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독일에서 ‘한반도 평화통일’을 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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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독일에서 ‘한반도 평화통일’을 외치다
  • 김미란 기자
  • 승인 2014.05.07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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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핵 버리는 결단 내린다면 적극 지원하겠다”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 순방길에서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문(門)을 시찰하고, 역대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옛 동독지역인 드레스덴 방문을 방문했다. 냉전 시대 서독과 동독을 갈랐던 브란덴부르크문은 1989년 베를린장벽이 무너질 당시 헬모트 콜 서독 수상이 이곳을 걸어가 동독의 한스 모드로우 총리를 만나면서 독일 통일의 상징이 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3월28일 독일 드레스덴을 방문해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이라는 연설을 통해 통일구상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버리는 결단을 한다면 북한에게 필요한 국제금융기구 가입 및 국제투자 유치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恨 풀고 남북 간 신뢰 쌓아야

 
이날 드레스덴공대 연설에서 박 대통령은 ▲남북한 주민 인도적 문제 해결(Agenda for Humanity) ▲남북 공동번영을 위한 민생인프라 구축(Agenda for Co-prosperity) ▲남북 주민 간 동질성 회복(Agenda for Integration) 등과 관련한 세 가지 제안을 발표했다.
박 대통령이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은 남북한 주민들의 인도적 문제였다. “내년이면 헤어진 지 70년”이라고 말한 박 대통령은 “과거 동·서독은 이산가족 등 분단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상호 방문을 허용했고 꾸준한 교류를 시행했다”면서 남북한도 이제는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 등으로 가족들의 한을 풀고 동시에 남북 간에 신뢰를 쌓는 길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북한 측과 협의해 나갈 것이며, 국제적십자위원회와 같은 국제기관과도 필요한 협의를 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북한 산모와 유아에 대한 지원계획도 밝혔다. 유엔(UN)과 함께 임신부터 2세까지 북한의 산모와 유아에게 영양과 보건을 지원하는 ‘모자패키지(1,000days) 사업’을 펼칠 것이라고 말한 박 대통령은 “북한의 어린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해 한반도의 통일 미래를 함께 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민생인프라 구축에 관해서도 남북한이 공동으로 복합농촌단지를 조성할 것을 제안하는 등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농업생산의 부진과 산림의 황폐화로 고통 받는 북한 지역에 농업, 축산, 그리고 산림을 함께 개발하는 ‘복합농촌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남북한이 힘을 합해야 한다”면서 “씨뿌리기에서부터 추수까지 전 과정에서 남북한이 협력한다면 그 수확물뿐만 아니라 서로의 마음까지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은 북한 주민들의 편익을 도모하기 위해 교통, 통신 등 가능한 부분의 인프라 건설에 투자하고, 북한은 한국에게 지하자원 개발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박 대통령은 이와 함께 현재 추진 중인 나진·하산 물류사업 등 남·북·러 협력사업과 함께 신의주 등을 중심으로 남·북·중 협력 사업을 추진해 한반도와 동북아의 공동발전을 이뤄갈 것이라는 계획도 제시했다. 이에 북한과의 농업 및 산림사업 경험이 많은 독일 및 유럽의 NGO 등의 동참, 그리고 UN, World Bank 등 국제기구의 지원과 협력을 당부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세 번째 제안은 남북 주민 간 동질성 회복이다. “분단의 세월이 길어지면서 언어와 문화, 생활양식마저 달라지고 있다”고 밝힌 박 대통령은 “남북한 간 진정한 소통과 통합을 위해서는 가치관과 사고방식의 차이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남북한 주민이 자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정치적 목적의 사업, 이벤트성 사업보다는 순수 민간 접촉이 꾸준히 확대될 수 있는 역사연구와 보전, 문화예술, 스포츠 교류 등을 장려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를 남북한이 함께 실현할 수 있도록 ‘남북교류협력사무소’를 설치할 것을 북측에 제안했다.

