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위험한 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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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위험한 도박
  • 시사매거진
  • 승인 2003.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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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복제는 과연 유전 공학인가, 반윤리적 행위인가?
인간의 다방면에 걸친 연구는 이제 인간 복제의 가능성에까지 이르렀으며 이에 대한 결과는
인간의 삶의 질이 향상될 것이라는 예측과 그와 반비례하여
또한 인간존엄성의 중대한 훼손이라는 깊은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

복제기술의 유효적인 측면
1993년 10월 미국의 조지 워싱턴 대학교 의학 연구소가 인간의 배아 즉 태아로 발육하기 직전 단계의 수정란을 복사하는데 성공하였다는 보도가 있었을 때 그 당시 많은 논란이 있었다. 그리고 미국의 산 디에고의 신경과학연구소는 메추라기의 뇌세포를 병아리에게 이식하여 병아리가 메추라기 울음소리를 내고 고개를 끄덕거리게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최근 포유동물(양과 원숭이)의 일반 세포를 이용하여 복제 실험에 성공하게 되자, 인간복제의 가능성에 대한 논란과 인간복제가 실현될 경우 그에 따른 인간학적, 생물학적, 종교적, 신학적, 사회학적 파급에 따른 문제점에 대한 논의가 분분하다. 기존의 유전자 복제는 인간의 생식세포의 결합에 의한 수정란의 복사였으나, 돌리(복제된 양)의 경우는 다 자란 성체의 개체 복사라는 점에서 놀라움을 주고 있다. 이러한 뉴스를 접한 사람들은 여러 가지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인간복제를 지지하는 측은 과학적이며 현실적인 입장에서 이러한 유전자 복제기술을 이용하여 인류 사회에 공헌한 역사적 인물을 다시 만들어, 보다 살기 좋은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반대하는 측은 종교적, 윤리적인 이유를 들면서, 낙관적인 기대에 앞서 우리와 같은 인간을 복제함으로서 가져올 부정적인 측면을 걱정스럽게 예상하고 있다.
인간의 다방면에 걸친 연구는 이제 인간 복제의 가능성에까지 이르렀으며 이에 대한 결과는 인간의 삶의 질이 향상될 것이라는 예측과 그와 반비례하여 또한 인간존엄성의 중대한 훼손이라는 깊은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

포유동물의 암컷과 수컷의 성교함에 의해 수정이 이루어질 경우엔 모체의 유전 형질과 부체의 유전 형질이 반반씩 섞여 어버이 양쪽을 닮은 자녀가 출산되지만, 동물 복제의 경우에는 한 쪽의 유전 형질이 그대로 복제되므로 한 쪽의 일방적인 유전 형질을 가진 존재가 재생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복제 기술은 이미 식물들에게 적용되어 농작물의 품질 개량과 동물들의 우량 출산, 멸종 동식물의 보호 등의 혜택을 가져와 인간 생활을 윤택하게 해주는 면이 있다. 인간 복제의 유효적인 측면을 주장하는 사람은 유전자 변환을 통해 복제된 동식물을 이용한 인간의 난치병 혹은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생명을 연장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인간 복제에 유효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정호선(전 의원·사이버 국회의장)씨는 ‘복제’의 개념에 대해 생명 현상의 신비와 생물학의 새 장을 여는 기술의 발달로 생명의 질서를 새로 쓸 수 있는 기술로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첨단 과학의 발달이 곧 인류의 재앙으로 이어지는 SF영화들 때문인지 ‘엽기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으나 복제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하면 꼭 그럴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복제란 말 그대로 인간의 체세포를 떼어내고 대리모를 통해서 얻는 생명체를 말한다. 지구상에서 나와 생김새가 똑같고, 같은 생각을 하는 인간이 존재한다는 것이 왠지 꺼림칙하고 자아혼란을 가져오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 인간복제를 반대하는 입장이나, 인간복제는 사람의 생각까지 복제하는 것이 아니다. 컴퓨터를 복제하면 모든 내용이 복제(copy)되지만 인간을 복제하면 신체는 100% 복제되고, 사는 환경이 비슷하다면 기·혼·정신·마음도 어느 정도 복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영은 컴퓨터에서 정보·지식과 지혜에 해당하는 것으로 살아가면서 채워가야 하기 때문에 복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일란성 쌍둥이’를 보면 눈, 코, 심지어 체격까지 흡사하지만 성격과 사고는 각기 다르다. 마찬가지로 복제인간은 같은 개체로부터 말 그대로 복제되는 것이지만 쌍둥이는 부모의 유전자 조합으로 물려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신체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 단위인 DNA 구조는 비슷하다고 볼 수 있으나 수정 후 분리가 되면서 환경의 영향을 받기도 하고 정자와 난자의 정확한 배합으로 각자 1/2씩 나누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일란성 쌍둥이의 DNA는 구조가 같지 않다.
하지만 복제인간은 같은 DNA를 가지고서 복제를 하므로 DNA구조가 같다. 또한 일란성 쌍둥이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지만 성인을 복사했을 경우 살아가는 시대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또 다른 나’로서 존재할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현재 전세계에서는 수백 쌍의 부부들이 인간복제실험 참여를 자원했다. 이탈리아의 세베리노 안티노리, 이스라엘의 알리 벤 아브라함과 함께 인간복제를 추진 중인 미국의 파날리오티스 자보스는 “주로 불임부부들에게 자녀를 주기 위한 목적으로 조만간 인간복제를 시작할 것이라며 이미 600∼700쌍의 부부가 실험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인간복제계획 참여를 밝힌 뒤 켄터키 대학 교수직을 사임한 자보스는 “일본에서 아르헨티나, 독일에서 영국에 이르기까지 전세계에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면서 실험지원 부부의 수가 지금도 급속하게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티노리도 “복제는 남성불임을 극복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불임 남성이 자신의 유전적 특성을 후세에 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물복제 전문가들은 이들이 실제로 인간복제를 실현시킬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다.

