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를 주재료로 한 냉면의 일종인 ‘밀면’. 부산을 대표하는 향토 음식으로 유명한 밀면은 이제 제주에서도 특산 음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밀가루를 주재료로 하는 밀면을 개량해 제주도에서 나는 원료로 만든 다양한 메뉴로 제주를 찾는 다양한 관광객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제주 ‘하르방 밀면’의 김정현 점장은 제주의 풍미를 간직한 제주도 밀면의 명성을 전국에 알리고 있다.
부산의 향토음식인 밀면은 6.25 전쟁기에 탄생했다. 전쟁으로 식량이 부족한 와중에서도 북한식 메밀냉면에 익숙하지 않은 부산 사람들의 입맛에 맞춰 밀가루와 전분을 적당히 섞어 냉면식으로 조리되어 만들어진 밀면은 부산에서 크게 인기를 끌어 명절마다 고향을 찾은 부산 출신 인구가 대목을 이루는 부산의 향토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에 위치한 ‘하르방 밀면’의 김정현 대표는 이런 밀면의 레시피를 변형해 제주도에서 나는 원료에 특유의 풍미를 가한 제주식 밀면으로 전국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제주 특산물로 만드는 밀면 전문가
김 대표가 밀면을 접하게 된 계기는 어릴 때 추억과 관련이 깊다. 모두가 어렵던 시기, 어린 시절 먹거리가 부족하면 바다에 나갔고 바다에는 늘 풍부한 보말(고동)이 있었다. 그 보말을 채취해오면 어머니가 만들어주시던 보말 수제비를 먹고 자라면서 어린 시절부터 면요리 전문점을 꿈꾸었던 김 대표는 지역사회 활동을 통해 꿈을 실현시킬 기회를 얻었다. 청년회의소 활동을 하면서 자매결연을 맺은 부산의 회원 중 부산의 가야밀면 관계자가 있어 밀면을 접한 김 대표는 그 맛에 반해 직접 밀면을 배우고 비법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부산 특유의 향토 입맛에 맞춰 만들어진 밀면을 제주도 특산물을 이용해 제주식으로 바꾸어 제주식 밀면으로 개발하는 데 성공, 2003년 본격적으로 밀면 전문점을 차렸고 지금의 하르방 밀면을 만들었다.
“전에 동네 어르신께서 음식은 그저 맛으로 먹는 거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일반적으로 해물 칼국수 재료는 육지에서 공수해오는데 직접 해보고 제주에서 나는 보말을 이용한 칼국수를 개발하자 타지 분들도 맛있게 드시는 걸 보니 그 말이 맞다는 것을 느낀다”는 김 대표은 기존 메뉴를 발전 변형시켜 새로운 메뉴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하르방 밀면에서 쓰는 면은 2종류로 일반 밀면에 쓰이는 밀가루 면과 바다에서 나는 톳으로 만든 톳면이다. 현재 하르방 밀면은 3개 지점을 두고 있는데 서귀포 본점과 오라점은 톳면을 사용하고 신제주면은 밀면을 위주로 한다. 칼슘 등이 많아 골다공증 및 비만, 당뇨 등의 성인병을 예방해주는 톳과 간 질환 예방 및 고단백 건강식품 효과가 있는 보말을 사용한 이 메뉴들은 제주도 청정 해역에서 채취한 제주 특유의 바다 내음이 담긴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다.
톳이 들어가 메밀면처럼 진한 색을 띠는 톳면으로 만들어 부드러운 밀면 특유의 식감과 짙은 육수의 시원한 맛을 자랑하는 백세톳 밀면,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매콤한 양념맛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백세톳 비빔밀면 면요리 외에도 하르방 밀면에서는 이같은 해산물의 풍미를 더한 원료를 사용해 만두, 수육 등의 서브 메뉴를 내놓고 있다. 특유의 냄새와 느끼함을 제거해 고소한 맛을 내는 수육과 톳 분말을 첨가한 얇은 만두피에 제주도 돼지고기 등심에 부추, 대파, 마늘, 호박, 양배추 등의 각종 야채를 활용해 담백한 맛의 만두는 천혜의 청정자연이 만든 바다의 풍미를 맛볼 수 있어 인근 주민은 물론 전국 각지와 해외에서 온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어들이고 있다.

제주도 해산물을 사용하는 만큼 원재료비가 많이 들지만 6,000~10,000원 가격으로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제주 진미를 맛볼 수 있다는 강점 때문에 관광객 중에는 일부러 물어 하르방 밀면을 찾는 이들이 많다. 덕분에 일손이 딸려 확장에 어려움이 있을 정도라고 김대표은 말했다.
“힘든 건 새로운 메뉴를 개발할 때 소비자들의 반응을 체크하는 것이다. 메뉴마다 소비자 건강을 생각해 시도해보는데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지 않아 반응이 없을 때는 고민이 된다. 하지만 남들이 만들지 않는 맛을 개발했을 때 느껴지는 자부심을 갖게 되어 계속 변하는 소비자 입맛에 톳면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는 김대표는 3월말 운동장쪽에 직영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프랜차이즈보다는 직영 체제로 가겠다는 구상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을 대접하고 국내 관광객 뿐 아니라 일본, 중국, 미국 유럽 등 해외 관광객의 입맛도 사로잡고 싶다는 생각으로 그러기 위해서는 점장들이 ‘내 가게’라는 생각을 갖고 열심히 운영할 수 있는 직영 체제가 알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원료의 신선도와 숙성에 좌우되는 메뉴의 맛이 변질되는 것을 막으려는 것도 체인점 대신 직영점을 내려는 이유다.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제주도 전통음식의 맛을 살려 개발한 음식을 친절한 서비스로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맛 볼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하는 김 대표, 천혜의 자연을 자랑하는 제주도의 풍미와 특색을 담은 하르방 밀면. 제주도를 찾는 모든 국내외 관광객의 입맛을 사로잡는 날이 멀지 않은 것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