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매거진=박희윤 기자] 작년 한 해 동안 산재를 입은 근로자는 8만9,848명, 이 중 964명이 업무상 사고로 사망했다. 매일 240명의 산재 사고가 발생하고, 이 중 3명이 사망하는 셈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김동철 국회의원(광주 광산갑)은 24일 실시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국정감사에서 이는 공개된 수치에 불과하고, 산재사고를 은폐하는 고질적・후진적 관행을 감안하면, 산재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산재사고를 은폐하다 적발된 건수는 ’14년 726건, ’15년 736건, ’16년 1338건으로 3년 동안 2,800건에 이른다.
우리나라 재해율은 0.5%로 30년 전(2.66%)에 비해 많이 낮아졌고, 선진국에 비해서도 낮은 편이지만, 사망사고 비율은 월등히 높은 비정상적 양상이다. 재해율(0.5%)은 독일(2.33%)의 1/4 수준이나, 사망만인율로 보면 우리나라(0.52)가 독일(0.15)의 3.5배 수준, OECD 국가 중 1위다. 그만큼 산재사고 중 사망사고가 많다는 것이고, 이로 인해 산재 후진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산재를 예방하기 위해 정부와 공단이 산업안전을 강조하고 있지만, 산재사고는 줄어들기는 커녕 오히려 대형화되는 추세다. 대형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특별안전점검이니, 특별근로감독이니, 관련업계 전수조사니 하는 판에 박은 뒷북대책만 반복해왔고 시간이 지나면 유야무야되기 일쑤였다.
김 의원은 ‘위험의 외주화’라는 문제도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산재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할 공단의 허술한 관리감독과 직무유기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재사고 중 50인 미만 사업장의 사망자 수가 전체의 72%를 차지할 정도로,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하청업체와 소규모 사업장의 산재가 증가(’17년 기준)했다고 밝혔다.
또 2014년 이후 공단의 사업추진 전반과 조직운영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감사 결과, 총 42건에 달하는 처분요구를 받아 총체적 부실과 부정・비리의 백화점을 연상하게 한다고 했다.
안전 관리감독 기관인 공단과 관리감독 대상 간의 유착으로 인한 비리를 방지하기 위해, 공단 임직원은 2017년부터 안전·보건교육 위탁기관에 외부강사 지원을 금지하고 있음에도, 공단의 지침까지 위반해가며, 안전・보건교육 위탁기관으로 지정된 민간협회에 무려 34차례에 걸쳐 외부강의를 나가다 적발되었음을 지적했다.
재해발생 위험이 높은 사업장이나 위험설비 등을 심사할 심사위원 구성도 마음대로, 운영도 제멋대로 진행한 사안도 지거했다. 재해발생의 위험이 높은 업종의 사업장 전체나 주요 위험설비 등을 설치, 이전, 구조 변경 시, 사업주로부터 작업시작 15일전 유해・위험방지계획서를 제출받아 적정성 여부를 심사하고, 시운전기간 중 현장 확인 업무를 반드시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단 내부 직원과 외부인들로 구성된 ‘전문가 풀’에서 2인 이상으로 심사반을 구성해 심사하도록 정하고(심사위원 풀 구성의 공정성), 심사에 참여한 위원 1명 이상이 현장을 직접 확인하도록 하고 있는데, 심사위원 풀에 포함되지도 않은 자를 심사에 참여하게 한 사례가 56건, 심사위원이 참여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현장을 확인한 사례도 무려 92건에 달하는 등 심사위원 인력풀 관리와 운영을 제멋대로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공단은 산업안전보건법 제36조에 따라 위험기계 기구 등이 검사기준에 맞는지 안전검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이에 따라 2014년 이후 유해・위험기계・기구 13종에 대해 12만 1,460건의 안전검사를 실시했다. 그런데, 안전검사업무처리규칙 제17조에 의하면 안전검사원은 실무경험 160시간 또는 총 10회 이상 안전검사 참여자로 자격을 정하고 있고, 매년 8시간 이상의 검사기술 향상을 위한 검사실무과 전문화교육 등의 보수교육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안전검사원 58명 중 24명(41%)은 검사원 자격도 갖추지 못한 채 안전검사를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고, 12명은 매년 받아야 할 8시간의 보수교육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김 의원은 지적했다.
김 의원은 “산업현장의 안전관리 문제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중차대한 사안”이라며 “산재 예방업무를 담당해야 할 공단, 현장 관리감독 업무를 수행해야 할 해당지역 노동청, 모두가 산재 사망사고에 대한 ‘간접살인 공모 행위’나 마찬가지”라며 공단의 대책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