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 강력 드라이브, 이해관계 충돌 속출
상태바
규제개혁 강력 드라이브, 이해관계 충돌 속출
  • 김득훈 부장
  • 승인 2014.05.09 11: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좋은 규제냐 나쁜 규제냐’ 해결 실마리 찾아야

‘별에서 온 그대’ 신드롬이 중국열도를 뜨겁게 달구면서 치맥뿐 아니라 천송이가 입은 옷을 구매하려는 중국 마니아들이 열심히 한국 온라인 쇼핑몰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우리나라 쇼핑몰은 공인인증서가 필요한데, 국내 휴대폰이나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외국인들에게 공인인증서 발급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또한 한국 인터넷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Explorer는 액티브X를 이용하여 전자거래를 하는데 외국의 경우에는 Chrome, Safari 등 다양한 브라우저를 사용해서 액티브X가 없다. “안 사고 말지.” 꼭 필요하지 않은 규제가 외화벌이를 막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3월20일 첫 규제개혁장관회의를 개최, 파격적인 끝장토론을 벌였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불필요한 규제를 ‘암 덩어리, 쳐부숴야 할 원수’라는 강한 표현을 쓰는 등 관계자들을 긴장시켰다. 정부가 규제개혁 끝장토론에서 제기된 52개의 민간 건의 과제 중 공인인증서, 자동차 튜닝, 푸드트럭 관련 규제 완화 등 41건을 수용하기로 함에 따라 후속조치가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다.

액티브X 없애, 해외에서도 손쉽게 결제

 
정부가 2011년부터 퇴출하기 위해 애썼지만 여전히 국내에 존재하고 있는 액티브X가 연말이면 사라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30만 원 이상 거래 시 공인인증서를 의무 사용하게 돼 있는 현행규정을 고쳐 카드사와 전자지급결제대행업자가 공인인증서 사용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올해 하반기까지 액티브X 없이도 공인인증서를 이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관련 부처는 다양한 인증 방식을 활용하는 방안, 해외 수준의 간편 결제를 활성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더불어 미래창조과학부는 올해 내로 경제 규제 12%를 감축하고 규제 일몰제를 33%까지 확대할 계획이며, 사물 인터넷 등 신산업 분야는 규제 없는 산업 환경을 조성토록 할 계획이다. 포지티브시스템으로 규율되던 각종 규제도 과감히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전환한다. 포지티브시스템은 규제내용에 열거한 것만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식이고 네거티브시스템은 규제내용에서 금지한 것 이외 모두 허용하는 방식이다. 신설되는 규제는 원칙적으로 네거티브 체제로 전환을 의무화하고 기존 규제에 대해서도 기술발전 속도가 빠른 신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네거티브 체제로 전환할 예정이다. 네거티브 체제 전환과 함께 일정기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효력이 상실되는 규제 일몰제 적용도 올해 내 33%, 2017년까지 50%로 확대할 계획이다.

