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갑오년이 밝은지도 두 달이 지났다. 새로운 마음으로 힘차게 시작된 새해지만 여전히 서민들에게 경기 한파는 매섭고 시리다.
지난 2월2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3년 4분기 및 연간 가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소비지출은 248만 1,000원으로 전년(245만 7,000원)보다 2만 4,000원(0.9%)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소비지출 증가율이 1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물가상승분을 제외할 경우 실질 소비지출은 오히려 0.4% 감소했다. 이는 가계가 작년 1년간 소득이 늘더라도 그만큼 소비를 늘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유치원비, 보육료, 대학 등록금 지원 정책과 이자비용 하락으로 가계의 소비 여력이 나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서민들의 지갑은 여전히 꾹 잠긴 채 열리지 않고 있다. 여전히 국민들의 실생활은 녹록지 않은 것 같다. 여전히 고용 없는 성장과 소득 정체 여파가 식지 않은 까닭이다.
통계청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가계 소비지출 증가율은 ▲2004년 5.7% ▲2005년 4.2% ▲2006년 3.9% ▲2007년 3.6% ▲2008년 4.9% ▲2009년 1.7% ▲2010년 6.4% ▲2011년 4.6% ▲2012년 2.7% ▲2013년 0.9% 등이다. 특히 물가상승분을 제외한 실질 소비지출 증가율은 0.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소비지출 증가율은 글로벌 위기로 경기가 크게 후퇴했던 2009년보다도 낮다. 이처럼 소비가 부진한 것은 기업 및 가계소득의 심각한 불균형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경기부진에 따른 미래소득에 대한 불안과 전월세 보증금 증가, 노후를 대비한 저축 수요, 대출 원금상환 부담 증가 등이 어우러져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한다. 이 같은 소비 위축은 내수 부진으로 이어져 성장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출 의존도가 더 커지고 내수 부문이 부진한 것은 가계소득의 한계 때문”이라며 “경제가 성장해도 고용창출, 임금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품목별로는 ▲식료품·비주류음료(-0.3%) ▲주류·담배(-0.4%)▲교육(-1.8%) ▲기타 상품·서비스(-6.4%) 등에서 지출이 줄었다. 반면 ▲가정용품·가사서비스(6.6%) ▲주거·수도·광열(4.2%) ▲보건(3.1%) ▲오락·문화(2.4%) ▲의류·신발(2.2%) 등에서는 지출이 늘었다.
2013년 가계 비소비지출(조세, 연금, 사회보험, 이자비용 등)은 78만 1,000원으로 전년(76만 원)보다 약 2만 1,000원(2.8%) 늘었다.
월평균 소득 증가율은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기획재정부는 “소비지출 증가율이 전년대비 감소한 것은 주로 공교육비와 통신비 등 고정비적 지출 감소에 기인한 것”이라며 “가계부담은 경감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의 보육료 지원 등으로 교육비 지출이 줄면서 소비가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16만 2,000원으로 전년(407만 7,000원)보다 약 8만 5,000원(2.1%) 증가했다. 소득에 비해 소비증가세가 둔화하면서 나타나는 ‘불황형 흑자 기조’가 뚜렷한 셈이다.
기획재정부는 “보육료 지원 등 정부의 정책 지원 효과가 제거되는 올해부터는 소비지출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여전히 서민들은 지속되고 있는 경기 한파로 불안한 생활을 하고 있다. “쓸 돈이 없다”라고 하소연 하는 서민들의 목소리가 올해에도 식지 않을 것 같다. 서민들이 잘 사는 나라가 되어야 나라도 잘 산다는 가장 기본적인 법칙이 점점 사라지는 듯 해 안타까울 따름이다. 하루 빨리 서민이 잘 사는 나라가 되길 바라본다.
소비가 부진은 기업 및 가계소득의 심각한 불균형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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