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하지 못한 혁신이 ‘다름’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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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지 못한 혁신이 ‘다름’을 만든다
  • 최진희 기자
  • 승인 2014.05.09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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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존재하는가’에서 출발, 차별화 전략 도모

고객의 선택을 받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의 경쟁에서 차별화된 생존 전략은 숙명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들은 경쟁에서 상대의 강점을 모방하면서 닮아가지만 이런 상황에서 남들이 모방할 수 없는 차별화를 이루는 것이 제품에 담겨있어야 한다.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why)”의 질문으로 출발한다면 남들과 다름은 분명해진다.

존재의 이유에 대한 고객의 공감은 기능적 단점들도 특별한 의미와 경험이 되고, 기업의 위기를 극복하는 무기로 고객의 사랑을 받기도 한다. 또 단순함, 다양함을 추구하는 각각의 기업들 역시 고객의 공감과 지지를 얻고 있다. 고객이 깊이 공감하게 된다면 비로소 고객은 그 기업이 ‘다르다’고 생각하며 ‘많은 기업 중 하나’가 아닌 고객에게 특별한 의미와 경험을 실현시켜주는 ‘바로 그 기업’으로 이끌어 줄 것이다.

다르거나 사라지거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가 되려면 늘 달라야 한다(In order to be irreplaceable one must always be different).”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세기를 이끈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25인’의 한 사람인 코코 샤넬이 남긴 말이다.
코코 샤넬이 직접 제품을 만들었던 샤넬 초기 그녀의 작품들은 ‘여성복의 혁신’이라 불렸다. 기존의 상식을 깨뜨리는 샤넬 슈트를 완성시킨 비결은 ‘다름’이었다. 샤넬이 슈트를 만들기 이전 여성들은 코르셋으로 허리를 조이고 긴 치마를 입어 몸매를 돋보이게 하는 의상을 입어야 했다. 그러나 샤넬은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활동성을 높여줄 수 있는 ‘여성의 몸을 자유롭게’라는 생각으로 옷을 만들었다. “사람들은 나의 옷 입는 모습을 보고 비웃었지만 그것이 나의 성공 비결이었다. 나는 누구와도 같지 않았다”고 말한 그녀는 과감하게 치마를 무릎 선으로 자르고 팔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직접 옷을 입어보며 수백 번을 수정해 샤넬 슈트, 리틀 블랙 드레스, 체인벨트 백 등을 만들었다.
고객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다름이 필요하지만 실제 경쟁에서 경쟁이 심화되면 기업들은 서로 닮아가게 된다. ‘아우디는 볼보를 향해 달려가고 볼보는 아우디를 향해 달려간다’라는 표현이 있을 만큼 경쟁의 참여자들이 서로를 의식해 본인이 갖지 않은 강점을 차용하고 있다.
볼보는 투박함과 안정성, 아우디는 스포티함과 섹시함으로 유명하다. 이들은 경쟁에서 자신의 강점을 극대화하기보다는 서로의 장점을 차용해 볼보는 스포티함과 섹시함, 아우디는 안정성을 추구하면서 비슷한 브랜드가 되어간다.
고객들은 비슷해 보이는 제품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혼란스러워 한다. 광고 속 고객이 인정하는 차별화 포인트를 강조해 경쟁사들과의 다른 점과 남들이 모방할 수 없는 고유의 무언가를 담아야만 선택을 받을 수 있다.

존재의 이유에서 출발하는 차별화
다국적 기업의 대형 브랜드들이 백 년이 넘는 기간 동안 미국의 세제 시장을 점령하고 있을 때 메소드는 자신만의 싸움방식으로 차별화해 다국적 기업들을 제치고 미국 1위의 친환경 세제회사로 성장했다. 세제 업계에 돌풍을 일으키며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라는 별명을 얻으며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마셔도 괜찮을 정도의 안전한 세제로 유명한 메소드는 제품 판매 초기 한 여성 고객의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아들이 욕실 청소 세제를 마셨다”면서 세제의 성분을 물었다. 메소드 제품을 처음 만든 라이언은 침착하게 “물 한 잔만 먹이세요. 해가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메소드 세제는 원료의 95%가 코코넛 오일 등 식물성 원료로 만든 천연 제품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철학을 판다”고 말하는 메소드는 그들의 슬로건인 ‘People Against Dirty(더러움에 맞서는 사람들)’를 내세우며 더러워진 옷, 식기뿐 아니라 환경을 오염시키는 물질, 인류의 건강을 해치는 화학 물질까지 인류와 생태계를 위협하는 모든 오염 물질에 맞서겠다고 전한다.
메소드의 고객들은 주방 청소라는 본원적인 기능은 물론 후손에게 빌린 환경을 그대로 물려주고자 하는 ‘Do Right’의 철학과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고자 하는 생각을 실천하고 있다. 동물 테스트 반대와 100%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으로 확고하고 분명한 그들의 대답은 P&G, 유니레버, 클로락스와 같은 대형 기업과 싸울 수 있는 힘이 되었다.

