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기다란 띠 모양의 그물로써 물속에 수직으로 둘러친 다음 미리 장치해 둔 주머니 끈 모양의 죔줄을 졸라매어, 고기 떼가 달아나지 못하게 하여 차차 죄어가며 고기를 잡는 방법. 같은 말로 두릿그물. ‘선망’의 사전적 의미이다. 안으로는 선원들의 신뢰를, 밖으로는 소비자와 관계기관들의 믿음을, 마음이라는 자신의 큰 그물에 담고자 노력해온 이가 있다. 지난 2006년부터 8년간 대형선망수협을 이끌고 있는 김임권 조합장((주)혜승수산 대표)을 만났다.
어획량 전년대비 30%나 줄어

대형선망수협에서는 산란기인 고등어를 보호하기 위해, 해마다 음력 3월 14일부터 4월 19일까지를 휴어기로 정하고 어로작업을 쉬고 있다. 정부의 규제나 지원이 없음에도 어자원 보존을 위해, 손실을 감수하면서 자율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김 조합장은 이러한 조합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등어의 주서식지인 동해에 까지 침범해 남획을 일삼는 중국어선들 탓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전년 대비 30%나 감소한 어획량은, 단순한 기후의 변화나 해양생태의 주기적인 변동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관계당국의 삼엄한 관리·감독이 절실히 필요한 대목이다.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려면 가장 낮은 곳부터 시작하라’
그는 대형선망수협의 조합장으로서 또 ㈜혜승수산의 대표로서, 그간의 성공이 있게 한 원동력 또는 경영철학에 대한 질문에 주저 없이 ‘섬김’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1996년 설립 이래 ㈜혜승수산은 꾸준히 성장해왔고 업계에서도 인정받는 기업이 되었다. 하지만 24통의 선망 중 으뜸이 되고자 하는 김 조합장의 염원은 쉽사리 이뤄지지 않았다. 어선을 바꿔보고 또 선원과 시설에도 변화를 줘봤지만 최고의 자리는 그리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었다. 수많은 고민 끝에 그가 얻은 결론은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려면 가장 낮은 곳부터 시작하라’였다. “‘사장인 내가 선원들의 생계를 책임진다’에서 ‘선원들이 있어 회사가 존재한다’로 바뀐 거지요. 선원들의 처우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공식적으로 또 비공식적으로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육상직원들에게도 선원들에게 작업 전후로 감사의 말을 전하고 또 그들을 존중하도록 몇 달간 직접 교육도 했습니다. 생각을 바꾸고 나니 보이는 것도 많아지더군요. 결국 2011년 그 해에 기록적인 생산량으로 1등을 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김 조합장에게 ‘섬김’이라는 말은 단어 본연의 뜻 이상의 의미로 그와 함께 하고 있다. 그는 지금도 선원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복지를 증진시키고 또 조합의 수익을 환원하기 위해 의류지원, 외국인 선원잔치, 노조지원 등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문화상품으로 발돋움하는 고등어축제
사실 대형선망수협을 비롯한 수산업 관계자들은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해 지난 몇 년간 힘든 시간을 보내왔다. 공산품의 경우와 달리 수산물은 살아있는(생물) 상태로 유통되지 않으면, 판매가격은 내려가고 보관비용은 올라가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 등 관계기관에서 국내산 고등어의 안전성에 대한 확인 발표를 꾸준히 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요동치는 소비는 쉽사리 안정화되지 않았던 것이다. 김 조합장은 조합차원에서 또 개인의 비용도 들여가면서 국내산 고등어에 대한 불신을 없애려 노력해 왔다. 그는 부산시와 함께 2013년까지 여섯 차례 고등어축제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는데, 이는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세계유일의 행사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일본을 비롯한 외국인들의 참여도 높아지고 있어, 향후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으로의 발전도 기대해볼 수 있게 되었다. 김 조합장은 수산물 수출 확대 및 시장개척, 가격 안정 사업, 수산물 제품의 획기적인 개발, 주변국 경쟁력 확보, 수산물 소비촉진 홍보사업 추진, 젊은 해기사 육성사업 시행 등 다수의 공로를 인정받아 2014년 제3회 어업인의 날 최고 영예인 은탑산업훈장을 수상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