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시작된 협동조합은 ‘신용협동조합’이 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60년대 한국에도 정착한 신용협동조합은 그 지역의 지역민과 함께하는 상호금융기관으로 서민들과 역사를 함께 해왔다. 제주도 제민신협 고문화 이사장은 상호금융기관으로서 역할에 충실한 신협, 지역민과 함께하는 제민신협을 위해 ‘본분을 잃지 않는’ 신협이 되기를 강조하고 있다.

150여 년 전 독일에서 자발적인 협동조합의 형태로 시작된 신용협동조합은 한국에도 상륙해 1960년 메리가브리엘라 수녀와 장대익 신부를 통해 첫 뿌리를 내렸다. 신협은 다른 금융기관과는 다르게 사회운동적 성격이 강한 조직으로 서민과 중산층을 위해 비영리로 운영되고 있는 협동조합 금융기관으로 여수신 업무, 공제사업, 복지사업 등을 중심으로 문턱 높은 일반 금융기관의 금융혜택에서 소외된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지위향상에 기여하며 서민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왔다.
제민신협 고문화 이사장은 “신용협동조합이 존재하는 이유는 상호금융을 위해서”라고 단언하며 서민과 지역사회에 이바지하는 본분에 충실한 것이 제민신협의 장수비결이라고 말했다.
“서민금융기관들이 부실 경영에 빠져 위기를 맞는 이유는 본분인 상호금융보다 경제사업 등 다른 사업에 더 치중해 본분을 잊는 일이 많은 것이 이유라고 생각한다. 신용협동조합이 존재하는 이유는 상호금융으로, 소액금융을 시장에 풀고 관리해 조합원들에게 실질적 이득이 돌아가게 하는 것이 신협의 본분이다. 자금이 모이면 상호금융에 집중해 대출처를 찾아야 하기에 일단 자금이 모이게 하면서도 자금이 남아돌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민신협이 75년 창립 이래 39년간 한 번도 상호금융 이외 다른 사업에 눈 돌리지 않고 꾸준히 잉여를 내온 것이 가장 큰 장점이자 오랫동안 이어올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고문화 이사장은 자부했다.
서민 밀착형 금융기관
신협은 지역경제발전에 필요한 자금수요의 다양화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해왔으며, 서민과 영세상공인 등이 중심이 되어 조합에 참여함으로써 지역민들의 금융 편의와 지역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신협이다. 제주지역에서 우수 금융기관으로 꼽히는 제민신협은 2014년 1월18일 39회 정기총회에서 고문화 이사장을 17대 상임이사장으로 선출해 명성을 이어나갈 준비를 마쳤다. 고문화 이사장은 상임이사장으로 선출됨과 동시에 조합 및 지역사회발전, 국민저축증대 기여한 공로로 금융위원회위원장 표창을 수상한 바 있다.
고문화 이사장은 제민신협과 35년을 함께한 베테랑 직원 출신이다. 75년 제민신협이 설립된 후 78년 입사한 고 이사장은 신협에 몸담은 동안 많은 사건과 어려움을 눈앞에서 보고 극복해왔다. 고 이사장은 “그런 어려움을 초래한 사람들은 눈앞의 이익에 급급한 이들이 대부분이었고, 그런데 연연하지 않고 열심히 해온 결과로 생각한다. 조직에서 어려움에 처하거나 위기에 몰렸을 때도 꿋꿋이 열심히 일하면 오해가 풀리고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묵묵히 해온 것이 비결”이라고 말했다. 신협 초창기를 함께 하면서 임원진을 뽑을 때 삼고초려(三顧草廬)로 모시고 오기도 했지만 조직이 커지면서 따라오는 개인의 욕심으로 치달을 때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는 것이 고 이사장의 회고다.
“신협이라는 큰 조직 내에서 사람들과의 관계가 가장 힘들었지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한 결과 오늘날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라고 본다. 조직이 성장하다보면 조직을 이끌어가고자 하는 개인적 욕심이 끼어들어 조직이 양분화 될 수 있는데 실제 그런 위기가 왔을 때 가장 힘들었다. 그래서 신협은 본분에 가장 충실해야 유지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조직을 발전시키는 것도 좋지만 상호금융이라는 본분을 벗어나 이윤을 내기 위해 경제사업 등 무리하게 영역 확장을 시도하는 것은 위험도가 높고 갈등을 불러와 실패하면 조직의 존속마저 무너뜨리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민신협은 지역민을 위한 상호금융기관으로서 자금을 관리하고 대출과 투자, 이윤 배당에 충실한 본분을 다하는 지역민을 위한 신협으로 이어나갈 것이다.”
제민신협은 제주시 전역의 시민이 조합원으로 참여할 수 있으며 가까운 제주시민들의 참여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잘 알고 믿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고 이용하게 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는 고 이사장의 생각처럼 인근 영세 상공인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어 창립 이래 꾸준히 이윤을 내어 조합원들에게 배당해 신뢰를 쌓아갔고, 2007년부터 2013년까지 7년 연속으로 신협중앙회 경영평가에서 최우수 조합으로 선정되었다. (2013년도말) 자산 2,650억 원 돌파와 당기순이익 14억1,000만 원을 달성한 제민신협은 전국 신협 중 1등 신협으로 인정받아 매년 전국에서 2,000여 명이 견학을 오고 있는 실정이다. 2014년 추대를 받아 이사장직에 선출된 고 이사장은 이런 우수성이 오랫동안 신협에 몸담으면서 이룬 보람 중 하나로, 매순간 조합원들에게 필요한 부분을 찾아 최선을 다한 결과로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본분에 충실한 상호금융기관
상임이사장으로 선출된 고 이사장은 신협에서 근무하는 동안 20년 이상 사용했던 소파를 그대로 쓰고 있다. “이처럼 근검절약을 솔선수범하면서 전 임직원들이 노력한 모습들이 오늘의 제민신협 역사를 이뤄왔다”고 고 이사장은 말했다.
고 이사장은 “장차 계획은 지역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부분과 바람, 요구를 수렴하고 실행해나가고 제주지역발전을 위하여 나눔을 실천하고 제민신협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자부심이 되는 일등신협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오랫동안 신협에 있었기 때문에 하나부터 열까지 구석구석 보고 알아왔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을 다 아는 이사장을 보면 임직원이나 조합원들이 든든할 것 같다. 수십년간 신협에서 일하면서 사정을 꿰뚫고 일하는 그런 모습을 보고 조합원들이 이사장으로 추대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 임직원과 조합원들이 힘을 다해 키워온 제민신협이고 그 결과 전국 최고의 신협으로 인정받기까지 큰 역할을 해온 그들에게 고 이사장은 감사를 표하면서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오늘날의 제민신협을 만든 것도 전 임직원, 조합원들이 협력해 노력한 결과이지 그냥 이뤄진 것이 아니다. 젊은 직원들에게는 야망도 있고 처음에는 어렵기도 하겠지만 세상은 물 흐르듯 흘러가는 법이다. 그리고 조직 내에서 자기 계발을 통해 스스로 혁명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본분에 충실한 신협’ 한 마디를 모토로 삼고 이어오면서 최우수 조합으로 성장한 제민신협. 지역민을 위한 상호금융으로 지역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이상적인 본분을 지켜온 제민신협은 그 본분을 바탕으로 전국 최고의 신협으로 성장해 신용협동조합의 이상적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