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업계 2위 다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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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업계 2위 다툼
  • 글/ 이종철 기자
  • 승인 2006.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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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VS신한, 금융계 넘버2 선점 경쟁 가속화
하반기 은행가 자산불리기, 영업 강화로 치열한 영업대전 예상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2위 다툼이 치열하다. 우선, 황영기 우리은행장이 영업 확대라는 칼을 다시 빼들었다. 특히 금융권 2위가 신한은행이나 신한금융지주가 아닌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이라고 공식 선언함과 더불어 자산 확대와 수익 제고에 박차를 가할 것을 직원들에게 주문했다. 황 행장이 월례조회를 통해 이같이 밝힘에 따라 두 금융그룹간의 영업대전이 신한은행의 10월 통합전산망 가동, 신한지주의 LG카드 인수와 맞물려 다시 한번 치열해질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황영기 우리은행장은 “금융권 2위가 신한은행이나 신한지주가 아닌 우리은행, 우리금융이다”라고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최근 LG카드 인수전을 전후해 금융권 2위 쟁탈전이 부각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서도 직원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황 행장은 “일부 언론에서 은행권 2위 쟁탈전이라고 하는데 이는 오보”라며 “은행 규모 측정지표가 여·수신 규모인데 8월말 현재 총 대출은 91조원, 신한이 85조원, 총예금은 우리가 85조5,000억원, 신한이 81조7,000억 원으로 우리은행이 상당히 앞서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지주회사 차원에서도 우리는 경남·광주은행을, 신한이 제주은행을 더하면 은행부문 자산은 20조원으로 차이가 더 벌어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신한은 아직 LG카드를 인수하지 않았으며 신한카드와 LG카드 고객이 겹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인수를 가정해서 숫자를 더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지주사 차원에서도 현재 우리금융이 자산 218조원으로 신한지주(207조원)를 따돌린 상태”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신한지주 관계자는 “라응찬 회장과 신상훈 신한은행장이 거듭 밝혔듯이 이제 외형 싸움에는 관심 없다”며 “향후 진정한 금융지주사로 발전하기 위해 은행에 편중되지 않는 수익구조 확보를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맞받았다.

“구두끈을 고쳐 매라”선전포고
황 행장은 직원들에게 상반기 실적에 만족한 채 자산성장과 수익확대에 소홀히 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그는 “본부장과 지점장들에게 영업우수자에게만 주어지는 솔개넥타이를 매고 구두끈을 고쳐 매라”고 강조했다. 또 현장으로 달려 나가 직원들을 독려할 것을 주문했다.
8∼9월 자산성장이 지지부진한데다 오는 10월 신한은행의 전산통합 및 LG카드 인수, 국민은행과 외환은행의 합병 후 영업력 강화를 염두에 둔 일종의 ‘선전포고’인 셈이다.
황 행장은 “일부에서 금융권 구조조정이 끝난 것처럼 이야기를 하는데 1등 은행을 위한 경쟁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며 앞으로는 규모에 상관없이 효율적인 조직이 비효율적이고 약한 조직을 인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일부에서 경쟁 때문에 직원들이 피곤하다고 하지만 경쟁은 발전의 토대가 되는 것”이라며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다시 시장이 커지면서 금융 산업이 발전하게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신한은행은 이에 대해 전산통합 이후 한번 제대로 붙어보자는 입장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모든 역량이 지금은 전산통합에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전산통합으로 인한 시너지효과는 기대 이상일 것”이라며 “10월 이후 신한은행과 우리은행간의 불꽃튀는 한판 승부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이미 칼을 뽑아 들었다면 신한은행은 칼을 갈고 있는 상황으로 비유될 수 있다”며 “외형 확대가 우량자산으로 국한되기 때문에 두 금융그룹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업대전으로 비화 조짐 보여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가 은행권 2위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현재 은행권 1위는 국민은행이다.
올해 상반기(1∼6월) 신한지주는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합병으로 영업 활동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은 데다 자산도 거의 늘리지 못했다. 그러다가 지난달 LG카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반격의 기회를 잡았다.
우리지주는 우리은행의 성장에 주력하면서 대출과 예금 부문에서 신한은행을 추월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가 하면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의 반대로 ‘신한지주의 LG카드 인수’를 눈뜨고 지켜봐야 하는 아픔도 겪었다. 8월 말 기준 우리은행의 원화 대출금(고객에게 원화로 빌려준 돈) 잔액은 90조1,880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1조 원가량 늘어났다. 반면 신한은행의 8월 말 원화 대출금 잔액은 이에 못 미치는 85조4,506억 원이다. 올해 상반기 내내 조흥은행과의 합병에 주력하느라 자산을 거의 늘리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 말 조흥은행과의 합병을 앞둔 신한은행의 원화 대출금 잔액(조흥은행 대출잔액 포함)은 81조1,696억 원이었다. 고객이 맡긴 원화 예금액도 8월 말 기준 우리은행이 103조570억 원으로 신한은행(102조4,784억 원)보다 많았다. 하지만 비(非)은행 부문까지 감안한 지주회사의 덩치를 놓고 보면 신한지주가 우리지주를 한발 앞선다.
