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왕국’이라 불리는 마카오에 한국인 노숙자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 관광객 일부가 카지노에 중독돼 재산을 탕진하고 이른바 ‘카지노 앵벌이’로 전락한 것. 마카오 여행객들의 증언에 따르면 마카오의 주요 카지노 지하 주차장에는 한국인 노숙자가 넘쳐나고, 비자 만료일이 지난 체류자도 1,000여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지난 3월18일 외국자본의 국내 카지노 산업 진출을 허용했다.
이번에 정부가 허가한 카지노는 일단 외국인 전용 카지노지만 어쩐지 께름칙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 이미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인 강원랜드 일대에 눌러 앉은 ‘카지노 앵벌이’를 봐왔고, 외국인 관광객 수요로는 신규 카지노 수익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 눈에 보인다는 점에서 그렇다.
문체부, 외국자본에 카지노 시장 개방

복합 엔터테인먼트 리조트는 대지 4.3ha에 연면적 15만㎡ 이상의 규모로 조성된다. 1단계 사업 기간인 2018년까지 VIP호텔 90실, 5성급 호텔 450실, 임대형 주거시설 220실 등 총 760실 규모의 숙박시설과 엔터테인먼트 시설, 외국인 전용 카지노, 레스토랑, 스파, 야외 풀장 등 다목적 컨벤션센터를 포함한 복합리조트를 건립한다. 이후 2020년까지 2~3단계 사업을 추진해 총 2조 3,000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LOCZ코리아가 투자를 마무리해 2018년까지 카지노업 허가권을 확보할 경우 외국 자본으로서는 처음으로 국내에 카지노를 운영하게 된다.
LOCZ코리아 관계자는 “공사기간 중 총 고용효과 8,000여 명, 운영과정 직접고용 2,100여 명 효과를 볼 것”이라며 “운영 10년차 매출액이 6,800억 원 가량 될 것으로 보여 관광진흥개발기금 납부액 500억 원 등 직접 세수효과가 1,270억 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LOCZ코리아의 사업계획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호텔, 컨벤션시설 등 관광 인프라 확충은 물론 신규 외래 관광객 창출과 재방문 유도를 통해 한국 관광산업이 질적으로 성장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문체부는 LOCZ코리아에 대한 적합통보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 대한 ‘예비허가’ 성격으로 그 자체로 카지노업 허가권이 부여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청구인이 적합 통보 시 부과된 조건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으면 적합통보 결정은 취소될 수 있고 그밖에 관련된 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취소사유에 해당할 때도 최종적인 카지노업 허가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시장 첫 진출 리포&시저스 어떤 기업?
외국 기업으로는 최초로 국내 카지노 시장에 진출하는 ‘리포&시저스(LOCZ)’는 중국계 인도네시아 ‘리포그룹’과 미국의 ‘시저스엔터테인먼트’의 합작회사다.
‘리포그룹’은 홍콩의 상장회사로 인도네시아에 본사를 두고 있는 50년 역사의 아시아 최대 복합기업이자, 부동산 개발회사다. 홍콩, 상하이, 마카오 등지에서 호텔 및 레지던스, 주상복합시설 등 랜드마크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운영하고 있는 중국계 다국적 기업으로 영종도 미단시티 내 대주주 외국인 투자기업이다.
‘시저스엔터테인먼트’는 세계 최대 규모의 게이밍, 호텔 서비스, 엔터테인먼트 회사로서 연 매출 9조 원 이상의 라스베이거스 시저스팰리스 호텔 외에 6개국 50개 이상의 카지노 호텔과 관광 리조트를 운영 중이다.
그러나 시저스엔터테인먼트는 최근 몇 년간 경영악화로 부채 규모가 늘어나는 등 어려움을 겪었으며 이 때문에 지난해 신용등급 미달로 사전심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기도 했다. 이에 LOCZ코리아는 자본금을 확충, 신용등급을 올려 재신청한 끝에 이번에 적합판정을 받았다.
국내외 카지노 공급과잉 우려
문체부와 LOCZ코리아가 제시한 ‘관광수익 증가’ 및 ‘외자유치’에 대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우려의 목소리가 만만찮다.
특히 이번 사업 승인과정을 살펴보면 사실상 정부가 앞장서서 외국기업의 국내시장 진출 진입 장벽을 허물어줬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집권 2년차를 맞이한 박근혜정부가 ‘창조경제’의 활로를 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현재 제주도에 위치한 외국인 전용 카지노만 8개로 이들은 최근까지도 적자 운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여기에 신화역사공원, 분마이호랜드, 버자야리조트 등 중국 자본을 중심으로 한 6개의 신규 카지노 복합리조트 투자계획이 물경 8조 6,400억 원대 규모로 예정돼 있다.