서민생계용 ‘푸드트럭’ 합법화
국토교통부는 이동용 음식판매자동차 이른바 ‘푸드트럭’의 구조변경을 허용하는 자동차관리법시행규칙 개정안을 3월31일부터 20일간 입법 예고했다. 이에 따라 서민생계용 푸드트럭이 상반기 중 합법화된다. 최소 화물 적재공간(0.5m2)을 확보하면 일반 화물자동차를 푸드트럭으로 구조변경 할 수 있고, 놀이동산 등 유원시설에 한해 영업이 허용된다.
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을 개정, 현재 휴게음식점, 일반음식점, 제과점 영업에만 허용하고 있는 식품접객업을 푸드트럭에도 허용한다. 그동안 자동차 관리법상 일반 화물차를 푸드트럭으로 구조 변경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아 불법개조가 성행해 왔다. 정부는 조속한 규제 완화로 서민 생계와 일자리 창출을 돕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전국노점상총연합(전노련)은 “푸드트럭 합법화는 도시 서민, 빈민들의 생존권과는 무관한 오직 대기업에 대한 규제해제의 눈가림과 트럭개조 회사 이익에만 관련 있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4월7일 전노련은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점규제 철폐와 복지확대를 촉구했다. 이들은 “박근혜 정권이 복지 카드를 집어 던지고 기만적인 규제개혁 카드를 들었다”면서 “자본에 대한 규제완화가 아닌 도시빈민 생존권에 대한 규제를 철폐하라”고 주장했다. 특히 “정부가 서민 생계와 일자리창출을 돕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지만 실제로 푸드트럭 합법화는 도시 서민, 빈민들의 생존권과 무관한 오직 대기업에 대한 규제해제의 눈가림과 트럭개조 회사의 이익에만 관련이 있는 것”이라며 “푸드트럭을 이용해 장사하는 이들이 많아지면 또 다른 규제들이 생겨날 것은 눈에 뻔히 보인다. 이는 거리에서 힘겹게 생존을 이어가고 있는 도시빈민에 대한 억압과 탄압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추가검토 7건 수용곤란 4건
이외에도 정부는 해외여행객 면세 한도 상향, 게임 산업 규제 신설 중지 등 7개 과제에 대해 부처 협의를 통해 추가 검토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해외여행객 면세 한도 상향 건의에 대해 면세품 구매 실태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검토해 면세한도 조정 여부를 연내 결정하기로 했다. 현재 국회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셧다운제 확대’ 등 게임 관련 규제에 대해서는 규제 신설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게임중독 예방·치유를 위한 프로그램 운영을 내실화하기로 했다. 재창업 기업 대표자 신용정보조회 한시적 면제 등 4개 과제는 수용하기 어렵다고 판단, 대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는 연체정보는 금융기관 건전성 유지를 위한 기본 정보이므로 일괄적인 삭제나 등록 유예는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유한회사 감사, 공시의무 강화 반대 의견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되 일정규모 이하의 유한회사를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복잡한 이해관계, 개혁 쉽지 않아
정부가 대대적인 규제 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일부 사안들은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밖에 없어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4월8일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들은 제1차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에서 나온 41건에 대한 1차 개선책을 마련했다. 또한 각종 경로를 통해 들어오는 규제개혁 요구에 대해서는 면밀히 검토해 해제 및 완화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일부 규제들이 좋은 규제냐 나쁜 규제냐 의견이 엇갈리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대형마트의 영업규제다. 정부는 소상공인 보호차원에서 대형마트 영업규제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자유시장경제에서 대형마트 영업규제는 말이 안 되지만 소상공인 보호 등 현실적인 측면을 고려하면 규제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경실련 등도 “대형마트 영업규제는 좋은 규제”라며 규제 정비에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대형마트 영업 규제의 정당성과 소비자 불편을 감안할 경우 제도 유지에 적잖은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다. 현재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012년 발족한 유통산업발전협의회를 통해 민간자율로 대형마트와 중소상인들과의 상생을 도모하고 있지만 일부 대형마트들의 출점 강행, 주말영업 강행 등으로 크고 작은 마찰이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학교 주변에 관광호텔을 설립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유해시설이 없는 관광호텔을 학교정화구역 내에도 설치할 수 있도록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인데, 특정 재벌에 대한 특혜 의혹과 정치권의 법 개정 난항 등을 이유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식품규제에 대한 입장도 복잡하다. 특히 유통기한은 오랜 시간 논란이 되고 있다. 즉 유통기한이 다소 지났더라도 먹을 수 있는 식품을 유통기한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폐기하는 것은 자원낭비라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일본의 ‘상미제도’처럼 유통기한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일부 소비자 단체들은 여전히 국내 식품기업들의 안전 불감증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중기적합업종도 뜨거운 감자다. 한국휴게음식업중앙회는 지난달 동반성장위원회에 커피업종에 대한 적합업종 지정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대상은 매출 200억 원, 상시근무자 200명 이상으로 여기에 해당하는 대형커피전문점은 스타벅스, 카페베네 등 8곳이다. 이들 중 일부는 거리출점 제한을 받고 있어 ‘이중규제’라는 불만도 나오는 실정이다. 중기적합업종 지정이 정확한 시장 데이터 없이 무리하게 추진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맞붙은 업종은 무조건 적합업종으로 지정해야 하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재계는 당초 적합업종 지정이 적게는 10개, 많게는 20개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간 접수된 것은 34개, 지정된 것은 100개에 달한다. 통상압력도 변수로 떠올랐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은 최근 ‘2014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에서 동반성장위원회를 정부 예산을 받는 정부기구로 규정했다. 이것이 중기적합업종 지정에 대한 경고라는 해석도 많아 ‘적합업종 지정제도’가 다시 한 번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동반성장위는 지난해 5월 패밀리레스토랑을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해, 외국계 기업도 직접상에 포함시킨 바 있다.

7월 ‘규제비용 총량제’ 시범운영

 
정부가 3년 안에 규제를 20% 줄이겠다고 발표하자 산업통상자원부는 25%, 국토교통부는 30%의 규제를 줄이겠다고 경쟁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실적 쌓기용 규제 철폐는 제2의 저축은행사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저축은행 사태는 대출 규제 완화하고 관리 감독을 강화하겠다던 정책의 실패로 인해 유발됐다.
정부는 규제개혁의 부작용을 줄이고자 영국식 ‘규제비용 총량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규제를 새로 도입할 때 그에 따르는 비용을 평가해 같은 비용만큼의 규제를 폐지하는 계획으로 신설 규제를 관리하고 기존 규제의 감축을 병행해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앞서 영국 정부는 건강한 기업환경을 만들고자 2010년 규제비용총량제(cost-in, cost-out)제도를 도입해, 신설규제 1개 당 2개의 규제를 푸는 ‘원인-투아웃’ 제도를 실시하고 이후 ‘원인-투아웃’ 제도로 발전시켰다. 영국 규제개혁청은 ‘원인-투아웃’제도의 성공 요인을 세 가지로 분석하는데 ▲규제를 최소한의 예외만 두며 일관적으로 적용하고 ▲기업에게 규제가 도움이 된다는 확신을 주고 ▲레드 테이프 챌린지(Red Tape Challenge) 온라인 신문고를 운영해 국민이 제기한 민원에 대해 해당 부처가 3개월 내에 규제 존속 사유를 대거나, 규제를 폐지 및 완화하도록 한 것이다.
지난 3월20일 규제개혁 끝장토론에 참석한 스콧 와이트먼 영국 대사는 “원인-투아웃 제도는 기업부담 경감을 위한 제도로서 역대 영국 정부가 시도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 많은 효과를 보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영국은 학계 전문가들로 이뤄진 독립기구인 위원회가 역량평가를 승인한 이후에 규제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역량평가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올 7월 규제비용총량제 시범운영을 거쳐 내년 1월부터 전면 실시할 계획이다.