올해 6월 말 기준 신한지주의 자산은 208조 원이고 우리지주의 자산은 218조 원이다. 하지만 신한지주가 자산 규모 11조 원의 LG카드를 인수하면 총자산이 219조 원으로 늘어 단숨에 순위가 바뀐다. LG카드 고객 정보를 맞춤형 대출 등에 활용한다면 은행 부문 자산을 대거 늘릴 수도 있다.
앞으로 우리지주는 은행 부문 성장에 집중해 자산규모를 더 늘릴 계획이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LG카드 인수로 은행과 비은행 부문의 균형을 맞춘 신한지주가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지주가 ‘규모’를 중시한다면 신한지주는 ‘내실’을 강조하는 셈이다.
이를 반영하듯 상반기 두 금융지주회사의 순이익 경쟁에서는 자산규모에서 뒤지는 신한지주(1조7,321억 원)가 덩치 큰 우리지주(1조6,882억 원)를 약간 앞섰다.



中企 대출경쟁으로 위기 촉발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중소기업고객본부는 최근 전국 중소기업 대출 전문가(SRP)들을 소집해 전진대회를 개최했다. 하반기 들어 다소 느슨해진 영업력을 추스리기 위한 자리였다. 이대로 가다간 ‘밀리고 만다’는 위기감이 배경이 됐다.
우리은행이 다시한번 중소기업 영업에 신발끈을 동여맨 것은 신한, 국민은행 등 다른 경쟁은행들의 약진 때문. 특히 신한은행의 ‘공격 전환’이 자극제가 됐다.
상반기 구 조흥은행과의 통합 작업 등 내부 정비에 주력하면서 중소기업 대출이 뒷걸음질 쳤던 신한은행은 하반기 들어 7, 8월 2개월 동안 1조원 이상 중소기업 대출을 늘렸다.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이른바 ‘빅4’ 은행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증가액이다.
신한은행은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영업점 전결권을 확대하고 마진이 남는 한도내에서 할 수 있는 데까지 영업을 하라는 ‘강도높은’ 지시를 내린 상태다. 영업점 평가에 중소기업 대출 부분에 대해 추가 배점을 주겠다는 내용도 통보했다. 이에 하반기 들어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우리은행도 중소기업에 대출에 대한 영업점 전결권을 최고 0.4%포인트까지 확대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지난 1일 월례조회에서 연말 중소기업대출 시장점유율 목표인 20%달성에 최선을 다하라고 주문한 상태다.
하반기 들어 중소기업 대출 시장의 판도 변화는 확연해지고 있다. 상반기 우리, 하나은행의 압도적인 강세에서 하반기에는 은행 ‘빅4’가 치열한 접전을 펼치는 양상이다.
상반기 월평균 250억 원씩 중소기업 대출이 감소했던 신한은행은 하반기 들어서는 7월 중 4,315억원, 8월 6,106억원 등 2개월 동안 총 1조421억원 증가했다. 하나은행에는 못 미치지만 우리, 국민은행은 넘어섰다.
상반기 월평균 8,400억 원씩 중소기업 대출을 늘렸던 우리은행은 하반기 들어 2개월 동안은 총 7,272억원을 늘리는데 그쳤고, 하나은행은 7~8월 중 1조3,723억 원어치를 늘려 빅4 가운데 1위를 유지했지만 상반기 월평균 1조738억원 증가했던 것에 비해서는 속도가 크게 둔화됐다.
국민은행도 8월에는 278억원 증가하는데 그쳤으나 7월 중 상반기 월평균 증가액(3,364억원)을 웃도는 4,419억 원어치를 늘려 다른 은행들을 긴장시켰다.
이처럼 중소기업 대출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 이유는 은행들의 외형 확장에 있어 사실상 유일한 돌파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 시장은 정부 규제 등으로 적극적인 경쟁이 힘들고 대기업은 은행 대출 수요 자체가 많지 않다. 신용대출이 일부 부각되고 있지만 규모 자체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리, 하나은행이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사이 신한, 국민은행이 치고 나오는 양상”이라며 “중소기업 부문은 뺏어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수성을 하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영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위 경쟁을 펼치고 있는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기싸움’도 치열한 경쟁의 한축이 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한은행이 특히 우리은행에는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갖고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중소기업 대출 경쟁은 10월 초로 예정된 신한은행의 전산 통합 작업 이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대출이 좀 늘었지만 생각만큼 늘진 않았다"며 "전산통합 이후에 본격적으로 (영업력 강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우리, 신한은행은 견원지간?