제주도 복합리조트 투자 예상 금액이 영종도의 2배가 넘는 상황에서 LOCZ코리아의 등장은 기존에 존재하던 제주도 내 8개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와 신규 IR 카지노 사업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들의 경쟁상대는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2020년 도쿄 하계 올림픽 개최 시기에 맞춰 총 4개소(동경, 오사카, 오키나와 외 1개소)를 개장할 예정으로, 각 카지노 복합리조트의 규모는 5조~10조 원 규모로 추산된다. 일본뿐만 아니라 러시아도 카지노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멜코 브라운, 멜코 인터내셔널(2014년 오픈 예정) 등 2개의 카지노 복합리조트가 세워질 것으로 보인다.
수요를 넘는 카지노 복합리조트가 국내외에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가운데 우리나라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중국 시장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점이다.
중국 정부가 외국기업 카지노가 집중적으로 들어설 영종도를 마카오의 경쟁상대로 인식하는 순간, 가져올 여파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중국인이 국내 외국인 카지노 이용객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만일 중국 정부가 중국인들의 해외 도박 단속 등 극약처방을 내놓는다면 토종 카지노 업계가 입을 타격이 적지 않다.
실제로 2008년과 2009년 중국 정부의 ‘중국인 마카오 카지노 출입 규제 강화’로 마카오의 전년 대비 드롭액(카지노 고객이 현금을 카지노 칩으로 바꾸는 금액) 증감액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가 규제가 풀리자 서울 지역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드롭액 증감액이 감소하는 현상을 보였다.
최악의 시나리오 ‘오픈 카지노’

문체부는 내국인 카지노 출입은 이번 승인과 별개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내국인 카지노 출입을 허용했을 경우, 나타날 역효과에 대한 내성은 이미 과거 정부에서도 길러졌다. 과거 논란이 됐던 사행성 게임 ‘바다이야기’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도박은 어디로 튈지 모를 시한폭탄과도 같은 존재다. 특히 카지노는 범죄, 마약, 절도, 폭력, 매춘 등 사회적 문제와 연루될 우려가 크고 자칫 허술하게 관리하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참여연대 이헌욱 변호사는 “카지노 사업이 활성화 될수록 도박중독 등 사회적 비용이 연간 50조~80조 원 든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외국인 카지노가 들어올 때 내국인 출입을 목적으로 들어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열쇠는 이미 우리나라에 입성한, 그리고 입성할 외국 기업이 쥐고 있다. 이들이 현재야 내국인 카지노 출입에 대한 말을 아끼고 있지만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다.
미국 샌즈그룹 샐던 아델스 회장은 국내 카지노 복합리조트 투자 의향을 밝히며 “내국인 출입이 가능하지 않으면 수익성이 없다”며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전제 하에서만 투자가 가능하다”고 말한 것에서 이 같은 움직임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현재의 구조로는 카지노의 수익성 악화가 불 보듯 뻔하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로는 투자대비 매출 비율이 내국인이 가능한 싱가포르 복합리조트의 1/5에도 못 미치며, 투자회수 기간도 10배 이상 돼 오픈 카지노가 아닌 이상 사업성이 부진할 수밖에 없다.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싱가프로 복합리조트의 경우 투자금액 11조 원 대비 연 매출액 6조 4,000억 원(2012년)을 보이며 투자 회수기간은 5.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내국인 출입 가능 카지노인 마카오 ‘Galaxy Macau’의 경우 투자금액 2조 3,100억 원 대비 연 매출액 42조 4,704억 원(2012년) 수준을 보이며 투자 회수기간이 3.8년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영종도의 경우 투자금액 4조 2,600억 원 대비 연 매출액 약 5,000억 원 가정 시 투자 회수 기간은 42년이나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자본들이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낮은 수익성을 내세워 결국 내국인 출입 허가를 외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외국자본이 감춰왔던 발톱을 드러내고 내국인 카지노의 출입을 요구하는 경우, 정부는 이를 거부할 마땅한 방어기제가 없다.
이에 영종 카지노가 자칫 싱가포르 사례와 같이 범죄, 매춘, 절도, 폭력 등 사회적 문제와 연루될 가능성이 큰 만큼 사행산업을 일률적으로 규제, 통제할 수 있는 ‘도박법’ 제정이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인천경실련 최혜자 사무국장은 “영종도가 하나의거대한 도박, 성매매, 유흥산업 특구로 전락할 우려도 있다. 특히 영종도 카지노가 오픈카지노가 될 경우 강원랜드처럼 도박중독으로 인한 사회문제가 발생할 것이며 여기에 드는 사회적 비용이 상당할 것”이라며 “사행산업을 일률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도박법의 제정과 감독위원회, 실행기구 등이 필요하다. 허가된 카지노에 대한 탈세, 조직적 범죄, 직원의 부정행위에 대한 처벌 등 통제와 규제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시는 영종도 카지노 승인이 지역경제에 상당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시장의 매출 신장세가 정체기에 있다는 점과 국내외 카지노의 공급과잉에 따른 우려감이 적지 않다.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샌즈를 꿈꾸는 영종도의 장밋빛 청사진이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