인간복제-성공해도 심각한 문제점
인간 복제는 동물 복제에 비해 훨씬 심각한 문제를 지니고 있다. 전문가들은 동물 복제의 경우에 비춰볼 때 복제에 성공하더라도 정상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한다. 동물 복제의 경우 95%가 배아 상태에서 숨졌으며, 출산은 했지만 바로 죽은 경우도 많다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동물복제 전문가인 황우석 교수(서울대 수의학과)에 따르면 “자궁에 성공적으로 착상된 복제 배아 가운데 출산 뒤까지 정상적으로 자란 동물은 25%에 불과했다”고 한다.
학자들은 인간 복제의 경우 대부분 유전적 또는 물리적 이상으로 인해 자연 유산되고 배아를 착상한 여성의 건강과 생명에도 심각한 위험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윤리적인 문제도 만만치 않다. 불치병 치료 등을 위해 복제 인간을 만든다 하더라도 인간을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다. 또 복제 인간이 기형일 경우 이를 ‘폐기(견해에 따라서는 ‘살인’)’할 수 있는가, 복제된 인간과 복제 대상은 어떤 관계인가 등도 윤리적 논쟁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초의 복제동물 복제양 돌리를 탄생시킨 이언 윌머트 박사는 인간복제가 엄마와 아기 모두에게 “극도로 잔인한 것”이라며 인간복제 계획을 공격했다고 영국 언론이 지난 3월 29일 보도했다.
윌머트 박사는 미국 저널 사이언스에 기고한 글을 통해 지난 97년 복제양 돌리를 탄생시켰던 때와는 전혀 다른 논조로 지난 수년간의 동물실험을 통해 복제기술의 결함이 크다는 것이 입증됐으며 이로 인해 수많은 유산과 기형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인간복제의 결과가 이와 다를 것이라고 믿을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그는 말했다. 윌머트 박사는 돌리 이후 쥐, 소, 염소, 돼지 등의 복제가 이어졌지만 복제된 배아가 출생까지 갈 확률은 매우 낮았으며 출생까지 가더라도 출생 직후 죽는 경우가 많았고 살아남은 경우는 비정상적으로 크거나 결함을 가진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윌머트 박사는 정상적인 아기의 경우 부모의 유전자가 50대 50으로 혼합되지만 복제의 경우는 거의 부모 중 한쪽의 유전자로 된다고 지적하고 배아 유전자의 문제를 가려낼 능력이 있는 인공수정 클리닉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그가 근무하는 에든버러의 로슬린 연구소에서 태어난 복제 양 한 마리가 완벽하게 정상적으로 뛸 수는 있었으나 항상 호흡 항진증을 보이고 밤낮으로 헐떡거렸다고 밝히고 치료해보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죽이는 것이 더 친절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각국의 규제 움직임