우리지주는 우리카드의 현금서비스 및 할부수수료율과 수출기업이 은행에 선적서류의 매입을 의뢰할 때 적용하는 환가료율을 인하했다. 신한지주의 LG카드 인수 효과가 현실화되기전 시장점유율을 높이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신한지주의 2위권 사수 노력도 만만찮다. 신한지주는 내달 9일 조흥은행과의 전산통합일을 ‘데이 2(Day 2)’로 명명하고 새로운 은행업무시스템(NBS:New Banking System)을 가동키로 했다. 신상훈 신한은행장은 “NBS는 그야말로 통합 신한은행의 근간을 이룰 인프라이자 고객만족을 실현할 신무기”라며 “전산통합은 물론 서로 달랐던 양 은행의 업무관행과 일하는 방식을 통합함으로써 고객 서비스를 한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대전환기가 펼쳐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두 은행은 앞서 ‘토종은행 육성론’을 놓고 자존심 대결을 벌였었다.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이 “국내에서 고용을 창출하고 외국인이 경영권을 위협하지 않는데도 토종자본론을 주장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며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기 때문. 황 행장은 이후 임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은행처럼 토종자본이 지배하는 은행이 존재할 필요가 있다”며 라 회장의 발언에 간접적으로 응수했다.
우리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와의 껄끄러운 관계는 이번뿐이 아니다. 비록 우리금융지주가 대주주인 예보의 반대로 중도에 포기했지만 연초에는 LG카드 인수를 놓고 팽팽한 대립관계를 유지한 바 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두 은행이 ‘우리은행’이라는 이름을 놓고도 한차례 부딪힌 바 있다. 신한은행 등 9개 은행이 지난 2005년4월 ‘우리은행’의 상표등록을 무효화해 달라는 소송을 특허심판원에 제기했던 것.
당시 신상훈 신한은행장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은행의 이름은 불합리하고 다른 동업자를 불편하게 한다”며 “스스로 이름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하자 황 행장이 “우리 등에 칼을 대면 우리도 뒤통수를 치겠다”며 맞대응하기도 했다.
이러는 사이 알게 모르게 ‘앙숙’으로 변한 두 은행간의 관계는 여자프로농구단간의 맞대결로도 이어지고 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모두 여자농구단을 보유하고 있고, 양 은행이 맞붙는 날이면 직원들이 경기장에 나가 영업현장에서의 경쟁 못지않은 응원전을 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같은 관계에 대한 다른 은행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공정한 경쟁을 통해 우열을 가리면 그만”이라며 “같은 업계에서 굳이 서로의 감정을 자극해서 좋을 것은 없지 않겠냐”고 일침을 놓았다.

서민고객은 은행의 ‘봉’이다?
신한, SC제일, 외환, 하나 등 시중은행들의 수수료가 지나치게 비싸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프라이빗 뱅킹(PB)고객 등 우량고객에게는 각종 수수료를 면제해 주면서 갖가지 서비스도 안기면서 서민고객에게만 꼬박꼬박 수수료를 챙기고 있기 때문.
신한, SC제일, 외환, 하나은행 등에서 은행 창구를 통해 10만원을 다른 은행으로 이체하면 3,000원의 수수료가 붙는다. 농협, 산업은행 등 (1,500원)에 비해 2배나 되는 이체료. 특히 신한은행은 자동화기기(ATM)를 사용할 경우에도 1,200원(마감 전)과 1,800원(마감 후)을 받고 있다. 가장 저렴한 시중은행인 산업은행 (600원)에 비해 무려 3배나 비싼 가격.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뱅킹이 여의치 않아 상대적으로 창구와 ATM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노인 등 저소득 계층들로부터 돈을 받아 내겠다는 발상 아니냐는 지적이 터져 나오고 있다.
반면 부유층 고객에게는 수수료 면제는 물론 무료 부동산컨설팅 등 지나치리만큼 ‘서비스’를 남발해 빈축을 사고 있다. 실제 외환은행은 지난 6월 서울 조선호텔에서 PB 고객 자녀 64명을 대상으로 맞선 파티를 열었고 하나은행도 5월 워커힐호텔에서 PB고객 자녀 100명이 참석한 가운데 맞선 행사를 진행했다. 신한은행은 아예 결혼정보회사 커플매니저를 PB팀장으로 스카우트해 워커힐호텔에서 부유층 고객 자녀 60명의 맞선을 주선하기도 했다. 공공성이 강한 은행들이 서민들을 위한 수수료 인하에는 수수방관하면서 ‘귀족 마케팅’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우리은행 등은 자동화기기 수수료를 낮추기는 했지만 대부분 은행들은 현재 수수료가 선진국 은행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인하 계획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게다가 고객들의 예탁금이 줄고 있다는 이유를 내세워 지속적으로 수수료를 추가 인상할 계획이어서 서민들의 고통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회사원 이모씨(40)는 “결국 서민들에게 받아 낸 수수료 수입으로 부유층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것 같아 씁쓸하다”며 “귀족마케팅에 쓸 돈을 서민들의 수수료 인하에 사용하면 안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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