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테리 영아유기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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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테리 영아유기사건
  • 글_최병재 기자
  • 승인 2006.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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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인 영아유기 사건 수사 베일 속 미궁
부모 신원확인ㆍ출석요구에도 여전히 불투명, 영구미제 될까
프랑스인 집단거주지인 서울 반포동 서래마을 ‘영아(갓난아기) 유기’ 사건에서 경찰이 영아 2명의 부모 신원을 재확인함으로써 ‘절반의 성공’을 거뒀지만 아직도 사건의 전모를 밝혀내기까지 넘어야 할 산들이 많이 남아 있다. 경찰은 프랑스인 장-루이 쿠르조(40) 씨 부부가 영아들의 부모란 사실을 거듭 확인했음에도 이들이 언제 어디서 아이를 낳아 왜 냉장고에 유기하게 됐는지는 여전히 베일 속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이들 부부의 자백 혹은 진술을 확보하는 것이 사건 해결의 핵심 열쇠로 보고 이들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쿠르조 씨의 아내 베로니크(39) 씨가 자궁 적출 수술을 받은 2003년 12월 이전에 출산과 유기가 이뤄졌기 때문에 2년8개월 이상의 시간 공백이 있어 이들의 진술 없이는 출산과 유기에 관해 규명하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경찰이 8월 17일 베로니크 씨를 입건해 피의자로 신분을 바꾸고 외교 경로를 통해 출석 요구서를 발송키로 한 것도 신병 확보가 사건 해결의 최대 관건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로써 가장 바람직한 경우는 이들 부부가 한국 경찰의 출석 요구에 응해 조기에 입국해 사건의 진실을 솔직히 털어놓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우리는 영아들의 부모가 아니며 한국의 수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말한 데다 현지 변호사가 이들의 자진 입국을 만류하고 나선 것으로 볼 때 한국 경찰의 출석요구에 순순히 응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이에 따라 경찰은 베로니크 씨가 출석요구에 불응하면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뒤 기소중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기소중지가 되면 신병 확보시까지 수사가 일시적으로 중단되기 때문에 시간을 벌 수 있는 데다 베로니크 씨가 해외 도피 중인 수배자 신분이 돼 프랑스 사법당국의 수사를 촉구하는 2가지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이럴 경우 프랑스 사법당국이 이들의 신병을 확보해 한국 측에 인도하는 방안과 프랑스 측에서 직접 수사를 통해 사건 실체와 이들의 혐의를 입증하는 방안 등 두 갈래로 나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과 프랑스 간에 범죄인 인도조약이 발효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국 여론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프랑스 측이 순순히 이들의 신병을 한국에 넘겨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프랑스 유력 일간지인 르 피가로는 최근 “프랑스와 한국이 1995년 사법 공조 협약에 서명했으나 프랑스는 관례적으로 자국민을 인도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프랑스 사법당국에 의해 사건의 전모가 드러날 개연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으나 일각에선 영구 미제 사건으로 남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경찰은 어디에서 수사가 이뤄지든 간에 사건의 실체는 시간이 지나면 규명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는 분위기다.
경찰 관계자는 “베로니크 씨가 영아들의 엄마로 확인돼 영아 유기에 가담한 정황이 드러났음으로 한국에서든 프랑스에서든 처벌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수사가 진행되면 어디에서든 사건의 실체는 규명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한편, 영아의 산모는 집주인 쿠르조 씨의 부인 베로니크 씨인 것으로 재확인됐다.
서울 방배경찰서는 8월 17일 “친모란 사실이 확실하기 때문에 베로니크 씨를 입건하고 주한 프랑스 대사관을 통해 출석 요구서를 발송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프랑스에 있는 C씨 부부가 영아들의 부모임은 물론 유기혐의를 거듭 부인하고 있어 이들의 신병 확보가 수사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경찰에 따르면 베로니크 씨가 2003년 서울에서 자궁적출 수술을 받을 때 병원이 채취해 놓은 조직 시료에 대한 추가 DNA분석 결과, DNA가 영아들의 모계 DNA와 일치한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출석요구서가 발송되면 프랑스 현지에서 베로니크 씨의 공식 입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신병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지만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을 발부받고 기소중지한 뒤 프랑스 사법당국과 공조 수사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쿠르조 씨 부부는 변호사를 통해 한국 경찰의 조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 했다.
마르크 모랭 변호사는 “한국 측 샘플들이 나의 고객으로부터 나온 것인지를 입증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부인 V씨가 2003년 12월 자궁적출수술을 받았는데 이런 종류의 수술에서는 통상 인간세포 조직의 조각을 보관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인은 더러운 가족사건으로 간주”
서울 반포동 서래마을 냉동고 영아 유기 사건과 관련해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는 8월 12일(현지시간) “이 사건이 더러운 가족사와 관련되지 않았다고 의심하는 한국인은 아무도 없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영아 유기 사건일지를 종합 보도하면서 “조용한 아침의 나라 한국이 이 사건 때문에 3주 전부터 한바탕 소란을 겪고 있다”며 “DNA검사 결과 프랑스인 쿠르조 씨가 영아들의 아버지로 밝혀지자 한국은 프랑스 법무부에 공조를 요청하기 위한 자료 번역에 분주하다”고 보도했다.
