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러시아간 민간외교의 가교 역할을 담당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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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러시아간 민간외교의 가교 역할을 담당할 것
  • 김준규 기자
  • 승인 2014.04.07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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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교육에 대한 한국 교육당국의 관심과 배려 긴요해

한국은 1990년 9월 수교 이후 러시아와 경제·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호협력 관계를 확대·발전시켜 오고 있다. 그 중에서 한국에 살면서도 한국과 러시아 양국의 학교교육에 소외되어 있는 주한러시아어린이들을 위하여 설립된 부산 남구 대연동의 ‘부산러시안스쿨’(http://www.koruschool.ru)은 특별한 기관이다. 러시아가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190여 나라 중, 현지인이 운영하는 유일한 학교로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 한국과 러시아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문화원의 역할을 수행하며 러시아와의 민간교류 가교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한국에 적응하도록
교육하는 차원 높은 다문화학교

▲ 부산러시안스쿨 홍상태 교장
부산러시안스쿨은 주한러시아인들을 위한 다문화교육기관으로 2009년 설립되었다. 부산지역의 러시아 교민의 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만큼 교육에서 소외받고 있는 어린이들이 많음을 알고 이들을 위해 설립한 다문화학교이다.
2013년, 부산지역에 장기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은 4,500명이고, 이중 러시아권 국가들의 체류자는 2,000명(러시아 1,000명, 구CIS국가 1,000명)으로 40%를 넘는다. 최근 무비자 조치, 의료관광 및 한류 붐 등으로 인해 한국 내 러시아인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이들 장기체류자들의 가장 큰 고민은 자녀들의 교육문제이지만 안심하고 보낼 학교가 없는 것이었다. 러시아인들은 우리 한국인들만큼 자녀들을 위하여 교육에 투자하는 것을 보람과 희망으로 삼고 있다.
물론 경제여건이 좋은 사람들은 자녀를 국제학교에 보낼 수도 있고, 아주 어려운 분들은 학비가 필요 없는 한국의 학교에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학교에 입학한 많은 학생들이 적응을 못하고 방황하는 경우가 많았다. 솔직히 우리교육에서 실시하는 다문화교육의 한계라고 할까 러시아인들의 마음속에 가득한 자존심을 지켜주지도 못할뿐아니라, 학생은 한국말을 모르고, 교사는 러시아어를 모르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기대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어려웠을 지도 모른다. 이 과정에 한국학교에 다니면서 학습의 어려움은 물론 왕따와 차별의 경험을 얻게 된 어린이들의 부모들이 이심전심으로 마음을 모아 만들어진 학교가 오늘의 부산러시안스쿨이다.
부산러시안스쿨의 교육목표는 적응·존중, 그 다음 학습이다. 러시아 정규학교교육의 과정을 기본으로 하여 한국의 교육을 접목하였다. 한국어 공부는 필수다. 다시 말하여 러시아어린이들에게 자국의 교육을 통하여 그들의 자존심과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하면서 한국의 사회문화교육을 추가하여 교육함으로써 자연스럽게 한국생활의 적응을 돕는 데 초점을 맞추어 교육을 실시한다고 한다.
학비는 다른 외국인학교의 6분의1정도 수준에 불과하지만, 러시아인들의 눈높이와 여건을 고려하여 운영하고 있고, 한국을 방문하는 모든 러시아인들이 한국에서 자신들의 자녀교육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도록, 언제든지 전·입학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으며, 예비학교제도를 두어 학습 부진아에 대한 특별지도를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점은 러시아 학부모들에게도 매력적이다.
▲ 2014. 3.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부산러시안스쿨은 ‘여성의 존귀함을 가슴에 새기며 실천합니다’를 주제로 한, 러 합동 여성의 날 기념행사를 가졌다.
부산러시안스쿨은 부산총영사관 뿐만 아니라 서울대사관으로부터 ‘주한 러시아대사관 학교 부산교육장’이라는 인증도 받았다. 현재 러시아, 우즈벡, 카자흐스탄 출신 50여명의 아이들이 공부하고 있다. 학생의 일부는 대구, 경주, 충무, 김해 등 영남지역 뿐만 아니라 서울과 경기지역의 거주자도 있다. 수업은 연 4학기 11학년제 초·중·고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한국인을 위한 러시아어 수업도 하고 있다. 특히 눈여겨 볼 점은 교사진이 러시아의 사범대학을 졸업한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학부모들에게 더욱 큰 신뢰감을 줄 수 있었고, 이곳의 학력이 러시아 현지의 학력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부산러시안스쿨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신뢰가 깊다. 스쿨은 13개의 강의실에서 물리, 러시아어, 역사, 문화 등 러시아의 정규 교육을 하며, 음악이나 미술 등 예체능 교육을 위해 컴퓨터실, 시청각실, 강당을 보유하고 있고 작지만 도서관도 있다. “학생들이 모국의 문화와 생활을 잊지 않고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많은 서적들을 구비하게 되었다.”고 한다.

러시안스쿨을 운영하면서 느낀 애로사항와 바람
한국인이 외국인 어린이들을 가르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벌써 시작한지 5년이다. 홍상태 교장은 “아무리 제가 러시아어린이들을 교육시키고 싶어도 학생들이 오지 않으면 그것은 망상일 뿐이다. 그런데 학생들의 숫자가 매년 늘고 있다. 이 학생들은 한국의 학교교육에서 소외되어 있는 어린이들이다. 합리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라며 교육당국이 국내 거주하는 러시아인들을 위한 정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 13개의 강의실과 도서관, 컴퓨터실, 시청각실, 강당 등을 갖추고 있는 부산러시안스쿨은 ‘주한 러시아대사관 학교 부산교육장’이라는 인증을 받았으며, 러시아의 학력도 인증된다.
우리주변의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4강국 가운데 미국, 일본, 중국과 우리나라는 현재 최선의 교류와 교역을 하고 있다. 반면에 러시아는 북한을 경유하는 가스관, 시베리아-유럽의 철도부설 그리고 극지항만물류 등 우리들에게 미래의 먹거리를 제공해줄 교류와 교역에서 미개척분야가 너무나 많은 나라이다. 이런 러시아의 어린이들이 한국에서 안심하고 교육받을 교육기관이 존재하여, 러시아의 중소기업인들, 의료관광인들, 물류·해운인들이 더 많이 우리나라를 찾을 수 있다면 우리나라의 경제 활성화에 크게 도움을 줄 것이다.
“자국정부(대사관)가 한국에 거주하는 자국의 어린이교육(이주민포함) 교육을 위해 자국의 교육과정으로 교육을 하고, 자국의 학력까지 인정해 주려고 한다면, 우리 교육청은 국제학교의 설립기준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기준을 정하여 과감히 검토해야한다. 예산이 크게 필요한 일도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런게 창조교육과 창조경제를 실천하는 일이 아니면 무엇이 창조이고 암덩어리 제거인가?” 러시아 아이들이 모국에 대한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한국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고 성장할 수 있도록 다문화 교육정책을 좀 더 세밀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홍 교장. 러시아의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러시안 아이들이 부산러시안스쿨을 통해 한국에 대한 좋은 감정을 가지고 성장한다면, 부산이 러시아와의 교류 증진의 중심지가 될 날도 머지않았다.
 

▲ 2013년 2월, 부산러시안스쿨의 '모스크바대학생 한국문화체험단' 일행 17명은 2주간 동명대 기숙사에 머물며, 한국어학당에서의 한글배우기와 부산과 인근지역, 수도권지역의 문화체험 '한류 배우기'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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