사랑받는 기업이 지속 성장한다
할리 데이비슨은 고객과 함께 ‘자유와 개성’을 꿈꾸며 실천해간다. 할리 데이비슨과 호그가 생각하는 자유는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고 배려하는 ‘일상으로부터의 해방’이다. 일탈이 아닌 진정한 자유를 즐기기 위해 호그는 할리 데이비슨을 타는 사람으로서 지켜야할 매뉴얼 (H.O.G Membership Manual)을 만들고 규율을 지켜가면서 스스로를 통제한다. 매년 두 번 있는 그들만의 축제, 랠리 역시 자율적으로 기획하고 책임진다.
“똑같은 할리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라는 말처럼 고객은 할리를 통해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꾸밀 수 있는 것처럼 단순한 모터사이클 이상의 ‘자유와 개성’이라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시끄러운 엔진소리는 심장을 울리는 말발굽 소리로, 속도가 나지 않는다는 단점은 여유를 가지며 자연 풍광을 즐길 수 있는 강점으로, 둔하고 무거운 차체는 중후한 멋으로 재탄생 되는 것이다.
1983년 할리 데이비슨 본사가 경영 악화로 도산 위기에 직면했을 때 고객들이 만든 ‘할리 데이비슨 구하기’에 나섰다. 1984년 처음 개최된 랠리도 할리 데이비슨 회생의 전환점이 되었고 판매가 활발해지면서 파산의 위기를 벗어났다. ‘사랑 받는 기업만이 21세기 경영 환경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경영학의 대가 필립 코틀러의 말처럼 기업의 위기를 해결하는 것은 공감에서 시작되는 고객의 사랑 때문이다.

양보 없는 고집
인앤아웃버거는 다른 생각과 방식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가는 기업이다. 고객에게 최고의 맛과 청결,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단순함을 지키는 것이 그들이 최고의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비결이라고 믿고 있다.
몇 년전 할리우드 스타 겸 힐튼 호텔 상속녀인 패리스 힐튼이 과속에 음주운전 혐의로 체포 당했을 때 “배가 고파 인앤아웃버거를 먹기 위해 조금 달렸을 뿐”이라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힐튼은 당시 경쟁사인 체인의 광고 모델로 활동 중이었다.
인앤아웃버거는 최고의 맛을 위해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는 원칙을 고수하기 때문에 매장에 냉장고, 전자레인지가 없다. 채소도 당일 배달된 것만 사용하고 감자는 즉석에서 썰어 튀길 정도로 신선도를 유지하고 있다. 육가공 공소 반경 500마일 이내에만 매장을 열수 있을 만큼 사업 확보보다는 품질 유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인앤아웃버거가 단순함을 강조했다면 아마존은 다양함으로 고객들에게 접근했다. 아마존은 ‘고객 우선’ 경영 철학으로 유명하다. 그들의 사명은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제공하는 기업, 그리고 지구상에서 가장 고객을 중요시하는 기업이 되자”라는 사명으로 고객을 핵심으로 생각한다. 아마존 회의에는 늘 고객을 위한 빈 의자가 하나 좋인다. 고객이 함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CEO인 제프 베조스는 고객의 불만을 자기 이메일로 받은 후 담당 직원에게 전달하고 담당 임직원은 가능한 빨리 고객의 불만 원인을 찾고 해결 방안을 베조스에게 보고해야 한다.
2012년 타임은 아마존을 ‘블랙박스’라고 표현하며 “너무 많은 비즈니스에 관여하고 있어 핵심제품이 무엇인지, 장단기 목표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베조스는 이러한 우려에 대해 “누군가가 온라인에서 무언가를 구매하려고 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이 아마존이 됐으면 한다. 설령 그것이 아마존에 없는 물건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것이 우리의 목표다”라고 말하며 신념을 굳혔다. 2000년 인터넷 열풍이 사그라지면서 아마존도 주가가 급락했고 영업실적이 악화됐지만 고객을 우선하는 신념을 포기하지 않았다.

‘무엇’이 아닌 ‘왜’로 접근해야 하는 구글
구글의 변신은 ‘무엇을 만드나?’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왜 존재하는 회사일까?’라는 관점에서 보면 의문이 풀린다. 세상의 모든 정보를 쉽게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구글의 미션이며 모든 의사 결정의 기준이 되고 있다.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세상(why)을 위해 구글은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how) 노력한 결과 세상을 놀라게 만든 Solve for X, Loon 프로젝트, 무인자동차, 구글 글라스(what) 등이 탄생했다.
2012년 구글은 세상의 거대한 문제를 함께 논의하고 풀어보기 위한 웹 사이트 ‘Solve for X’를 개설했고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아이디어, 경험, 지식을 나누면서 세계가 직면한 문제를 다양한 시각과 접근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게 만들었다. 또 하늘에 열기구 풍선을 띄워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인터넷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프로젝트 룬(Loon)’을 발표해 구글의 역기구가 바람을 타고 지나가는 곳마다 무료 Wi-Fi(와이파이)지역이 되도록 한다. 무인자동차, 구글 글래스 역시 운전이나 길을 걷는 등 ‘연결’이 어려운 일상에서도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연결되기를 바라는 구글의 의지가 담겨있다.

Only one으로 이끄는 힘
제품은 기업의 경영 철학, 경영 프로세스, 경영자의 마인드, 직원들의 아이디어와 노력이 모두 어우러져 담겨있는 축소판이다. 기업의 생각에 공감하는 고객은 제품을 선택하고 사용하면서 기업의 존재 이유를 경험하고 실천할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라이언 하웰은 물질적 상품 자체보다 상품이 주는 경험이 고객들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처럼 고객들에게 상품의 사용이 주는 경험과 의미가 강조되고 있다.
“다른 사람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아이디어를 기필코 세상 곳곳에 전파하고 말 것이다”라고 말한 자화상의 아버지 뒤러가 처음 자화상을 그린 것은 경제적 빈곤 때문이 아니라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한 것이었다.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생각이 현재의 기업을 만들었듯 지금 꿈꾸는 모습이 앞으로의 기업을 만들어 갈 것이다.
자료: LG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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