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부채 1,000조 돌파, 국민 1인당 960만 원 떠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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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부채 1,000조 돌파, 국민 1인당 960만 원 떠안아
  • 신혜영 기자
  • 승인 2014.05.08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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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충당 부채 매년 증가…‘더 내고, 덜 받게’ 연금개혁 목소리 커

우리 재정이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중앙정부 부채가 1,110조 원을 훌쩍 넘어섰다. 최근 들어 그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세금으로 거둬들일 수 있는 돈의 한계는 분명한데 써야 할 곳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이런 상황에서라면 정부부채가 좀처럼 줄어들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상 첫 정부부채 1,000조 원 돌파 소식에 여야는 잇따른 해법을 내놓고는 있지만 제각각이어서 뚜렷한 해법은 아직까지 나오지 못하고 있다.

정부부채 1,117조 3,000억 원

 
지난 4월8일 기획재정부가 국무회의에서 보고한 ‘2013회계연도 국가결산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정부의 부채는 1,117조 3,000억 원으로 2012년 902조 1,000억 원보다 23.9%(215조 2,000억 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주의 기준으로 중앙정부 부채(464조 원)와 지방정부 부채(18조 원)를 합친 국가채무(D1)는 약 482조 원으로 추산됐다. 국민 1인당 약 960만 원의 정부 빚을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셈이다.
지난해 중앙정부의 자산은 2012년보다 86조 2,000억 원 증가한 1,666조 5,000억 원, 부채는 1,117조 3,000억 원,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은 549조 2,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국가채권은 223조 300억 원으로 전년보다 20조 8,000억 원 늘었고 토지, 건물 등 국유재산은 921조 1,000억 원으로 19조 9,000억 원 증가했다.
하지만 부채가 자산보다 약 2.5배 크게 늘면서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549조 2,000억 원) 규모는 2012년(678조 2,000억 원)보다 129조 원이나 감소했다.
특히 연금충당부채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전체 부채 중 공무원연금·군인연금 등에 대한 지출 예상액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연금충당부채’는 596조 3,000억 원으로 2012년(436조 9,000억 원)보다 159조 4,000억 원 늘었다.
정부의 재정건전성 지표인 ‘관리재정수지’는 2013년 21조 1,0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리재정수지는 재정수입에서 재정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에서 정부가 당장 쓸 수 없는 사회보장성기금(국민연금, 사학연금, 고용보험) 흑자분과 공적자금상환소요를 차감한 액수다.
재정수입은 2012년보다 10조 1,000억 원 감소한 351조 9,000억 원, 지출은 14조 4,000억 원 감소한 337조 7,000억 원으로, 통합재정수지는 14조 2,000억 원의 흑자를 냈다.
하지만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수지(35조 3,000억 원)를 뺀 관리재정수지는 21조 1,000억 원 적자로 2012년보다 적자폭이 3조 7,000억 원 커졌다. 지난해 관리대상수지 적자는 GDP 대비 3.7%로 2009년(43조 2,000억 원)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연금충당부채 전체 중앙정부 부채의 약 53%
정부부채 1,117조 원 가운데 596조 3,000억 원이 공무원과 군인의 연금충당부채다. 이렇게 연금충당부채가 매년 증가함에 따라 재정안정을 위협하는 시한폭탄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물론 정부가 지금 당장 지급해야 할 연금은 아니지만 연금충당부채가 전체 중앙정부 부채의 약 53%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국가 재정 안정에 큰 위협 요인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이중 상당액은 공무원과 군인이 이미 납부한 기여금과 정부 부담금으로 메운다고는 하지만 조성액이 모자란다면 고스란히 재정에서 지원해야 한다.
문제는 부채가 늘어 재정 건전성이 떨어지면 재정의 경기 조절 기능 저하 등 많은 부작용을 노출하게 된다. 더욱이 산정 방식을 변경하는 것만으로 150조 원 이상 부채가 늘어난다는 것은 연금충당부채에 내제된 불확실성과 위험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미래에 지불해야 하는 연금충당부채는 어떤 기준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규모가 크게 달라진다. 예상액인 만큼 공무원 수와 평균 근속연수, 기대수명, 물가상승률 등의 변수가 조금만 달라져도 크게 늘어나거나 줄어들 수 있다.
정부는 “연금충당부채를 산정하는 기준을 바꾸는 과정에서 부채가 크게 증가했다는 점을 고려해달라”며 “2012년 기준으로 연금충당부채를 보수적으로 계산하면 액수가 대폭 늘어나지는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만약 2012년과 2013년을 같은 기준으로 본다면 달라지는 변수는 공무원이 1만 명 늘고, 평균 근속연수가 0.6년 더 늘어난 것밖에 없다. 이 경우 연금충당부채의 순증가액은 19조 2,000억 원에 그친다”고 말했다.

