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문재인, 그의 노림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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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문재인, 그의 노림수는?
  • 신현희 차장
  • 승인 2014.05.07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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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톱 숨기고 전략 짜는가, 아직 대선 상처 치유 중인가

통합신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출범 이후, 민주당 세력은 ‘비노’를 중심으로 서서히 안철수 공동대표 쪽으로 흡수되는 모양새다. 당장 수혜를 보는 것은 그동안 ‘친노’와 486그룹의 견제 속에 있었던 김한길 공동대표, 그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있다. 이제 화살은 친노계 좌장인 문재인 의원을 향하고 있다.

통합신당의 출범으로 온 나라가 들썩거릴 때, 명실공히 친노계 수장이자 대선 출마까지 했던 거물 문재인 의원은 너무나 조용했다. 아무런 전략이나 셈법 없이 손 놓고 있을 리 만무한데, 아직 특별한 행보가 없다. 발톱을 숨기고 때를 기다리는 것일까, 아직 2012년 대선의 상처가 치유되지 않은 것일까. 그의 속내가 궁금하다.

과연 문재인의 속내는 무엇?

 
조용한 문재인 의원을 두고 설왕설래가 벌어지고 있다.
문 의원은 통합 과정에서 ‘친노’가 배제되는 것 아니냐는 의문에 대해 “그렇게 정치공학적인 생각을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라는 말로 대인배임을 증명한 바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친노가 조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석하고 있다. 자칫 잘못 나섰다간 친노가 당내 분열을 주도해 지방선거를 망쳤다며 나중에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것. 그래서인지 김한길 공동대표가 통합선언 후 정무기획단과 신당 추진단에 친노계 인사를 배제하고 비주류 쪽 인사들만 임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문 의원은 별 반응이 없었다.
문재인 의원의 침묵이 다분히 계산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일각에서는 겉으로는 당장 친노가 속이 탈 수는 있겠지만 현재 공천권이 없는 야권 지도부는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486그룹에 속하는 한 의원은 “어차피 통합신당 초반에는 공동대표 체제로 1년 정도 갈 것이다. 그 이후에 2016년 총선 국면에서 공천권을 행사할 지도부가 어떻게 구성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또한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 체제가 적어도 1년은 갈 것이고 그 사이 겪어야 할 여러 가지 난제들을 헤치고 신당의 이미지를 정착시킬지, 문재인 의원은 시간적 여유를 두고 우선은 관망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 지붕 두 가족’ 될 승산 커
새정치민주연합이 출범하면서 대선주자들의 눈치작전이 어느 때보다 심해졌다.
문재인 의원은 이미 2017년 대선에 재도전할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는 안 공동대표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새정치’에 대한 이미지에 타격이 가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민주당과의 창당을 결심한 것은 민주당의 백그라운드를 등에 업고 대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예측이 설득력이 있다.
둘 다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들인 셈이다. 하지만 2012년 대선 단일화 과정을 겪으면서 부정적인 기류가 강한 친노 세력과 안 대표 측은 앞으로도 한 지붕 아래서 그리 다정한 사이가 될 수는 없어 보인다.
정치초년생 안철수 공동대표의 공격적인 셈법과는 달리 문재인 의원은 너무 양반행세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있다. “너무 지분에 연연한다든지, 나눠먹기를 하는 모습으로 국민에게 보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 “민주당이 소수세력인 새정치연합을 배려해야 한다”는 등 여유 있는 말로 마인드 콘트롤을 하는 문재인 의원, 하지만 과연 이렇게 넉넉한 옆집 아저씨의 모습이 자신에게 플러스 요인이 될지 깊이 생각해야 할 때인 듯하다.
어차피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면 차라리 속 시원하게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자신의 정치적 기량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朴 “도와주실 거죠?”, 文 “A/S 책임 느껴”

 
심심찮게 들리는 이러한 여론 때문인지, 문재인 의원이 지난 4월12일 박원순 시장과 함께 산에 올랐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문 의원과 박 시장이 한양도성길을 산행하며 지방선거 승리를 다짐한 것. 지난 대선 당시 야권후보 단일화 메신저로 활동하고 지금은 서울시장 선거를 두고 깊은 고민을 하는 박 시장과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문 의원의 이번 행보 소식에 정가와 시민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두 사람 다 야권의 잠룡이라는 점, 최근 안철수 새정치연합 공동 대표가 기초선거 공천을 확정하면서 당내 리더십 역학관계가 정중동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문 의원은 “그동안 기초선거 무공천 여부 때문에 박 시장을 비롯해 지방선거에 나서는 분들에게 참 미안했다. 기초선거 문제이긴 하지만 기초선거에서 기반이 무너지면 광역단체장이나 광역의원 선거에도 타격을 주게 되고 한편으로 오랫동안 다른 선거 쟁점을 가리는 역할을 했다”라며 “정몽준, 김황식 후보는 활발하게 언론에 조명을 받는데 박 시장은 상대적으로 가려지는 면이 있어서 미안하다. 이제는 선거 승리를 위해 다 함께 매진할 수 있게 됐다. 오늘 행사는 그런 상황이 안타까워서 도움이 될까하는 차원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박 시장은 “이번 선거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만만치 않은 선거다. 문 선대위원장을 포함한 당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고, 이번에 중앙선대위까지 꾸려졌으므로 오늘 행사뿐만 아니라 앞으로 서울시가 중요한 지역이니까 많이 도와주실 것”이라고 화답했다.
산행 이후 문 의원과 박 시장은 기자들과 설렁탕을 먹으면서 지방선거는 물론 서울시정, 정치 현안에 대한 입장을 가감 없이 내놓았다.
문 의원은 “박 시장은 복지는 엄청 늘리고, 부채는 크게 줄인 것이 가장 큰 업적이다. 서울시뿐만 아니라 새정치민주연합이 맡고 있는 광역단체들은 똑같이 복지를 크게 늘리고 부채를 크게 줄인 것이 공통 현상”이라고 치하했다. 또한 “무상급식을 할 때 새누리당은 재정이 파탄날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 지자체 재정상태가 훨씬 좋아졌다.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느냐가 문제다. 박 시장은 새정치연합이 생각하고 구상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는 지방자치의 모델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두 분이 미래에는 경쟁자가 아니냐’는 질문에는 “박 시장과 경쟁할 수 있다면 아주 행복할 것 같다. 박 시장이 10년 하신다는 것이 아니냐”라고 농담을 건넸다. 이에 박 시장은 “서울시장은 3번 할 수 있으니까 앞으로 두 번 더 할 수 있고, 한 번 더 쉬었다가 또 할 수 있다”라고 받아쳤다.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되는 것이 정치판임은 어쩔 수가 없다. 당장 힘이 있어야 자신의 소신을 피력할 수 있기 때문에 일단 권력을 쥐는 것이 관건이다.
친노의 좌장, 큰 형님 문재인, 이러한 타이틀이 어쩌면 그를 더 심사숙고하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경상도 사나이답게 때로는 적극적으로 밀어붙이는 문재인의 모습, 진정한 그의 정치적 능력을 한 번 보고 싶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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