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자원중 철(Fe)은 매장량이 풍부하고 가공성이 우수해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금속 중 하나다. 이러한 철을 함유하고 있는 철광석, 철스크랩 등을 녹여 쇳물을 만들고 불순물을 줄여 열연강판, 냉연강판, 후판, 철근, 강관 등을 만들 수 있는데 이는 자동차, 조선, 가전, 기계, 전성 등 전 산업의 기초소재로 쓰인다. 때문에 철강 산업은 자본집약적이며 전후방 산업과의 연관 효과가 매우 커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우리나라 철강 산업은 1918년 겸이포제철소 설립으로 시작됐으나 한국전쟁을 겪으며 그 기반이 거의 상실되다시피 했다. 이후 1956년 대한중공업이 50톤급 평로조업을 개시하며 재개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경제적인 여건으로 크게 발전하지는 못했다. 그러던 철강 산업이 1973년 포항제철 제1기 고로공장이 가동을 시작하며 비약적으로 성공해왔다. 1980년대에는 건설, 자동차, 전자 산업 등 철강 수요산업의 높은 성장세를 바탕으로 한 단계 도약했으며 1990년대부터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장을 모색하게 됐다.
꾸준한 영업력으로 이룩한 (주)천지스틸

20세 전후로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노점상, 수입오퍼상, 요식업 등 다양한 경험을 했다는 진 대표는 “처음에는 지인의 소개로 철강회사에서 근무를 했다. 그러면서 꾸준히 영업력을 쌓았고, 1999년 ‘천지철강’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창업해 SHEAR(금속판을 자르는 기계)를 가동하기 시작했다”며 회사의 시작을 이야기 한다. 진 대표의 다양한 과거 경험들이 오늘날의 천지스틸을 있게 한 셈이다.
“철강 산업은 농업으로 치면 벼농사 같은, 우리나라 산업의 근간이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에서 철강업은 굉장히 보수적인 업종이다. 돈만 많다고 해서 시작할 수 있는 사업도 아니다. 다양한 업종의 다양한 경영진들과 친밀한 관계가 있어야만 운영이 가능하다.”
철강 산업은 대기업의 경우 제품을 만들어 수익을 남기고 판매를 하는 형태로 영업을 하고 있으나 중소기업은 재활용된 고철을 매입해 그 고철을 필요로 하는 업체에게 상품화해서 판매하는 일종의 중개업 형태를 띤다. 매출이 아니라 매입형태로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즉 고철로 폐기되는 잉여자재를 고철가격 이상으로 매입해 상품으로 성형가공한 후 그 규격을 필요로 하는 업체에 공급한다는 게 진 대표의 설명이다.
“누군가의 고철이 나에게는 원자재”
천지스틸은 보수적이고 정형화된 철강업 유통시장에서 버려지는 잉여자재에 다시 한 번 상품으로서 생명을 불어넣었다. 자원을 재활용하고 그 상품을 이용해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으로 철강업계에서 자리 잡았다.

천지스틸은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 진입도 도전하고 있다. 아직 시작단계이기는 하지만 아시아 6개국에 수출 길도 텄다. 회사 매출 중 수출의 비중을 차츰 높여가는 그림이 진 대표의 머릿속에 그려져 있다. 완제품 제조·유통도 진 대표의 계획 중 하나다. 지금은 정형된 원자재 유통을 주로 하고 있지만 앞으로 가공된 완제품을 제조·유통하겠다는 진 대표는 이 계획을 실현할 수 있는 제조 공장도 세울 생각이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장애물을 만나 현재 이 계획은 잠정 연기된 상태다.
“공장 부지 매입은 완료했다. 그러나 매입한 공장부지가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한 ‘광명시흥 보금자리지구’에 포함돼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다.”
보금자리지구 사업 조정으로 공장 설립 중단
지난해 말 국토교통부와 LH공사는 “2010년 5월 제3차 보금자리지구로 지정됐으나 부동산 경기침체, LH 재무악화 등으로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광명시흥 보금자리지구의 사업정상 추진을 위해 사업규모를 일부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토부와 LH공사가 제시한 조정 대안은 이렇다. 대상지구의 대부분을 현재와 같이 보금자리사업으로 개발하되 사업시기만 2018년 이후부터 단계적으로 개발하거나 보금자리지구를 공장 부지를 포함해 약 2.64㎢만 대폭 축소해 개발한다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 지구에서 해제되는 나머지 지역은 개발제한구역으로 다시 지정해 더 이상 개발 사업을 추진하지 않거나 일단은 10년 범위 내에서 시가화조정구역으로 지정·관리하면서 향후 개발수요에 따라 이를 해제·활용한다는 방안이다.
국토부와 LH공사는 지자체와 주민의견을 수렴해 올 상반기 중 최종방안을 확정짓겠다고 밝혔으나 주민과 입주기업들은 ‘무책임하다’며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 보금자리 시흥지구 기업이주 보상 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진 대표는 “정부의 방침 때문에 현재 천지스틸의 공장건설은 연기된 상태다. 천지스틸뿐 아니라 광명시흥지구에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많은 중소기업들과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3년 7개월이나 사업이 방치되다보니 주민과 기업들은 깊은 수렁에 빠졌으며 오수 정화시설도 없어 오폐수들이 지역 하천으로 배수되고 있는 등 지역 환경에도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고 토로한다.
진 대표는 정부의 정책실패로 주민과 기업이 위기에서 헤어 나올 수 있는 정부 차원의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업에게는 기존 규모로 보금자리사업이 진행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밝힌 진 대표는 그래야 전체 기업이 공공택지 관련 법안에 따라 보상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주민대책위도 2,200여 공장들이 이전할 수 있는 산업단지가 조성돼야 한다고 피력한 바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기존 규모의 사업이 진행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후 보상 문제도 큰 숙제로 남았다. 이에 진 대표는 주민과 기업이 모두 잘 살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이 원만하게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