계획을 변경하게 되어있는데 법안이 통과될 경우 기본계획 안에 포함된 용도변경지역까지 의결처리 되는 것”이라며 반대 이유를 말했다.
정부와 서울시 언제까지 맞설까
서울시는 앞으로 “용산기지터 전체가 온전히 공원으로 조성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촉구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덧붙여 “그러나 이러한 서울시의 뜻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국회에서의 대체입법 및 헌법소원과 권한쟁의심판 청구 등 가능한 모든 대응방안을 강구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도 용산공원에 대한 강한 입장을 표명했다. 추병직 건교부 장관은 “서울시와 마찬가지로 용산기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메인포스트와 사우스포스트 81만평을 모두 공원화할 것이며 앞으로도 이 방침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 추 장관은 “서울시가 일부 환경단체와 연합해 건교부에 용도변경 권한을 주면 상업시설을 짓지 않겠냐는 소문을 유포하고 있다”며 “서울시는 여기에 대해 이의를 제기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오 시장은 “서울시의 일관된 입장은 단순하다. 반환되는 용산기지 터 중에서 이미 ‘자연 녹지 지역’으로 돼 있는 81만 평을 녹지로 보전하자는 것이다. 그 입장과 배치되는 의견은 어떤 것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경하게 말했다. 덧붙여 “용산기지 터는 서울시의 유일한 대규모 녹지다. 이번에 보호하지 못하면 이런 규모의 녹지는 영원히 사라진다. 특히 이 터는 반드시 복원돼야 할 북한산-한강-관악산에 이르는 서울 남북을 잇는 녹지 축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81만평은 과장된 구호, 알리지 않아
한편, 용산 미군기지가 이전하고 조성될 용산민족공원 부지 81만평 중에서 11만2,745평을 미군과 미국정부가 사용하거나 점유하는 것으로 사실상 결정됐다. 이들이 민족공원 조성의 최대수혜자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애초 알려진 81만평 전체 공원화는 과장된 구호로 보아야 한다.
서울시와 정부는 81만평의 활용방안을 신경전을 벌여왔으나 공원부지 머리와 심장에 해당되는 곳에 미군 군사시설과 미국 정부 시설이 남는다는 사실은 우리 정부나 서울시가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다.
당초 한, 미 양국은 2005년 7월 ‘주한 미대사관 관련 건물 및 부지의 이전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 민족공원의 정수리에 해당하는 캠프코이너(2만4,000평)는 이미 미국대사관 부지로 제공키로 한 것이다. 또한 지난 2004년 12월 ‘용산기지이전 협정 이행합의서’는 용산기지가 이전한 후 유엔사, 연합사, 주한미군사와 우리 정부간의 연락을 위해 서울에 부대 일부를 유지한다고 명시, 민족공원의 심장부에 해당하는 사우스포스트 북쪽에 있는 드래곤 힐 호텔과 캠프 모스 통신시설도 그대로 남는다. 아직 시설의 면적을 지정하지는 않았지만 2만5,000평의 부지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국방부 남쪽에 들어설 새 헬기장 부지로 6,745평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구나 국방부는 국방부청사와 주한미군 잔류부대 방호를 위해 완충공간으로 5만7,000평을 요구하고 있다.
평택미군기지 예정지 철거, 한 총리 남편, 평택 범대위 소속단체 대표 맡아
미군기지 이전 예정지인 경기도 평택시 대추리 일대의 빈집 철거가 지난 9월 13일 새벽 6시부터 시작됐다.
국방부는 용역인력 4백 명과 중장비를 동원해 대추리와 도두리 등 마을 4곳에서 빈 집 백 채의 철거를 마쳤다. 당시 작업이 진행되면서 경찰은 마을 안팎에 전투경찰 만 8천명을 배치해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했다.
기지 이전에 반대하는 주민과 시민사회단체 회원 5백 명 정도가 마을 안팎에서 경찰과 맞서면서 이 가운데 20여 명이 연행되기도 했지만 우려했던 대규모 폭력사태는 없었다.
당시 한명숙 총리는 “평택 미군기지 예정부지 내 빈집 철거가 오늘 시작된 것과 관련해 사전 조사를 통해 안에 사람이 없는지 철저히 확인해 인명 피해가 없도록 각별히 유의하라”고 지시했다.
또 한 총리는 “정부중앙청사에서 국정현안 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이같이 밝히면서 빈집 철거는 주한미군 재배치를 위해 피할 수 없는 일인 만큼 법 절차에 따라 진행하라”고 말했다.
한편, 한명숙 총리의 남편인 박성준 성공회대 NGO 대학원 겸임교수가 평택 미군기지 이전지 강제수용에 대해 반대성명을 냈던 시민사회단체의 대표직을 맡아온 것으로 지난 9월 14일 밝혀졌다. 이 단체는 범대위 공식 명단에는 올라 있지 않지만 올해 한 총리 취임 후인 5월 2일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주요 범대위 단체들과 함께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보장을 위한 평택지역 강제수용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리는 지난 5월 대국민 호소문에서 “무엇보다 주민들의 이유 있는 항변에 겸허히 귀 기울이겠다”면서 “그 땅은 (주민들에게) 그냥 땅이 아니라 자식 같은 땅, 목숨이나 진배없는 땅이라는 것을 이해한다”고 발언, 논란을 빚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