의학연구 목적의 인간 배아 복제를 공식으로 허용하는 국가는 현재로선 영국뿐.
영국 상원은 지난해 이 같은 내용의 법안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통과시켰다. 하지만 복제된 배아를 여성의 자궁에 이식하는 개체 복제 행위는 금지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어떤 종류의 복제 실험도 위법행위라는 내용의 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그러나 미국 등 대부분의 국가는 인간 복제에 대한 기준 등이 없어 상당수 연구진이 복제 실험을 진행해오고 있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생명과학보건안전윤리법(가칭)’ 시안을 만들어 인간 복제를 금지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 중이다.
국제 협정을 통해 인간 복제를 제한하려는 움직임도 가시화됐다. 41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유럽회의(Council of Europe)는 ‘유럽 인권생물의학협약 추가의정서’라는 이름으로 인간 복제를 금지하는 첫 국제 협정을 마련했다. 이 협정은 회원국 가운데 프랑스 스웨덴 그리스 등 24개국이 비준해 3월 1일 발효됐다. 이탈리아는 발효 직후 비준을 했으며 영국 독일 벨기에 등 16개국은 아직 비준을 하지 않은 상태다. 이 의정서는 배아 분리와 세포핵 이식, 기타 기술을 통한 인간 복제를 금지하고 오직 연구 목적의 세포 및 조직 복제만을 엄격한 조건 아래 허용하고 있다.

인간복제의 윤리성
제 2차 세계대전중 독일 나치스들에 의해 자행된 인체실험이나 일제의 731부대에 의해 자행된 마루타(통나무인간)의 생체 실험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인간이 의학이나 과학, 심리학의 발전을 위해 혹은 다른 인간의 지적 호기심의 대상으로 실험용의 대상으로 전락된다면 이 시대에 또 하나의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비극을 초래하고 말 것이다. 과학기술은 하느님의 계획과 인간의 발전을 위해 선용되어야 한다. 인간은 양심을 가진 존재로서 선과 악을 분별하고 행동하는 데에서 인간의 윤리성이 나타난다. 이런 면에서 유전자를 통한 생명체 복제 연구는 인간의 존엄성이 유지되는 한도 내에서 인간의 불치병을 치료하거나 인간의 발전과 선용을 위해 활용되어야 한다.
로저 사툭교수는 자신의 저서 「금지된 지식」에서 “호기심을 실행에 옮기는 순간 발전과 재앙이라는 정반대 상황에 직변하게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인간의 지적 호기심과 허영의 만용으로 인간이 복제된 인간을 대상으로 하여 단순히 실험용 인간으로 사용되거나 장기이식, 경제 획득의 노예, 절대권력의 유지 수단, 정치 군사적 대용품 등 인간의 무모하고 헛된 야망으로 악용된다면 어떠한 결과가 야기될 것인가? 복제된 인간도 인간이라고 할 때, 한 인간이 어떻게 다른 인간을 위해 장기를 제공하거나 전쟁의 소모품으로 죽어갈 운명으로만 존재하기 위해 태어날 수 있겠는가? 또 만일 복제된 인간이 인류 역사의 주요 사건을 이룩했을 경우 그것을 유일회적인 인간이 이룩한 역사와 어떻게 구분하며, 과연 동일시 할 수 있을까? 그것은 인간 인격이 갖는 개별성, 독립성, 유일회적인 가치에 깊은 손상이 끼칠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시간과 공간의 격차로 태어난 복제 인간들이 심리적 사회학적 갈등으로 야기시킨 혼란을 어떻게 막을 수 있겠으며, 또한 대량생산된 복제인간들이 가정을 이루거나 직장 활동을 할 때의 혼란과 분란은 어떻게 해결할 것이며, 또한 그들의 가족 관계와 인간관계의 혼란과 모순을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성격과 외모가 같은 복제인간들이 범죄를 저지르거나 어떤 활동을 할 때 ‘원본인간’과는 어떠한 관계가 될 것이며, 또한 그들 사이에 자녀가 출산될 경우의 가족 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또한 결혼한 부부들도 자녀를 갖기보다는 자신을 복제하기를 선호하게 될 것이다.
만일 과거에 유명했던 종교인, 예술인, 위인들이 복제된다면, 지금 그러한 인물을 본받아 자기완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현재의 인간들은 자포자기하거나 체념할 것이며 무관심의 상태로 전락될 것이다. 인간은 유일회적인 존재로서 자신이 태어난 장소와 시간 속에서 자기의 인격을 완성에로 추구하는 존재이다. 복제 인간은 이러한 인간 존재의 기본 원칙에 혼란을 줄 것이다. 인간의 체세포의 어떤 부분을 통해서도 복제가 가능하다고 할 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디선가 자신과 똑같은 존재가 나타나 자신을 몰아내고 행세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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