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의 명소 무지개폭포를 조금 못가서, 장흥 저수지를 초입에 두고 천성산의 영험한 기운이 산자락을 따라 시작되는 고즈넉한 명당에 소담스럽게 자리한 기도도량 정종사가 있다. 마음수양을 위해 가람을 찾는 불자뿐만 아니라, 천성산을 찾는 등산객이나 무지개폭포를 찾는 여행자 누구라도 언제든 편히 쉬어갈 수 있도록 ‘사랑방’의 주인을 자처하는 정종사 주지 여해 스님을 뵙고, 이 시대 불교의 역할과 가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천성산 자락의 사랑방, 자연의 평온함 간직한 정종사

절은 가난해도, 우리는 행복하다
정종사는 지난 해 5월10일, 사찰에서 열린 ‘제1회 장애인을 위한 산사음악회’가 인연이 된 이후 본 기자가 마음을 내려놓고 심신을 힐링하기 위해 간간히 들르던, 보석 같은 쉼터이다. 당시 “종교와 이념을 떠나 정성을 담은 공양과 소박한 음악을 통해 신체가 불편하신 분들을 모시는 시간이 되고자 이러한 행사를 마련했다. 어버이날과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비록 하루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장애인들과 불자들이 서로 마음을 나누고 소통하기 바란다”라고 설하며 환하게 웃으시는 여해 스님의 모습에서 선지식의 형상을 엿보았다. 이 뿐만 아니라 사찰의 명처럼, 구류중생에게 ‘바르고 本이 되는 절이 되라’는 큰스님의 뜻을 이어 자비실천 및 지역사회의 일에 솔선수범해 오고 있는 정종사는 지난 겨울 신도 50여 명이 김장 1,000포기를 담아 관내 기초수급자, 독거노인 등 불우이웃 250가구에 전달했다. 또한 12월22일 동지법회에서는 신도들이 1년 동안 십시일반 모금한 저금통 150여 개, 모금액 756여만 원을 조계종 공익기부법인 ‘아름다운동행’을 통해 필리핀 이재금 돕기 기금으로 전달했으며 앞서, 2012년 겨울에는 쌀 1,500kg을 모아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회향하기도 했다.
“신도들의 자발적인 동참으로 나눔 저금통이 활성화돼 기쁘다. 지난해는 500개 중 1/3만이라도 회수되기를 발원하자 딱 150개가 회수됐다. 올해는 1/2이 회수되기를 발원하며 신도들 모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회수와 배포를 이어갈 예정이고 저금통 기금은 온전히 어려운 이웃을 위해 회향될 것이다”라고 강조하는 여해 스님은 십시일반 힘이 되어준 모든 불자님들께 감사의 뜻을 전하며, “1원도 적지 않고 1억도 많지 않다. 이웃과 나누는 실천이야 말로 부처님의 가르침 그 자체이다. 우리 절은 늘 가난해도 스님과 신도들은 늘 행복하다”라고 덧붙인다.

지역사회의 따뜻한 관심과 참여 독려
정종사에서는 또한 작년 사찰을 찾은, 부산 소재 대한자립회중구지부와의 인연으로 매달 지부의 사무실 운영비를 보조하고 있으며, 지난 3월12일에는 진해해군회관에서 600여 명의 청년불자를 위한 수계법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절이란 사회와 동떨어진 특별한 집단이 아니다. 앞으로도 지역사회 어려운 일을 외면하지 않고, 솔선수범해 나갈 것이며 신도들의 보시가 공덕이 될 수 있도록 좋은 곳에 회향하겠다”라고 강조하는 여해 스님은 앞으로도 적극적인 동참과 지역사회 따뜻한 관심을 독려했다.
끝으로, 21세기 정치적으로나 경제, 사회, 문화, 종교적으로도 무수한 갈등과 대립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위해 답을 구하자 “불교의 가장 큰 핵심은 ‘반야’이다. 반야바라밀이란 한 마디로 지혜롭게 사는 것이다. ‘지혜’란 범부와 성자를 가르는 기준이다”라고 설하는 여해 스님은 “내 인생에서 벌어진 어떤 일도 나와 관련 없이 일어나지 않는다.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이를 지혜롭게 헤쳐 나갈 방안을 찾는 것, 그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지혜이다”라고 덧붙인다.
부처님의 자비를 몸소 실천하며, 사회를 하나로 결속시키는 가치와 이상, 그리고 미래를 여는 지혜를 전하는 양산시 정종사, 올 봄 꼭 성취하길 바라는 소원 하나 가슴에 품고 천성산 가는 길 정종사를 한 번 들르는 건 어떨까. 무지개폭포에 다다르는 산새 따라 그림 같은 경치 앞에 몸과 마음이 정화되고, 정종사 반야보전 앞에서 깨달음 한 조각 얻어가는 시간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