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하루 많은 이들이 용기를 내어 마음을 고백하는 날이 있다. 바로 초콜릿에 마음을 담아 전하는 밸런타인데이다. 초콜릿은 특별한 날엔 사랑의 메신저가 되고 그 쌉싸름한 달콤함으로 우리에게 왠지 모를 행복감을 준다. 그 신비로움 때문일까. 초콜릿은 오래 전부터 ‘신들의 음식’이라 불리며 우리와 함께해 왔다.

초콜릿을 만드는 ‘쇼콜라티에’는 초콜릿을 뜻하는 프랑스어 ‘쇼콜라’에서 파생된 말로 초콜릿 장인이나 초콜릿 아티스트라 불린다. 아직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유럽에서는 4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장인으로, 초콜릿의 달콤함뿐만 아니라 시각적 아름다움과 마음을 사로잡는 감동까지 함께 선사한다. 쇼콜라티에는 단순히 초콜릿을 만드는데 그치지 않고 여러 초콜릿을 블렌딩하고 부재료를 첨가해 특별하고 고유한 풍미를 내는 것은 물론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키는 작업을 하는 만큼 예술적 감각과 소양을 필요로 한다. 패션디자이너, 플로리스트라는 특별한 이력을 지닌 ‘엘리의 초콜릿’ 김선희 대표가 우리나라 초콜릿 문화를 이끄는 쇼콜라티에로 변신한 것이 낯설지 않은 이유다.
아름다운 초콜릿에 황홀감을 느끼다
의상디자인을 전공하고 국내 온라인 쇼핑몰 1세대 CEO로 승승장구했던 김 대표가 초콜릿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에서였다. 사업차 프랑스 파리에 자주 오갔던 그녀는 아름다운 도시 파리의 모든 것에 매료됐다. 아기자기한 가게들과 물건 하나하나가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그 중에서도 지금껏 보지 못한 예쁜 모양의 초콜릿이 눈에 띄었다.
“맛있고 아름답기까지 한 초콜릿을 맛보는 것은 황홀했습니다. ‘이런 초콜릿을 나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죠. 의상을 공부하며 익힌 미적 감각을 접목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김 대표는 초콜릿에 대한 열정과 관심만으로 스위스 유학을 결정하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스위스는 세계에서 초콜릿 소비가 가장 많은 국가로 스위스 초콜릿은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스위스 초콜릿에는 그 어떤 특별함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첫 발을 내딛었지만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언어라는 장벽과 엄하고 철저한 셰프들의 교육이었다. 어릴 적부터 행동력이 강했던 김 대표는 남다른 노력과 열정으로 소통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셰프와 동료들의 지식과 경험을 나눴다. 그리고 그 시간들이 지금의 그녀를 있게 했다.
스위스 유학 시절, 소통의 중요성을 크게 깨달은 그녀는 한국에 돌아와 모교의 영어과에 재입학 했다. 초콜릿의 본고장이 유럽인만큼 영어는 필수적이고 누군가에게 초콜릿에 대해 영어로 강의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그녀의 배움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바쁜 일정 중에도 세종대학교 외식경영대학원에 진학해 ‘밸런타인데이가 초콜릿 판매에 미치는 영향’을 논문으로 선행 연구 중이며 그 후 박사과정에는 아프리카 지역에 따른 ‘카카오 빈 관능검사 5감 five sensory science 연구’를 통해 카카오 빈에 과학적으로 접근할 계획이다. 또한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로즈데이, 크리스마스 등 다양한 ‘데이’에 초콜릿을 선물하는 의미와 그 선물이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 초콜릿 관련 이벤트 및 초콜릿 외식 문화에 관한 연구 등 초콜릿 문화 연구의 지평을 넓혀갈 계획이다.

동네 어귀에서 만날 수 있는 초콜릿 가게
‘엘리의 초콜릿’
유학 후 한국으로 돌아온 김 대표는 백화점에서 볼 수 있는 고급 수제 초콜릿을 동네 어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초콜릿 가게로 만들고자 스트릿 카페 ‘엘리의 초콜릿’을 오픈했다. 단순하게 맛있는 초콜릿을 넘어서 각양각색의 초콜릿이 주는 감동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싶었던 것이다. 나아가 초콜릿이 일상적인 외식 문화로 자리 잡는 것이 그녀의 바람이었다.
‘엘리의 초콜릿’은 꽃과 함께 특별함을 더한다. 평소 꽃을 좋아하던 김 대표는 손님들에게 기념으로 꽃을 한 송이씩 선물했고, 손님들이 좋아하는 모습에 꽃과 초콜릿의 조화를 생각하게 됐다. 꽃으로 초콜릿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생각에 시작한 일이 플로리스트 자격 취득에 이르렀고, 현재 월간 잡지 ‘플라워’에 꽃과 초콜릿을 담은 도안을 디자인해 기고하고 있다. 국내를 대표하는 쇼콜라티에 중 한 명인 김 대표는 사실 해외에서 더 주목받는 쇼콜라티에다. 지난해에는 전 세계 초콜릿 전문가들이 모여 각국의 초콜릿 문화와 기술을 자랑하는 ‘살롱뒤쇼콜라 파리’에 각광받는 실력자로 한국 대표로 초청 받았다. ‘살롱뒤쇼콜라’는 1995년 파리에서 처음 개최된 뒤 11개국 20개 도시에서 매년 열리는 이른바 ‘꿈의 초콜릿 쇼’로서 그녀가 참가한 ‘살롱뒤쇼콜라 파리’는 꽃 중의 꽃이라 할 수 있다. 스위스에서 초콜릿을 배워 아트를 시도하는 사람은 김 대표가 처음으로 그녀의 예술 작품이 파리와 잘 어울린다는 것이 초청 이유였다. 파리 전에서 많은 호평을 받은 그녀의 작품은 예술은 국경과 언어를 뛰어넘는 힘을 갖는 다는 것을 증명했다. 김 대표는 “유럽에서도 제가 초콜릿을 통해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라며 “초콜릿의 본고장인 만큼 현지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에게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을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초콜릿 종주국과 한국의 가교역할 할 터

국내외 무대에서 쇼콜라티에로서 능력과 가능성을 인정받았지만 김 대표의 발걸음은 여전히 바쁘다. 초콜릿 문화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초콜릿을 특별한 날에만 즐기는 선물이라는 인식이 많다. 또 초콜릿 종주국인 스위스 인들의 연간 초콜릿 소비량 11kg, 가까운 나라의 일본의 2.2kg에 비해 우리나라는 1kg 미만으로 초콜릿 시장의 규모가 아직 작다. 그럼에도 국내외 대기업들의 국내 초콜릿 시장 진입율이 높고 ‘살롱뒤쇼콜라 서울’이 개최되는 등 초콜릿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어 희망적이다. 또한 유럽과 한국을 오가며 초콜릿 문화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김 대표의 활약도 더욱 기대되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