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는 ‘2008 부산다운 건축상’ 대상 작품으로 남구 대연동에 위치한 ‘문화골목’을 선정한 바 있다. 부산다운 건축상은 시역 내 아름답고 우수한 건축물을 발굴, 시상하여 부산의 건축문화 발전에 앞장서고, 품격 높은 도시환경 조성을 위해 지난 2003년부터 매년 시행되고 있다. 부산의 숨은 명소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는 문화골목은 지난 2007년 부산 APEC 정상회의장 실내인테리어를 담당했던 최윤식 건축가가 주택 5채를 매입해 기존 건물을 증축, 리모델링하여 만든 복합문화공간이다. 신축이 아닌 리모델링 건물로는 처음으로 ‘부산다운 건축상’ 대상을 수상했다.

제1의 해양도시 부산. 대한민국 어느 도시보다 건축에 대한 기대치와 잠재력이 높은 도시이다. 근대 이후부터 거쳐 온 여러 격변의 역사를 부산은 아직까지 그대로 담고 있다. 이것을 ‘부산다운’, 혹은 ‘부산성’이라 이야기한다. 부산다운 건축을 이야기 할 때 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과연 부산다운 건축이 존재하기는 하는 건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이유는 부산다운 건축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상징적 혹은 랜드마크와 같은 몇몇 건물들로 부산다운 건축을 대변할 수 있을까? 중요한 관점은 부산만이 가지고 있는 시간의 흔적들을 어떻게 재해석하여 현시대의 삶에 접목시킬까 하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지만, 뚜렷하지 않은 목적의식과 시행착오로 방향성 설정을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부산 건축의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한줄기 빛으로 희망을 전하는 공간이 있다. 부산시 남구 대연동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골목’이다. 폐건축자재를 재활용하여 만든 이 공간은 새로운 도시재생의 롤모델로 손꼽히며, 부산건축의 명성을 높이고 있다.
삶과 추억이 묻어있는 공간, ‘골목’
부산 남구 경성대 대학로에 자리 잡고 있는 복합문화공간 ‘문화골목’은 현대에 점차 잊혀져 가고 있는 골목길을 재조명하여 부산의 으뜸가는 문화명소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술집이 즐비해 있는 대학로 거리에서 보물처럼 존재하고 있는 문화골목. 기존에 있는 주택 5채를 사서 담장을 허물고 증축, 리모델링하여 탄생한 이 건물은 ‘골목대장’으로 불리는 가산건축사사무소 최윤식 건축가의 작품이다. 최윤식 건축가는 부산 동구 수정동에서 자란 부산 토박이로 어릴 때부터 무엇인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해 결국 건축가의 길로 들어섰다. 대연동 부근에 있는 경성대, 동명대, 부경대를 포함한 5개의 대학, KBS, MBC 문화회관, 박물관 및 UN공원이 자리 잡고 있어 경성대 앞이 앞으로 문화공간의 중심지가 될 것을 예상한 그는, 14년 전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시기에 건물 한 채에 세를 들어 3~4년가량 음악카페를 운영했다. 그러다 8년 전 주택 한 채를 매입했고, 같은 가격에 두 채를 더 매입해 증축하기 시작했다. “원래 취향이 헐고 새로 짓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경제적으로 여유도 없었다”는 그는 당시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대출을 받아 혼자 빚으로 시작한 일”이라고 했다. 때문에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어왔다는 그는 “우리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가는 부산의 역사와 추억이 있는 낡은 골목길을 상징적인 문화거리로 재탄생시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부산의 문화사업의 대표적 사례 중 하나인 감천문화마을이 있다. 예전엔 흔히 감천동 산먼디 마을이라 불리던 곳인데 여러 예술가들이 이곳에 들어와 작업을 하고 마을 곳곳에 벽화와 설치미술들, 공방 등이 들어서 요즘은 감천문화마을이라 불리는 이곳에 대한 최윤식 건축가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예를 들어 여자들이 화장을 예쁘게 하고 화려하게 치장을 하면 처음에는 예뻐 보이지만 조금만 지나면 질려버린다. 감천동 문화마을 역시 화려한 색상이나 벽화들을 보면 시각적인 요소들로 감천동 문화마을의 두터운 역사를 표피적으로만 접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부산성이라는 삶의 질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맛과 멋이 있는 곳 ‘문화골목’
문화골목의 입구는 낯익은 풍경들로 가득하다. 어릴 적 뛰어놀던 골목길의 풍경을 그대로 담아낸 듯한 입구는 담장을 타고 올라가는 넝쿨들, 주변의 나무들과 풍경이 어우러지면서 특유의 멋스러움을 자아냈다. 분위기 좋은 음악과 함께 차를 마실 수 있는 아늑한 카페와 술 한 잔을 기울일 수 있는 와인바, 멋진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소극장과 자그마한 갤러리로 구성된 문화골목 내부는 고즈넉한 분위기로 옛 추억의 아련함을 전해준다. 건물들이 꼬불꼬불 통로로 이어져 있는 곳곳에는 나무로 만든 개집, 작은 병사들, 철제 나비, 왜 저렇게 높은 곳에 있는지 모를 고무신 두 짝은 숨은 볼거리라 할 수 있는 요소다. 오전엔 카페와 전시회를 오후엔 술집, 소극장으로 변신하는 복합문화골목의 세부 구조를 살펴보면, 80석으로 연극공연과 문화경연의 어울림이 볼 수 있는 ‘용천지랄’, 2만장의 LP음반으로 신청곡과 함께 생맥주를 즐길 수 있는 ‘노가다’, 지짐이, 탕, 명태구이와 동동주를 마실 수 있는 ‘고방’, 채광이 그대로 빛나며 자연이 숨쉬는 전시공간인 갤러리 ‘석유원’, 칵테일과 위스키, 자개장이 어우러진 ‘오리엔탈 BAR’, 숯불구이와 정종, 소주가 어우러진 정이 넘치는 곳 ‘몽로’, 낮시간 새소리와 함께 열리는 곳에 와인, 커피, 음료, 와플 등을 즐길 수 있는 비오는 날의 추억장소 ‘다반’등이 골목을 따라 이어져 있다.
‘이바구 길’ 사업에 마지막 최선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