르 피가로는 “태어날 당시 3kg이 넘었던 두 아이는 쌍둥이가 아니며, 8∼9개월의 시간차를 두고 태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쿠르조 씨의 아내가 지난 2003년12월 자궁 적출 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수술 이전에 이들이 죽었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서래마을 프랑스인 주민은 “이곳에서 쿠르조 씨의 아내가 임신한 모습이 아무에게도 목격되지 못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을 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현재 프랑스에 머물고 있는 쿠르조 씨 부부는 변호사의 충고에 따라 한국에 돌아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으며, 냉동고 영아 유기 사건은 누군가에 의해 계획된 음모라고 주장하고 있다.


‘영아사건’ 통해 관심 끈 국과수
7월 23일 서울 서래마을 프랑스인 집의 냉동고에서 영아시신 2구가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이하 국과수) 유전자분석과의 15명 연구원들은 마음의 준비를 했다. 다음날 집주인과 죽은 영아들의 세포 샘플이 도착했다. 곧바로 DNA 증폭기(PCR)를 돌리기 시작했다. 유전자형 분석기로 얻은 데이터를 판정하던 중 이들은 깜짝 놀랐다. 영아들은 바로 집주인의 아이였고, 산모도 그의 부인으로 밝혀진 것.
한면수 유전자분석과장은 “유전자 분석으로 미궁에 빠진 사건을 해결하거나, 범인이 뒤바뀌는 경우가 잦다”고 밝혔다.
유전자분석과는 대부분 살인, 강간 등 강력사건을 다룬다. 올 상반기 동안 3,500건의 사건, 실험 분석 건수로는 1만2천 건을 맡았다. 20대의 DNA 증폭기계가 쉴새없이 돌아가고 직원들은 밤늦게까지 꼬박 근무한다.
교통공학과에서는 목격자가 없어도 부서진 차모양만 보고 상황을 알아낸다. 바퀴가 구른 흔적과 사람이 차에 떨어진 모습을 보곤 시뮬레이션(컴퓨터 모의실험)을 통해 사건현장을 재확인한다.
과학수사는 확실한 증거를 바탕으로 수사한다. 자백에 의한 인권침해 수사 논란을 줄일 수 있다. 국과수 직원들은 자연과학, 법과학을 전공한 석·박사 학위자들. 국과수 본소(서울 양천구 신월동)와 4개 분소에서 모두 286명이 일한다.
이들은 보이지 않는 범인들과 치열하게 싸운다. 범행 수법이 날로 지능화돼 조그만 증거에서도 허점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연쇄살인범 유영철의 경우 폐쇄회로 TV에 찍힌 희미한 영상을 바탕으로 신장분석 프로그램을 돌려 키와 체격을 알아냈다. 고속도로 티켓에 찍힌 지문을 이용해 탈영범을 잡기도 했다. 종이에 찍힌 지문 식별방법을 개발한 덕이다. 한 연구원은 “검거방식이 알려지면 범죄자들이 대비하므로 새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끔은 협박도 당한다. 범인들이 분석자의 실명을 알아내 협박 전화를 하는 일이 이따금 발생한다. 교도소 수감자가 편지를 보내와 과학 원리에 대한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친절하게 답변해줬더니 이를 재판 자료로 쓰거나 다음 범죄에 이용했다.
범인뿐 아니라 일선 수사경찰과도 가끔 긴장 관계를 형성한다. 한 과장급 인사는 “현장에서 사건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증거를 채취할 경우 엉뚱한 결과가 나올 수 있으므로 늘 수사기록도 함께 본다”고 말했다.
국과수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최근 있은 연구원 공모는 1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근무환경은 열악하다. 부검을 담당하는 법의학과는 정원 26명 중 11명이 결원이다. 이원태 국과수 소장은 “범죄에서 과학수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제도적인 지원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생 200대 때린 교사 교단서 퇴출
최근 대구 모 고등학교에서 교사가 지각했다는 이유로 고3 학생을 수백 대 때려 상처를 입힌 사건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교육부는 조만간 이 교사의 ‘파면’을 재단측에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교육인적자원부 황남택 학교정책실장은 8월 17일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대구교육청에서 진상을 조사 중이고, 결과가 나오는 대로 재단에 해당 교사의 중징계를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황 실장은 “지난해 10월에 개정된 교육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 제2조에 의하면 학생에 대한 상습적이고 심각한 신체적 폭력을 행사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교사는 중징계 하도록 규정돼 있다”며 “중징계는 파면, 해임, 정직 등 세 가지인데 이번 경우는 해임이나 파면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과잉체벌로 물의를 빚은 박 교사가 이에 앞서 학교측에 사표를 제출한 것에 대해 황 실장은 “만약에 사표가 수리되면 나중에 조금 지난 뒤 교단에 다시 수가 있다”며 “이런 부적격 교사는 영원히 교단으로 돌아오지 못하도록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파면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황 실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폭력교사에 대한 실태 조사에 나서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현재 선생님들 사기도 있고 그런 미치는 영향이 있기 때문에 어렵다”면서 “교육인적자원부가 교육청과 함께 지도하고 그런 선생님들은 퇴출시키는 방향으로 나가면 예방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박 교사는 이번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는 등 문제가 더욱 확산되자 이날 학교측에 사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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