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매거진=하명남 기자] 이례적인 1,500부 초판 매진, ‘박노해’의 감동의 사진집 <나 거기에 그들처럼>이 개정 출판됐다. 아울러 <2018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한국관에 출품도서로 선정됐다.
“나의 시는 작고 힘없는 사람들, 그 말씀의 받아쓰기이고 나의 사진은 강인한 삶의 기도, 그 영혼을 그려낸 것이다”
지난 20년 동안 국경 너머 ‘사랑의 순례길’을 걸어온 시인 박노해. 지구시대 인류의 가장 아픈 지점인 아프리카·중동·아시 아·중남미의 가난과 분쟁의 현장에서 기록한 박노해의 첫 사진집 『나 거기에 그 들처럼』에는 10년간 찍은 13만여 장의 사진 중 엄선한 135장의 사진이 담겨 있다. 2010년 출간 이후 8년 만의 개정판 출간은 ‘초판 1,500부 매진’에 따른 것으로 수 백 권의 초판 매진조차 매우 드문 사진집 출판 현실에서 정통 흑백 사진집이 남긴 주목할 만한 발자취가 될 것이다. 이번 개정판은 사진, 글, 인쇄, 디자인 등 전 과정을 새롭게 연구, 개선하여 초판 과는 그 완성도가 눈에 띄게 달라진 새 사진집이다. 1년에 걸쳐 사진 한 컷 한 컷을 새로 보정하여 흑백 아날로그 인화의 감동을 세계 최고의 아트프린팅 인쇄로 구현하였다. 원어민의 감수로 사진 캡션과 작가의 글 등의 영문 번역도 함께 실렸다. 청아한 블루 색감의 표지와 한글의 아름다움을 살린 타이포그래피 디자인, 그리고 전시장이 눈앞에 펼쳐지듯 작품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배려한 섬세 한 편집까지. 이 시대의 명작으로 재탄생한 『나 거기에 그들처럼』 개정판은 오래 도록 곁에 두고 소장하고 싶은 묵직하고도 아름다운 책이다. 아울러 이번 사진집은 <2018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한국관에 출품된다. 프랑크 푸르트 도서전은 한 해 30만 명의 관람객이 찾는 ‘세계 최대의 도서전’으로 오는 10월 10일부터 14일까지 열린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선정한 한국관 참가출판사 느린걸음은 전시기간 동안 세계 유수의 출판사와 독자들에게 이 책을 선보인다. 한국을 대표하는 격조 있는 사진집으로서 관람객들의 좋은 반응을 기대한다.

군사독재 시절에는 『노동의 새벽』의 시인이자 80년대 저항의 상징으로 사형을 구형 받고 무기수가 되어 7년 6개월을 독방 감옥에 갇혀 있었던 박노해. 그는 민주화 이후 자유의 몸이 되고 나서는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않겠다”며 권력과 정치의 길을 거부하고 묵묵히 잊혀지는 길을 택했다. 20년 간 ‘지구시대 유랑자’로 지상의 가장 멀고 높고 깊은 마을과 사람들 속을 걸어왔으며, 2003년 전쟁의 이라크에 뛰어들었을 때 그는 “국경 너머 가난과 분쟁 현장의 살아 있는 진실을 글로는 다 전달할 수 없는 절실한 필요 때문에 카메라를 들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제 우리에게 ‘사진가 박노해’ 또한 낯설지 않다.

또한 박노해 시인이 설립한 비영리 사회단체 ‘나눔문화’가 운영하는 ‘라 카페 갤러리’에서는 2012년부터 그의 글로벌평화활동 사진이 상설 전시되고 있다. 누적 관람객이 19만 명에 이른다. 국내 사진작가로서 유례없는 관람객 수 뿐만 아니라, 박노해 사진전은 “가장 긴 시간 머무른 전시”, “가장 많은 눈물을 흘린 전시”, “도록과 작품 판매가 많은 전시” 등으로 불려왔다. 보는 이의 내면에 깊은 감동의 파장을 남기는 박노해 사진전을 가리켜, 사진전을 기획한 이기명 <월간 사진예술> 발행인은 “박노해 사진전은 ‘문화적 사건’”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단편 소설만큼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사진 캡션
박노해의 사진을 보는 순간 가슴 뭉클해지는 것은 거기 내재된 사연 때문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