 
연금충당부채를 제외한 재무재표상 부채(국채, 주택청약저축 부채 등)는 521조 원으로 2012년(465조 2,000억 원)보다 55조 8,000억 원 늘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일반회계 적자 보전을 위해 국채 발행 잔액이 24조 3,000억 원 늘었기 때문에 부채 규모가 증가했다”고 설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연금충당부채 전액이 국민 세금으로 부담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김상규 기재부 재정업무관리관은 “연금충당부채는 산정 시점에서 미래의 발생 수입을 고려하지 않고 미래에 지출할 금액만을 추정한 것이기 때문에 전액을 국민 세금으로 부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이미 매년 수조 원 대의 적자를 내고 있다. 실제로 2013년 공무원연금의 수입액은 7조 5,000억 원, 지출액은 9조 5,000억 원으로 적자규모가 2조 원(21%)을 넘었다. 적자금 2조 원은 국민의 세금인 재정에서 고스란히 끌어 썼다. 군인연금 역시 지난해 수입 1조 3,000억 원, 지출 2조 6,000억 원으로 약 1조 3,000억 원의 적자를 냈다.

공무원 연금 상한액 국민연금 수준으로 낮춰야
이처럼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의 적자는 국민 세금인 정부의 일반회계에서 보전된다.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공적연금의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공무원연금 지급액에서 차지하는 정부 부담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공무원연금 적자 증가율은 지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5.8% 수준에 그쳤으나 올해부터는 16.3%로 늘어 2022년에는 적자규모가 7조 8,000억 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공무원 연금 적자규모가 47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군인연금도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경우 2050년에는 정부 재정에서 3조 9,000억 원 이상의 보전해줘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지만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김영신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선택하는 이유가 당장의 현금 급여보다는 직장의 안정성과 연금 혜택인데 이것을 개혁한다고 하면 당연히 거세게 반발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연구위원은 “제도적으로 수입과 지출을 조정하기 어렵다면 공무원 연금의 소득 상한액을 국민연금 수준(월 398만 원)으로 줄여 정부 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야, 정부부채 문제해결 두고 제각각
여야가 9일 사상 첫 정부부채 1,000조 원 돌파 소식에 우려를 드러내면서도 각기 다른 해법을 내놨다.
우선 새누리당은 연금개혁을 통해 부채를 감축하겠다는 의견이다.
새누리당 강은희 원내대변인은 이날 현안논평에서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정부 부채가 1,117조 3,000억 원으로 1년 동안 215조 2,000억 원이 늘어났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3.8%로 전년보다 1.6% 상승했다”며 “국가 부채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특히 부채 중 대부분이 공적연금부채 596조 3,000억 원으로 1년 새 159조 원이 늘었다. 연금충당부채는 국가의 연금 지급 의무에 따라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채로 우리나라처럼 고령화가 빨리 진행되면 연금충당부채도 급격히 늘어나기 쉽다”며 “연금충당부채는 국가재정에 부담을 주고 현재 국가 재정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인 만큼 이에 대한 해결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연금개혁 없이는 나라의 미래도 없다는 인식 아래 경제혁신특별위원회 산하 공적연금개혁분과에서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2월 ‘3대 공적 연금에 대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관련법도 개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정부를 향해 부자감세정책과 부동산정책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현안논평에서 “지난 해 국가부채가 처음으로 1,000조 원을 넘어선 1,117조 원으로 공식 집계됐다”며 “가계 빚 1,000조 원을 더하면 빚만 2,000조 원인 시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가 부채, 가계 부채 2,000조 원은 무능하고 무책임한 ‘이명박근혜정권’ 7년이 만들어낸 고통과 불행의 눈덩이”라며 “이명박정부 5년, 박근혜정부 2년 부자감세 정책으로 국가부채는 급격히 증가하고 국가 재정은 악화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올해 3월 한달간 전세자금 대출은 30조 원에 육박해 가구당 3,500만 원 꼴이나 된다”며 “그럼에도 박근혜정부는 집값 부양책만 내놓고 있고 전세난을 해결할 마땅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위기는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만 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가계부채와 정부부채(연금충당부채 포함)가 1,000조 원이 넘었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의 경제성장률과 자산증가에 비해 부채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게 문제”라며 “나랏빚과 가계 빚이 급하게 늘면서 사실상 정부의 재정정책을 제대로 쓸 수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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