“Wir sind ein Volk”
박 대통령은 하나 된 한반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하루 빨리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북한이 비핵화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핵을 버리는 결단을 한다면 이에 상응해 북한에게 필요한 국제금융기구 가입 및 국제투자 유치를 우리가 나서서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힌 박 대통령은 북한이 핵문제 해결에 대한 진정성 있는 자세로 6자회담에 복귀하고 핵을 포기해 진정 북한 주민들의 삶을 돌보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우리는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을 발전시켜 북한의 안보 우려도 다룰 수 있는 동북아 다자안보 협의체를 추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남북한이 같이 번영하는 길이며, 동북아의 번영과 평화를 가져오는 길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한국은 주변국과 조화롭고, 국제사회로부터 환영받으며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통일을 추진하려고 한다. 한반도 평화통일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어가기 위해 곧 대통령 직속의 ‘통일준비위원회’를 출범시킬 것이다. 여기서 정부와 민간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 통일과정과 통합과정을 착실하게 준비하고자 한다.”
끝으로 박 대통령은 “독일 통일이 역사적 필연이듯이 한국의 통일도 역사적 필연이라고 확신한다”면서 “Wir sind ein Volk(우리는 한 민족이다)”라는 말로 연설을 마쳤다.

드레스덴 선언 평가 엇갈려

 
박 대통령이 독일 드레스덴에서 야심차게 제시한 대북 제안이지만 여야의 평가는 엇갈렸다. 새누리당은 호평했고, 야당은 구체적인 해법을 찾을 수 없다며 비판했다.
먼저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이날 현안논평에서 “지난 대통령 신년연설의 ‘통일대박론’을 뒷받침하고 진전된 한반도 평화 통일 구상을 담은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독트린 공표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박 대통령은 남북한 주민들의 인도적 문제 해결, 공동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 구축, 동질성 회복 등 3대 제안을 통해 이산가족 정례화, 남북경협의 다변화, 남북교류협력 사무소 설치 등 구체적인 통일 방법론을 조목조목 제시했다”면서 “특히 기존의 현물 지원에 국한됐던 경제협력의 저변을 확대해 북한 인프라 건설 및 농촌개발 등 인도적 지원 범위를 넓혀 남북 주민간의 동질성 회복에 역점을 두겠다는 구상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남북 간의 물리적 통합뿐 아니라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한 화학적인 결합의 중요성에 역점을 둔 올바른 방향제시라는 호평도 덧붙였다.
이어 박 대변인은 야당에게 “우리 정치권도 통일은 멀지 않았다는 점을 공감하고 통일 한국을 대비해 통일의 전 과정과 관련한 심도 있는 연구와 논의를 통해 박근혜정부의 강한 통일 의지가 실행에 옮겨질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는 충고의 메시지도 전했다.
반면 야당은 대북 제안의 내용은 물론 사전에 의견교환이 없었던 점도 문제 삼았다. 새정치민주연합 한정애 대변인은 “박 대통령 연설의 총론에는 동의하지만 설득력 있는 해법이 보이지 않는 것 역시 사실”이라며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오도록 설득할 만한 구체적이고도 명쾌한 청사진이 제시되지 못한 점은 무척 아쉽다고 지적했다. 또한 연설이나 통일준비위원회 구성 등을 놓고 야당과의 소통이 거의 없었다는 점 역시 아쉽다고 전했다. 정의당의 천호선 대표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드레스덴 통일구상은 혼자서 그린 그림이다”라면서 “당장의 남북관계를 풀어나갈 방안을 찾아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北 대북 제안 맹비난, 사실상 거부
대북 제안의 당사자나 마찬가지인 북한은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에 대해 거칠게 비난했다. 사실상 거부 의사를 내비친 셈이다.
조산중앙통신은 ‘남조선 집권자의 저급한 외교’라는 글을 통해 “얼마 전 독일 행각 때는 최근까지도 ‘동족간의 비방 중상 중지’를 떠들던 그 입으로 북한을 악랄하게 헐뜯으면서 횡설수설했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우리의 격변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는 아예 눈을 감고 ‘경제난’이요, ‘배고픔’이요 뭐요 하며 게거품을 물고 악담질 하다가 ‘동질성 회복’을 운운했으니 앙천대소할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통신은 또 평양시민과 모란봉구역 인민병원 의사 등의 인터뷰를 담아 박 대통령의 3대 대북 제안을 비난했다. 평양시민은 “이번에 독일 드레스덴 공대에 가서도 선임자들 못지않게 흉내를 피워보려고 무진 애를 써가며 ‘대북 3대 제안’이라는 것을 내들고 그 무슨 ‘평화통일’을 위해 노력한다는 요사를 부렸지만 만사람을 웃기는 일로 되고 말았다”면서 박 대통령의 대북 제안을 깎아내렸다.