지자체 등록규제 10% 이상 감축
또한, 정부는 5만 2,000여 건에 이르는 지방자치단체 등록규제를 올해 안에 10% 이상 감축하고 인·허가 전담창구를 확대설치 하기로 했다. 안전행정부는 지난 4월7일 규제개혁을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실제 규제가 발생하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우선 10% 이상 규제 줄이기를 추진하고 인·허가 전담창구 확대 설치, 적극행정 면책제도 활성화 등 ‘지방자치단체 규제개선 대책’을 적극 추진한다고 강조했다.
안행부는 우선 현재 등록돼 있는 지자체 규제를 일괄 정비해 올해 안에 지자체 별로 10% 이상 감축하기로 했다. 아울러 전 지자체에 설치되어 있는 ‘지방규제개혁위원회’의 심의기능을 강화해 신설 규제를 최대한 억제할 계획이다.
또한 일선공무원들의 소극적 행태로 인해 인·허가가 지연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현재 101개 지자체에 설치되어 있는 인·허가 전담창구를 전 지자체에 확대 설치하고 관계부서 간 합동심의를 정례화하는 등 원스톱 민원처리시스템을 개선한다.
각종 인·허가 관련 위원회의 비효율적 운영으로 인해 투자가 지연되는 경우를 막기 위해 서면심의 확대 운영, 위원회 위원 풀(pool)제 도입 등을 통해 위원 정족수 미달로 인한 위원회 미개최 등을 사전에 방지할 계획이다. 특히 민원이나 감사부담을 이유로 업무를 소극적으로 처리하는 행태에 대해서는 신상필벌을 엄격히 적용해 적극적인 업무처리로 인한 과오는 면책하되(적극행정 면책제도 활성화), 소극적 민원처리 행태는 엄중히 책임을 물을 계획이어서 기존 어정쩡한 업무처리에 대한 폐단을 미연에 방지했다.
안행부는 지자체 규제개혁 분위기를 전국적으로 확산·지원하기 위해 지자체 및 일선 공무원의 규제개혁 실적 등을 평가해 인사상 우대, 교부세 차등 지원 등 행·재정적 인센티브도 부여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안행부와 전 지자체(244개)에 설치한 ‘지방규제개혁 추진단’을 내실 있게 운영하고 일선 공무원을 대상으로 규제개혁 관련 전문교육과 특별 집합교육을 주기적으로 실시해 적극적인 업무처리가 당연시 되는 공직풍토를 조성해 나갈 방침이다.
안행부는 전 지자체에 지방규제개혁 분위기를 확산시키고 정부의 규제개혁 방향을 공유하기 위해 같은 날 강병규 장관이 직접 주재한 ‘지방자치단체 규제개혁을 위한 민·관 합동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서는 지자체의 규제로 인해 기업경영에 애로를 겪고 있는 기업인들이 참석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달했으며 시·도 부단체장을 비롯한 지자체 관계자, 민간 전문가 등 300여 명이 참석해 3시간이 넘도록 끝장토론을 벌였다.
강병규 장관은 “지방의 규제를 개혁하는 것이 바로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실질적인 규제 개혁인 만큼 지방규제 개선이 중요하다”라며 “안행부와 244개 지자체가 협력해 규제 개선을 위해 끝까지 확인하고 협력해 작은 규제라도 하나씩 실질적으로 개선해 나가자”라고 강조했다. 이렇듯 규제개혁을 강력하고 획기적으로 추진해 경제의 건실한 발전을 뒷받침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굳은 의중이 빠른 시간에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규제개혁이 곧 일자리 창출로 연결되고 더불어 각계각층의 새로운 투자와 도전이 이어지기를 바란다는 것이 현 정부의 바람이다. 하지만 과연 개혁되어야 할 규제인지, 규제가 풀려서 오히려 독이 되는 것은 아닌지, 규제에 대한 옥석을 가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권이나 노림수가 앞서갈 것이라는 마음이 기우이기만을 바랄 뿐이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