정부는 북한의 원색적인 비난에 “심사숙고해서 언행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의부 통일부 대변인은 1일 “북한은 관영매체를 통해 국가원수의 외교활동에 시정잡배도 입에 담길 꺼려하는 표현을 사용하는 비상식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북한은 심사숙고해서 신중히 언행을 해야 할 것이며, 우리는 이를 주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또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의 진전을 위한 우리의 성의 있는 제안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등의 이러한 방식으로는 어떤 것도 얻을 수 없으며 국제적 고립만을 더욱 심화시킬 뿐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드레스덴 선언, 北에게는 체제 위협
북한의 비난 공세는 ‘말’로 끝나지 않았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해안포 100발을 발사하는 등 공세를 강화했다. 이에 우리 군도 K-9 자주포로 대응사격을 했다.
31일 오전 북한은 우리 해군 2함대에 보낸 전화통지문을 통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북 해상 7곳에 사격구역을 설정하고 이날 중 사격훈련을 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그리고 낮 12시 15분부터 해안포 포문을 모두 열고 오후 3시 30분까지 7개 해역에서 8차에 걸쳐 NLL 이북 해상으로 해안포와 122㎜ 방사포 등 500여 발을 발사했다. 이중 100여 발이 백령도 인근 NLL 이남 최대 3㎞ 해상까지 떨어지자 서북도서방위사령부는 즉각 해병부대에 대응사격을 명령했다. 이에 해병부대는 낮 12시 20분께 사거리 40㎞의 K-9 자주포 300여 발로 대응 포격을 가했다. 이후 북한은 오후 3시 30분께 해상사격을 중지하며 일단락됐다.
북한은 이에 앞서도 ‘북핵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한미일 정상회담에 대한 반발로 중거리 탄도미사일인 노동 미사일 2발을 발사한 바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이에 대해 “북한은 현재 자행하고 있는 모든 도발을 즉각 중단하고 드레스덴 선언에 적극 호응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북한의 거친 반응에 영국대사들은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을 체제 위협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스콧 와이트먼 주한 영국대사는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들의 연구모임 ‘통일경제교실’ 특강에서 “북한 내부에서는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연설이 위협적인 제안이었다고 봐도 될 것 같다”며 “연설 자체가 위협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겠지만, 평화적 통일의 원칙이 북한 당국에서는 체제에 대한 위협이자 도전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이크 기퍼트 평양 주재 영국대사도 이에 동의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남북 간 이념적 전쟁에 대해 언급했는데 이런 부분이 자극이 됐을 수 있다”면서 “북한은 체제가 붕괴될 것을 상당히 두려워하고 있다고 본다. 이런 두려움 때문에 강경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은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이 매우 시의 적절했음에도 북한은 서해 도발을 감행해 우리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집권여당이 체계적으로 통일대박을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미 있지만 현실성에는 의문
드레스덴 선언에 대해서는 여전히 그 현실성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드레스덴 연설을 통해 밝힌 북한에 제안한 인도적 문제 해결방안, 남북한 공동 인프라 구축 방안, 남북한 동질성 회복 방안 등 3대 제안은 한반도 평화와 공동 번영을 위한 필수조건이고, 통일 준비 시작이라는 데서 중대 의미를 지닌다”고 평가했으나 새정치연합 손학규 상임고문은 드레스덴 선언 내용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6일 손 고문은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에 대한 입장’이란 글을 통해 드레스덴 선언 내용 중 일부에 호평을 보내면서도 “드레스덴 구상이 충분한 현실성을 갖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흡한 점과 의문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드레스덴 구상이 대증요법에 치중한 것은 이해가 되지만 그럼에도 이를 실현하기 위한 근본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넘치지 않는다. 북핵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노력이 없는 교류협력은 사상누각처럼 금방 허물어질 위험이 있다.”
손 고문은 “3대 제안의 장소가 구 동독의 드레스덴이었던 것이 과연 현명한 선택이었는가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도 밝혔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박 대통령이 독일(흡수)통일의 성공사례로 말하는 드레스덴에서 제시하는 교류협력을 편하게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처럼 엇갈린 평가와 북한의 비난 공세가 계속되는 가운데에도 박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통일은 시대적 사명일 뿐 아니라 우리 민족은 물론이고 동북아 전체에 평화와 번영을 가져올 것”이라며 “앞으로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통일은 우리가 풀어야할 한과 숙제임은 분명하나 그 과정과 방법에 대해 더 많은 고민과 시간이 필요한 것만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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